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60
대한민국 절대 재벌! 60화
명월관 특별 전각 모퉁이.
뽀이는 하인의 복장을 입고 강철과 야마모토.
그리고 변절자가 들어간 전각을 살피며 비질했다.
그리고 곧 변절자가 밖으로 나왔다.
‘광재다!’
비질하던 뽀이는 변절자를 보자마자 단번에 알아차렸다.
“야, 이 밤에 무슨 비질이야?”
“주인마님께서 쓸라고 했어라. 귀한 손님 계시다고요.”
“귀한 손님?”
광재가 피식 웃었다.
“야, 그랬어라.”
“그래, 염라대왕한테는 귀한 손님일 거다.”
“야?”
뽀이는 광재의 눈치를 살피다가 비질을 다 했고.
광재에게 꾸벅 인사하고 특별 전각 앞마당에서 사라졌다.
“내가 이런 곳에서 술을 다 마시다니, 시발, 변절할 만하네. 으하하!”
* * *
특별 전각 내실.
“이스케가 제게 그 사실을 알려 준 것은 내일을 대비하기 위해섭니다. 오장 따위도 앞을 내다볼 수 있을 정도로 일본은 위태롭습니다.”
“뭐라고?”
국군 주의가 판치는 일본에서 군인, 그것도 헌병대 대위라면.
일본에서도 최고 인텔리다.
그러니 돌대가리는 아닐 것이다.
“저는 죽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망하면 형, 형님의 명예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찰나지만 야마모토의 눈빛이 떨렸다.
‘걸려들었다.’
이 부분을 물고 늘어져야 한다.
“명예를 못 가진다면 실리라도 챙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본이 망해도 일본 땅은 그대로고, 조선도 그대로입니다.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은 그대로 살아갈 겁니다.”
일본 헌병에게 일본이 곧 패망할 거라 말하는 건 목숨을 건 발언이다.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지?”
“곧 소련도 선전포고할 것입니다. 공산주의자들은 기회주의자들이니 그리할 것입니다.”
나는 철저하게 반공 교육을 했던 시대의 끝자락에 교육을 받았다.
마지막 교련 실습을 받았던 세대다.
그래서인지 나는 공산주의자들이라면 반감이 있었다.
이래서 교육이 무섭고 세뇌가 무서운 것이다.
“다, 닥쳐라!”
소련이 일본에 선전포고하면 만주 관동군들을 순식간에 쓸릴 것이다.
그리고 관동군은 사실 예전부터 전의를 잃었을 거다.
그러니 소련이 진격한다면 한반도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저번에 술자리에서 형님이 취하셔서 제게 하신 말씀을 그대로 말씀드린 겁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이런 젠장······!”
지금 당장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는 것은 내게도 살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은밀히 죽이려고 했거나 그게 아니면…….’
실리를 생각했기에 나를 따로 불렀을 것이다.
내가 돈이 많다는 것은 야마모토도 알고.
총독부 놈들도 알고.
나를 친일파라 아는 조선 인민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제가 이 기회를 이용해서 형님께 억만금을 벌어다 드리겠습니다. 남는 것은 돈밖에는 없습니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다.
“으음······.”
이게 야마모토가 이곳에 올 때 숨기고 온 속내일 것이다.
“제가 의열단의 김원몽도 아닌데 저를 죽여도 훈장 하나 못 받을 겁니다.”
이 순간 독립운동의 영웅 김원몽이 떠올라 말했다.
“그리고 일본이 망하면 그 훈장의 가치는 휴지조각입니다. 메이지 유신 직후를 생각해보십시오. 사무라이들이 어떻게 됐습니까? 그들은 막부의 중심이고 기둥이었지만 제일 먼저 몰락했습니다.”
야마모토의 눈빛이 또다시 파르르 떨렸다.
‘혹시 몰락한 사무라이 집안인가?’
