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58
대한민국 절대 재벌! 58화
으슥한 골목길 모퉁이
“잘 지내셨습니까?”
내가 으슥한 골목길 모퉁이에 들어서자.
김수복이 내게 깍듯이 인사했다.
‘뇌물이라는 것이 그렇지······.’
처음 처먹일 때가 어렵지, 한 번 처먹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아주 쉽다.
그리고 뇌물은 받아먹은 놈은 받아먹은 것이 있기에 저자세로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상대가 상당히 높은 권력을 가진 자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리고 뇌물을 쓸 때 상대방이 거절하는 이유는 딱 하나일 것이다.
양심의 가책이나 도덕의 기준 때문이 아니다.
받은 것이 받고 싶어 하는 것보다 적기 때문이다.
그러니 뇌물을 쓸 때는 뇌물을 받는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액수로 처먹여야 한다.
“무슨 일이십니까?”
“경부보님께서 강철 씨를 자꾸 의심하십니다.”
경부보라면 고문귀 하편락을 말한다.
‘그 새끼가 자꾸 걸리네.’
둘째 형의 일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사실 그놈을 피하려고 야마모토에게 뇌물을 많이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의 부하인 김수복도 돈으로 매수했다.
이제 김수복은 내 수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럽니까?”
살짝 인상을 찡그리자 김수복이 내 표정을 살폈다.
“하여튼 작은 꼬투리라도 잡히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조사실에 들어가시면 없는 죄도 자백하게 됩니다.”
맞는 말이다.
수많은 사람이 불령선인이나 적색분자로 그에게 잡혀 들어갔고.
결국, 독립 운동했다고 자백했다.
만약 그렇게 독립운동가가 그렇게 많이 활동했다면.
조선은 벌써 독립했어야 한다.
한마디로 자기 출세를 위해 실적을 쌓는 놈이다.
“감사합니다. 항상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종로 김두완과는 연락도 마십시오. 그도 요시찰 대상입니다. 아시죠? 그가 김좌진 장군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그래서 장군의 아들로 불리고.
김두완은 그것을 조선 인민들에게 자랑처럼 떠벌리고 다녔다.
그래봐야 건달이다.
물론 보통의 건달과는 확실히 다른 면이 많은 위인이지만 말이다.
“저는 그자와 일면식도 없습니다.”
물론 뻥이다.
나는 김두완을 만난 적 있지만.
우리는 서로를 위해 조국이 독립할 때까지는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하여튼 젠장이다.
조선에서 제일 악질적인 승냥이 둘이 나를 노리고 있다.
‘불행은 겹겹이 찾아오는 법인데······.’
이상하게 자꾸 불안했다.
“그렇군요, 이거 받으시죠.”
나는 양복 주머니에 항상 넣어두는 묵직한 봉투를 꺼내 김수복의 주머니에 넣었다.
돈 달라고 왔으니까 줘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다.
“뭐, 이런 것까지······.”
“거느린 동생이 많지 않습니까?”
“허허허, 그렇기는 합니다. 순사 짓이 정보원 숫자 놀음이니까요.”
“제 주변에도 꽤 많이 붙어 있겠죠?”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 제 정보원들이고, 제게만 보고합니다.”
놀랍게도 김수복은 내가 준 뇌물로 조직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나름대로 밀정들의 수를 늘리고 있었다.
“강철 씨에 대해서 보고할 것은 제가 선택해서 경부보에게 보고합니다. 그리고 항상 특별한 것 없다고 보고합니다. 뭐, 사실 특별한 것도 없고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경부보께서 저를 정말 믿으십니다.”
믿는데 내 동향 보고를 누락한다.
이것은 김수복은 더는 진급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 하편락은 부하의 공을 독차지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순사 옷 입으실 겁니까?”
내 뜬금없는 질문에 김수복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
이제는 김수복과 내 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김수복이 내 눈치를 살폈다.
“감이 툭 하고 떨어져야 떨어진 줄 아는 겁니까?”
김수복을 내 수하로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도구는 도구이기만 하면 된다.
