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68
대한민국 절대 재벌! 68화
하루가 지났다.
정말 쉴 틈도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명동에 있는 다방에서 호적을 관리하는 총독부 관리를 만났다.
“가능합니까?”
“당연합니다, 누구의 부탁인데 안 되겠습니까.”
두둑한 돈 봉투를 미리 쥐여서인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리고 일본인 신분증 하나 만들어 주십시오. 없던 인물이 아니라 원래 있던 인물 중에 실종되었거나 그런 거 있잖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궁금하십니까?”
“궁금할 수밖에요.”
호적 담당 관리가 나를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나는 주머니에서 다시 묵직한 돈 봉투 하나를 더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궁금해하지 말라고 드리는 겁니다.”
“허허허, 하여튼 배포 하나는 크십니다. 예, 궁금해하지 않겠습니다.”
“절대 비밀입니다.”
“물론이죠.”
해방 후 대마도에서 일본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일본인 신분증이 필요했다.
‘준비해야지.’
이승한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올 때.
나도 일본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이승한을 만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두 개의 신분을 가지게 되었다.
조선에서는 조선인 강철로 활동할 것이고.
일본에서는 호적 담당 관리가 구해 준 일본인 신분으로 활동해 양국에서 부를 축적할 것이다.
‘이것은······.’
만약을 위한 대비다.
곧 독재자의 한 마디가 법이 되는 세상이 온다.
그리고 그들이 원한다면 내가 가진 부를 빼앗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5공화국 때 국내 재계 서열 7위의 국제 그룹이 하루아침에 공중분해가 된 사실은 유명하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미국 국적을 취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 전산화가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지 않다.’
아니, 전산화 자체가 없다.
그래서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 *
1944년 9월 17일.
오늘은 사업 지역을 확대하려고 마포에 왔다.
나는 이곳에서 아주 비밀스러운 사업을 계획했다.
‘금은 품귀다.’
하지만 모두가 금을 원한다.
특히 조선을 떠나려는 자는 더 그렇다.
금괴가 없다면 비슷한 것을 만들면 되고.
나는 그것을 만들어서 조선 인민을 착취한 일본인들에게 사용할 생각이다.
그러니 은밀한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런 으슥한 곳에 뭐 하겠다고 대장간을 내지비?”
마포는 마포 나름의 싸움패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호가호위의 마음으로 시라소니 삼촌을 데려왔다.
싫다는 분을 억지로 데려올 정도로 나와 시라소니의 관계는 돈독했고.
이것은 그가 나를 좋게 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제공한 삐루와 용돈이 한몫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혹시 나쁜 짓 하려는 기네?”
이럴 때는 웃기만 하면 된다.
“에이, 말 않겠다는 거구나야.”
‘나쁜 짓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실 내가 하려는 짓은 범죄다.
그만큼 나는 자금이 궁했다.
“다 필요해서 그럽니다.”
“거 곰 새끼가 아니라 개 코구만기래!”
그때 때마침 덩치가 큰 마포 불곰이 부하들을 이끌고.
내가 세운 대장간 쪽으로 걸어왔다.
그는 시라소니 삼촌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지만.
가식적으로 표정을 풀었다.
이 시대는 누구도 시라소니와 맞서려 하지 않는다.
십중팔구는 패할 것이 분명하니 체면치레라도 하자는 것이다.
“시라소니 형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불곰, 잘 있었나 보지비~”
김두완은 잇뽕, 이상순은 시라소니로 불리는 것처럼 싸움패들에게는 다들 별호가 있다.
“예, 형님, 그런데 무슨 일로 마포까지 오셨습니까?”
“내는 여기 오면 안 되네?”
“아, 아닙니다.”
“히히히, 내 또카가 여기에 대장간을 열었어. 그래서 한 번 귀경 왔지비. 앞으로 내 얼굴 봐서 잘 챙겨 주라우.”
“아, 그렇습니까?”
찰나의 순간이지만.
좋다 말았다는 눈빛이다.
‘세금 거두려고 왔구나.’
