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55
대한민국 절대 재벌! 55화
“그때 그자가 오덕수에게 말하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습니다.”
“뭐라고 했지?”
“나도 할 말이 있어야 하니 허벅지에 칼침 한 방 놓고 가라고 했습니다. 다 놈들끼리 미리 짜고 저지른 일입니다.”
앞잡이로 변한 광재의 말에 야마모토 대위는 인상을 찡그렸다.
‘제기랄, 이걸 보고하면 진급은 따 놓은 당상인데 놈에게 받아먹은 뇌물이 있으니······.’
야마모토 대위는 난처해질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강철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분명했다.
“제가 당장 잡아들이겠습니다.”
변절자는 자신이 확실히 배신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더 악독해지는 법!
만약 지금 강철이 검거된다면.
강철이 준비한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목숨도 위태로울 것이다.
“이 사실을 누구에게 보고했지?”
“대위님께만 보고했습니다. 제 상관은 대위님이시니까요.”
광재는 야마모토 대위를 동아줄로 생각했다.
“알았다. 내가 곧 처리하지.”
순간 야마모토 대위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강철, 그놈이……. 흐흐흐!’
드디어 제대로 된 약점을 잡았다는 눈빛을 지었다.
* * *
우미관에 위치한 김두완의 사무실.
김두완과 그의 부하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시라소니가 그들의 대화에는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싸움패와는 확연히 분위기가 다른 오덕수가 시라소니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오덕수가 광복군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김두완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오덕수가 은신처를 마포 나루터에서 경성 한복판인 종로 우미관으로 옮긴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라는 옛말을 따른 것이다.
‘광재, 이 망할 놈을······.’
오덕수는 사라진 광재를 떠올렸다.
사실 김두완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일본 고등 경찰로부터 오덕수를 숨겨 주었다.
그리고 오덕수가 김두완에게 몸을 의탁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는데.
강철과 오덕수의 대마도 점령 과정에 그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최소한 100 이상은 빼돌려야겠지.’
오덕수는 찬찬히 김두완의 부하들을 살폈다.
“종로에서 형님한테 세금 안 내는 놈은 강철, 그 새끼밖에는 없습니다!”
여기서도 강철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경성에서 강철은 유명인사나 다름없었다.
“한번 제대로 손볼 필요가 있습니다. 종로에서 장사하면서 형님한테 세금을 안 내다니요!”
강철은 종로에 미곡상 2호점을 열었다.
강철은 이 시대와 맞지 않게 체인점을 내고 있었고.
3호점은 부산에서 개업할 예정이었다.
강철은 부산에 대형 창고를 짓고 있고.
대마도에도 대형 창고를 건설하면서.
그곳에 미래를 대비할 곡식과 물자를 차곡차곡 비축하고 있었다.
“헌병대 야마모토 대위가 비호하는 놈이다. 그냥 둬라.”
김두완도 이미 강철에 대해 꽤나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그래도 형님······.”
“갸가 동상한테 세금 낼 돈이 어디에 있네?”
그때 아무 말도 없던 시라소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강철은 시라소니와도 교분을 쌓고 있었다.
그리고 사라소니는 강철을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참, 그 어린놈이 시라소니 형님하고도 친하지 않습니까?”
김두완의 부하 하나가 시라소니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친하지비, 삐루랑 탁주깨나 얻어먹었지비, 하하하!”
“그래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이봐, 두한이 동상.”
시라소니는 평안도 사람으로, 발음이 튈 때가 많다.
“예, 시라소니 형님.”
“갸의 쌀전에는 쌀을 헐값에 팔고 있어. 그건 알지비?”
“그렇습니까?”
“요즘 두한이 동생이 귀가 어두워졌어. 소문이 자자해.”
“좋은 사람이군요.”
“머리 좋은 장사꾼이지비, 고 간나 새끼, 날쌘돌이처럼 영악하단 말이야.”
“그래도 형님 체면이라는 것이 있는데······.”
“개코.”
“예, 시라소니 형님.”