그 도구를 잡는 사람에 따라 쓰임이 달라지니까.
그리고 나는 김수복에게 얻어낼 것이 많다.
‘친일파들을 제일 많이 알지.’
거기다가 조선에 대한 정보도 제일 많이 알고, 이런저런 인맥도 많다.
마지막으로 종로 고등계에서 조사한 수많은 동향 보고 자료를 빼내서 내게 가져다줄 수 있다.
‘불령선인부터 인텔리들까지······.’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자들은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정보를 입수해서 사용하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저는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생각해보십시오. 신문을 보면 매일 승전보뿐입니다.”
“그야 승리하니 그런 것 아닙니까?”
김수복은 네가 이 정도까지 알고 있냐는 눈빛을 지었지만.
입으로는 딴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까?”
내 말에 김수복이 주변을 살폈다.
“사실 저도······.”
“오래 못 갑니다.”
“그렇죠.”
“나는 돈이 있고, 당신은 이런저런 인맥이 있습니다.”
“인맥이야 강 사장님께서 저보다 더······.”
“다 떠나고 나면요?”
“아······.”
뇌물을 지속적으로 써야 이런 소리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김수복을 걱정하는 투로 말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그날이 오면 맞아 죽을 수도······.”
해방이 오면 인민들은 일제에 붙어 동포를 모질게 대한 놈들을 처단하려고.
깃발을 들어 올릴 것이다.
사실 진짜 친일파들은 누군가의 비호를 받으며 떵떵거리고 살지만.
애매한 사람들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희생양이라는 것이 필요할 테니까.
“으음······.”
“이런 말 했다고 저를 잡아가실 겁니까?”
“하하, 제가 왜 그럽니까? 저를 걱정해주셔서 말씀하셨는데요.”
“그러니 잘 생각해보십시오. 저는 준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다.
“그러시겠지요.”
“잘 생각해보십시오. 위기에 기회가 오는 법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바빠서.”
내 말에 김수복이 내게 머리를 숙였다.
“살펴 가십시오.”
* * *
대현 미곡상 앞.
“사장님?”
직원 하나가 나를 따라온 애들 셋을 보고 나를 불렀다.
그리고 태식은 새 신을 사 줬는데도 여전히 맨발이다.
왜 그러느냐 묻자 가장 간단한 답을 들었다.
-발을 씻고 신을 겁니다.
간단한 답이기에 그러라 했다.
“이 아이들 씻기고요, 우리 집으로 보내세요.”
“······예.”
직원으로 쓸 애들이 아니다.
가르칠 애들이고, 내 미래를 위해 힘껏 일할 애들이다.
“옷도 좀 갈아입히세요. 작업복 남는 것 있죠?”
우리 상점 배달꾼들은 유니폼 비슷한 것을 입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 미곡상 배달꾼들을 한눈에 알아본다.
“예, 알겠습니다.”
“너희들 깨끗하게 씻어라. 우리 집에는 공주마마께서 사시거든.”
“사모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광수가 내게 물었다.
“그래, 나중에 따로 이야기 좀 하자.”
“예, 사장님.”
셋이 동시에 대답했다.
“앞으로는 삼촌이라고 불러라.”
“예, 알겠습니다.”
내 말에 소년들의 눈빛이 변했다.
내가 자기들을 어떻게 쓸지 안다는 눈빛이다.
‘너희가 내 밀알이다.’
* * *
미국 태평양 사령부.
“OSS의 판단이 옳을까?”
맥아더 장군이 참모진을 모아 놓고 회의를 진행했다.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쪽 민병대를 뭐라고 부르지?”
맥아더 장군이 보기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광복군은 민병대에 불과할 수밖에 없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누구도 광복군의 명칭에 관심이 없었다.
아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중국이 공산주의자에게 넘어갈 가능성은 없겠지?”
미국은 당연히 장제석의 국민당을 지원했지만.
국민당은 썩을 데로 썩어 있었다.
“절대 없습니다.”
미국의 첫 번째 오판이 일어났다.
