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69
대한민국 절대 재벌! 69화
또 며칠이 지났다.
친가의 부산행 때문에 시라소니 숙부를 따로 모셨고.
나는 이 자리에 칠성이를 데려갔다.
사실 어린 칠성을 시라소니 숙부에게 맡기려고 칠성을 이 자리에 데리고 온 것이다.
‘받아 드신 맥주값은 하셔야죠.’
나는 칠성을 한 번 보고 또 시라손 숙부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부산에 가 달라고?”
“예, 삼촌.”
그동안 공짜로 제공했던 삐루값을 받을 생각이다.
사실 부산을 장악해야 한다.
그리고 내 영역으로 만들고.
공업 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전에 대마도와 연결된 밀수 거점으로 만들어야 했다.
“왜 내가 가야지비?”
걸쭉한 이북 사투리로 내게 묻는 시라소니 숙부시다.
“부산에서도 거하게 장사할 생각입니다.”
내가 사업가이니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허허허, 또카가 조선 팔도를 다 먹을 생각이군 기래.”
그는 내가 사업 수완이 뛰어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
“아직? 다 먹고 싶기는 하는 모양이지비?”
“제가 그런 깜냥이 된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사내새끼로 태어났으면 그 정도 배짱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돟? 됴아, 그런데 왜 나보고 거길 가라는 거지비?”
“삼촌도 이제 나와바리를 만드셔야 하지 않습니까?”
“나와바리?”
내 말에 시라소니는 인상을 찡그렸다.
셋째 형의 옆에 시라소니 숙부가 계시면.
험한 일을 겪지 않고도 부산 건달패들과 교분을 쌓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런 부탁을 했다.
“싫으십니까?”
“당연히 싫지비. 나와바리가 생기면 이것저것 꼴치 아픈 일이 많아져서 싫다.”
“그럼 유랑 목적으로 다녀오는 것은 어떻습니까?”
“누굴 지키라고?”
“제 셋째 형입니다. 제가 조카이니 셋째 형도 삼촌의 조카라면 조카지 않습니까?”
“내를 부산으로 못 보내서 안달이 난 종자 같구나야.”
“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얻어먹은 삐루값을 하라는 기야?”
내 간곡한 부탁에 시라소니는 한 수 접는 듯 되물었다.
“그런 건 아닙니다. 사실 셋째 형에겐 어쭙잖게 건달기가 있습니다. 어디 가서 딱 맞아 죽기 십상입니다.”
“진짜 목적이 뭐지비?”
진실을 말할 때다.
“곧 좋은 날이 옵니다.”
조선인에게 좋은 날은 광복이다.
“좋은 날? 그게 오기나 할까나?”
“꼭 옵니다. 오고 맙니다. 아무리 겨울이 혹독해도 봄은 반드시 오지 않습니까?”
“그 봄 안 온 지 36년째다.”
“그래도 옵니다.”
“또카, 너는 참 이상한 구석이 있다. 뭐든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지 모르겠다.”
시라소니가 나를 물끄러미 보았다.
“예측하는 겁니다.”
그 이후에 일어날 참혹한 사건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그날이 와도 망할 것들은 완전히 망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밀수해야 합니다. 다 떠나면 아무것도 안 남습니다. 누가 동포들을 먹여 살리겠습니까?”
“종간나 새끼, 또카는 너무 거창하구나야~”
이러면서도 자신이 나를 잘 봤다는 눈빛을 지었다.
“이것도 장사고 사업입니다. 셋째 형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만······.”
“얻어먹은 삐루값은 하마.”
“감사합니다. 삼촌.”
“이래서 공짜 점심은 없는 거지비.”
시라소니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돌렸다.
‘부산에서 자리 잡으면 다시 대마도로 보내야겠지.’
징검다리 작전을 써야 한다.
시라소니 숙부에게는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닐 테니까.
“그리고 삼촌.”
이제 칠성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할 때다.
“와 또.”
“칠성아, 이리 와서 인사드려라.”
내 말에 칠성이가 우리에게 다가와 꾸벅 인사했다.
“이 간나 새끼는 또 뭐야?”
“제 조카입니다.”