“갸를 건들면 경성 거지들이 들고일어날 기야. 김춘삼이 가만히 있갔어?”
강철은 쌀을 풀어 거지들을 먹이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거지 왕 김춘삼과도 교분이 있었다.
그것 말고도 여기저기 많은 돈을 쓰고 있었다.
이것은 해방 직후.
조선은 무법지대로 변한다는 것을 알기에 보험과 같은 마음으로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형님을 대놓고 무시하는 겁니다!”
“니는 인심 잃지 말라는 소리를 그리 들리나 보지비?”
시라소니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 그게 아니라······.”
“갸는 떵재도 막 못 건드려!”
떵재는 이정제를 말한다.
“좋은 사람이었군요, 나중에 만나서 술이나 한잔 사야겠습니다. 하하하!”
김두완은 시라소니에게 호탕하게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김두완은 강철과 만난 적이 있었고.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저 서로를 위해 모르는 척하기로 했을 뿐이다.
“알아 두면 나쁠 것이 없는 친구야.”
“그래도 종로 바닥에서는 그자가 친일파라는 소문이 쫙 퍼졌습니다. 시라소니 형님.”
개코가 다시 강철에게 좋지 않은 소문을 말했다.
“친일파? 갸가 친일파면 임자는 만주에서 독립 운동하는 광복군이네?”
“예?”
“누가 친일파 하고 싶어서 하네? 살고 잡아서 하는 기고, 죽지 못해서 하는 기지. 두한이 동상도 징용 안 끌려가려고 이러고 있지 않네? 그러니 그딴 소리 하지덜 말라우!”
시라소니의 직설적인 화법에 오덕수는 피식 웃었고.
김두완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가 다시 담담해졌다.
* * *
일본식 고급 유곽.
술에 잔뜩 취한 야마모토가 군복을 풀어 제치고.
일본 기녀의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내 조국 일본은 곧 망할 것이다. 하긴, 망할 줄 알았다. 경제 개념도 없는 늙은이들이 이렇게 만들 줄 알았다. 하하하!’
야마모토는 속으로 뇌까리며 피식 웃었다.
이건 다시 말해 일본이 패망해도 야마모토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의미다.
‘그러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술에 취한 모습이지만 그의 정신은 또렷했다.
야마모토는 일본이 망할 때 어떤 행보를 걸어야 할지 고민했다.
강철은 야마모토의 성격을 정확하게 보고 로비를 한 것이었다.
‘강철, 그 조센징을!’
야마모토는 이 순간 강철을 떠올렸다.
“자네, 제대로 취했군.”
“이제 오래 못 가, 금방이야, 금방! 이럴 줄 알았으면 육사에 갈 것이 아니라 상대에 갔어야 했어, 으흐흐흐, 안 그런가?”
“그때는 옳고, 지금은 틀린 거지.”
야마모토의 앞에 앉은 동년배의 남자가 담담하게 말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천황폐하께서 겁을 잔뜩 먹고 쩔쩔매고 있겠어. 히히히히, 허수아비라 해도 군부의 수장인데 꼴이 말이 아니게 됐어.”
놀랍게도 야마모토는 헌병의 신분으로 기녀가 있는데도 천황을 모독했다.
일본이 망해 가는 만큼.
일본에 대한 충성심이 희석되고 있었다.
“듣네.”
남자가 기녀를 보며 말했다.
“호호호, 저는 멀리 있는 신보다 가까이 있는 야마모토 상이 좋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셨죠?”
아키코가 농염한 눈빛을 지으며 야마모토의 품에 안겼다.
‘정말 망하고 있군.’
예전에는 두 일본 장교가 이런 술자리에서 절대 할 수 없었고.
하지도 않았던 이야기가 나오자.
아키코는 조선의 독립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만 정신 차리게!”
“그렇다는 소리네. 자네도 준비하게, 나도 이제부터는 내 나름대로 준비할 거니까.”
야마모토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래, 아직까지는.”
“준비? 어떤 준비를 말하는 건가?”
남자의 물음에 야마모토는 미소를 머금었다.
