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12
대한민국 절대 재벌! 12화
1942년 10월 15일.
나카무라의 서재.
“주인 나리······.”
여전히 나는 나카무라를 상전으로 모시고 있다.
그는 일본인이지만 신용이 있는 대상인이며.
조선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성공한 것은 그의 덕이다.
‘은혜는 잊지 말고, 원수는 기억한다.’
이것은 인간의 도리를 넘어 기업가가 꼭 잊지 말아야 하는 명언일 것이다.
“할 말이 있나? 강 주임.”
18살에 나는 주임이 됐다.
오로지 신용과 능력으로 올라섰다.
아마 종로에서 18살에 큰 미곡상의 주임이 된 조선인은 나 말고는 없을 것이고.
이것은 꽤 성공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니, 이제 종로에서 장사하는 장사치 중 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가 관리하는 곳이 미곡상이기에.
쌀이나 보리가 들어가는 곳에는 나를 알고 기방이나 공장들까지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고객을 위해 웃는 미소에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닌 터라.
나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공손하게 대했고.
내 고객들은 나를 좋게 보았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얼굴이 어두워 보이십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내가 먼저 꺼낼 수는 없다.
‘폭격과 패전.’
그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쩔 수 없지, 나카무라 사장님은 일본인이니까.’
자신의 조국이 패망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에 반해 나는 조선인이다.
그러니 나는 일본의 패망을 기다린다.
그리고 준비한다.
격동의 세월 속에서 기회가 오는 법이니까.
사실 내 기억에는 전쟁을 통해 인접 국가가 성장하고, 기업이 성장한다.
패망한 일본이 빠르게 복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의 아픔인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이었다.
물론 내 조국 대한민국의 성장에 베트남 전쟁과 그들의 피맺힌 눈물이 없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일본의 패망 후를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카무라 사장을 속여 배신하거나.
설득해 협조를 구해야 한다.
‘세상은 뜻대로 돌아가지 않아, 어쩔 수 없을 때는 비정하게······.’
은혜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지금 ‘비정’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저 내가 그런 짓까지 하지 않기를 바랄 뿐.
“자네의 눈에는 내가 그리 보이나?”
나는 매일 저녁이면 나카무라 사장의 집으로 와서 정리한 장부를 보고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나는 이제 거의 이 집안 식구처럼 대우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카무라 사장님은 나를 때로는 조카처럼.
때로는 아들처럼 대해 주셨다.
‘한번 신뢰하면······.’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버리지 않는 성격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난 하루가 지날 때마다 나를 대하는 눈빛이 남다르게 변하는 걸 알고 있다.
‘아들이 없으시지······.’
마치 나를 아들처럼 보시는 눈빛이다.
“······예.”
“자네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보군.”
내가 나카무라 사장을 살피는 만큼 그도 나를 유심히 살폈다.
‘내 주변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계시지.’
나에 대해 내게 묻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을 통해 내 모든 행동을 조목조목 따지는 것 같다.
‘왜 그랬을까?’
갑자기 왜 이러시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권한이 높아지면 사람이 변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해고당한 한 주임이 그랬으니까.
“내가 자네에게 예전에 해준 말이 있지?”
나카무라 사장님께서 뜬금없는 말씀을 꺼내셨다.
“예?”
“부자 이야기 말일세, 사실 나도 자수성가한 사람이라네. 히로시마에서 장사하다가 반도로 건너왔지. 아마 반도에 건너오지 않았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거야.”
들은 이야기다.
나카무라 사장의 고향은 히로시마다.
그도 나처럼 어릴 적에 점원으로 시작했고.
나처럼 좋은 주인을 만나 자수성가할 발판을 만들었다.
난 그 주인이 바로 리에의 외할아버지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일본 국권 침탈 초기 일본은 동양척식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그때 일본인들로서는 조선은 기회의 땅이었을 것이다.
일제가 이런 짓을 한 건.
조선을 관리할 인원이 필요했기 때문이었고.
아마 나카무라 사장님도 그때 히로시마에서 조선으로 건너왔을 것이다.
‘히로시마라······.’
전생 때 패키지 관광으로 히로시마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웅장한 히로시마 성이 있는 곳이고, 사쿠라, 아니, 벚꽃이 멋들어진 곳으로 기억한다.
‘원폭······.’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해방까지는 이제 3년 남았다.
“히로시마는 벚꽃이 참 아름답게 피지 않습니까?”
나도 모르게 히로시마에 대해 아는 것처럼 말했고.
나카무라 사장이 다시 나를 유심히 봤다.
“들은 이야기인가?”
“주인마님께 들었습니다.”
이 집에서 내게 친절히 대하는 사람이 또 한 분 있다.
나카무라 사장님의 아내다.
어떤 면에서 나는 인복은 타고난 것 같다.
-강철 군 항상 고마워요.
주인마님께서는 내가 주인댁에 올 때마다.
나를 보며 웃으시고.
