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59
대한민국 절대 재벌! 59화
“멀리 떠날 사람처럼 왜 그래?”
“떠나긴 어디를 떠나? 귤을 사서 엄마한테도 가져다드리고, 형수도 드려.”
“응, 고맙다. 철아.”
내 배려에 형이 울 것 같다.
“어머, 아주버님도 계셨네요.”
기모노를 잘 차려입은 리에 아가씨가 상점에 왔다.
내게 시집을 온 후 리에 아가씨는 기모노를 입는다.
내가 일본식 옷을 거의 입지 않기에 더 입는 것 같다.
물론 내게 강요하려고 그런 것은 아니다.
자기가 일본 옷을 입고 있으면 옆에 있는 나도 일본인처럼 보이니.
내 방패막이 되려는 것이다.
그리고 더 고마운 것은 어느 날부터 집 안에서는 한복을 입기 시작했다.
‘이런 일은 없었는데······.’
리에 아가씨는 내 상점에 오지 않는다.
“제수씨.”
“말씀 나누시는 중이신가요? 저는 그럼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곧 퇴근할 참이었습니다. 말씀 나누십시오.”
형님은 아직도 리에 아가씨가 어려운 모양이다.
그렇게 형님이 나갔고, 리에 아가씨가 나를 자애로운 눈빛으로 봤다.
“무슨 일로 왔어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어요.”
집에서 이야기할 것은 아닌가 보다.
“뭔데요?”
“저, 병원에 다녀왔어요.”
“병원이라고요? 어디 아픕니까?”
“아픈 것은 아니고요.”
리에 아가씨는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가 되신답니다. 저와 아기를 위해 더욱 힘써 주십시오.”
그 말을 하고 내게 허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
“내, 내가······.”
“예.”
“고마워요.”
나는 리에 아가씨의 손을 꼭 잡았다.
“저, 저녁에 고로케 먹고 싶어요.”
지금까지 리에 아가씨는 무엇인가를 먹고 싶다고 내게 말한 적이 없었다.
“아, 어쩌죠? 오늘 약속이 있는데······.”
“먹고 싶다고 당장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을 수는 없죠.”
아쉬운 눈빛이지만 미소를 지었다.
‘내가 아빠가 된다고······’
그런데 자꾸 불안하다.
‘왜 나를 불렀을까?’
위험한 줄타기에서 떨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헌병대로 불렀어야 하는데······’
그러니 이상할 뿐이다.
* * *
해가 지기 전, 대현 미곡상에서 나왔다.
지는 노을을 보자.
이상하게 피처럼 붉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들 씻겨 놓으니 말쑥합니다.”
그때 소년 셋과 함께 직원이 다가오더니 보고하듯 말했다.
“우리 집 주소를 알려 주세요.”
“예, 가자, 사장님 댁 주소를 알려 줄 테니까.”
“예, 아저씨.”
직원이 대답했다.
“잠깐만요.”
혹시 모른다.
“예, 사장님.”
“너희 셋 중에 누가 제일 똑똑하지?”
“우리 꼭지는 태식이입니다.”
광수가 내게 말했다.
태식은 저 셋 중에 제일 작다.
광수가 제일 크고, 태식이가 제일 작다.
“너희 꼭지?”
“예.”
“태식이는 남아라.”
“예.”
“저 둘은 우리 집으로 보내세요.”
“사모님께는 어떻게 말씀을 올리면 됩니까?”
광수가 내게 물었다.
“내가 보냈다고만 하면 된다.”
“예, 삼촌.”
광수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두 아이와 직원은 사라졌다.
“네가 제일 똑똑하다고?”
“사실 비등비등합니다. 제가 나대기 좋아해서 광수가 그리 말씀을 올린 겁니다.”
“알았다.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쓸 것 같으냐?”
시험해 보고 싶다.
“쓰고 싶으신 대로 쓰시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너는 그럼 어떻게 할 것이냐?”
