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57
대한민국 절대 재벌! 57화
수표교 아래.
헌병대 오장을 만난 후 하루가 지났다.
이곳은 거지 왕의 아지트라면 아지트다.
그리고 나는 거지들에게 인심 좋은 형으로 이미지를 굳혔다.
매번 갈 때마다 보리가마니를 들고 찾아갔으니 당연했다.
“보리가마니들, 여기다 내려놓으세요.”
배달꾼들은 내가 거지새끼들까지 왜 챙길까 하는 의구심 가득한 눈빛이다.
‘이유는 충분히 많지.’
내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다.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내가 월급을 주니 배달꾼들은 궁금해했지만 군말 없이 일했다.
자기들 보리를 내주는 일도 아니다.
그리고 나는 내 직원을 장인어른이 했던 것처럼 대한다.
한 번 믿고 쓰면 온전히 믿는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확실한 보상과 권한을 준다.
“동생이 또 왔군.”
거적으로 둘러 친 오두막에서 거지 왕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겼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이지.’
아니, 모든 사람이 선과 악이 공존할 것이다.
거지 왕은 미래, 사회운동가로 알려진다.
하지만 그 태생이 어쩔 수 없는 조직폭력배다.
사실 김두완도 조직폭력배라고 말할 수 있다.
하여튼 거지왕은 다혈질적인 성격이고 모진 면이 있다.
‘보육원에서 내가 쓸 사람들을 고르면 된다.’
아직은 사업의 규모가 작아 나 혼자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는 내 상점이 회사가 되고, 기업이 되고, 그룹이 될 것이다.
그러니 나를 신처럼 맹신하는 추종자들이 필요했다.
“잘 계셨습니까? 하하하.”
“뭐 이런 것을 다 가져왔어?”
“이제부터 보릿고개잖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왜 이렇게 우리 같은 거지새끼들한테 잘해 주나?”
‘우리 같은?’
거지 아이들은 피죽 한 그릇 못 얻어먹은 것 같은데.
거지왕의 얼굴에는 개기름이 흐른다.
“저도 상거지로 시골에서 경성으로 상경했습니다. 쟤들은 저와 다름없습니다.”
“그래? 하여튼 고맙네.”
“아닙니다. 서로 돕고 살아야죠.”
“하여튼 잘 얻어먹겠네. 혹시 거지새끼들의 힘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예, 감사합니다.”
나는 거지왕에게 대답했고.
수표교 위를 지나는 사람들은 나를 보고 또 수군거렸다.
마치 가여운 사람들을 돌보라며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민심이 천심이지.’
문제는 이 민심이 조석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혹시 똑똑한 애들 있습니까?”
준 것이 있으면 받아내야 한다.
“똑똑한 애들?”
“예, 미곡상부터 해서 일손이 부족하네요.”
“그렇겠지, 젊은 것은 거의 징용에 끌려갔으니까.”
“그렇게 말입니다.”
이제 마음먹은 것을 실행에 옮길 때다.
‘내 사람을 키운다.’
무슨 일을 하든 돈이 먼저고.
그다음이 진심으로 나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다.
“칠성이, 태식이, 광수! 이리 와라!”
거지왕이 새끼 거지들 불렀다.
“예, 왕초!”
거지왕은 꼭지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3명의 소년이 급히 뛰어왔다.
그중 하나는 맨발이다.
‘눈빛은 초롱초롱하네?’
애들이 또랑또랑하게 생겼다.
12살에서 많게는 15살 정도로 보인다.
“인사드려라, 종로에서 사업을 크게 하는 내 동생이다.”
“안녕하세요.”
셋이 꾸벅 내게 인사했다.
“쓸데가 있으면 셋 다 데려가.”
“예, 그래야겠습니다. 똑똑해 보입니다.”
“이 셋이 제일 똑똑해. 주워 온 신문도 읽고, 일본어로 쓰고 읽을 줄도 안다.”
거지왕의 말에 나는 아이들 셋을 봤다.
“어디서 배웠냐?”
“스스로 배웠습니다.”
“그렇구나. 이름이 무엇이냐?”
“태식입니다.”
내 물음에 맨발의 소년이 대답했다.
