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61
대한민국 절대 재벌! 61화
태식은 두 시간 전에 이곳에 와서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강철이 자신에게 한 말을 아무한테 전해서는 안 된다 생각했다.
태식은 그 2시간 동안 자신이 봤던 사람을 찾았다.
그때 김두완이 밖으로 나왔다.
태식은 김두완과 거지왕이 만났을 적, 그 자리에 있었기에.
김두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기, 두한 오야붕!”
이 시간에 태식이 김두완을 만난 것은 천운이었다.
“너는 누구냐?”
“왕초가 보냈습니다.”
“왕초? 무슨 일로?”
태식일 거지 왕이 보냈다고 말했다.
“수 아저씨를 찾으라고 했습니다.”
“수 아저씨?”
태식은 이 순간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예, 이곳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수라……. 그런 사람 없는데, 아, 그 수?”
“있습니까?”
“있다.”
그때 오덕수가 우미관에서 급하게 나왔다.
“이 아이가 수 아저씨를 찾는데?”
김두완이 그렇게 말하며 덕수를 봤다.
“감사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조심하시게.”
“예, 오야붕.”
“나는 정말 갑니다.”
김두완은 그 말만 남기고 자동차를 타고 사라졌다.
“무슨 일이냐?”
“금이 명월관에 있다고만 전하라 하셨습니다.”
“알았다.”
덕수는 더는 묻지 않았고.
태식도 더는 말하지 않고 꾸벅 인사하고 사라졌다.
‘사달이 나긴 났군.’
* * *
명월관 특실.
어색한 술자리가 계속 이어졌다.
아니, 내가 시간을 계속 끌었고.
야마모토도 그걸 알지만 멈추지 않았다.
‘몇 시간이나 술을 처먹는 거야!’
시간은 저녁을 지나 새벽을 향하고 있었고.
야마모토는 이 시간 동안 몇 번이나 마음을 고쳐먹으며 고민했을 것이다.
‘아직 위험하다.’
변절자가 죽어야 안심할 수 있다.
하여튼 그 시간 동안 변절자가 된 정보원은 계속 나를 살폈지만.
야마모토는 술을 건하게 마셨고 기생들을 주무르느라 정신이 없다.
‘아니, 일부러 저렇게 행동하는 거다.’
야마모토가 탐욕스러운 자라 해도 허투루 볼 상대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일본과 자신의 미래를 내다보고 많은 생각을 한다는 증거다.
“뭐 해? 술을 마시라고, 술을 마셔, 깐빠이!”
“예, 깐빠이!”
나도 야마모토의 행동에 동조했고.
정보원만이 얌전을 뺐다.
찰나의 순간, 야마모토가 나와 정보원을 비교하는 눈빛을 지었다.
‘나쁜 짓을 같이하면 더 친해지지.’
딱 보니 저 변절자 새끼도 인텔리 축에 드는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질퍽하게 노는 것이 적응이 안 되는 모양이다.
하여튼 나는 살려고 별짓을 다 했다.
그리고 오늘따라 내가 너무 심하게 군다는 생각했는지.
기생들이 슬쩍슬쩍 인상을 찡그렸다.
‘미안하다. 나부터 좀 살자.’
저고리부터 속치마까지 전부 내 손에 벗겨져 속살이 다 보이는 기생들은.
내가 얼마나 절박한지 모를 것이다.
‘만약을 대비해야 하나······.’
이 순간 시라소니 아저씨와 거지왕이 떠올랐지만.
괜한 짓을 했다가는 위험만 자초할 수 있다.
-너는 두 번 더 환생할 것이다.
왜 지금 환생할 때 신께서 하셨던 말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술도 건하게 마셨으니 우리 같이 남산에 달구경이나 가자.”
“예, 야마모토 대위님.”
정보원이 대답했다.
아마 놈은 야마모토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까맣게 모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달이 참 좋습니다. 하하하!”
나도 웃었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두려움에 떨었다.
‘인간의 마음은 조석으로 변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 아니면 저 정보원이 남산에서 달을 보다가 개처럼 죽는다.
* * *
보름달이 떠 있다.
