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7
대한민국 절대 재벌! 7화
‘나를 애잔하게 보는군.’
사람은 입으로는 거짓을 말하지만.
눈으로는 진실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눈도 거짓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가 내게 사기를 친다면.
나는 당할 수밖에 없으리라.
아니.
그 어떤 사람이라도 당할 것이고.
그런 사람들을 영웅 또는 역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여튼 지금 나카무라 사장님은 내게 부자의 조건을 묻고 계신다.
“저는 제가 먹고 싶은 게 있을 때 마음대로 먹을 수 있으면 부자라고 생각합니다.”
“허허허 소박하군.”
“또 먹고 남는 것이 있으면 식구들도 나눠 주고, 그래도 남으면 없는 사람도 나눠 줘도 먹을 것이 남아 있으면 그게 부자 아니겠습니까?”
어떤 면에서는 정말 소박한 꿈일 것이다.
하지만 이때는 이래야 한다.
너무 거창하면 허풍만 치는 녀석이라 생각할 테니까.
하여튼 나는 지금 나카무라 사장님의 앞에서 입사 면접을 보듯.
그의 질문에 아주 신중히 대답했다.
“그래?”
눈빛이 다시 묘하게 변했다.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보는 리에 아가씨의 눈빛도 변하며 나카무라 사장을 봤다.
뭐 하나 걸린 것 같다.
‘둘이 동시에 눈동자가 흔들렸어.’
어쩌면 내 말이 저 나카무라 사장의 초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큰 점수를 딴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던 어린 점원이 하나 있었지.”
나카무라 사장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그렇습니까? 그 어린 점원은 어떻게 됐습니까?”
아마 그 어린 점원은 지금의 나카무라가 됐을 것이다.
그러니 나를 이리 보는 것이다.
“부자는 됐지만, 욕심이 더 많아졌지.”
확실해졌다.
자기를 말하는 것이었다.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다 차면 더 큰 그릇을 찾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잘난 척을 해야 할 때 같다.
“그렇게 생각하나?”
“그런 것을 욕심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담을 그릇도 다 차지 않았는데 더 큰 그릇을 찾는 것이야말로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나카무라 사장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어린 점원이 나카무라 사장이었어.’
나를 보면서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 모양이다.
즉 그는 지금 나를 통해서 어렸을 적의 추억을 더듬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역시 빈털터리로 성공한 사람일 것이다.
‘딱 좋네, 추억 팔이······.’
내가 능력을 보일 때마다 자신을 보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러니 내게 기대를 걸게 될 수도 있다.
물론 나카무라의 미곡상에 취직해야 가능한 일.
그리고 나카무라는 나를 쓸 생각인지.
의심을 조금은 푸는 눈빛으로 변했다.
“그래, 좋다.”
된 것 같다.
“도움을 받은 것이라면 받은 것이지. 너는 일자리가 필요하고, 나는 보답해야 하니 내가 운영하는 미곡상에서 일해 보지 않겠느냐?”
신의 음성처럼 들리는 순간이다.
드디어 비빌 언덕인 직장이 생겼다.
“감사합니다.”
“그래 이런 시대에 조선인인 네가 감사해야 할 일이다.”
사실 조선인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농사나 짓고 사는 경우가 많다.
‘경성에 올라와서.’
지게꾼이 되거나.
거지가 된다.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시종이 되라시면 최고의 시종이 되고, 머슴이 되라시면 최고의 머슴이 되겠습니다.”
“최고?”
내가 나카무라에게 한 말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자신의 주군인 오다 노부나가에 한 말이다.
“예, 그렇습니다.”
“그래, 좋다. 일자리를 주마. 허허허!”
내가 한 말을 누가 했는지 아는 눈빛이다.
“히데요시?”
신기한 것은 히데요시는 내가 이 평행세상에서 똑같은 히데요시였다.
“예, 그렇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처럼 최고의 시종이 되겠습니다.”
“잘못 알고 있군, 도요토미가 아니라 도토미 히데요시다.”
그랬다.
조선뿐만 아니라 일본도 역사는 비슷한데 이름이 달랐다.
“제가 하나를 배웠습니다.”
드디어 일자리가 생겼다.
어떤 면에서 천운이라면 천운이다.
하여튼 그렇게 나는 나카무라의 미곡상에서 제일 직급이 낮은 점원으로 취직했다.
사실 말이 점원이지, 거의 머슴과 다름없다.
‘머슴이라면 최고의 머슴이 된다.’
하지만 나는 머슴으로 머물지 않으리라.
오나 노부나가의 시종이었던 도요토미 아니 도토미 히데요시는.