“성은?”
“아비어미가 누군지 몰라서 성이 없습니다.”
“그럼 너는 이제부터 강태식이다.”
“예?”
“내가 강씨거든.”
태식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형님, 그럼 저는 이만 가겠습니다.”
“그래, 바쁠 텐데 이만 가시게.”
그렇게 보리 몇 가마니로 소년 셋을 얻었다.
‘너희로 시작한다.’
독학으로 글을 배울 정도이니.
뭘 가르쳐도 잘 가르칠 것이다.
* * *
미국 워싱턴 이승한의 집 앞.
이승한의 집 앞에는 근사한 신형 자동차가 자태를 뽐냈고.
새 자동차를 본 이승한의 보좌관들은 망연자실한 눈빛을 지었다.
하지만 곧 이승한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킬까 봐 다시 담담한 표정으로 변했다.
‘하와이 교포들이 보내 준 독립 성금으로 이 집을 사더니 이제는······.’
조선 인민들은 대부분 일본의 만행을 피해 만주로 떠났지만.
팔리듯 강제로 하와이나 멕시코에 간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이승한은 강철에게 받은 순금 단추와 구두 굽으로 가장한 금괴를 받자마자.
팔아 치우고는 새 차를 뽑았다.
“으흠, 어떤가?”
이승한은 자랑하듯 잔뜩 상기한 표정을 지으며 보좌관들에게 물었다.
“내가 이 정도 차를 타고 다녀야 미국 지도층이 나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네. 내가 무시당하는 것은 2,000만 조선 인민이 무시당하는 거네.”
“예, 그렇습니다. 박사님.”
“맞습니다.”
아니라고 한다면 내쳐지니.
이승한의 보좌관들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이건 너무 과한 것 같습니다.”
그때 보좌관 한 명이 이번에는 안 되겠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 지금 과하다고 했는가?”
“예, 그렇습니다. 동포가 독립자금으로 보낸 귀중한······.”
“그래서 내가 잘 쓰고 있지 않는가? 미국 지도층을 만나려면 품위 유지가 필요하네. 누가 가난뱅이의 말을 들어주겠나?”
“저번에 이 저택을 사실 때도······.”
“이보게! 지금 무슨 말을 하는가? 그만하게!”
그때 한 보좌관이 이승한의 눈치를 보며 옳은 말을 하려는 보좌관의 입을 막으려 했다.
“박사님은 애니깽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보좌관의 말에 이승한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지만 바로 풀었다.
“진정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애니깽은 1900년대 초.
멕시코의 에네켄 농장에 팔려간 조선인 노동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들은 부푼 희망을 품고 조국을 떠났지만.
멕시코에서 노예 같은 취급을 받고 처참한 삶을 살았던 이민 1세였다.
그들은 그 처참한 삶에서도 조선 독립을 위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이승한에게 독립자금을 보냈다.
물론 하와이에 이주한 조선 인민들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그들이 보낸 피 같은 독립자금입니다!”
“이 사람이 못하는 소리가 없군.”
“그래서?”
“아끼고 아껴야 할 돈입니다. 박, 박사님은 그 귀중한 돈을······.”
보좌관은 감정이 북받쳤는지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나는 조선 독립을 위해 이러는 것이네, 세상에 거지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네. 나중에 내 뜻이 이루어지면 자네도 이해할 거네. 지금은 그리 알게.”
“박, 박사님······.”
“그리 알면 되네.”
이승한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휙 돌아서고는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고얀 놈!’
이승한에게는 충언이 잔소리로 들렸다.
진정한 불통은 이승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승한, 그는 과연 무엇을 위해 독립 운동하는 것일까?
그의 독립운동은 누구를 위한 독립운동이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 *
수표교에서 오는 길에 태식이 맨발이라는 것이 자꾸 신경이 쓰였기에 신발 가게에 들렀다.
“아이고, 강 사장님!”
이 신발 가게는 내가 돈을 대는 가게다.
물론 내 명의는 아니지만.
내게 돈을 빌려서 하는 가게이니.
내 가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 아이들의 발에 맞는 놈으로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튼튼해야 하고, 가장 비싼 놈으로 주시오.”