정말 서늘할 정도로 창백하게 떠 있었다.
‘제발······.’
우린 차에서 내렸고, 남산 성벽을 걷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저승길로 향하는 기분이다.
‘만약에······’
야마모토가 내 계략을 직접 쓰려고 한다면 나는 죽은 목숨이다.
하지만 야마모토는 태생이 쪽발이라서 땅까지 가지고 돌아갈 수 없다.
물론 방법을 강구한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탐욕스러우면서도 명예심도 가진 놈이라 나를 하수인으로 쓸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서로 통성명도 없었군.”
말없이 걷고 있는데 야마모토가 재미있다는 듯 말을 꺼냈다.
“서로 통성명이나 해, 이것도 인연이면 인연이잖아.”
‘······인연?’
악연이다.
‘개 같은 변절자 새끼!’
만약 저런 새끼가 살아남는다면.
변절자였다는 것을 숨기고 독립운동가 행세를 할 것이다.
그리고 요직을 차지할 것이다.
이것이 곧 닥칠 대한민국의 비참한 현실이다.
“나는 다카하시 로우요.”
변절자 새끼가 먼저 말했다.
‘창씨개명을 참 빨리도 했군.’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물론 이해는 된다.
저자도 죽음이 두려웠을 것이다.
죽음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은 죽어서도 영웅이 되지만.
저자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을 따랐기에 변절자가 된 것이다.
나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변절자는 아니다.
쪽발이인 야마모토를 이용할 생각을 하는 것뿐이니까.
“나, 강철입니다.”
“하하하! 이 빠가야로! 아직도 창씨개명을 안 하다니, 네놈은 불령선인이야! 그런데 네놈하고 놀아나는 나는 뭐지? 빠가야로 같은 세상이다, 젠장!”
야마모토의 말투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 * *
수풀 속.
오덕수가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정인이자.
가야금을 켜는 기생 은월의 공이 컸다.
그녀는 가야금을 뜯으며 남산으로 가서 달구경 하자는 야마마토의 말을 오덕수에게 전했다.
이건 다시 말해 은월은 오덕수가 숨은 곳을 이미 알고 있지만.
찾아가지 못하고 그리워하고만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오덕수는 강철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이 커서.
자신의 정인인 은월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 하고.
급히 인력거를 타고 남산으로 와서 자동차 불빛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둘 다 죽여야 한다.’
오덕수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 광재를 겨누었다.
* * *
‘잔인한 새끼······.’
둘 중 하나를 죽이러 왔다.
그런데 저렇게 장난스러운 어투로 말할 수 있다는 게 무섭다.
그것도 아니면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자신을 미워할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이중적인 인간이다.’
저런 인간은 위험하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이 없다고 생각하면 배신한다.
내가 만약 이 자리에서 살아남는다면.
이이제이의 마음으로 저자를 철저히 이용하고 토사구팽해야 한다.
배신하기 전에 먼저 배신하는 것은 배신이 아니다.
‘비정할 때는 비정해야 한다.’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살아남는 것이 급선무다.
“죄송합니다.”
척!
그때 야마모토가 총구를 꺼내 나와 변절자를 겨눴다.
아니, 딱 중앙을 겨눈 것이다.
그러자 변절자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어떤 배신자든 배신자는 죽어야 한다.”
“예, 맞습니다. 대위님.”
야마모토의 말에 변절자 새끼가 나를 향해 환히 웃으며 말했다.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군, 멍청한 놈이다.’
이제 곧 광복이 올 것이다.
물론 배신하지 않았다면 광복을 보지 못하고 고된 고문을 받아 죽었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다 조선이 무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 백성들이 친일파가 되고.
변절자가 되고, 겁박을 당하며 마지못해 살아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 꼴을 두 번 다시 보지 않으려면 내가 맞이할 대한민국은 강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그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려고 이바지할 것이다.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렸고.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컥······!”
쿵!
변절자 광재가 쓰러졌다.
“강철!”
야마모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철을 불렀다.
“예, 형, 형님······.”
정말 오줌을 쌀 뻔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야마모토 대위가.
입막음을 위해.
