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56
대한민국 절대 재벌! 56화
“야, 주둥이는 꾹 다물 텡게 거시기는 거시기 할 필요 없어라.”
전라도 사람은 거시기로 시작해서 거시기로 끝난다.
“하여튼 제가 거시기해서 정말 거시기하게 일 하겠서라.”
“예, 저도 제대로 거시기 해볼 참입니다. 하하하!”
비축한 것들은 모두 돈이 될 것이다.
광복 직후 일본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면서 분탕질을 치고.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물자도 부족해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일본이 패망한 후에 미국의 원조 물자가 들어오겠지만······.’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물론 조선, 아니,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반반 나눠서 판다.’
아마 일본에서 파는 생필품들이 내게는 더 많은 이익을 줄 것이다.
하여튼 용인 땅을 판 돈으로 닥쳐올 내일을 위해 쓰고 있다.
* * *
‘오늘 참 바쁘군.’
야마모토 대위와 친해지니 헌병대 인사들과도 친해질 수밖에 없고.
그들에게도 뇌물을 쓰느라 내가 지금까지 모은 재산이 축나는 것이 보일 정도다.
하지만 내 안전을 위해서는 재산쯤은 축나도 상관없다.
‘신용을 잃으면 더 많이 잃고, 목숨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
나는 지금 명동에 위치한 술집에서 헌병대 오장을 접대하고 있다.
지금 만나는 오장은 취조실에서 봤던 그 오장이다.
나는 지금 내 목숨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다.
일본 헌병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미리 알아둔다면.
짐작할 수 있는 일이 많으니까.
‘삐루를 졸라 처먹네.’
삐루는 맥주를 말한다.
“매번 이렇게 접대를 받아서야, 하하하!”
이자는 따지고 보면 헌병대에 심어놓은 내 스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래서 돈의 힘이 무섭다.
그리고 나는 자금을 통해 수많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고.
또 여기저기에 줄을 댔다.
‘최후의 한 방은······.’
엄청난 규모의 대출 사기다.
그리고 그 대출 사기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병풍이 필요하다.
‘야마모토만의 파워로 될까?’
그는 이제 겨우 헌병대 대위다.
하지만 내가 가진 땅과 헌병대의 위상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뭐, 특별한 일은 없죠?”
사실 요즘 총독부보다 헌병대의 정보가 더 빠르다.
그리고 불령선인이라고 싸잡아 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겉으로는 실종이지만 실제로는 암살이다.
“헌병대 말인가?”
그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예, 저번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제대로 장사하려면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알아야 합니다.”
테이블 밑으로 묵직한 봉투를 툭하고 떨어트렸다.
“저기, 형님! 주머니에서 뭐 떨어졌습니다.”
뇌물도 이렇게 줘야 한다.
“어, 그래?”
오장이 테이블 밑을 봤고 슬쩍 내가 흘린 봉투를 집어 들어 품에 넣었다.
저 봉투 안에 헌병대 오장의 3달치 월급을 넣었다.
“내가 정신이 없네, 이런 것을 흘리고 말이야. 하하하!”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특별한 것은 없고 야마모토 대위님에게 새로운 정보원 하나가 생겼어.”
“정보원이 생겼다고요?”
뇌물을 써야 할 곳이 더 늘었다.
“그런데 그자의 성과가 엄청나.”
“그렇습니까? 대단하네요.”
“당연하지, 배신자니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제도 모르고 독립운동이라는 것을 하던 불령선인이었지. 정신을 차린 건지는 모르겠는데 죽기 싫었는지 야마모토 대위님 앞에서 개처럼 기더군, 살려달라고 울고불고 그랬어. 내가 봤거든.”
“아, 그렇군요.”
“하여튼 이놈저놈 다 잡아들이던데? 독립운동하던 불령선인을 한둘을 잡아들인 것이 아니라니까.”
변절자는 원래 더 악독한 법이다.
‘변절한 독립운동가라……. 누굴까?’