“쓰시는 대로 쓰일 겁니다.”
“내가 너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믿으시는 만큼 부응하겠습니다.”
아이의 대답이 아니다.
‘영특하군.’
제대로 고른 것 같다.
“너는 지금 우미관으로 가라.”
“누구에게 어떤 말을 전하면 됩니까?”
“가서 수 아저씨를 찾아서 금이 보냈다고 해라.”
나와 오덕수는 급한 일이 있을 때 오덕수를 수 아저씨로, 나를 금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 후에 뭐라 전할까요?”
“내가 명월관에 있다고만 해라. 그럼 된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태식에게 이 일을 시켜도 될지 걱정이다.
하지만 자꾸 불안했다.
“지금은 시키는 일만 하고, 나중에 내가 되었다고 할 때 생각하고 행동해라.”
“예, 숙부님.”
“가라.”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괜히 불안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냥 진탕 놀려고 부른 것일 수도 있는데······.’
-변절자 출신, 정보원 하나가 들어왔어.
오장이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 * *
명월관으로 왔다.
리에 아가씨가 먹고 싶다는 고로케를 사지 못해 안타깝지만.
자꾸 마음에 걸린다.
초조한 마음이 든다.
그렇게 야마모토를 기다렸다.
“어디 불편하십니까?”
가야금을 켜는 재기인 은월이 내게 조심히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네.”
“한 곡조 올릴까요?”
“그래 주겠나? 곧 야마모토가 올 거네. 자네는 옆방에서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엿듣고 무슨 일이 있다면······.”
“전에도 말씀드렸지요, 저는 귀가 들리지 않습니다.”
“미안하이, 잊었어. 태어날 때부터 듣지 못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아기는 엄마의 소리를 듣고 말을 배운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인이었다면 저렇게 또렷하게 말할 수 없다.
“피치 못할 사연이 있었습니다. 사연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누구의 인생이든 그 인생을 글로 쓴다면 장편 대하소설이 될 것이다.
어떤 소설은 아름다운 로맨스 소설일 수도 있고.
오덕수 같은 사람은 전쟁 첩보 소설이 될 것이다.
‘그럼 난?’
전생자니 두말할 것 없이 판타지다.
“옆방에서 문을 살짝 열어 두겠습니다.”
“그래 주겠나?”
문틈으로 야마모토와 나의 대화를 듣겠다는 것이다.
“자세히는 읽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고맙네.”
“예.”
은월이 가야금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옆방으로 갔고.
옆방과 연결된 문을 살짝 열었다.
‘태식이에게도 시켰으니······.’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했다.
불안할 때는 숨죽이고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사람에게는 모두 촉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도대체 왜 부른 거지?’
계속 불안한 마음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야마모토 대위와 정보원 하나가 주안상이 차려진 기방으로 들어왔고.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야마모토를 반겼다.
“오셨습니까?”
코가 땅에 닿도록 허리를 숙여 인사했지만.
야마모토의 눈치를 살피며 옆에 있는 앞잡이 놈도 살폈다.
‘눈깔을 어디서 봤는데······.’
나는 한 번 본 사람을 절대 잊지 않는다.
‘확실해, 도대체 어디서 봤지······.’
잘 생각나지 않아 힐끗 야마모토를 보자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헌병대 오장이 내게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불령선인 출신······.’
떠올랐다. 아니, 떠오르고 말았다.
그는 복면을 쓴 그 강도 중 하나였다.
‘젠장······.’
절체절명의 위기가 왔다.
다리가 덜덜 떨리지만.
애써 태연한 척해야 한다.
‘불령선인을 모조리 잡아들인다고 했어. 내 정보도 분명 넘어갔을 거다. 그런데 왜 헌병대로 부르지 않았지?’
이게 중요한 부분일 것 같다.
“앉지.”
이제부터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만약 저 정보원이 그 독립군이라면.
