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9
대한민국 절대 재벌! 9화
“소학교도 못 나왔다고 들었는데?”
“조금 다니다가 독학으로 배웠습니다.”
“독학?”
나카무라 사장님은 다시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문뜩 나를 처음 봤을 때의 나카무라 사장님의 눈빛이 떠올랐다.
어릴 적 자신과 나를 동일시하며 추억을 더듬었던 그 눈빛 말이다.
아마 그래서 나를 살폈을지도 모른다.
장사하는 상인이나 기업가만큼 사람을 잘 알아보고 써야 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예, 어찌어찌해서 글을 배우고 셈도 좀 배웠습니다.”
“그래?”
“예, 주인 나리.”
일본인은 주종의 관계를 많이 따진다.
나카무라 사장님의 상점에서 나카무라 사장님을 주인 나리라 부르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다들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나는 그들과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장부에서 틀린 부분을 찾아봐라.”
사장님은 내게 장부를 내밀었고.
나는 틀린 글자들을 다 찾아 말해 줬다.
물론 장부는 글자만 틀린 것은 아니다.
이입 산출을 조작했다면 셈이라도 정확하게 해서 조작이라는 것을 숨겨야 하는데.
여기저기 허점이 너무 티 났다.
‘나름 머리를 굴린 모양이지만 다 드러나는군, 돌대가리야.’
한 주임이 장부까지 조작한 사실을 안다면.
곧 해고당하게 되리라.
“허허허, 진짜구나.”
사실 내가 일본어를 쓰고 읽는 데 불편함이 없다는 것을 사장님께서 알게 하려면.
리에 아가씨의 시녀인 삼순이에게 글을 가르쳤다.
처음에는 한글을 가르쳤고.
그다음에는 간단한 일본어 쓰고 읽는 것을 가르쳤다.
아마 삼순이는 이 사실을 리에 아가씨와 사장님께 말했을 것이다.
하여튼 내가 읽고 쓸 줄 알고.
심지어 셈까지 정확하게 할 줄 아는 녀석이라는 소리를 들으려고 꽤 열심히 움직였다.
“한 주임.”
나카무라 사장이 담담한 목소리로 한 주임을 불렀다.
‘목소리는 담담하지만!’
나카무라 사장의 눈빛을 보니.
뭔가 결심한 것 같다.
“예, 사장님.”
“앞으로 미곡상 장부 기록은 철이한테 시키게.”
몇 단계 승진이라면 승진이다.
주판이나 튕기며 셈이나 하면 되니 이제는 몸이 편해지리라.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상인의 최고 덕목은 신뢰지만 그전에 근면 성실이 우선이니까.
‘옷깃이 낡았어.’
나카무라 사장님의 소매 옷깃이 닳았다.
큰 부자인 만큼 매일 새 옷을 입을 수도 있지만.
저런 해진 옷을 입는다는 건.
둔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근면 성실함을 넘어서 소박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부지런하고 소박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벌써 말씀이십니까?”
놀라는 눈빛이다.
만약 이럴 때 내가 한 주임에게 아부해 놓지 않았다면.
한 주임은 다른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장부 기록이 수월한 일은 아니니 힘쓰는 일은 좀 줄여 주게.”
이 미곡상에서 일한 3개월까지는 몸 쓰는 일만 했었다.
그것도 하찮은 일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잔심부름을 하는 존재였다.
내 바로 위는 배달꾼이고, 그다음이 수금원, 그 위에는 그들을 관리하는 조장들이 있고.
그들과 별도로 장부를 관리하는 장부 관리인이 있다.
‘왜?’
파격적인 승진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상석이 형은!’
한 주임의 오른팔.
그런 사실까지 나카무라 사장은 파악했다는 의미.
‘자주 오지 않으시지만!’
미곡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알고 있다.
‘그러면!’
따로 은밀히 보고하는 사람이 있으리라.
하지만 나만 볼 수 있는 문구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을 나는 찾아내지 못했다.
“철이는 쓰고 읽는 것에 부족함이 없군.”
나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래도 쉬이 맡길 일은 아닙니다. 사장님.”장부를 기록하던 상석이라는 청년은 한 주임의 오른팔.
장부 기록을 내가 하면.
이제는 장부로 장난질을 칠 수 없기에.
마지막으로 한 주임이 저런 말을 하는 것이다.
‘둘이 장부로 장난질을 치겠지.’