‘강철, 그놈을 내 개로 만든다.’
야마모토에게는 꿍꿍이가 있었다.
“아주 말을 잘 들을 것 같은 개한 마리를 키워 볼 생각이야.”
“개? 허허허, 자네, 정말 취했군. 나는 먼저 가겠네.”
“그래야지. 자네랑 나랑 이런 사이라는 것을 알면 안 되니까. 이제 이 망할 놈의 군대에서 더 이상 수작질을 부릴 필요는 없겠어.”
“지금까지는 그게 아주 잘 통했지. 서로의 적을 각각 제거해 준다, 아주 좋은 발상이었어. 하하하!”
“켄신!”
“가려는 사람 왜 부르나?”
“우리, 지금까지 잘하고 있었지?”
야마모토의 말에 남자가 피식 웃었다.
* * *
대현 미곡상회에 있는 강철의 사무실.
“부산을 시작해서 경상도 일대를 다 뒤져서 광목천은 깡그리 거시기하게 매입하고 있단께요.”
지금 내게 보고하는 사람은.
한준만이 내게 소개해 준 장성봉이라는 사람이다.
‘사람이 모이고 있다.’
오덕수는 광복군.
김수복은 고등계 하급 순사.
한준만은 개장수 출신 거간꾼.
거기다가 한준만이 소개시켜준 장성봉까지 모였다.
하지만 이들이 온전히 내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내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아니, 내 사람을 키워야 한다.
이 생각과 함께 거지왕의 움막에 사는 거지새끼들이 떠올랐다.
‘그 아이들로 시작한다.’
난 한동안 독지가가 될 생각이다.
지원하고 가르쳐서 성장시키고 밑에 두고 쓴다.
평생을 나를 위해, 내가 일굴 그룹을 위해 살 내 사람들을 키워야겠다.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내 야망이 커질수록 사람들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얼마나 확보했습니까?”
“거시기, 그랑께 10만 필은 될 거랑께요. 그란데 그 많은 천을 어디다 쓸라고 그리 사 모으는 거요?”
10만 필이면 엄청난 양이다.
‘그 정도면 충분할 거야.’
광목천은 평시에도 전시에도 쓸데가 많다.
‘한국전쟁!’
그 역사가 떠오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진다.
역사의 큰 흐름을 막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말······.’
막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막을 생각이 없는 것인가?
‘막는다면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
어쩌면 나는 정말 잔인하고도 이기적인 마음으로 쉬운 길을 가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막으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머리가 터질 듯 아프다.
그냥 기분이 뭣한 정도가 아니라 정말 머리가 깨질 정도로 두통이 느껴진다.
“으으으음······.”
두통 때문에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왜 그러십니까? 어디 불편하십니까?”
“아닙니다.”
역사를 바꾼다는 생각이 금기라도 되는 듯 머리가 아팠다.
‘내 무의식 속에 잠재된 이기심 때문인가?’
역사와 미래를 안다는 것은 무기였다.
그 무기를 내 스스로 내려놓지 말라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그럼 말린 미역과 오징어, 그리고 강냉이는 어찌되고 있습니까?”
“보이는 족족 다 사들이고 있으니 걱정 말랑께요. 그 금방에는 동이 날 지경입니다. 말린 오징어하고 말린 북어와 황태는 속초허고 울진에서 박세출 선장이 실어 나르고 있단께요.”
“소금은요?”
“전라도 염전 세 곳에서 나오는 것을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돈이 푹푹 줍니다요.”
소금과 곡물 그리고 말린 미역과 오징어까지 닥치는 그대로 매점하고 있다.
거기다가 황태와 북어까지 싹쓸이했다.
내가 이렇게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용인 땅을 팔아 막대한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광목천의 반은 박 선장한테 넘기시오.”
“알겠서라.”
5만 필은 대마도에 비축해 놓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많은 양의 곡물을 대마도에 보냈다. 그리고 부산에 있는 대형 창고에도 비축했다.
“한준만 부장에게 말씀은 들으셨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