변절자인 광재를 사살했다는 사실이다.
“약속을 어기면 너도 저 꼴이 날 것이다.”
야마모토가 네게 살기를 뿜어냈다.
“대, 대신 저를, 저를 도와주셔야 합니다.”
“그래, 네놈 말대로 명예는 개도 안 물어간다. 돈이 전부다, 돈이!”
야마모토는 광기 어린 사나운 눈빛을 지었다.
‘일본이 패망하는 것처럼!’
야마모토 대위는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일본이 패망하는 그 시점이 자신에게 기회의 시간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끝없는 탐욕!’
야마모토 대위의 특이 사항이 결국!
나를 살렸다.
‘탐욕스러운 자!’
원래 야마모토는 이런 놈이다.
드디어 꼭꼭 숨겨놨던 놈의 속내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예, 그렇습니다.”
겨우 목숨을 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면 기회가 찾아오는 법이다.
‘다 쓸어 담자, 다!’
내게 엄청난 기회가 왔다.
‘첫 번째로 조선식산은행을 털자.’
내 머릿속에서 계획이 빠르게 세워졌다.
* * *
수풀에 숨어 있던 오덕수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야마모토는 권총을 뽑아 광재를 쐈고.
오덕수는 조심스럽게 권총을 다시 품에 집어넣었다.
‘돈이 그를 살렸구나.’
이제야 오덕수는 강철이 돈의 힘이 왜 강하다고 했는지 이해됐다.
‘만약 저놈을 죽인다면······.’
오덕수는 고민했다.
다다닥!
그때 야마모토가 타고 왔던 자동차를 운전했던 일본군 오장이 뛰어왔다.
“대, 대위님! 무슨 일이십니까?”
“불령선인이 심은 밀정을 처단했다.”
야마모토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총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너는 저 밀정의 시체를 들고 먼저 내려가라.”
“예!”
일본군 오장은 광재, 아니, 다카하시 로우의 시체를 끌고 산 아래로 내려갔다.
‘가까운 곳에 병사가 대기하고 있다.’
오덕수는 만약 고민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면.
상황이 곤란해졌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 저자를 죽이면 강철이 곤란해진다.’
야마모토는 일본군 헌병 대위다.
만약 그가 이 자리에서 죽는다면.
그와 함께 명월관에서 나왔던 강철은 끌려가 조사를 받을 것이고.
신변이 위험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노릴 수밖에······.’
오덕수는 생각을 정리하고 조심히 뒤로 물러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고급 빵집 앞.
쾅쾅! 쾅쾅!
나는 지금 굳게 닫힌 고급 빵집의 문을 요란하게 두드렸다.
‘죽다가 살아났다!’
그런데 이 순간 나는 내 아내 리에가 먹고 싶다는 고로케 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로 온 것이다.
원래 영업시간이 끝났는데도 문을 두드리는 것은 실례다.
하지만 나는 고로케가 꼭 필요했고.
내 아내 리에의 미소가 보고 싶다.
쾅쾅, 쾅쾅!
“안에 사람 있죠? 문 좀 열어 주십시오!”
한참을 두드렸다.
하지만 인기척이 없다.
그때 어두운 빵집 안에 불이 켜졌다.
“누구신데 이 밤에 남의 가게 문을······?”
이 밤에 왜 문을 두드리고 지랄이냐는 눈빛이다.
하지만 내가 입고 있는 양복이 비싸 보였는지 말꼬리를 흐렸다.
“나, 종로의 강철이오.”
나는 이제 종로와 명동에서 어느 정도 유명인사다.
상인이라면 내 이름을 한두 번은 들었을 것이다.
사실 ‘나, 종로의 김두완이오’라는 말이 떠올라 이렇게 말한 것이다.
“그러신데요?”
멀뚱거리면서 나를 보는 것이.
나를 모르나 보다.
“팔다 남은 고로케 있소?”
리에 아가씨가 처음으로 먹고 싶은 것이 있다 말씀하셨다.
“다 팔렸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금 몇 시인데······.”
새벽이 한참 지났다.
곧 여명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여명과 함께 살아난 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