“물론입죠. 거기 맨발, 너부터 와 봐!”
보통은 고무신을 신는다.
‘맨발?’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내가 전생에 살 때 봤던 드라마가 떠올랐다.
‘걔는 바보였지?’
하지만 태식은 똑똑하다고 했다.
“운동화로 주십시오.”
“운동화요?”
“예.”
“알겠습니다.”
몰골이 거지처럼 보이는 애들에게 비싼 운동화를 주라고 하자.
신발 가게 주인은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렸지만.
이내 운동화를 고르기 시작했다.
“너는 이거면 충분하겠다.”
신발 가게 주인이 태식에게 근사한 운동화 하나를 내밀었다.
그런데 태식은 잠시 신발을 내려다보더니 내게 와 나를 봤다.
“저기······.”
“삼촌이라고 불러. 너는 이제 강태식이니까.”
“예, 삼촌, 이 신발은 제 분수에 안 맞습니다.”
“그래서?”
자기 분수를 아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라면 그저 평범할 뿐이다.
“이 신을 신어도 되는 깜냥이 되겠습니다.”
“그래, 맞다. 신에 너를 맞추지 말고, 네 발에 신을 맞춰라.”
“예.”
잘 데려온 것 같다.
하여튼 그렇게 아이들에게 그럴싸한 신을 사줬다.
‘새 신을 사 주니 옷이 말이 아니군.’
밸런스가 엉망이다.
‘아이들은 내가 조율한다.’
그럼 된다.
* * *
수표교에서 돌아오는 길.
종로 길모퉁이에서 고등 경찰 하편락의 부하인 김수복이 골목 구석에서 나를 손짓으로 불렀고.
이내 주변을 살폈다.
‘무슨 일이 있나?’
둘 중 하나다.
돈을 달라고 온 것이거나.
내게 알려 줄 정보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얼마 전부터 고등계 경찰들에게 감시와 미행을 받고 있다.
‘내가 요시찰 인물로 지정된 건가?’
그렇지 않고서는 김수복이 나를 이곳에서 기다릴 이유가 없다.
하여튼 김수복에게 뇌물을 쓰길 잘했다.
“너희는 잠시 여기 있어라.”
“예.”
칠성, 태식, 광수는 동시에 대답했고.
그중 태식은 모퉁이에 몸을 숨긴 김수복을 보고는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한참이나 앞으로 뛰어가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거리를 살폈다.
그리고 칠성도 비슷한 행동을 했고.
광수는 내가 들어선 모퉁이 앞에 섰다.
눈치를 주면 바로 내게 알리겠다는 행동이었다.
저들은 지금까지 동냥하며 살았을 것이고.
그래도 부족할 때는 도둑질로 연명했을 것이다.
녀석들의 행동은 너무 자연스러웠고.
지금까지 도둑질할 때 저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똑똑하군.’
가르칠 만하겠다.
* * *
우미관 뒤편에 있는 선술집.
나무로 된 탁자가 촘촘하게 몇 개 놓여 있다.
입구 가까운 쪽에 오덕수가 중절모를 쓴 채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그의 앞에, 구두닦이가 조심히 구두를 내려놓았다.
“여기 있습니다.”
“수고했다.”
오덕수는 구두닦이에게 동전을 내밀었고.
구두닦이는 꾸벅 인사하고 선술집을 나갔다.
그리고 오덕수는 구두 속에서 쪽지 하나를 꺼내 읽었다.
[광재, 헌병대 밀정으로 확인됨]“망할 새끼······.”
아주 작게 뇌까리던 오덕수는 쪽지를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더니.
탁자 위에 놓인 탁주를 벌컥 들이마셔 삼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술집 출입구 쪽으로 걸어간 그는 문을 열고 잠시 멈췄다.
“기회를 봐서 암살해.”
오덕수는 혼잣말하듯 말했고.
입구에 밀짚모자를 쓴 남자 하나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 헌병 놈들과 같이 다닐 것이니······.’
어쩌면 광재를 암살할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쪽은?”
“특별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강철 주변에 관해 묻는 말이었고.
대답을 들은 오덕수는 밖으로 나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