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54
대한민국 절대 재벌! 54화
“아시겠죠?”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대부분의 기술자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100원도 싫다는 건가?’
일본인 특유의 자존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두 알겠지만 이 자동차 공업소의 사장은 저지만 실질적인 주인은 나카무라 사장님이십니다. 그걸 꼭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본인들을 조선인 아래에서 일하기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매 회의마다 이 사실을 강조한다.
“그럼 작업장으로 시다 배정표를 보내드릴 테니까. 그리 알고 계십시오.”
“예.”
모두 인사하고 밖으로 나갔다.
“덕출이!”
나는 기술자들에게 반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선인 기술자에게는 반말한다.
일본인 기술자들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예,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자동차 정비를 왜 그따위로 해?”
“예?”
“너는 좀 남아.”
내가 덕출을 질책하자 일본인 기술자들이 씩 웃고 나갔다.
그들은 나를 조선인이지만 일본인의 사위답게 행동한다는 눈빛을 지었다.
“예.”
그렇게 모두가 밖으로 나갔고, 덕출과 나만 남았다.
“아저씨.”
둘이 있을 때는 나는 당연히 존댓말을 한다.
“꼭 이기셔야 합니다.”
아주 작게 말하고 있다.
“예?”
“시다들 잘 가르쳐서 꼭 1등 하시라고요. 그래야 콧대가 납작해진 놈들이 악을 쓰고 시다들을 가르칠 겁니다.”
나는 일본인 기술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방법으로.
그들의 기술을 뽑아 낼 생각이었다.
“예, 사장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덕출 아저씨가 1등을 하면.
일본인 기술자들은 조선인이 자신들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자존심이 상할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다들에게 기술을 전수할 것이다.
“잠깐만요.”
나는 옆에 놔둔 항아리를 들어 올렸다가 멀리 집어던졌다.
쨍그랑!
“아, 아이고, 사장니임-! 잘못했습니다!”
이래서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
“일본인 기술자들에게 기술을 최대한 많이 전수받는 방법은 저것들의 자존심을 팍팍 건드리는 겁니다.”
“그렇죠.”
“그러니 꼭 1등 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그런 뜻이 있었군요.”
“예, 그렇습니다.”
“이렇게 하시는 이유는······.”
덕출의 눈빛이 요상하게 변했다.
“더럽고 치사한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돈 벌어야죠.”
덕출을 보며 씩 웃었다.
‘기술을 최대한 가져와야 한다.’
그래야 광복해도 덕출을 자동차 공업소의 소장으로 두고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다.
“나가!”
“잘못했습니다.”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라고!”
나는 덕출 아저씨에게 소리를 지르며 눈으로는 윙크했고.
덕출 아저씨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는 이것 말고도 할 것이 많다.
* * *
명월관 전각 뒤편.
오덕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명월관에 숨긴 자신의 부하를 찾았다.
그리고 이들이 대화할 동안 오덕수의 정인인 은월은.
전각 모퉁이에 숨어 누가 오지 않나 망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힐끗 시선을 돌려 그렇게 그리워해도.
편히 볼 수 없는 오덕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많이 상하셨어······.’
은월은 그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뭐라고 했어?”
“며칠 전부터 광재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동안 뭘 한 거야! 네가 잘 감시했어야지!”
뽀이가 명월관에 숨어 있는 동안.
광재라는 광복군은 구두닦이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직급이 낮아 뽀이가 광복군이라는 것을 몰랐고.
뽀이는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오덕수의 광복군은 철저히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점조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설마 광재가······.”
오덕수의 인상이 굳어졌다.
그리고 광재라는 자가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만약 신분이 탄로 나서 일본 놈에게 잡혔다면······.”
“······모진 고문에 버티다가 아는 만큼 불고 죽거나 변절했겠지.”
붙잡힌다면 죽거나 동지를 배신하고 간신히 살아남는 것이 광복군의 현실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문제는 광재가 오 동지를 압니다.”