나는 오늘 이곳에서 죽을 수도 있다.
‘생각을 빠르게 정리해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죽고 사는 갈림길에 섰다.
“저도 급히 찾아뵈려고 했습니다.”
“자네가?”
“예, 형님.”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야마모토 형님으로 모셨다.
“왜?”
야마모토가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보았다.
‘고민하는 눈빛이다.’
아마도 나를 죽일지 말지 고민하는 것 같다.
일본인에게는 겉 내와 속내라는 것이 있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 본 일본인 대부분은 이중적이었다.
그리고 그 특유의 성격이 내게 이런 기회 아닌 기회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제가 알아낸 엄청난 정보가 있습니다.”
“그래? 나가 있게.”
다행히도 내 말을 듣고 처분을 결정할 모양이다.
“예, 대위님.”
정보원이 나를 째려보고는 밖으로 나갔고.
기생들도 모두 밖으로 나갔다.
‘저 망할 새끼!’
처음으로 내게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다.
“그래서 할 말이 뭐지?”
야마모토의 눈빛이 사납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나는 바로 자세를 고쳐 무릎을 꿇고 야마모토에게 사죄했다.
벌벌 떨리고 두렵다.
“죽을죄를 지었다?”
내 말에 야마모토는 이상한 눈빛을 지었다.
‘나를 죽일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
내가 파악하기로 야마모토는 나라를 향한 충성심 따위는 하나도 없는 자다.
일본 육군이 출세의 지름길이라 판단해 그 길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출세 지향적인 인물이고.
탐욕스럽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놈이다.
‘나를 살릴 유일한 방법이겠지.’
그러니 야마모토에게 내 목숨 값이 얼마냐고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가 내 제안을 받아들여야 내가 산다.
“예, 그렇습니다. 제가 사실 목숨이 아까워서 천황 폐하께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나는 고개도 안 들고 계속 말했다.
“고개 들어.”
야마모토의 말에 나는 덜덜 떨며 고개를 들었고, 내게 총구를 겨눈 야마모토가 보였다.
“네놈이 나를 속였단 말이지? 간사한 조센징 새끼!”
“속이려고 속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놓지 않으면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네놈이 나를 속였고, 독립군 놈들에게 자금을 줬다는 것이 핵심이다!”
방아쇠만 당기면 나는 죽는다.
‘젠장······.’
덜덜 떨린다.
사죄만으로는 이 자리에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 같다.
“형님!”
나는 조심히 야마모토를 형님이라고 불렀다.
“닥쳐라, 나는 단 한 번도 조센징을 동생으로 생각한 적 없다!”
이제는 야마모토와 목숨을 건 거래를 해야 할 것이다.
실패를 하면 죽음.
‘내가 불멸자다!’
그러니 쉽게 죽지는 않으리라.
“저 하나 죽인다 해도 형님에게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이제부터는 당차게 나가야 한다.
벌벌 떨다가 어이없이 죽을 수는 없다.
“뭐?”
야마모토는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
‘너의 탐욕에 올인한다.’
내가 살아나려면 자신감 있게 말하고.
놈의 탐욕을 최대한 부추겨야 한다.
“예로부터 장사꾼은 정보가 생명입니다.”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안타까운 일이지만 일본은 망합니다. 도쿄가 공습을 당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일본은 절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을 이길 수 없습니다. 물자도 그렇거니와 인구도 부족합니다. 일본군 한 명이 최소 연합군 50명을 죽여야 비길 겁니다. 가미카제가 미국 전투기 10대, 아니, 20대 이상을 격추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가능하겠습니까?”
놈이 당장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네, 네놈이 어찌! 하, 아니지, 네놈이 나 말고도 뇌물을 먹인 놈들이 많을 테지. 누구냐?”
“이스케 오장입니다.”
“이스케, 이 망할 놈이 푼돈에 특급 정보를 팔았구나!”
살기가 번뜩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