항상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고맙다?’
내가 돈을 벌어다 드리고 있으니.
고마운 것이다.
하지만 고용주의 아내가 이렇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같이 식사해요.
-괜찮습니다. 주인마님.
-주인마님이라는 소리는 그만하고, 그냥 같이 저녁 먹어요.
하여튼 꽤 살갑게 챙겨주시는 주인마님이시다.
‘조선인!’
몰락한 세도가의 딸.
양반 가문이 장사를 시작했다는 것은.
권력에서 밀려났다는 의미.
주인마님의 부친께서는 벼슬을 하시다가 조선이 망한 후.
미곡상을 시작하셨단다.
누구에게 들었냐고?
이 집에서 반쯤 노망이 난 청지기 할아버지에게 들었고.
노망이 났어도.
주인마님을 자신이 부리는 사람을 내치지 않고.
간병인까지 고용해서 돌봐 주고 있었다.
“그래, 그런 곳이지, 그래·····.· 그런데 말일세, 일본은 미국을 이기지 못할 것 같네.”
나카무라 사장은 주위를 휘휘 둘러보고는.
나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게 속삭였다.
‘진심을 말하고 있다.’
평범한 일본인들은 절대 생각하지도 못하는 것을.
나카무라 사장께서는 파악하고 있으시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건가······.’
이것은 그가 나를 엄청나게 신뢰한다는 의미다.
사실 그가 조선인들을 차별하지 않는 이유는.
그의 아내가 조선인 신여성이기 때문이리라.
다시 말해 리에 아가씨는 조선인의 피가 흐른다는 소리다.
어떤 면에서 나카무라 사장은 조선인에게 받은 은혜를 조선인인 내게 베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담담한 어투로 되물었다.
그리고 사장님은 내가 자신의 말을 인정한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카무라 사장님도 일본인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자네도 그걸 알지 않나?”
알지만 입 밖으로 낼 수는 없다.
나는 조선인이니까.
물론 이 사실이 고등계 경찰에게 알려진다면 일본인이라도 경을 칠 일이다.
전시에 유언비어를 퍼트리면 바로 감옥행이다.
사실 나는 나카무라 사장의 신뢰와 뒷배를 봐줘서 아직은 징용에 끌려가지 않았다.
‘내게는 정말 고마운 분이지.’
그러니 진심으로 나카무라 사장님을 상전으로 모셔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성공의 3할은 나카무라 사장님의 신뢰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성공한 기업가가 되면.
앞으로.
나의 성공을 헐뜯기 위해 일제 치하에서 일본인 나카무라 사장의 밑에서 일했던 것을 말하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고.
나를 친일 기업인이라 헐뜯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지금부터라도 금을 모으셔야 합니다.”
내가 아는 미래를 바로 말해 줄 수 없다.
‘말해 드리면 미친놈 소리를 들을 테니까.’
하지만 항상 모든 사람이 미래를 대비하고 사는 만큼.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대비하는 방법쯤은 말해 줘도 이상할 것이 없다.
나카무라 사장님도 아마도 내가 말하려는 것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맹장 아래 약졸 없다는 말처럼.
뛰어난 부하의 위에는 능력 있는 주군이 있는 법이니까.
* * *
“강 주임, 금을 모아야 한다고?”
자기도 알면서도 되묻는 눈빛을 지었다.
마치 나를 한 번 더 가늠해 보려는 눈빛이었다.
‘항상 나를 시험하시고 관찰하시네.’
이것이 요즘 나카무라 사장님의 재미라면 재미일 것 같다.
사실 전시나 위태로운 시절에는.
금이나 보석을 모아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 진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안다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에이, 설마 그럴까 하는 생각 때문이고.
또 그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상 위기가 닥치면 대비한 사람이 미래를 차지하기 마련이다.
“예, 금은 변하지 않으니까요.””그렇기는 하지.”
“어디에서도 금은 금입니다.”금의 가치는 절대적이다.
“그리고 금은 휴대하기도 유익합니다. 거기다가 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숨기려고 마음먹는다면 어떤 방법보다 쉽다.
금을 녹여 양복 단추를 만들어 검은 칠을 하면 아무도 모른다.
신고 있는 구두의 깔창 아래와 구두의 굽도 금으로 만들어 칠해도 된다.
그것 말고도 금을 숨길 방법은 많다.
정말 급한 상황이면 금을 녹여 구슬처럼 만들어 삼켜도 된다.
물론 차후에 피똥을 싸겠지만 말이다.
‘곧 그렇게까지 해야 할 때가 온다.’
일본이 패망하면 조선에 살던 일본인들은 도망치듯 조선을 떠나야 살 수 있다.
아마 사장님도 그때가 닥치면 그리될 것이다.
그리고 내게는 그때가 기회다.
‘적산이 존재한다.’
미군정이 시작되면 그 적산을 헐값으로 살 수 있을 테니까.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미군정 사람들과 인맥을 만들어야 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