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10
대한민국 절대 재벌! 10화
자동차 안.
이 시대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동차를 타 봤다.
자동차를 타자마자.
한 주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매섭다.
‘이제는 한 주임을 신뢰하지 않는 모양이군.’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한 주임이 또다시 실책을 저지르면 해고할 것이다.
“장부에서 또 틀린 것이 없더냐?”
잠시 한 주임을 바라보던 나카무라 사장님께서 나를 보시며 담담히 물으셨다.
내가 말하지 않은 것을 이미 파악하신 것 같다.
“그게······.”
“한 주임 앞이라서 말을 못 한 거겠지?”
기대 이상으로 나를 높게 평가하는 것 같다.
내 능력을 높게 본 것.
“주인 나리께서는 가끔 오시지만 저는 주임님은 매일 봅니다.”
지금, 이 순간 한 주임의 못된 짓을 고발해서는 안 된다.
한 번 고발자로 찍히면 더 큰 신임을 받을 수 없을 테니까.
지금은 내 능력을 보이는 것보다 그저 묵묵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허허허, 녀석, 처세가 좋구나.”
“저는 틀리지 않게 잘 기록하겠습니다.”
이게 핵심일 것이다.
아마 사장님은 한 주임이 자기 모르게 뒷주머니를 차고 있다는 제보 아닌 제보를 받고 왔을 확률이 높다.
“너는 왜 내 미곡상에 소매로 곡물을 사는 단골이 왜 없다고 생각하느냐?”
아마 이 사실을 파악하고 오셨으리라.
그리고 장부가 틀린 것, 그리고 이입 산출이 잘못된 부분을 보시고.
한 주임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게······.”
“아느냐, 모르느냐?”
사장님은 이미 아시는 거다.
그래서 매일 장부를 보자고 하시는 것이리라.
“그게······.”
“알지만 말을 못 하겠다는 것이냐?”
“저야 뭐······.”
“상인은 신용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누군가 내 신용을 깎아 먹고 있구나.”
한 주임을 말씀하시는 것.
“됫박부터 바꿔야겠다.”
알고 오신 것이다.
그렇다면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이고.
그러고 보니 미곡상에서 한두 됫박씩 곡물을 사러 오는 사람들의 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내일, 네가 바꿔놓아라.”
사장님은 내게 직접 지시를 내렸다.
이것은 자기 지시만 따르라는 의미일 것이다.
‘한 주임이 곧 해고당하겠군.’
아마 한 주임은 다음에 채용할 주임이 결정되기 전까지 일할 것 같다.
“예, 주인 나리 그런데······.”
“너는 알고 있었지?”
“······예.”
다 알고 있다고 말한 것과 다름없으니 이제는 대답해도 된다.
고자질쟁이가 아닌 입이 무거운 사람으로 보이게 될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내가 더 신임을 얻는다면 지금보다 더 중요한 일을 맡길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주제가 넘는 말씀이나 장사라는 것이 팔 물건만 진열해 놓고 기다릴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뭐라고?”
사장님이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보였다.
“광고라는 것을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광고라?”
사실 이 시대는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
“예.”
“그래, 해 보아라.”
바로 내가 하려는 것을 해보라고 말하는 나카무라 사장님이시다.
“예, 주인 나리.”
이제는 내 능력을 보여야 할 때가 왔다.
* * *
1940년 6월 21일.
다음 날, 나는 한 주임 모르게 됫박을 바꿔놨다.
‘반 홉 정도 더 크게······.’
거기다가 정량에 딱 맞는 됫박이 아니라 반 홉 정도 더 많이 담을 수 있는 됫박으로 바꿔놨다.
아마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가난한 사람들은.
나카무라 사장님의 미곡상에서 쌀이나 보리를 사면 한두 끼니는 더 나온다는 입소문을 퍼뜨릴 것.
물론 지금까지 잃은 신뢰를 다시 쌓으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박리다매지.’
상인이 인심도 잃고, 신용을 잃게 되면 모든 것을 잃는다.
이건 내 평생의 명언으로 삼을 것이다.
나는 사장님에게 말한 것처럼 광고를 시작했다.
뭐 광고라고 할 건 없지만 갱지에 글과 그림을 그려서 전봇대나 벽에 붙였다.
미곡상이 어디에 있는지 약도도 그려 놨다.
기회를 얻었을 때 내 능력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해방이 오기 전까지 이 미곡상 주임만 되어도······.’
더 큰 기회의 발판이 만들어질 것이다.
물론 장부를 기록하는 기록원이 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여전히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물을 긷고.