싸움패 대부분은 서민들에게 암 같은 놈들이다.
시대를 풍미하는 전설의 주먹이라고 해도 결국 조폭이고.
땀을 흘리지 않는 불한당이다.
생산 활동을 하지 않으니 누군가를 착취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김두완이 영웅?’
좀 다르기는 하지만.
그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야인시대’ 같은 드라마에서 조선 건달을 미화해도 건달은 결국 건달이고, 조폭이다.
“와, 세금 거두러 왔네?”
“아닙니다.”
이게 내 호가호위다.
물론 저들을 빈손으로 보낼 마음은 없다.
‘혼란스러울 때 주먹은 도움이 되지.’
다 쓸데가 있을 것이다.
“전 그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또카?”
시라소니는 조카를 또카라 발음한다.
“예, 삼촌.”
“저 치기들 기냥 보낼 기야?”
“당연히 아니죠.”
나는 환하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묵직한 봉투를 꺼내 마포 불곰에게 공손히 내밀었다.
“뭐, 우리 사이에 이런 것을 다……. 하하하!”
돈을 받으면 다 웃는다.
이게 바로 뇌물의 힘이다.
“식구끼리 더 잘 챙겨야죠.”
“이 친구가 사리가 분명하구만.”
“하하하, 감사합니다.”
“형님, 그럼 저는 나와바리 둘러보러 가겠습니다.”
“그래라.”
그렇게 마포 불곰이 사라졌다.
“또까, 오까네 많이 벌어야갔어.”
“그럴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뭐 하게?”
“못된 짓 할 겁니다.”
“뭬야? 히히히.”
내 말에 시라소니는 피식 웃었다.
* * *
야마모토의 집.
“일본에 다녀오겠다고?”
야마모토가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내가 오늘 야마모토를 찾은 것은 부산으로 향하는 여행증과.
대마도와 일본으로 갈 수 있는 선박 입항증을 받기 위함이다.
일본은 군국주의 국가다.
그러니 일본군의 힘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대마도에 다시 갈 때다.’
죽 쒀서 개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대마도에 관한 일은 철저히 비밀로 해야 한다.
만약 놈이 내가 대마도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고 독상을 차지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오덕수를 비롯한 광복군이 야마모토를 그냥 둘 리가 없다.
‘그냥 확 대마도에 데려갈까?’
사실 야마모토를 암살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놈이 죽고 나면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다.
일본군만큼 비열하고 잔인하게 복수를 하는 놈들은 찾기 힘들다.
광복군과의 전투에서 일본군 소대나 중대가 전멸하면.
일본 관동군들은 조선족 마을을 급습해 학살했다.
그러니 야마모토가 광복군에 의해 암살당하면.
일본군은 암살자를 색출하기 위해 미쳐 날뛸 것이고.
그와 자주 만나는 나는 용의자, 선상에 올라 바로 헌병대에 끌려가 고문을 받을 것이다.
그러면 아는 것 모르는 것 다 불고 죽거나 그전에 죽을 것이다.
그러니 야마모토가 일본군일 때는 암살할 수 없다.
‘민간인이라면 또 달라지는데······.’
놈을 처단하려면 놈의 어깨 위에 달린 계급장부터 떼야 했다.
“예, 그렇습니다.”
“왜 이 시점에 위험한 일본으로 가겠다는 거지?”
야마모토는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자신을 피해 도망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위험한 곳에 돈이 쏟아지는 법입니다.”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 야마모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마도에 가야 한다.’
대마도의 화족인 백작과 담판을 지을 때가 왔다.
‘대마도는 내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고.
또 미군정과 친해지는 사다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도 하겠군. 그리고 네 본가를 부산으로 옮겼더군.”
이 소리를 왜 안 하나 했다.
“예, 그렇습니다.”
“왜지?”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마치 네놈이 그리 피신시켜도 자기의 손바닥 안이라고 생각하는 듯 비웃었다.
“부산에는 창고가 많습니다.”
나직이 말했다.
“창고?”