“또카가 거지새끼들을 모은다고 하더니 그 간나 새끼들 중 하남둥?”
“예.”
“그래서 야는 왜 부른 기야?”
“유랑 차 가시면 삼촌 뒤치다꺼리를 할 녀석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싸움패가 되고 싶나?”
내 말에 시라소니 숙부께서 칠성에게 물었다.
“예, 조선 최고의 주먹이 되고 싶습니다.”
“니는 그럼 누가 조선 최고의 주먹이라고 생각하지비?”
시라소니는 칠성에게 치기어린 질문을 했다.
‘자기라고 말하기를 바라는 모양이네.’
이럴 때마다 애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야 김두완 오야붕 아닙니까?”
“걔는 나한테 설설 기어.”
“싸워 보셨습니까?”
칠성의 눈이 반짝였다.
“호랑이끼리 쌈이 붙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아니?”
“예?”
“다 뒈지는 기야. 그럼 어찌 되갔나? 승냥이 새끼들이 물고 뜯깠지? 네가 뭘 알갔네. 히히히.”
“······예.”
“이 간나 새끼, 귀여운 구석이 있구나야.”
“데리고 다녀 주십시오.”
“왜, 또카는 종로도 탐나나?”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건 아닙니다. 아이들을 거뒀는데 진짜 건달이 되고 싶다고 해서 그리하라고 했습니다.”
“쯧쯧, 싸움패가 뭐가 좋다고, 알았다. 이것도 받아먹은 삐루 갚는 셈 치지비.”
“감사합니다. 숙부님.”
“네 이름이 칠성이라고 했네?”
“예, 할배.”
“할배?”
“숙부의 숙부이시니 할배 아닙니까?”
칠성이가 넉살을 부렸다.
“뙜? 간나 새끼야, 손 줘 봐야.”
“예.”
칠성이 시라소니에게 손을 내밀었다.
“묵직한 것이 꽌투 하면 좋겠다.”
“전 전설적인 주먹이 될 겁니다.”
“이 간나가 뭐라는 기야? 꽌투도 주먹으로 하는 기야!”
시라소니 숙부께서 피식 웃어버렸다.
‘권투?’
대한민국 최초 세계 챔피언?
칠성이 그렇게 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 *
장인어른의 서재.
꽤 시간이 지나고 난 장인어른께 야마모토와의 일을 모두 말했다.
그리고 내가 준비하는 것도 말했다.
‘어쩔 수 없다.’
-네 아내가 참 예쁘더군, 내 장담컨대 네놈이 죽는다면 만주 관동군 위안부 부대로 보내 주마.
망할 놈이 내게 한 말을 떠올리기만 해도 치가 떨린다.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나는 계획을 세우면 반드시 실행에 옮기는 성격이다.
15살에 아버지에게 목침을 맞고 가출할 때부터 계획한 일은 뭐든 실행에 옮겼다.
“아······.”
내 설명을 다 들으신 장인어른은 위험한 눈빛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기대에 찬 눈빛까지 지었다.
“그런 위기 속에서 그런 생각을 해내다니 사위, 자네는 참 대단하이.”
“위기 후에 기회가 오는 법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야마모토는 탐욕스러운 자이니 그를 이용하면 모든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야마모토, 그자는 정말 탐욕스러운 자군. 그것을 간파하다니, 사위는 사람을 관통하는 직관력이 있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계속 위험한 행보를 이어 가다가는 결국 막다른 골목에 몰리는 법이네. 사위, 자네의 목숨과 내 딸의 행복을 야마모토가 움켜쥐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게.”
“그래서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또, 뭔가······.”
장인어른은 내 눈빛이 변한 것을 깨닫고는 말꼬리를 흐렸다.
그리고 긴장된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야마모토를 죽여야겠습니다.”
내 눈에 살기를 느꼈는지 장인어른의 표정이 굳었다.
“그를 죽일 방법이 있을까?”
“찾을 것입니다. 그래서 부탁드리려고 왔습니다.”
“그는 일본 헌병대 대위네, 그의 계급은 대위지만 그가 가진 힘은 육군 중좌 이상일 거야.”
헌병은 군인을 사찰하는 임무를 가졌기에.
