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6
대한민국 절대 재벌! 6화
나카무라의 집 정원.
“어리숙하게 보이지만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이에요.”
일본 신여성인 리에 아가씨는 자기 아버지인 나카무라 사장에게 나를 소개해줬다.
나는 여전히 피떡이 된 채.
공손히 두 손을 모아 나카무라 사장과 리에를 바라보았다.
“힘이 없는데도 나서서 저를 도와줬습니다.”
사실 만용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비빌 언덕이 있었다면.
비겁하게 외면하고 돌아섰을 것이다.
“흐음, 그랬단 말이지?”
나카무라 사장이 나를 힐끗 봤다.
‘눈매가 매섭다.’
나카무라 사장은 자신의 딸을 볼 때와는 그 시선이 확연히 달랐다.
‘혹시 악덕 점주인가?’
시대가 시대인 만큼.
조선인은 자기 땅에서 침략자라 할 수 있는 일본인들에게 차별당하고 괄시를 당했다.
그리고 꽤 많은 일본인 사장이 조선인들을 착취했다는 사실도 함께 떠올랐다.
‘지금은 일제강점기!’
조선인은 사람 취급을 못 받고 산다.
‘거기다가 시선도 날카롭고······.’
자신의 딸을 볼 때는 한없이 인자한 눈빛인데.
나를 볼 때는 의구심을 품은 눈빛이었다.
상인은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
돈을 만지는 직업을 가진 만큼.
돈이 사람을 속인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정말 돈이 사람을 속일까?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것이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소리는 개소리다.
사람이 지은 죄인데 어찌 사람을 미워하지 않겠는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느냐고?
무슨 일이든 사람이 중심이고 기본이니까.
[나카무라]-나이 : 53세
-직업 : 일본인 사업가(대형 미곡상과 자동차 공업소 운영).
-신뢰도 : 62%
-특징 : 신용/믿음.
-인생 성공 가능성 : 85%
-특이 사항 : 격동의 세월 속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됨.
내가 조심히 고개를 들어 나카무라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문구를 확인했다.
‘반투명의 문구가!’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보통의 경우.
그냥 직업란에 사업가, 농부, 인력거 운전수 이렇게 뜨는데.
나카무라의 직업란에는 그가 하는 사업을 정확하게 표기하고 있으니까.
‘거기다가!’
파란만장한 삶?
거기다가 일본계 한국인?
항상 반투명의 문구를 확인할 때 물음표를 유심히 살펴야겠다.
‘가변적이라는 의미니까.’
지금은 그리고 앞으로도!
문구에서 말한 것처럼 격동의 시대다.
‘조선에 진출한 일본인이니까.’
그리고 몇 년 후면 일본이 패망할 것이고.
일본이 패망하면 조선에서 하던 사업을 모두 접고.
본국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니.
파란만장한 삶이리라.
‘그런데 왜 물음표?’
이게 참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여튼 내게는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나는 그 사람을 가리키는 명함 같은 것이 그 사람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니.
참 많이 도움이 될 것.
‘누구도 나를 완벽하게 속이지 못한다.’
나는 누구에게도 속지 않을 수 있다.
이게 정말 중요하다.
“예, 아버지. 도움을 받았으니 도와주고 싶어요.”
리에 아가씨는 내게 도움을 주겠다는 말까지 했다.
좋게 말하면 용기지만.
나카무라 사장이 보기에는 만용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이렇게 시작할 기회는 얻은 것 같다.
일할 기회가 아닌 그 일자리가 만들어질 기회를 얻은 상태다.
“네가 우리 리에를 구해주다가 그 꼴이 됐다고?”
나카무라 사장은 딱 TV에서 나오는 일본인처럼 생긴 중년의 남자였다.
겉만 보면 온화한 느낌이지만.
그 눈빛만큼은 무척 다부졌다.
그는 나를 유심히 살폈다.
나를 살핀다는 것은 그저 간단한 답례만 하고 보내지는 않겠다는 의미이리라.
“그게······.”
또 한 번 머리를 긁적였다.
생색을 내면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파악한 나카무라는 전형적인 일본인처럼 차분한 스타일인 듯했다.
그러니 아마도 나대는 성격을 좋아하지는 않겠지.
뭐든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작정 시골에서 경성으로 왔다고?”
이력이라고는 할 것 없지만.
내가 경성에 온 이유를 말한 상태다.
“예, 그렇습니다.”
“고향이 어디냐?”
“밀양입니다.”
“밀양?
나카무라 사장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밀양을 아나?’
밀양 사람들은 밀양이 양반의 고을이라고 자랑한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진짜 양반 같은 양반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자존심만 강한 무능한 자들뿐이고.
