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3
대한민국 절대 재벌! 3화
“전 아버지처럼 이렇게 살진 않을 겁니다! 이렇게 찢어질 듯 가난하게 살지 않을 거라고요! 지주한테 굽실거리지도 않을 겁니다. 무능은 죕니다. 아버지처럼 제 아들놈들한테 가난을 물려주기 싫습니다!”
아버지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이래야 집을 떠날 수 있으니까.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대로는 못 살겠다.
아니 이대로 있다가는 나이도 찼으니 징용에 끌려갈 수도 있고.
학생도 아닌데 학도병이 되어 남태평양 전쟁터로 끌려갈 것이 분명하니.
이대로는 절대 있을 수 없다.
“너, 너 뭐라고 했어? 이 빌어먹을 놈의 자식!”
“빌어먹더라도 경성에 가서 서울 거지로 빌어먹을 겁니다.”
팍!
아버지는 화가 치미셨는지 옆에 놔뒀던 목침을 집어 던지셨고.
피할 수도 있었지만.
“으윽!”
나는 피하지 않았다.
주르륵!
이마에 피가 흘렀다.
“이, 이 병신아! 그걸 안 피하면 어떻게 해!”
화가 나셔서 던져 놓고.
막상 아들이 피를 흘리니 걱정은 되시는 모양이다.
이래서 부모다.
오늘 나는 아버지의 마음에 대못을 박고, 내 미래를 향해 떠난다.
“저, 오늘 경성 갑니다.”
“이……. 망할……!”
“꼭 성공해서 제 이름 석 자만 말해도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그런 사람이 될 겁니다.”
“독한 놈······.”
내 나이 열다섯.
이렇게 거창하지 않은 출사표를 던지고 가출하는 데 성공했다.
* * *
1940년 3월 18일 오전.
땡전 한 푼 없이 가출 아닌 가출을 한 후.
보름 동안 기차를 훔쳐 타기도 하고.
때론 걷기도 하며 마침내 경성에 도착했다.
경성으로 오는 길이 험했던 터라.
가출할 때 입었던 남루한 옷은 거의 누더기가 되었고.
내 꼴은 딱 상거지나 다름없었다.
‘독한 놈······.’
아버지는 항상 내게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래, 나는 독하고 대차다.’
1940년.
독하고 대차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절이다.
소학교도 못 다닌 내게 이 시대는.
미국의 골드러시처럼 기회가 넘쳐나는 시대가 아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다.
노력하는 자가 기회를 잡는 법이니까.
만약 내가 가출하지 않고 그 집안에 가만히 있었다면.
아마 머지않아 강제로 징집당해 사이판이나 만주로 끌려가거나.
아니면 군함도에서 노역하게 되겠지.
실상 살아남고자 경성까지 도망쳐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선인들에게는 내일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암흑의 시대.
그리고 이 암흑의 시대는 내게 기회를 줄 것이다.
‘우선 종로로 가자.’
종로가 내게 기회의 땅이 되었으면 좋겠다.
* * *
서울 아니 경성에서도 상권이 가장 발달한 곳이 바로 종로와 명동인 만큼.
나는 무턱대고 종로로 향했다.
‘기회는 만드는 자의 것. 그리고 난 기회를 움켜쥘 거다!’
지금부터 5년이 지나면 해방이 찾아온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만큼.
‘격동과 혼란이 뒤섞일 수밖에 없지.’
자고로 그런 시대가 새로운 부자를 만들고.
웅크린 자에게 기회를 주기 마련.
‘할 수 있어! 내겐 미래의 기억이 있으니까.’
그러니 지금부터 바짝 움직여야 한다.
굳게 마음먹은 인생.
이제는 정말 대차게 살 것이다.
* * *
물어물어 종로에 왔다.
아무리 미래의 기억이 있다곤 해도.
건물과 도로부터 사람들까지 천차만별이었기에.
나는 촌닭이나 다름없었다.
내 눈에 보이는 종로는 미래의 종로와는 확실히 달랐다.
‘시발······.’
입에서 바로 욕이 튀어나올 만큼.
그저 앞이 캄캄했다.
‘구두닦이라도 해야 하나?’
아니면 종로 주먹의 똘마니 짓부터 시작해서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 하나?
‘그래, 운수 좋은 날이라는 소설처럼······.’
가진 밑천이라고는 몸 밖에는 없으니.
인력거라도 끌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찾아보니 인력거도 경쟁이 심하다!’
이렇듯 정말이지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돌았다.
“젠장, 비빌 언덕 하나 없네.”
당연한 소리다.
환생한 후 종로에는 처음 와 봤으니.
아니, 아예 이 시대의 서울에 처음 왔으니 없는 게 당연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종로 골목 모퉁이 길을 돌던 그때.
“꺄아악!”
저만치 앞에서 여자의 비명이 들렸고.
나는 곧장 고개를 들었다.
내 앞에는 교복을 입은 쪽발이 새끼들이 소녀 둘을 에워싸고 희롱하고 있었다.
하나는 허름한 한복 저고리를 입고 있었고.
