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5
대한민국 절대 재벌! 5화
그렇다고 해서 2번을 선택하기도 모호한 순간.
그래도 혈혈단신인 시라소니보단.
대형 미곡상의 딸인 리에는 내게 일자리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의 기로!
결정의 순간이다.
‘정했다, 2번!’
싸움패가 되려고 경성에 올라온 것이 아닌 만큼.
나는 2번을 선택했다.
‘내 꿈은 누구보다 성공한 재벌이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인 삼정 그룹 김병철 이상이 될 거라고 다짐했다.
내가 살았던 미래에서는 권력은 권불십년이라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넘지 못하지만.
재벌은 자식 관리만 잘하면 10년을 넘어 100년 이상 세상을 지배한다.
돈!
그게 사람과 세상을 움직이는 진정하고도 압도적인 힘이다.
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천민자본주의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천민자본주의는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가 사용한 사회학상의 용어다.
이 용어를 쓸 때 염두에 두었던 건.
유럽 경제사에서 상인, 금융업자로서 특이한 지위를 차지해 왔던 유대인들의 생활상이었다.
원래 천민자본주의란 비합리적이며 종교나 도덕적으로 비천하게 여겼던 생산 활동을 의미하지만.많은 사람이 돈이 최고고.
그게 진짜 힘이라고 생각하는 물질만능주의자들에게 천민자본주의자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한다.
근데 뭐 어때?
‘그래, 나는 천민자본주의자다!’
앞으로 돈이 되는 일은 뭐든 하겠다.
* * *
“아가씨, 저 치가 따라오는데요?”
나는 무턱대고 미곡상의 딸인 리에를 따라갔고.
어느 순간부터 리에의 몸종은 내가 자신들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따라오고 있다는 걸 리에에게 알렸다.
“따라와?”
미곡상 나카무라의 나를 힐끗 보며 자신의 몸종에게 말하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렸다.
‘그래도 관심 가져주니 고맙네.’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따라가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예, 많이 다친 모양이에요. 다리를 절면서도 계속 따라와요.”
맞다.
죽도록 맞아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만.
나는 저 리에가 내 인생의 동아줄이라 생각해서 따라가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고맙다는 말도 못 했네?”
작은 목소리긴 하지만.
리에와 몸종이 나눈 말이 들리자마자 리에가 내 쪽으로 걸어왔고.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도와주셨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못 했네요.”
이제야 나는 리에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리에는 나보다 나이가 두어 살 많아 보였으나.
그렇다고 내게 하대하지는 않았다.
‘순진하게 보여야겠지······.’
이럴 때는 머리만 긁적이면 된다.
지금은 똑똑해 보이는 것보다 순박하게 보이는 것이 좋을 테니까.
똑똑해 보인다면 내 나름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겁 없이 나선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이 정도로 영악하지 않은데······.’
환생하고 난 이후.
사람들을 내 기준으로 예측하는 버릇이 생겼다.
‘나쁠 건 없지.’
상대를, 타인을 하찮게 보며 무시하는 것보단.
똑똑하고 영악한 자라 생각하는 것이 내게 이로우리라.
“그, 그게······.”
“왜 우리를 따라와?”
그때 몸종이 이상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거지꼴을 하고 있으니 의심스러워 경계하는 거겠지.
“그, 그게······.”
숙맥처럼 보이기 위해 말꼬리를 의도적으로 흐렸다.
“너, 촌뜨기지? 어디서 왔니?”
입은 옷이 형편없어서인지.
몸종 계집애가 나를 무시하듯 말했다.
‘자기도 겨우 식모 정도면서······.’
텃세라면 텃세다.
하지만 낯선 사내가 따라오니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그, 그게······.”
몸종 계집애가 나를 위아래로 살피며 다시 봤다.
“밥은 먹고 다니냐?”
내 꼴이 이 모양이니 가엽게 보이는 모양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고?’
이틀째 굶고 있다.
첫째 형이 챙겨 준, 고구마 몇 개를 가지고.
밀양에서 깡다구 있게 경성까지 올라온 터라.
나는 빈털터리다.
“혹시 갈 곳이 없어서 나를 따라오는 건가요?”
따지고 보면 아가씨라고 불려야 할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게 존댓말로 물었다.
가진 자들은 보통 신분과 가진 것의 차이 때문에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일본 연놈들은!’
조선인을 조센징이라고 부르며 벌레보다 더 하찮게 여긴다.
‘조금은 다르군.’
그래서 도움을 받거나 받을 뻔했어도 자기보다 없어 보이는 사람을 무시하는 편이건만.
저 아가씨 리에는 뭔가 좀 달라 보인다.
“······예, 그렇습니다.”
사실을 말할 때 마음이 움직일 때가 많다.
“그렇구나······.”
리에 아가씨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고.
나는 다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따라오세요.”
이제는 따라와도 좋단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
잘만 하면 비빌 언덕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예?”
그래도 놀란 척을 해줬다.
“도움을 받았으니 갚아야죠.”
살짝 미소를 보였다.
‘됐다!’
죽어라 맞고 얻은 기회다.
남들이 뭐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 인생의 한고비의 갈림길을 넘긴 셈이었다.
* * *
1940년 3월 18일 오후.
본정(충무로)에 위치한 어느 혼마치바의 밀실.
이곳은 여급들이 술 시중을 드는 술집이다.
이 시대의 여급은 술집에서 술을 따르는 여자들을 의미했다.
“얼굴이 엉망진창이군.””죄송합니다. 실패했습니다.”
시라소니에게 쥐어 터진 교복을 입은 쪽발이 놈들이 양복을 입은 시라소니에게 보고했다.
“이런, 안타깝군.”
그렇게 독해 보였던 쪽발이들의 눈빛은 누구보다 선해 보였다.
“괜히 가여운 동포만 모질게 매질했습니다.”
남자는 강철을 떠올리며 말했다.
가여운 동포?
결국 강철이 쪽발이로 알고 있었던 사내들은 조선인이었다.
“쪽발이 놈들의 짓처럼 보여야 한다고 하셔서······.”
양복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물었다.
“그런데 동지들 얼굴은 왜 그 모양이요?”
“이북 사투리를 쓰는 싸움패에게 당했습니다. 역시 종로였습니다.”
“싸움패라……. 김두완의 부하들에게 당한 거요?”
싸움패 중에서 이북 출신과 전라도 출신이 꽤 많았다.
“예,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종로에 아직 조선의 혼이 살아 있군요. 그래도 안타깝습니다. 김원몽 동지께 보낼 군자금이 필요한데······.”
이들이 일본인 신여성인 리에를 납치하려고 했던 이유는 바로 독립군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건 다시 말해 리에의 부친인 나카무라가 꽤 알려진 부자라는 의미였고.
그렇다면 강철의 선택이 옳은 거였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음을 준비하겠습니다. 덕수 동지.”
사내들을 지휘하는 남자의 이름은 오덕수로.
그는 김원몽의 의열단 핵심 단원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의열단 조선지부, 군자금 조달 총책이었다.
“아니, 두 번의 기회는 없을 겁니다. 이번 작전은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봅시다.”
똑같은 일을 두 번 준비하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이 오덕수의 생각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이곳을 버리고 마포로 갈 것이오. 그리 아시오.”
“예, 알겠습니다.”
“조국 독립의 그 날까지!”
미곡상의 딸, 리에에게 수작을 부렸던 자들은 대한 광복군 소속으로.
경성에 침투해 군자금을 확보하는 임무를 담당한 독립군이었다.
그것을 훼방을 놓은 것이 강철이었고.
박살 낸 것이 바로 시라소니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