일본인들보다 소작농을 더 업신여기며 착취하는 자들만 있었다.
그런 자들이 조선을 다스리는 양반이라고 행세했으니 조선이 망할 수밖에.
가난한 자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말이 있지만.
그 가난한 자들을 돌보지 않는 나라는 결국 망한다.
민심이 천심이니까.
‘진짜 양반들은!’
독립운동을 하러 만주로 다 가버렸다.
“예, 그렇습니다.”
“너, 혹시 그렇다면 김원몽을 아는가?”
놀랍게도 일본인 나카무라 사장의 입에서 독립운동가 김원몽 선생의 함자가 나왔다.
‘혹시 꾸며진 각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아는 김원몽 선생은 의열단 단장이다.
내가 역사를 잘 알아서 아는 것은 아니다.
내가 전생에서 본 두 편의 영화에서 김원몽이 나왔다.
그래서 안다.
조선인으로서는 독립운동가이지만.
일본과 일본인들은 그를 테러리스트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독립운동을 위해 수많은 업적을 이뤘다.
그만큼 김원몽과 의열단은 일본과 일본인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물론 그는 공산주의자였기에.
정확하게 보면 공산주의자가 아닐 수도 있지만.
하여튼 북한의 관료가 된 터라.
대한민국에서는 독립운동가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한 것까지 영화를 통해서 알고 있다.
“김원몽? 그게 누굽니까?”
알아도 모른 척해야 한다.
일본인 사업가가 정확하게 김원몽이 누군지 알 정도면.
일본인에게 김원몽 선생은 공포의 대상일 테니까.
“조선사람이 김원몽을 몰라?”
혹시나 자신의 딸 리에에게 일어난 일이 각본에 의해 계획된 일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상당한 부자겠군!’
의열단이 자신의 마당에 첩자를 심으려고 꾸민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하다.
“예, 잘 모릅니다. 밀양에서 김원몽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래, 모를 수도 있다. 조선인들은 가엽게 무지하니까.”
무시인데.
조선인들이 가엽단다.
‘좀 특이한 일본인이군.’
내가 파악한 나카무라는 다른 일본인과는 좀 다른 것 같다.
하여튼 나를 보는 그의 시선이 여전히 의미심장했다.
“막무가내의 성격이군. 이야기를 들으니 당장은 지낼 곳이 없겠구나.”
나카무라는 일본인인데도 조선어가 상당히 유창했다.
보통 지배층인 일본인들은 조선인을 무시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어만 쓰는데.
조선어로 내게 묻는 걸 봐서, 그는 평범한 일본인과는 다른 듯했다.
“······예.”
사실이니 눈치를 보며 바로 대답했다.
‘여기서 쫓겨나면!’
오늘 아는 어느 집 처마 밑에서 밤이슬을 맞으며 자야 한다.
“네가 리에를 따라온 것은 리에가 입은 옷을 보고 따라온 거겠지? 그 정도의 머리가 있다는 건가?”
이미 오는 길에 식모에게 경성에 막무가내로 올라왔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갈 곳이 없다고도 말했었다.
왜냐고?
여자들의 동정심이라도 유발하고 싶었으니까.
“제 고향에서 머리 둔하다는 소리는 안 듣고 살았습니다.”
열다섯 살이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18살쯤으로 보인다.
지금은 상거지 꼴이긴 해도.
키도 크고, 평소에는 좀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동네 처자들이 나만 나타나면 얼굴이 살구꽃처럼 빨개진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동네 처자들은 잘생기고 똑똑하다는 나를 보며 김칫국부터 마셨었다.
“눈빛이 살아 있는 것 같군. 그런 것 같아.”
나카무라 사장은 나를 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의심하면서도 회상에 빠져드는 눈빛.
나를 꽤 좋게 보는 것 같다.
왜 저자가 나를 저렇게 보는지 파악해야 점수를 더 많이 딸 수 있겠지.
“그럼 일자리를 찾고 있겠군.”
“사실 그렇습니다. 경성에 올라왔으니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꿈? 자네 꿈이 뭔가?”
의외의 질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 보는 내게 꿈에 관해 묻는다니.
신기할 정도다.
“부자가 되는 겁니다.”
내 꿈은 오로지 하나다.
“부자? 하하하, 딱 요즘 청년이군.”
소년인데 키 때문에 청년처럼 보이나 보다.
“예, 그렇습니다. 저는 나카무라 사장님처럼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나처럼?””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어떤 사람이 부자라고 생각을 하는가? 얼마만큼 가져야 부자일까?”
의외의 질문이었다.
정말 의외의 담론이 펼쳐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왜 내게 이렇게 관심을 보일까?’
궁금했다.
이젠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