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11
대한민국 절대 재벌! 11화
“곡물을 미리 사재기해 두는 것입니다.”사재기만큼 돈이 되는 일도 없다.
“그래?””그에 앞서서 김포평야의 땅을 사서 소작농들에게 농사를 짓게 하면 곡물 매입 단가는 반드시 하락할 것입니다.”
소작농은 모두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이다.
나카무라 사장님이 내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그들에게도 조금의 이익이 될 것이다.
“너무 큰 방법이구나.”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곧 곡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뛸 것입니다. 그때를 대비하셔야 합니다.”
“왜 곡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다고 생각했지?”
“미곡상은 판매도 중요하지만, 곡물의 매입 단가가 제일 중요한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가장 저렴하게 매입하는 방법은 자체적으로 곡물을 생산하는 시스템입니다.”
“시스템?”
나카무라 사장이 내 말을 되물었다.
‘시스템은 영어지······.’
그리고 나를 묘한 눈으로 보았다.
겨우 상점의 점원인 내가 일본어를 쓰는 것뿐만 아니라.
영어까지 쓰고 있으니, 당연한 행동이었다.
“시스템은 어느 나라 말이지?”
“주워들은 영어입니다.”
“영어를?”
다시 한번 놀라는 나카무라 사장이었다.
“하하하, 놀랍구나.”
“어릴 적에 선교사가 저희 마을에 왔었습니다. 그때 조금 배웠습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흐음, 미국인 선교사가 남아 있었나?”
미국은 일본의 적국이다.
“미국이 아니라 이태리에서 온 선교사였습니다.”
이탈리아는 독일과 일본의 동맹국이다.
물론 아주 약간이지만, 이탈리아어도 할 줄 안다.
환생한 후에 뭐든 빠르게 배운다.
“어느 정도 배웠지?”
대화의 주제가 갑자기 다른 쪽으로 흘렀다.
“일본어처럼 읽고 쓰기가 가능합니다.”
“오······!”
입이 쩍 벌어지는 나카무라 사장이었다.
“대단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해야 할 것 같구나. 너도 알다시피 양키들은 우리의 적이다.”
어느 순간 나를 걱정해주는 나카무라 사장이시다.
“예, 주인 나리.”
태평양전쟁이 시작됐으니 맞는 말이다.
“그건 그렇고 왜 곡물의 가격이 폭등할 거라고 생각하지?”
“신문을 보니 위대한 황군이 대동아 공영을 위해 인도차이나반도로 진격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일본 군부는 미쳐가고 있다.
‘부족한 석유 때문이지.’
그래서 인도차이나반도를 침략한 것이다.
‘하지만 패착이다.’
일본은 전쟁터를 더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신문도 읽고 있느냐?”
“사장님 댁에 갈 때마다…….”
“그래, 그랬구나. 됐다. 그래서?”
“그렇게 되면 반도의 곡물이 군량으로 쓰이지 않겠습니까?”
어쩔 수 없는 시대라 위대한 황군이라 말했지만.
속으로는 치가 떨렸다.
군국주의가 팽배한 일본은 인도차이나반도 침략을 시작으로 패망의 길을 걸을 것이다.
“신문을 보고 내일을 읽는다?”
내 능력을 또 한 번 높게 볼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저의 짧은 생각은 그렇습니다.”
“철이 너는 생각이 절대 짧지 않다. 이런 것을 생각해 내는 사람은 일본인들도 몇 없다.”
“그리고 주인님 제 생각에 땅은 영원히 그 자리에 남을 겁니다. 땅값은 계속 오를 것이고요.”
“맞는 말이다. 그 방법도 괜찮을 것 같구나.”
그날 이후 나카무라 사장은 김포평야의 논과 밭을 사들였고.
경성 인근 지역의 논과 밭도 사들였다.
과수원을 사자마자.
나를 부르고 하신 말씀이다.