일본 전국시대를 평정한 쇼군이 됐으니까.
‘내 말의 숨은 의미까지 알까?’
모르겠지.
알아차렸다면.
내게 일자리를 주지 않았을 테니까.
* * *
1940년 6월 20일경.
3개월이 지났다.
나는 리에 아가씨의 도움으로 나카무라 사장님이 운영하는 미곡상에서 심부름하는 점원이 됐고.
‘따지고 보면 비정규직이겠지.’
나카무라 사장의 미곡상에서 잔심부름하는 것이 내 일이니까.
그리고
그런 잔심부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경성에 왔을 때보다 상황이 나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여튼 점원들이 지내는 숙소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첫날부터 눈썰미 좋게 사람들과 미곡상의 일을 관찰했다.
‘제일 빨리 일어나는 사람이 7시에 일어나는구나······.’
미곡상에서 제일 부지런한 점원이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나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났다.
보통 이런 숙소에는 수도가 연결된 것이 보통인데.
수도가 없었다.
우물이 하나 있었는데 지난 가뭄에 말라 버렸다고 한다.
아마 우물이 있어서 수도를 연결하지 않은 것 같은데.
우물이 말라 버렸으니, 물지게를 이용해 물을 길어 와야 했다.
하여튼 일어나자마자.
나는 물지게로 물을 길어 물독에 채운 후.
미곡상 앞을 빗자루로 깨끗이 쓸고 아침을 맞이했다.
“철이 총각은 너무 부지런해.”
이런 소리를 들으려고 죽어라 빗자루질을 한 것이다.
이런 말들은 곧 나카무라 사장의 귀에 들어갈 테니까.
‘그리고 또 하나!’
일반인들의 머리 위에는 간단한 설명문만 보인다는 사실이다.
‘특이 사항이 없다는 거지.’
뭐 사실.
특이 사항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저 평범하게 어쩔 수 없이.
오늘을 살아가는 거지.
“그렇게 말이에요.”
“철이 총각 때문에 우리 일이 줄었어. 호호호!”
내가 찬모와 식모의 일을 대신해 주니.
그들의 칭찬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어졌고, 밥그릇에 담긴 밥의 양이 달라졌다.
‘떡밥이구나, 흐흐.’
아주머니들은 내가 먹을 밥을 떡처럼 꾹꾹 눌러 주었다.
자신들의 일을 대신해 주니 내가 좋은가 보다.
그리고 나를 아주 부지런한 청년이라고 소문을 낼 것이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이 있듯.
이 시대의 아낙들도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 테니까.
그런 소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게 좋은 평판이 될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여론몰이지.’
내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계획된 일이니.
나는 참 영악한 녀석이라 할 것.
하지만 이 영악함을 바로 드러내지는 않으리라.
바보에게는 적이 없다는 말이 있다.
친구 열을 얻는 것보다 적 하나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하다.
배가 부르면 힘이 생기고, 더 많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왜냐고?
더 열심히 더 많이 일해야 하니까.
그렇게 부지런히 3개월 동안 일했고.
잠도 없는 놈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 * *
미곡상을 관리하는 한 주임과 그의 부하들이 나카무라 사장님 모르게 못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상인의 최고 덕목이 신용이라고 했는데······.’
미세하지만 쌀이나 보리 등 곡물을 담는 됫박을 작게 만들어 이득을 챙기는 것 같다.
그리고 나카무라 사장님은 이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물론 알 수도 있다.
‘좀 더 지켜보자.’
아주 미세하지만 아주 큰 미곡상이니.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사기 됫박질은 꽤 이익이 남으리라.
이건 정말 못된 짓이다.
됫박으로 쌀이나 보리를 사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이다.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속아도 당장 속은 줄 모를 것이고.
속았다는 것을 알더라도 뭐라 하지 못하는 가여운 사람들이다.
그런데 한 주임과 그 부하 놈들은 없는 사람들의 등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매로 쌀이나 보리를 사러 오는 사람들은.
한두 번 사러 왔다가 다시는 오지 않는다.
미세한 차이지만, 밥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미세한 차이가 한두 끼를 덜 하게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없이 사는 만큼 그 차이를 더 잘 아는 것이다.
‘됫박 위를 치지 않고 주면 손님들이 더 모일 건데······.’
인심이 후한 상점이 돈을 번다.
덤으로 좀 더 주는 것이 손해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결국.
나중에 한 달 매출과 순이익을 집계해 보면 더 많은 이익이 생긴다.
그런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손님들을 속인다는 건.
한 주임이 썩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