이상하게 불안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강철······.”
오장의 눈빛이 변했다.
“왜 그러십니까?”
“가까이 좀 와.”
“왜요?”
“어서! 어디서도 못 듣는 정보를 알려줄 테니까.”
돈의 위력이 발휘되는 순간일 것 같다.
“이거 절대 비밀인데, 동경이 양키들 폭격에 아예 쑥대밭이 됐다는군.”
드디어 태평양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
“아······.”
이럴 때는 울상을 지어야 한다.
“뭐 그렇게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울상을 짓나?”
헌병대 오장이 피식 웃었다.
‘애국심 따위는 없는 놈.’
일본인들 대다수가 애국심이 없었다.
그래서 제국주의자들에게는 일본인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 신이 필요했고.
인간인 천황을 신이라며 떠받들고 모셨다.
“장사꾼이니까, 잘 생각해 봐.”
이미 나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
“예, 알겠습니다.”
일본의 식민지들은 모두 해방이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기술자들······.’
일본 본토는 한동안 공황 상태에 빠질 것이고!
기술자들은 일자리를 찾느라 쩔쩔맬 것이다.
‘그때!’
부산으로 데리고 오면 될 것 같다.
‘오키나와를 제외한 대부분의 식민지가 해방된다.’
카이로 회담의 결과가 그러니까.
‘그래, 대만!’
나도 모르게 대만이 떠올랐다.
아마 일본이 패망하면.
조선 인민은 모두 밖으로 나와 깨춤을 추겠지만.
대만인들은 질질 짜는 놈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랑 다르게 저항이 거의 없었지.’
그래서 다른 식민지보다 공장도, 학교도, 다른 시설도 많이 지었고, 꽤 유화정책을 펼쳤다.
물론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고.
일본인들은 다른 곳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에게 반항하는 사람들을 처참하게 죽였다.
하여튼 대만이 있다.
그리고 기술자는 거기도 있다.
핵심은 부산의 공업화이며.
대마도의 고급 기지화와 관광 수산업이 특화된 내 땅으로 만드는 것이다.
“내가 왜 이 말을 하냐면 나도 돌아가기 전에 좀 든든하게······.”
“알겠습니다. 잘 챙겨 드리겠습니다.”
“이거, 특급 비밀인 거 알지?”
“물론입니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뭔가 일이 급하게 돌아가는 건가?’
갑자기 등장한 변절자라는 놈이 자꾸 신경 쓰여 불안했다.
“참, 요즘 자네 둘째 형은 무슨 일을 하지?”
오장이 다 알고 있다는 눈빛을 지으며 물었다.
“이것저것 합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잘 생각해 봐, 특별히 자네라서 말해 주는 거야.”
꼬리를 잡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헌병대 놈들이 멍청이들은 아닐 테니까.
“혹시 제 형이 사고라도 쳤습니까?”
이상을 찡그리며 오장에게 물었다.
“가까이 오게.”
“예.”
긴장되는 순간이다.
“자네, 하편락이라고 알지?”
“알, 알죠.”
“고등계들은 헌병대에 일정한 주기로 관할 지역의 동향을 보고한다네.”
“그런데요?”
“자네 둘째 형이 수상하다는 보고가 올라왔어. 무슨 일 있는 거지?”
다 알고 있다는 눈빛이다.
“모르겠습니다.”
“그래, 모르는 척하고 있어야 해. 괜히 나서지 말고.”
“제 둘째 형한테 무슨 일이 생깁니까?”
덜컥 겁났다.
둘째 형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순전 내 책임이다.
독립 운동의 ‘독’ 자도 모르는 둘째 형에게 독립 자금을 전달하게 만든 사람은 나다.
결코 내가 위험해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형이 걱정된다.
“나는 봉투값만큼만 움직일 거네.”
뇌물을 더 달라는 소리다.
“제가 좀 큰 것으로 준비하겠습니다.”
내 말에 헌병대 오장이 씩 웃었다.
