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8
대한민국 절대 재벌! 8화
“철이 녀석이 온 다음부터는 상점 앞이 깨끗해졌군.”
오랜만에 나카무라 사장님이 미곡상에 오셨다.
그리 열심히 일하지 않던 점원들이 오늘따라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사장이신 나카무라 씨께서 미곡상 말고도 다른 사업을 많이 하기에 미곡상은 거의 주임이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주임이 못된 됫박질을 알아차리지 못할 거라는 결론을 얻었다.
‘한 주임의 돈 씀씀이가 남다르니까.’
미곡상의 관리자라고 해도 그의 돈 씀씀이는 남달랐다.
“오셨습니까? 사장님.”한 주임은 누구보다 사람 좋은 얼굴로 자신의 고용주인 나카무라 사장을 웃는 얼굴로 반겼다.
[한상희]-나이 : 35세
-직업 : 나카무라 미곡상 관리 주임.
-신뢰도 : 42%
-특징 : 기회주의자/사기꾼 기질.
-인생 성공 가능성 : 85%
-특이 사항 : 강철의 하수인이 될 가능성 큼(?)
특징이 기회주의자고.
사기꾼 기질이 있단다.
‘그런데!’
내 하수인이 될 가능성이 크고.
또 그 뒤에 물음표가 떠 있다.
‘이 특이 사항으로!’
나는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면 나보다 월등히 직급이 높은 미곡상 관리 주임을 하수인으로 부릴 수 없을 테니까.
‘그래, 성공하자!’
지금은 격동의 시대.
평화의 시대보다.
이런 위기의 시대가 성공할 기회가 더 많다.
* * *
“철이 놈이 부지런하기는 합니다. 아침에 제일 일찍 일어나서 물독에 물을 받아 놓고, 빗자루로 마당을 씁니다.”
주임의 입에서 이 소리가 나오게 만들려고 3개월을 부지런히 일했다.
“그래?”
“예, 게다가 쌀 배달도 제일 빨리 다녀오고, 넉살도 좋아서 거래처에서 싫어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여튼 부지런한 것은 타고난 녀석입니다.”
한 주임이 나카무라 사장님께 이렇게 내 칭찬을 하는 것은 잘 보였기 때문이다.
아부는 돌아선 돌부처도 다시 돌아앉게 하는 법이다.
한 주임이 없는 사람들 등을 처먹는 것은 괘씸하지만.
지금 내가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내가 한 주임이 하는 못된 짓을 나카무라 사장에게 고발한다고 해서.
내 말을 믿어 줄지도 의문이니까.
‘아직은 신뢰가 쌓이지 않았다.’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여전히 이 미곡상에서 가장 낮은 직급의 직원, 아니, 머슴이다.
그러니 설친다고 해서 내가 이익이 될 것은 없다.
‘사주의 마음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묵묵히 일만 하면 되는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기회를 기다리면 된다.
내 나름으로 열심히 준비해 놨으니까.
“알았네, 장부 좀 가지고 오게.”
“예, 사장님.”
나카무라 사장이 미곡상에 올 때마다 장부를 확인하신다.
“으음······.”
한참 장부를 확인하던 나카무라 사장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소매로 곡물을 사는 고객들의 수가 줄었군.”
나카무라 사장이 한 주임에게 말했다.
“그렇습니까?”
한 주임이 사장이 듣기 싫은 소리를 하고 말았다.
한 주임이 한 말은 자신이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다.
이것은 자신의 고용주에게 스스로 게으르고 무능하다는 것을 자기 입으로 말하는 꼴이다.
‘쯧쯧······.’
한 주임은 조만간 해고당할 것 같다.
“몰랐나?”
“죄송합니다. 워낙 오가는 사람이 많아서 거기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그런데 장부 관리는 누가 하나?”
“성식이가 합니다. 소학교까지 나와서 그럭저럭 셈이 빠릅니다.”
중학교까지 나오면 엘리트 축에 드는 시절이다.
“내가 살펴보니 틀린 글자가 많군.”
“그렇습니까?”
이건 장부를 거의 보지 않았다는 의미다.
나는 한 주임이 사장에게 신용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 매출도 많이 줄었어.”
“미곡상이라는 것이 다 그렇지 않습니까? 없는 사람들은 힘들어질 때 먹을 것부터 줄이니까요.”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나?”
나카무라 사장은 한 주임에게 또 한 번 실망한 눈빛을 보였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소리가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먹을 것을 줄이지 못한다.
‘이 시대에는 엥겔 지수도 모르지.’
가난한 서민들은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면.
엥겔 지수가 상승하게 된다.
물론 식비부터 줄인다는 말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아닙니까?”
“아니, 그럴 수도 있겠지. 철아!”
그때 뜬금없이 나카무라 사장님이 나를 부르셨다.
사실 장부를 확인하시면서.
미곡상 밖에 진열해 놓은 쌀 주에서 티나 겨를 골라내고 있는 나를 유심히 살피고 계셨다.
“예, 주인 나리.”
나는 사장님이 부르자마자 바로 달려갔다.
사실 이 상점 직원 중에 누구도 나카무라 사장님을 주인 나리라 부르지 않는다.