경성에 잠입한 광복군 중에 오덕수를 아는 인물은 많지 않았다.
철저히 점조직으로 움직였고.
서로 같은 뜻을 품은 동지지만.
서로의 얼굴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제기랄, 광재는 강철의 집을 털 때도 같이 있었는데······.”
오덕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젠장, 믿었는데······.’
잡혀 일본군 헌병대로 끌려갔다면.
죽거나 모진 고문을 받고 아는 것을 모두 실토했을 것이다. 오덕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굳은 의지를 가졌다 해도.
모진 고문을 견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위기의 순간 앞으로 풍요롭게 살게 해 주겠다는 감언이설은 더 달콤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보다 오 동지의 신분이 노출되기 전에 임정으로 피하셔야 합니다.”
남자의 말에 오덕수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은월도 걱정되어 눈빛이 떨렸다.
‘가세요, 피하셔야 해요!’
은월은 귀가 들리지 않지만 입 모양을 읽고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저들이 하는 말을 다 알 수 있었다.
-광복의 그날까지 덕수, 네가 구심점이 되어주어야 한다.
-예, 선생님.
오덕수는 김원몽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니야, 나는 피할 수 없다.”
만약 자신이 임시정부로 피한다면.
강철이 꾸미는 일이 모조리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그를 임시정부로 향하지 못하게 했다.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이래서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만약이라도······.”
“변절했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다른 동지들의 목숨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죽여야겠지.”
오덕수는 결심을 내리고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변절했다면 반드시 죽인다. 광재가 얼굴을 모르는 동지를 호출한다면 보는 즉시 사살한다.”
오덕수는 광재를 살려 둔다면.
강철까지 위험에 빠진다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빨리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어디로 피하실 생각이십니까?”
얼굴이 팔렸을 테니 더 이상 마포 나루터에 있을 수는 없었다.
“내 걱정은 하지 마라.”
예전 강철을 따로 만났을 때.
강철은 피할 곳이 없으면 종로 김두완에게 가라고 했었다.
-원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입니다.
-하지만 그가 나를 받아주겠소?
-장군의 아들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데 밀치지는 못할 겁니다. 김두완은 허풍과 체면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그도 감시받고 있지 않소?
-그러니 아무도 그곳으로 숨어들 거라 생각하지 못할 겁니다. 허를 찌르는 겁니다. 그리고 만약 체포되어도 나에 대해서는 함구해 주십시오.
그때 강철은 그렇게 말했다.
-그게 걱정되어 묘책을 내게 알려 주신 거군요. 그런데 그게 내 의지대로 되겠소?
-같이 죽는 것보다 같이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예 그럴 것이 아니라 총독부 똥통에 숨어 있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소. 허허허.
-거긴 수세식입니다.
-뭐요?
-그곳엔 똥통 없습니다.
강철이 자신에게 농담처럼 했던 말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가.
지금은 웃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인상을 찡그렸다.
‘어떤 면에서는 정말 대찬 사람이다.’
오덕수는 강철을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 동지, 광재는 당신의 얼굴을 모르니 계속 이곳에 숨어 있으시오.”
“예, 알겠습니다.”
뽀이가 대답했고, 오덕수는 강철을 떠올렸다.
‘강철 동지에게 우리 동지를 은밀히 붙여야겠군.’
강철의 위태로운 줄타기에서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왔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났고.
오덕수는 은월이 있는 곳으로 담담히 걸어갔다.
“나, 가오.”
오덕수는 은월에게 한마디를 건네고 돌아섰다.
“한 번은 돌아봐 주시지······.”
은월은 멀어지는 오덕수를 보며 중얼거렸지만.
오덕수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그대로 사라졌다.
“님아, 또 언제 보오······!”
* * *
대마도 대형 창고 건설 현장.
강철은 대마도를 보급 창고 및 물품 비축 장소로 쓰기 위해.