[그럼 제가 기생집과 요정 집을 알아보겠습니다.]사실 기생집과 요정 집의 구분은 딱히 없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정말 잘 알아먹는구나. 하하하!] [감사합니다. 주인 나리.] [아니다. 너는 내게 보배가 될 것 같구나.]어느 순간 나를 확실히 인정하는 나카무라 사장이었다.
‘하여튼 엄청난 재력가구나.’
포목점을 비롯해 여러 가지 상점들과 자동차 공업소도 같이 있을 정도다.
‘그래, 땅은 영원히 남는다.’
이건 내 미래를 위한 완벽한 꼼수다.
* * *
1942년 3월 1일.
2년이 지났고.
나카무라 사장님의 미곡상은.
경성에서 제일가는 미곡상으로 변했다.
그동안 나는 나카무라 사장에게 더 큰 신임을 얻게 됐다.
그리고 한 주임은 내가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해고당했고.
새로운 일본인 주임이 왔지만.
미곡상의 일은 거의 다 내가 결정했다.
그리고 나는 나카무라 사장이 하는 사업들의 장부들을 점검하는 요직에 앉게 됐다.
모두 나를 보고 출세했다고 말했다.
‘출세?’
아니, 이제 시작일 뿐이다.
“강철, 자네는 복을 타고났어.”
일본인 주임이 나를 보며 말했다.
일본인 주임은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다.
아랫사람을 관리할 때 크게 질책하지 않으면서.
칭찬해야 할 때는 아낌없이 칭찬하는 사람이다.
‘간판 사장이구나.’
거의 내가 미곡상을 운영하기에 나카무라 사장님께서 인자한 사람을 주임으로 앉힌 것이다.
좋게, 좋게 사람들을 관리하라고 이런 조처를 내린 것이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고.
권한이 늘어난 만큼 책임감도 무겁다.
“예?”
“사장님께서는 한번 믿으시면 끝까지 믿으시지. 그러고 보니 자네, 참 잘생겼군.”
“하하하, 제가요?”
“기생오라비의 뺨을 때릴 정도로 생겼군.”
맞다.
미곡상 배달꾼일 때, 기방에 쌀 배달을 갈 때면.
나를 보고 넋이 나간 기방 기생들이 꽤 있었다.
-강 씨, 단오날 뭐해?
-우리 자유연애 한 번 할까?
-내 기둥서방으로 앉을래?
늙은 기생이나 어린 기생이나 내 외모 때문에 내게 추파를 던지는 여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런 추파는 국적을 초월하기도 했다.
-강철 상~
-우리 우미관에 가서 활동사진이나 볼래요?
-호호호, 힘드시겠다.
일본 여학교 기숙사로 쌀 배달을 갈 때.
농담 반 장난 반으로 내게 말을 거는 신여성들이 많았다.
“하하하, 제가 그렇습니까?”
일본인 주임의 말에 나는 멋쩍게 웃을 뿐이다.
“허허허, 자기가 잘난 것을 모르는데.”
“하하하!”
안다.
알아도 그뿐이다.
‘얼굴 잘생긴 것은 밥 먹여 주지 않습니다.’
남자는 오로지 능력이 전부다.
물론 능력을 갖춘 남자가 외모까지 출중하다면.
그것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나는 잘 안다.
* * *
1942년 8월 15일, 강철이 지내는 쪽방.
내 직급은 이제 미곡상의 부주임 정도다.
정확하게 말하면 직급이 아니라 권한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래도 난 매일 새벽에 일어나 물을 길어 왔고, 마당을 비질했다.
‘지켜보고 계실 테니까.’
나카무라 사장님은 나를 계속 관찰할 것이다.
내 성장을 보고 재미 비슷한 것을 느낄 것이다.
그러니 나는 계속 겸손하고, 계속 능력을 보여야 한다.
-배달꾼 아저씨들 옷을 깔끔하게 입혀야 할 것 같습니다.
일본인 주임에게 건의도 했다.
-배달꾼들이 일도 바쁜데 옷을 빨아 입을 시간이 있을까? 쉬는 시간에 옷까지 빨라고 하면 불만이 많을 것 같은데?