미곡상 앞을 티끌 하나 없이 비질한다.
* * *
3개월이 지나자 수익이 30% 이상 상승했고.
나는 사장님께 다시 불려갔다.
“매출이 늘었군.”
원래 이런 일이면 장부를 관리하는 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미곡상 전체를 관리하는 한 주임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한 주임이 아니라 나를 부른 건.
그만큼 한 주임은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고.
내가 수익 성장을 이뤄냈다는 것을 나카무라 사장님이 아신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주인 나리.”
“곡물 매입 단가 대비해서 이익은 줄었지만 총 매출이 늘어서 수익이 늘었구나. 어떻게 한 거지?”
내가 어떻게 했는지 다 알고 있는 눈빛이다.
그런데도 내게 묻는다는 것은 나를 시험해 보고 싶은 것.
“정량보다 반 홉 정도 큰 됫박을 사용했습니다.”
“소매로 사는 고객들에게 더 줬다고?”
나카무라 사장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허락 없이 한 일이라 저런 표정을 지었을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독단적인 행동.
“예, 그렇습니다. 미리 말씀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왜 그랬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밥하는 사람은 남은 쌀이나 보리만 봐도 얼마나 남았고, 이 정도면 얼마나 먹을 수 있는지 압니다.”
이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하다.
그래서 쌀 한 톨 보리 한 톨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이제 밥하는 아낙들은 주인 나리의 상점에서 쌀이나 보리를 사면 한두 끼니를 더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겁니다.”
“그것을 기대하고 움직였다는 것이냐?”
“예, 그렇습니다. 됫박이 작았던 예전에는 소매로 사는 단골이 없었습니다.”
대형 미곡상이라서 소매거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주인 나리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신용을 잃으면 다 잃게 된다는 말씀이 진리인 것 같습니다.””그건 그렇지.”
“저는 그래서 박리다매로 많이 팔아서 이문을 더 남기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네 마음대로 했다는 것이냐?”
나카무라 사장님의 눈빛이 변했다.
“죄송합니다.”
바로 머리를 숙였다.
“네 마음대로 결정할 것이면 네가 사장을 해야지.”
이건 경고다.
앞으로 무슨 일이든 보고하고 움직이라는 경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결과가 좋으니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것이나 다시는 허락 없이 마음대로 하지 마라.””예, 명심하겠습니다.”
“재주를 부려서 성공하면 흥이 나겠지만, 그것이 상도는 아니다. 잔꾀는 성공할 때도 잦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그 피해는 이익보다 더 크다.”
이것은 또 어떤 면에서는 내 권한이 어느 정도 상승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예, 주인 나리.”
“박리다매도 나쁘지 않군. 인심도 얻고, 공덕도 쌓았으니 좋은 일이지.”
나카무라 사장은 불교 신자인 모양이다.
하여튼 순이익이 30% 상승했다는 말에 사장님이 미소를 보이셨다.
“철이, 너는 정직하면서도 상재가 있구나. 그렇다면 여기서 수익을 더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이제 취직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점원에게 엄청난 것을 물어보았다.
“작은 방법과 아주 큰 방법이 있습니다.”
내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아시고 물었으니 이럴 때는 겸손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내가 아는 만큼 대답하면 된다.
“작은 방법과 큰 방법?”
“예, 그렇습니다.”
“말해보아라.”
“작은 방법은 쌀을 도정할 때 쌀눈을 조금씩 깎아서 팔아 이익을 더 남기는 것입니다.”
도정할 때 현미로 도정하느냐, 백미로 도정하느냐의 차이에 따라.
됫박에 담기는 쌀 톨의 수가 미세하게 달라진다.
그리고 이런 미세한 차이는 수익에 직결된다.
물론 쌀의 등급은 하락하겠지만 말이다.
‘이밥에 고깃국······.’
조선 사람에게 이밥에 고깃국은 그야말로 꿈 그 자체다.
그래서 몇 년 후 북한을 장악한 김일성의 구호가 이밥에다 고깃국이었다.
하지만 그놈은 손자새끼까지 북한의 권력을 세습했지만.
여전히 인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지 못했다.
그래서 혹자는 소련이 김일성을 택한 건.
그가 자기들 말을 고분고분하게 잘 들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미로 팔자는 거냐?”
“고객에 따라 백미나 현미로 구분해서 파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섞어 파는 것은 잘못된 짓이니 구분해서 파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현미가 백미보다 몸에 좋다.
물론 이 시대에는 그런 것을 아는 사람은 아예 없지만 말이다.
내 말에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렇게 팔아라. 그리고 큰 방법은 무엇이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