박세출 선장의 배에 10여 명의 목수를 태워 보냈고.
공사는 한창 진행되었다.
척!
그리고 놀랍게도 건설 현장 주변에는 포수 셋이 총을 들고 경계를 서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광복군이었다.
물론 그들이 총을 든 이유는 대마도에 멧돼지가 많기 때문이었다.
“기태 상~”
포수로 위장한 광복군의 이름은 기태였다.
그리고 그의 옆에 기태보다 몇 살은 많아 보이는 여자가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여기는 위험해요.”
“기태 상이 사무라이처럼 지켜 주는데 뭐가 위험해요? 호호호!”
대마도에 젊은 남자들이 갑자기 모여들자 여자들의 눈은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일본 년이라 생각하지 말고, 친절해라.
이것이 오덕수가 기태에게 내린 명령이었다.
물론 이 역시 강철의 부탁으로 내린 명령이었다.
그리고 처음.
기태는 자신에게 달라붙은 여자가.
속된 말로 조선인의 고혈을 빨아먹는 쪽발이 년이라는 생각에 싫은 내색을 보였지만.
그녀가 살랑살랑 달라붙자.
마음이 거의 녹아내린 상태였다.
“이보게, 기태 포수!”
그때 목수 하나가 기태를 불렀다.
“예, 대목 어르신!”
“거기서 깨 좀 그만 볶게! 좀 안 보이는 데에 가서 할 수 없겠나? 자꾸 그러고 있으니 인부들이 한눈팔잖아! 이러다가 사고가 난다고!”
“······네, 이만 보내겠습니다.”
“보내기는 뭘 보내? 여자가 그리 달라붙으면 못 이기는 척도 해주는 것이 인심이지! 인심이 그렇게 야박해서 쓰겠나? 하하하!”
대목의 말에 기태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여자의 눈빛이 반짝였다.
“하즈코.”
“예, 기태 상~”
“저기로 가자.”
“예.”
그렇게 경계를 서던 기태와 하즈코는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 대마도는 조선인과 일본인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강철은 이것을 노리고 있다.
“좋을 때다, 좋을 때야! 하하하!”
“대목수, 여기 좋지 않습니까? 먹을 것이 넘치고, 따뜻하고, 여자들 인심도 후합니다. 으흐흐흐.”
“여자들 인심이 후해?”
“예, 요바이가 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허허허!”
“가여운 거지, 남자가 없으니 얼마나 외로웠겠어?”
“그러게 말입니다. 오늘 아침에 못 일어날 뻔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다리가 후들거렸던 거였군, 이보게, 그러다 뼈 삭네.”
“하하하!”
하여튼 대마도 여자들과 조선에서 건너온 남자들은 빠르게 융화되고 있었다.
항상 그렇듯 남녀가 살을 부비면 정이 쌓이는 법이다.
“어서어서 서둘러야 하네, 창고를 다 지으면 막사를 지어야 해!”
“막사라굽쇼?”
“그렇다네. 지금은 그런 줄 알게.”
* * *
1944년 9월 17일.
경성 헌병대 야마모토 대위의 집무실.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야마모토 대위는 강철에게 뇌물을 받아먹는 헌병으로, 최근 대위로 진급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누구에게 맞았는지.
얼굴에 멍이 빠지지 않은 남자가 정자세로 서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강철의 집에 강도로 위장해 침입하고 독립 자금을 받아간 독립군이었지만 변절해 야마모토의 앞잡이가 되었다.
광재는 결국 고문을 받다 변절하고 말았다.
사실 고문은 그리 심하게 가해지지 않았지만.
광재는 바로 변절해 버렸다.
광재는 고된 광복군의 삶에 진절머리가 나 있었다.
그리고 검거되자 바로 변절을 결심했다.
‘나도 좀 제대로 살아 보자.’
호의호식이 제대로 사는 거라면 광재는 제대로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그가 호의호식할 시기는 1년을 넘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