한 명은 양장을 입고 신여성이다.
“早く連れていこう, ここではいけない.(여기서 안 되겠다, 어서 끌고 가자.)”
딱 봐도 부잣집 아가씨가 시녀를 데리고 놀러 나왔다가 봉변을 당하는 상황 같았다.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군.’
저게 내 비빌 언덕이 될 수 있을까?
‘문제는…….’
쪽발이 새끼들은 다섯이고.
나는 혼자라는 점이다.
내가 성인이라면 모를까.
지금 나섰다가는 쥐어 터질 게 불 보듯 뻔했다.
내가 종로를 주름잡은 김두완은 아니니까.
‘그런데?’
나는 다섯 명의 쪽발이 새끼들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나만 알 수 있는 거지.’
머리 위에 떠 있는 반투명의 문구.
그 문구 중 직업란이 모두 물음표가 떠 있다.
‘뭐지?’
건달이나 양아치는 직업이 없다는 건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자신들의 직업을 숨겨야 할 사람!
‘최 씨 아저씨도 직업을 숨겼다.’
하지만 반투명의 문구는!
최 씨 아저씨를 일본 순사의 밀정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니 이상하다!’
그런데 종로에서 어떻게 쪽발이들이 설칠 수 있지?
나도 모르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비키세요! 지금 이분이 누군지 아시고 이러세요?”
몸종으로 보이는 여자가 쪽발이 새끼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쪽발이 새끼들은 그 여자가 거슬렸는지.
쫙!
귀를 후비다 말고, 냅다 뺨을 후려쳤다.
기고만장한 불량배 쪽발이 새끼들은 무서운 것이 없다는 듯, 당당하게 행동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저렇게 당당해 보이건만.
정작 왜 저들의 행동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걸까?
‘여기에서 왜 이런 일이?’
여긴 종로다.
소문으로 들었고 또 미래의 기억을 통해서 알고 있는 사실은!
이곳은 종로.
김두한 아니 김두완의 종로다.
아무리 골목길이라 해도.
내가 아는 바로는 종로에서 쪽발이들이 이렇게 설치지 못했었다.
거기다가 드라마 ‘야인시대’에서는 극적인 구성을 위해 김두완과 하야시를 적대적 관계로 만들어놨지만.
사실 하야시 역시 조선 사람이기에, 김두완과 호형호제를 하는 사이였다.
즉, 명동과 종로에서는 일본 건달들이 이렇게 활개를 칠 수 없는 셈.
그런데 지금.
교복을 입은 쪽발이 새끼들이 저 지랄을 하고 있다니.
‘이상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보다.
그리고 내가 역사적으로 모르는 또 무엇인가가 있는 듯했다.
“꺄아아악!”
조선인 소녀는 뺨을 맞더니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찰나의 순간.
쪽발이 새끼 중 하나가 이상하게도 인상을 찡그렸다.
마치 때릴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듯한 눈빛.
‘역시 이상한데······.’
이상한 것은 이상한 거고.
이제는 내가 나서야 할 때.
‘비빌 언덕이 될 수 있다!’
젊은 아가씨는 고급 양장을 입고 있다.
그리고 머리 위에 떠 있는 반투명의 문구.
‘부자 아버지를 가졌다!’
정말 이 반투명의 문구는 내게 도움이 되고 있다.
‘뒤로 조심스럽게 접근해 짱돌로 한 놈을 찍을까?’
비겁한 술수부터 떠올랐다.
하지만 주변에 짱돌은 없었다.
쿵쾅, 쿵쾅!
심장이 요동친다.
머리에서 하는 생각과 몸이 달리 반응하는 것.
‘그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일단 저 여자에게 빚을 만들어야 해!’
죽도록 맞더라도 비밀 언덕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맞아 죽을 수도 있긴 하지만.
[너는 불멸자다!]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볼 기회가 생겼다.
‘설마 맞아 죽기야 하겠어?’
용기를 내고 한 걸음 다가갔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내게 용기는 유일한 무기였다.
‘죽자, 그래, 죽어 보자.’
어금니를 꽉 깨물어 본다.
“おい, この畜生野?!(야, 이 개새끼들아)!”
우선은 호기 좋게 소리를 지르며 쪽발이 새끼들의 이목을 끌었다.
물론 어린놈의 새끼들이라고는 해도.
교복을 입었으니, 나보다 나이가 많으리라.
내가 소리를 지르자마자.
다섯 놈의 쪽발이 어린 새끼들이 나를 노려봤다.
그러더니 곧장 놈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섬뜩하네······.’
마치 일본 야쿠자처럼.
놈들은 사람 여럿 죽여 본 것 같은 눈빛을 보였다.
사실 일본 새끼들처럼 잔인하고 사악한 놈들도 없다.
특히 힘없는 자에게는 더 잔인한 면을 보이는 것들이 쪽발이 새끼들이다.
‘오늘 제대로 쥐어터지겠네, 이거.’
저 두 여자는 나를 자신들을 구원해 줄 영웅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저 여자들의 부푼 기대는 곧 처참히 무너질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