그렇다면 아비나 할아비한테 그 시절이 얼마나 처참했고 치욕스러웠는지 들었을 것이다.
“닥, 닥치라고 했다!”
역시 목소리가 떨렸다.
“형님께서는 제 목숨 값만 정하시면 됩니다.”
내 말에 야마모토가 나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그리고 몇 초가 흘렀지만, 여전히 그는 내게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내가 너를 어떻게 믿지?”
“그렇다면 3개월 안에 아주 큰 궤짝에 황금을 가득 담아 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면 제 목숨 값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형님께서는 그 황금을 들고 귀국하시면 됩니다. 그럼 일본이 망해도 떵떵거리며 살 수 있습니다.”
“으음······.”
인간은 이렇게 탐욕스러운 존재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 땅에 성공의 기회는 싹틉니다.”
내게는 한반도가 그런 땅일 것이다. 그리고 일본도 그럴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면 기회가 온다.’
아주 크게 사기 칠 수 있을 것이다.
“네 능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무슨 수로 그만한 황금을 내놓겠다는 것이냐?”
“땅은 이 반도에 남습니다. 헐값에 사고 되팔기를 반복하면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사실 일본사람들은 거의 곧 전쟁이 끝난다는 것을 알지 않습니까.”
돈을 가진 자가 정보를 가지는 법이다.
물론 곧 일어날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그래서 내게 기회가 올 것이다.
“으음······.”
“저 한 번 믿어 주십시오.”
“내 놈이 배신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나?”
“배신한다면 그때 죽여도 되잖습니까?”
내 말에 야마모토가 고민하는 눈빛을 보였다.
“그 많은 땅을 살 방법이 있나?”
“조선식산은행에 돈을 빌릴 참입니다.”
전쟁이 끝나면 일본 돈은 휴지조각이 된다.
“이 살쾡이 같은 놈!”
“귀국하시는 길에 황금을 가득 쌓아 드리겠습니다.”
“······생각해보겠다.”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를 살리려면 하나를 죽여야겠군.”
야마모토의 말에 나도 모르게 입술이 깨물어졌다.
‘살았다······.’
물론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다.
“오늘 달이 참 좋겠구나, 진탕 마시고 남산에 가서 달구경이나 가자.”
‘남산, 그곳에서…….’
나나 변절자나 둘 중 하나는 죽는다.
“왜, 겁나?”
“아닙니다. 저는 제 목숨 값만큼 오래 살 겁니다.”
내 말에 야마모토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강철!”
“예, 형님.”
“앞으로 내 앞에서만 짖어라.”
‘이 개새끼가······.’
야마모토는 비릿하게 웃으며 날 내려다봤다.
그리고 지금 난 그의 말에 따라야 산다.
“왈! 왈왈! 왈!”
내 비록 한신은 아니지만, 그의 마음이 이해됐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좋고.
이승에 있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하하하! 그래, 그렇게 짖어라! 나를 위해서만 짖어라!”
* * *
강철이 목숨을 건 담판이 끝날 때.
은월은 강철이 있는 옆방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고.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 남산······.’
은월은 둘의 대화를 대부분 알아듣지 못했지만.
천운으로 남산이라는 말을 읽어 냈다.
그리고 조금 전.
강철에게 총을 겨눈 모습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뽀, 뽀이에게 알려야 해!’
그리고 바로 밖으로 나가 광재를 만났던 뽀이를 찾았지만.
뽀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지······.”
이대로 두었다가는 강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기에.
은월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직접 오덕수를 찾아가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했다.
-그는 조선 인민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오.
어쩌다 만나는 오덕수는 자신을 볼 때마다 강철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때마다 오덕수의 눈빛이 반짝였던 것이 떠올랐다.
‘임께 소중한 사람이야······.’
또한 강철이 자신에게 무척이나 잘해 준 것이 떠올랐고.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에게 가야 해.”
은월은 명월관에서 나와 인력거를 타고 우미관으로 향했다.