“예, 이런 말씀을 들으시기는 거북하시겠지만 일본은······.”
“망하지.”
“예, 그렇게 되면 일본인의 재산은 적산이 됩니다. 부산은 항구고, 창고가 많습니다. 그 창고 안에 어떤 물품이 들어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셋째 형을 보냈습니다.”
“너는 참 똑똑한 녀석이다.”
“감사합니다.”
“너의 셋째 형이 건달기가 있으니 밀수도 시키겠지?”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는 투로 말했다.
“예, 맞습니다. 큰일이 생긴다지만 그래도 본토가 반도보다 물자가 많지 않겠습니까? 코쟁이들에게 점령당하면 코쟁이들은 어쩔 수 없이 원조해야 하고, 그것을 빼돌리는 자는 부를 쌓을 겁니다. 아마도 건실한 사업가보다 야쿠자가 더 득세하는 시대가 될 겁니다.”
“야쿠자······.”
찰나의 순간 야마모토의 눈빛이 변했다.
‘뭐지?’
그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그렇습니다. 당분간은 일본도 조선도 무법지대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폭력을 행사하는 자가 득세할 것입니다.”
사실 일본 야쿠자들은 미군정 시절부터 팽창해.
버블시대를 맞이할 때까지 거대해진다.
“너는 정말 조센징이기에 너무 아깝다. 네가 니혼징이었고,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면 나는 너를 오야지로 모셨을 것이다. 하하하!”
이것은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배신하겠지.’
야마모토는 탐욕스러운 자니 당연히 그럴 가능성이 컸다.
“과찬이십니다.”
“그래서 일본에 가겠다는 것이냐?”
“며칠 후에 조선식산은행에서 대출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구비 서류는 완벽하다.
또한 일본 육군과 헌병대가 내게 수주했다는 공사 서류도 완벽하다.
거기다가 조선식산은행장의 비리도 꽤 많이 파악했다.
그 모든 것을 이용해 대출할 것이다. 물론 사기 대출에 가깝다.
“대출을 받고 나서 간다?”
“예, 그렇습니다. 도쿄 땅을 매입할 생각입니다. 필요한 것은 선박 운행증과 여행 허가증입니다.”
“바다를 건너는 것이 안전할까? 본토는 이미 미국 놈들의 군함이 포위되었다.”
“설마 어선까지 공격하겠습니까?”
“그건 모르는 일이지.”
야마모토는 내 목숨을 걱정할 놈이 아니다.
단지 내가 만약 미군 함정의 공격을 받아 바다에서 수장되면.
자기한테 돈을 벌어다 줄 개가 죽는 것이고, 그게 싫은 것이다.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을 때 움직여야 돈이 됩니다.”
“강철.”
“예, 형님.”
“네가 죽으면 네 가족은 모두 내 손에 죽는다.”
야마모토의 말에 소름이 돋았다.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운 없이 폭격을 받아 죽어도.
내 가족 모두를 몰살시키겠다고 협박하니 치가 떨렸다.
“네 아내가 참 예쁘더군, 내 장담컨대 네놈이 죽는다면 만주 관동군 위안부 부대로 보내 주마.”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 그런 일은 없습니다.”
도망치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다.
바다를 건너다가 내가 죽기라도 한다면.
내 가족 모두를 죽이거나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겠다는 것이다.
‘이 새끼, 죽여야 해.’
놈이 내 역린을 건드렸다.
그러니 나도 이제는 참지 말고 응대해야 했다.
지금까지는 놈을 위험한 줄타기를 계속해 내가 돈을 버는 도구로 쓰려고 했다.
하지만 이 순간 결심했다.
‘야마모토, 반드시 네놈을 죽일 것이다!’
“다녀와라. 몸 조심히 다녀와, 네 아내가 만주로 끌려가기 전에 헌병대부터 불려갈지도 모르니까.”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졌다.
“예, 형님.”
나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고.
야마모토는 내게 사악한 미소를 보이고 있다.
‘개새끼······.’
치가 떨린다.
저놈을 끝장낼 방법을 찾아야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