그저 사장님이라고 부를 뿐이지만.
나는 항상 주인 나리라고 부른다.
힘이 없고 직급이 낮을 때는 단어 선택이 중요하다.
한 마디로 아부를 잘해야 한다는 소리.
‘아부만큼은 자신 있다.’
간과 쓸개를 다 빼주는 척을 해서라도.
이 미곡상에서 직급이 올라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을 대신할 사람은 거리에 널려 있다.’
그러니 나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하고.
내가 나카무라 사장에게 도움이 될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줘야 한다.
“너는 거기 앉아서 뭐 하는 것이냐?”
사실대로 말하면 나카무라 사장과 한 주임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다.
[선택의 순간입니다.]또 메시지가 내 뇌리에 떴다.
[한 주임을 적으로 돌리며 자신을 과시하려면 1번, 한 주임과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한 주임에게 아부하려면 2번을 선택하십시오.]특별한 상황은 아닐 것인데 선택의 순간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이것은 평범한 상황이지만.
내게는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의미가 분명했다.
‘한 주임은······.’
당분간 해고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때까지는 매일 봐야 한다.
‘아부다. 누구든 적을 만들어서 좋을 건 없지. 2번!’
나는 바로 2번을 선택했고.
이제는 그에 맞는 답변을 해야 한다.
“주임님이 진열해 놓은 것이 보기 좋아야 사람들이 더 많이 사 간다고 하셔서 잡티를 골라내고 있었습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한 주임의 지시라는 말에 나카무라 사장은 한 주임을 다시 보는 눈빛이다.
“그래?”
물론 한 주임이 시킨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매일 봐야 하는 주임에게 더 잘 보일 수 있다.
주임은 내 대답에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예, 주인 나리.”
“이상하군, 내 곡물에 겨와 티가 왜 섞여 있지?”
살짝 미소를 보였던 나카무라 사장이 한 주임을 보며 물었다.
‘더 화가 난 눈빛이군.’
사실 나카무라 사장이 거래하는 쌀은 꽤 좋은 쌀이고 잡곡이다.
그래서 좋은 평판을 듣고 있다.
‘또 하나 걸리셨네.’
한 주임은 곧 해고당할 것 같다.
“저번 달에 김해에서 올라온 쌀과 보리가 약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이미 알았다는 건가?”
눈빛이 매섭게 변하는 나카무라 사장이시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렇다면 김해 쪽과는 거래를 끊어야겠군.”
상인은 신용이 없는 상대와는 거래하지 않는다.
특히.
나카무라 사장은 더 그렇다.
‘첫 거래였지 아마!’
첫 거래부터 이러면 신용이 없는 지주일 테니까.”
사실 김포나 이천 지역에서 나는 곡물로도 운영은 충분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왜 굳이 먼 김해지역에서 쌀을 받았냐는 것이다.
‘물류비도 상당할 건데······.’
짐작건대 한 주임은 물류비 일부를 뒷돈으로 챙겼을 것이다.
그리고 한 등급 정도 질이 떨어지는 곡물을 최상급의 곡물 가격으로 셈을 했을 것이고.
그 차액을 챙겼을 가능성이 크다.
‘한 주임이 썩고 있는 거지.’
원래 거래하는 곳은 김포와 이천이니 그들은 오래된 거래처라서 그런 짓을 했다가는 나카무라 사장님이 바로 알아차릴 거라 꼼수 아닌 꼼수를 쓴 거지만.
이번 일이 자신의 무덤을 파게 된 꼴이라는 것을 한 주임은 모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큰 미곡상을 조선인이 관리하고 있다.
이것은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최소한 나카무라 사장이 일본인과 조선인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의미고.
능력에 따라 대우한다는 의미다.
이건 다시 말해 예전 한 주임은 나카무라 사장에게 꽤 신임을 받고.
능력이 있는 상인이었다는 의미인데.
어느 순간부터 그 신임을 잃었다는 것이다.
“거래처를 바꾸면 이런 일이 생기는 법이네.”
“죄송합니다. 가격 자체가 저렴해서 그랬는데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한 주임은 발뺌하려 했지만 늦은 것 같다.
“상인이야 1전의 이문을 보고 10리를 가는 사람이지만 이문보다 더 중요한 건 신용이야. 이문을 덜 남겨도 좋은 것을 사서 팔아야 신용을 잃지 않네.”
“예, 명심하겠습니다.”
한 주임은 바로 대답했고.
나카무라 사장님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시며 나를 보셨다.
“그러고 보니 철아, 너도 쓰고 읽을 줄 안다면서?”
그때 다시 나카무라 사장이 내게 물으셨다.
생각하지도 못한 질문이었다.
물론 이제야 내가 내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깔아 놓은 포석들이 결과를 내는 순간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참 애매했다.
‘왜 지금 물어본 걸까?’
여기서 의문을 가져야 한다.
‘기회다!’
고작 하급 점원이 쓰고 읽을 줄 아는 것을 칭찬하려고 말을 꺼냈다기에는 상황이 묘했다.
“헤헤헤, 예······.”
내가 멋쩍게 웃지만.
내게 기회가 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