* * *
우미관 김두완의 사무실 비밀 쪽방.
“광재?”
“예, 사진으로 보여주신 그 사람 맞습니다.”
“어디냐?”
“명월관입니다. 헌병대 대위랑 같이 왔습니다.”
“망할 놈······.”
사라졌던 광재가 변절자가 되어.
그것도 헌병들의 끄나풀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잘생긴 청년 하나도 같이 왔습니다.”
“잘생긴? 혹시 키가 컸나?”
“예, 아주 컸습니다. 훤칠했습니다.”
“젠장!”
오덕수는 강철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야겠다.”
“위험합니다.”
“아니다, 내가 가야 한다. 광재도 죽여야 하지만 반드시 살려야 하는 사람이 있다.”
오덕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덕수 역시 강철이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살려야 해.’
똑똑!
그때 쪽방으로 누군가 노크했고.
오덕수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 문을 겨누었다.
‘올 사람이 없는데······!’
오덕수의 눈에 살기가 번득였다.
“나, 김두완이오.”
쪽방 밖에서 김두완의 목소리가 들렸고.
오덕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총구를 내렸다.
철컥!
오덕수가 조심히 쪽방의 문을 열었다.
“허허허, 여기가 광복군 아지트가 됐군, 이제야 아버님께 얼굴을 좀 들 수 있겠어.”
김두완은 허풍을 떨듯 말했지만, 오덕수의 눈에는 김두완의 뒤에 있는 은월만 보였다.
‘어떻게 왔지?’
은월에게 자신이 이곳에 있다고 알려 줬지만.
은월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곳에 찾아오지 않았다.
“정인이 애태우며 내게 왔소. 내 판단으로는 두 사람이 꼭 만나야 할 것 같아서 모셨소.”
은월은 오덕수를 찾아가면서 김두완을 먼저 찾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덕수는 숨어 있었고.
우미관에 가서 오덕수를 만나러 왔다고 말한다면 의심을 받을 것이기에.
은월은 김두완이 자주 가는 술집에 가서 김두완을 만났고.
둘이 이야기하면서 오덕수를 꼭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만 가리다.”
“고맙습니다. 김두완 동지.”
“하늘에 계신 아버님께서 내가 당신을 돕는 것을 아시면 흐뭇해할 거요.”
김두완은 그 말만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어떻게 왔소?”
“강철 씨가 위험해요!”
이 사실은 이미 뽀이의 보고를 받았다.
“나도 들었소. 그래서 명월관으로 구하러 갈 참이었소. 하 동지, 갑시다.”
“예, 오 동지!”
오덕수는 바로 은월을 스쳐 지나가려고 했고.
은월은 오덕수의 팔을 잡았다.
“잠깐만요.”
“시간이 없소.”
“줄을 진탕 마시고 달구경을 한다고 남산에 간다고 했어요.”
“남산?”
“예, 저는 그리 읽었어요.”
“으음······.”
오덕수는 신음을 터트렸다가 뽀이를 봤다.
“하 동지는 혹시 모르니 명월관으로 가서 살피시오, 나는 남산으로 갑니다.”
“그 넓은 남산에서 어찌 놈들을 찾으시려고 그러십니까?”
“불빛을 찾으세요, 차를 타고 갈 것이니 차 불빛을 보면 어디쯤 있는지 알 것입니다.”
은월이 오덕수에게 말했다.
“당신은 참 영특하오. 하 동지, 나는 그리할 겁니다. 만약 명월관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면 목숨을 걸고 그를 지켜야 하오.”
“그리 중요한 인물입니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목숨을 걸고 지키겠습니다.”
강철을 지키기 위해 광복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시다. 서둘러야 합니다.”
오덕수와 뽀이는 급히 쪽방을 나갔고.
은월은 다시 덩그러니 남았다.
‘한번 웃어나 주시지······.’
꽃은 손이 없어 임을 부르지 못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