이것이 뇌물의 힘이다.
그리고 내 위험한 줄타기를 지탱해 주는 말뚝이기도 하다.
‘하편락, 개새끼······!’
노덕술 이후로 사람을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순간, 오덕수가 떠올랐다.
계획에 성공한다면.
그는 독립을 위한 친일파 고등계 경부보를 제거할 수 있고.
나와 둘째 형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오덕수를 만나자.’
돈으로 안 되는 일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 * *
일본 헌병대 야마모토의 집무실.
변절자 광재가 야마모토 앞에 정자세로 서 있고.
야마모토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놈을 협박할까?’
야마모토는 강철을 잡아들여 죽인다고 해도!
자신에게는 큰 이익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 계급 특진하겠지만.
그는 누구보다 일본이 패망할 거라 확신하는 인물이었다.
‘허울뿐인 진급보다는 역시 돈이지. 적어도 20만 원은 받을 거야.’
이런 인물들이 가장 빠르게 타락하고 변절한다.
물론 이런 자들은 정말 많고.
그중에서도 약삭빠른 자들은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
그리고 미래 대한민국의 세 대통령이 그런 인물이었다.
박, 전, 노, 이 셋은 순서대로 오랫동안 집권했고, 모두 말년이 좋지 않았다.
암살당하거나 감옥에 갔다.
‘최소한 20만 원이다. 그 돈이 있다면······.’
야마모토는 밝은 미래를 떠올리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변절자 광재는 그런 야마모토를 유심히 살폈다.
‘그런데 놈이 돈을 그 정도로 모았을까?’
지금 야마모토의 머릿속은 강철로 가득했다.
‘왜 바로 잡아들이지 않지?’
야마모토와 광재는 같은 장소에 있지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강철, 그놈부터 죽여야 하는데······.’
광재는 강철이 자신이 독립군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변절자로 살아가는데 걸림돌이 될 거라고 생각해 죽이고 싶었다.
이왕 변절했으니 제대로 떵떵거리며 살고 싶었다.
모진 고문을 앞두자 그의 초심은 사라졌고.
탐욕만이 남은 것이다.
‘그냥 죽여야 하나?’
이 순간, 야마모토는 지금까지 받아먹은 뇌물을 떠올렸다.
‘발각되면 치욕적이야, 훗날에도 꼬리표가······.’
야마모토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아마모토는 현재보다 자신의 미래를 생각했다.
그는 오로지 자신만을 중시한다.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생각할 줄 알았기에.
조국을 향한 충성심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었다.
“대위님.”
한참이나 야마모토의 눈치를 보던 광재가 야마모토를 불렀다.
“왜?”
야마모토는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철, 그자를 당장 검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철에 대해 보고한 지가 꽤 됐는데!
야마모토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것이 이상해서 물었다.
그리고 우선은 함구하고 있으라는 것이 이상했다.
‘강철……. 강철!’
현재의 일본 상황에서 강철을 잡아들인다고 해서 변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야마모토였다.
‘일본은 망해!’
망하면 혼란이고.
그 혼란이 야마모토 자신에게 이로울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그였다. 그리고 그런 혼란의 시기에 강철은 꽤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시작했다.
“고작 불령선인 하나 잡아들이는 것으로 끝낼 수는 없지.”
“그 말씀은······.”
“네 오야지가 오덕수라고 했지?”
오덕수의 위치는 광재도 알지 못했다.
“예, 그렇습니다.”
“그의 뒤에 김원몽이 있다. 테러분자 김원몽!”
야마모토가 인상을 찡그렸다.
“예.”
“이참에 싹 쓸어버려야겠어.”
야마모토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이 순간 광재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그 후테이센진의 얼굴을 한번 봐야겠군.”
야마모토는 결심한 듯한 눈빛을 지었다.
‘일본은 어차피 망한다. 그래, 망해 버려라. 나만 잘살면 된다.’
야마모토에게 애국심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