“문제는 소련입니다. 이미 연합군이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있으니 독일이 항복하면 바로 일본에 선전포고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부동항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한반도로 남진할 것입니다.”
“그럼 곤란한데……. 우리의 구상에 한반도는 없는데······.”
미국은 그저 중국에 공산주의 정권이 수립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그리고 극동 방어선을 필리핀과 대만, 일본을 연하는 바다로 정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두 번째 오판인 에치슨 선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OSS 국장이 대통령께 민병대를 지원하는 계획을 보고했습니다.”
“독수리 작전이라······.”
“예, 그렇습니다.”
“가능할지 모르겠군.”
맥아더 장군은 파이프를 다시 입에 물었다.
* * *
강철의 대현 미곡상 사무실.
장부를 확인하고 있는데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따르릉, 따르릉!
상점에 전화기까지 놓을 정도로 나는 출세했다.
“모시모시?”
-강철.
-예, 야마모토 대위님.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졌다.
-저녁에 명월관으로 와라.
“예, 알게······”
뚝!
야마모토는 그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일이지······.”
갑작스러운 호출에 불안한 마음이 든다.
지금까지는 내가 그에게 명월관에서 술을 마실 거라고 전했는데.
직접 오라고 했다.
‘변절자 출신 정보원······.’
헌병대 오장이 내게 말했던 게 떠올랐다.
‘젠장!’
자꾸 헌병대 오장이 내게 알려 준 말이 이상하게 걸린다.
“으음······.”
“뭘 그렇게 생각해?”
첫째 형이 배달을 다녀온 후에 내게 물었다.
형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아니 관심도 없다.
그저 신혼살림에 깨가 쏟아지고.
그냥 평범한 삶이 너무 행복해서 마냥 웃고 다니는 사람이다.
‘내가 만약 발각되면!’
형의 행복도.
깨질 거다.
“아무것도 아니야.”
형과는 상의할 문제가 아니다.
누구와도 상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냥 부른 것일 수도 있지.’
야마모토가 중위에서 대위로 진급한 후.
그가 동료들과 선배들에게 산 술은 내 돈이다. 그러니 오늘도 그럴 수 있다.
“어디 아프냐?”
내가 여전히 인상을 찡그리자 형이 다시 물었다.
“아니라니까.”
“아프지 마라. 내가 못나서 네가 우리 집 기둥이잖아.”
그러고 보니 나는 막내인데 장남 노릇을 하고 있다.
“형이 뭐가 못나?”
첫째 형은 평범하다.
그게 못난 것이 될 수는 없다.
그저 우리 집 막내인 내가 특별한 것뿐.
“못났지.”
형이 나를 보며 미소를 보였다.
“형은 나, 강철의 형이야. 형은 절대 못난 사람이 아니야, 형이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밀양을 떠나서 성공할 수 있었겠어?”
형은 그때 나를 그래도 격려해준 사람이고.
고구마도 챙겨준 사람이다.
‘1원.’
형이 내게 준 돈이다. 시골에서 1원을 모으려면.
꽤 힘이 든다.
그런데 그 1원을 내게 준 형이다.
“말이라도 고맙다.”
믿을 것은 형제뿐이니 반드시 우애가 좋아야 한다.
“형수는 어때?”
“입덧이 엄청나다.”
큰형이 형수가 걱정되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귤이라도 좀 사서 가.”
“규울?”
큰형의 놀라 눈이 커졌다.
“왜 그렇게 놀라?”
“그, 귤, 귤이 얼마나 비싼 과일인데 네 형수에게 먹, 먹여?”
이 시대는 유통의 한계 때문에 귤은 귀한 과일이었다.
제주도에서 가져와야 하고.
가져오더라도 썩는 것이 많아서 비싸다.
“먹고 싶은 것이 많을 때잖아.”
나는 돈, 통에서 돈을 꺼내 형에게 내밀었다.
“형수 잘 챙겨. 그리고 부모님도 잘 모시고······.”
내가 우리 집의 기둥이지만 장남은 형이다.
‘진짜 기둥은 형이지.’
형이 우직하기에 내가 걱정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으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