그러니 내가 장부를 관리하면 그 장난질을 못 치게 저러는 것이다.
“적임자다. 나이가 좀 어리니 한 주임이 잘 가르치게.”
나카무라 사장은 당장에라도 한 주임을 내칠 눈빛이었건만.
당장 그러지는 않을 듯하다.
“아, 예, 알겠습니다.”
나는 이것으로 나카무라 사장님의 용인술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내치면!’
자기가 지은 죄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거짓과 유언비어를 통해서.
나카무라 사장을 험담할 것이 분명하니.
이러는 것 같다.
‘사람을 해고할 때도!’
적당한 시기가 있다는 사실을.
나는 나카무라 사장에게 오늘 배웠다.
“장부만큼 정확해야 하는 것이 없네.”
이건 질책이다.
하지만 한 주임은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여부가 있겠습니까.”
“장부는 분칠한 여인처럼 보기 좋아야 하지만 그 분칠 때문에 그 속이 가려져서도 안 되네. 그러니 자네가 잘 지도하고 편달하게.”
또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하여튼 한 주임이 자신을 속였는데 당장 해고하지 않을 모양이다.
‘한번 부린 사람은 좀처럼 버리지 않는다는 건가······.’
역시 큰 부자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알겠습니다. 철이 녀석이라면 잘할 겁니다. 아직 어리니 제가 잘 가르치겠습니다. 사장님.”
더 말하지 않는 것은 내가 조금 전에 주임에게 이득이 되는 아부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할 것이네. 철아.”
“예, 주인 나리······.”
나는 나카무라 사장님을 사장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주인 나리라고 부른다.
내가 주인으로 그를 부르면 그는 나를 돌봐 줄 테니까.
“앞으로 매일매일 장부를 가지고 내 집으로 와라.”
이건 한 주임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다.
‘눈치채지 못했어. 말의 뼈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군.’
한 주임의 신임은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또한, 일종의 경고다.
어떤 면에서는 한 주임은 나카무라 사장님께 마지막 기회를 받은 거지만.
그것 역시 깨닫지 못한 것 같다.
“네? 철이를 사장님 댁에 메일 보내라는 말씀입니까?”
한 주임이 놀라 나카무라 사장님께 되물었다.
“그렇다네, 한 주임.”
덤덤하게 말하는 나카무라 사장이었다.
“아……. 그게……!”
“자네는 미곡상 관리를 하느라 바쁠 테니 철이를 보내면 되네. 하여튼 자네가 이 큰 미곡상을 관리하느라 고생이 많네.”
신임을 거둬들였지만.
잘못한 것을 바로 질책하지 않고 내치지 않는다는 건.
사장님은 참을성이 대단한 인물이고.
사람을 제대로 다를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장님.”
“철아.”
그때 사장님이 나를 다시 부르셨다.
“예, 주인 나리.”
“너는 왜 나를 주인 나리라고 부르는 것이냐? 대일본제국은 천황 폐하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
모처럼 뜬구름을 잡는 이야기를 하시는 나카무라 사장님이시다.
‘가난한 자의 나라는 없다.’
아니, 그 어떤 평등한 세상에서도 만민이 평등하진 않다.
예전에는 주어진 계급이 차별을 만들었고.
미래에서는 자본이 계급을 만들고 차별을 만든다.
돈이 곧 권력이고 힘이 되는 진흙탕 같은 사회가 올 것이고.
그 사회에서 나는 정점에 올라설 것이다.
“그야 제 주인이시니까요. 먹여 주시고, 입혀 주시고, 돌봐 주시니 제 주인이십니다.”
바로 대답했다.
이것이 바로 내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일본인들이 속으로 원하는 부분이다.
일본인들에게는 시쳇말로 겉 내와 속내가 있다.
전생에서 일본인 관련 책에서 봤다.
다시 말해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 일본인이라는 것이다.
겉으로는 친절하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다.
또한.
겉으로는 신의를 중시하지만.
속으로는 타인을 밟고 이기려는 이기심이 가득하다.
그래서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일본인이다.
물론 모든 일본인이 겉과 속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 어느 곳에도 나쁜 놈, 좋은 놈은 다 있기 마련이니까.
“아부를 정말 잘하는구나. 허허허!”
이럴 때는 다시 머리를 긁적이면 된다.
“햅쌀 좀 챙겨라.”
“예.”
이건 자기를 따라오라는 소리다.
‘또 할 말이 있나?’
이 순간이 내게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