-보이는 부분은 중요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나?
미곡상에서 내 생각은 꽤 많이 실현된다.
-곡물은 먹는 겁니다. 깨끗한 옷을 입은 사람이 배달하면 더러운 옷을 입은 사람이 배달한 것보다 더 신뢰받을 겁니다. 그러니 하루하루 빨아 입게 해야 합니다.
-그렇기도 하겠지만······. 시간이 없어.
-빨래하는 여자 둘을 고용하시면 됩니다.
-빨래만 하라고 사람을 쓴다고?
-예.
-알았으니 철이 자네가 그렇게 말하니 그렇게 하게.
하여튼 그날 이후.
나카무라 미곡상의 배달꾼을 비롯해 점원들의 옷이 깔끔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깨끗한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유니폼?
나도 모르게 또 영어를 썼다.
-상점을 상징하는 제복을 입히는 겁니다.
-그래서?
-신뢰를 더 쌓을 수 있습니다.
-자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야지.
일본인 주임은 나카무라 사장님만큼 나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과 노력을 통해 내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점원들이 같이 자는 숙소에서 혼자 잘 수 있는 작은 쪽방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것은 주임님의 배려다.
아니, 장부 정리를 할 때.
좀 더 집중시키려는 조치다.
“아하압······!”
졸린다.
이제 자야 할 때인가 보다.
하여튼 오늘 할 일은 다 했기에 간이침대에 누웠고.
잠을 청했다.
“앗, 따가워!”
잠을 잘 때마다.
나는 망할 놈의 빈대들에게 뜯긴다.
햇빛 좋은 날에 침구류를 말려 보기도 했고.
뜨거운 물에 삶아 보기도 했지만.
끝내, 빈대 퇴치는 실패했다.
“아, 시발! 이 새끼들 때문에 잠을 못 자겠군.”
사실 간이침대를 설치한 것도 빈대 때문이다.
그런데도 빈대들은 간이침대의 다리를 기어올라 나를 물어뜯었다.
“방법을 좀 찾아야겠어.”
이대로는 못 살겠다.
“그렇지!”
번뜩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나는 벌떡 일어나 쪽방에서 나가 세숫대야 4개에 물을 받아 들어왔다.
그리고 간이침대 다리에 하나씩 놓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히히히, 이러면 네놈들이 어떻게 기어오르겠어?”
좁쌀보다 더 작은 빈대 대가리보다 내 머리가 좋을 수밖에 없다.
이제야 빈대들에게 더는 뜯기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쁜 마음에 내 옷에 달라붙은 빈대들을 다 잡은 후.
기분 좋게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두어 시간 정도 잤을까?
다시 몸이 따가웠다.
“앗, 따가워!”
이해가 안 되는 순간이다.
다시 불을 켰고.
간이침대 아래에 놓은 세숫대야를 봤다.
정말 빈대 놈들이 내 피를 갈구한다면 헤엄을 쳐서 내게로 기어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세숫대야에는 빈대 한 마리가 없었다.
“없는데······.”
이해가 안 된다.
의구심이 생겼지만.
다시 간이침대에 누웠다.
지금 자야 내일 일찍 일어나 다시 일할 수 있으니까.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행복.
이것이 내게 허락된 유일한 행복이다.
“이런 망할, 히히히!”
그리고 기가 찰 것을 보고 말았다.
빈대들이 천장에 달라붙어 내 몸 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아······.”
내가 비록 빈대들의 오기와 집념에 졌지만 제대로 깨우친 것이 있다.
“빈대들도 저렇게 악착같이 머리를 쓰는구나.”
저런 미물인 빈대도 이렇게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사는데.
나는 더욱 치열하게 머리를 쓰며 내 삶을 개척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오늘은 빈대 놈들에게서 배웠다.”
모든 일을 할 때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리라.
항상 깨우치고 위기가 닥칠 때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리라.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리라.
이것이 오늘 내가 얻은 교훈이다.
“빈대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어.”
각오를 다시 한번 다져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