일본 육군 상급자들도 야마모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가 헌병대 소속 군인이기 때문에 이런 권력을 휘두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놈의 어깨에 계급장만 뜯는다면 죽일 방법은 많습니다.”
일본군, 그것도 헌병 대위를 죽이면 경성이 발칵 뒤집힌다.
그리고 일본은 암살자를 색출하려고 미쳐 날뛸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일본군이 아닌 일반인이 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리고 탐욕스러운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도 밝혀지면.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이이제이’
오랑캐로 오랑캐를 친다.
이게 내 기본 작전이다.
작전을 실행하려면 육군 내에 있는 야마모토의 정적부터 찾아야 하고.
그런 자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장인께 왔다.
‘감히 내 아내를 거론해? 개새끼!’
놈을 반드시 죽일 것이다.
야마모토는 나의 역린을 건드렸고.
나는 놈에게 반격할 것이다.
“야마모토의 정적이 누군지 알아봐 주십시오. 그는 지금까지 승승장구했습니다. 분명 군부에서 시기하는 자가 있을 겁니다.”
“위험한 일일세.”
“놈이 죽어야 제가 살고, 리에 아가씨가 안전해집니다.”
“으음······.”
장인께서 깊은 신음을 토해내셨다.
“알아보기는 하겠네. 그런데 그렇게 탐욕스러운 자라면 이용해서 이익을 추구하고 일본으로 돌아갈 때까지만 기다리는 것이 어떨까?”
요즘 자꾸 야마모토가 이 땅에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제게 총구를 겨눈 놈입니다. 그때 저는 리에 아가씨만 떠올랐습니다. 제가 죽으면 리에 아가씨는 머나먼 만주로 끌려갈 겁니다.”
“그러고 보니 거의 만삭이군.”
“예, 장인께서 곧 할아버지가 되십니다.”
“내 딸과 손주를 위해서라도 힘써 보겠네.”
“예.”
“그리고 이것을 받아주십시오.”
나는 보자기에 한복 한 벌을 가져왔다.
“뭔가?”
“한복입니다.”
내 말에 미묘한 눈빛을 지었다.
아니, 서글픈 눈빛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조선 백성들이 그렇게 기다리는 그 날이 오면.
장인께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태극기를 들고 눈물을 흘리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쳐야 하신다.
일본인인 장인어른의 처지에서는 무척 슬픈 일이겠지만.
그렇게 하셔야 한다.
아니, 사위인 나와 딸인 리에 아가씨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
“왜?”
“장인께서 조선에 남으셔야 합니다. 손자들 크는 모습을 지켜보십시오.”
“내가 남는다면 무사할까?”
“그날 이후로 한복만 입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다 알아서 할 겁니다.”
일본인을 한국인으로 둔갑시킬 것이다.
‘종로 서기를 구워삶았으니 가능하다.’
이 역시 돈의 힘이다.
“알았네. 이제 자네가 우리 집안의 기둥이네.”
“예, 단단한 기둥이 될 것입니다.”
* * *
조선식산은행 본점
1945년 1월이다.
나는 지금 조선식산은행에 왔다.
‘이제부터 사기다.’
야마모토의 권력을 등에 업고 장인어른의 신용을 앞세워서 거대한 사기를 치려고 왔다.
‘7개월 남았다.’
그때까지 차지할 수 있는 것은 다 차지해야 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빼앗긴 것을 되찾는 일이다.
“부족한 서류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지금 조선식산은행 대출 담당 고위 직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 은행장님께 통보를 받았습니다.”
야마모토가 전화를 건 모양이다.
“그렇습니까? 그리고 이건 총독부의 보증서입니다. 그리고 또 이건 헌병대 사업 수주 문서입니다.”
우선은 헌병대 막사 사업 수주 문서를 야마모토 대위에게 받았다.
그는 이제 내 도구로 쓰일 것이다.
물론 그도 나를 도구라 생각할 것이다.
위험한 줄타기였다.
하지만 위험할수록 이익은 크다.
그리고 꽤 많은 담보도 제공했다.
“예, 다 확인했습니다. 그래도 정말 엄청난 거금이군요.”
내가 이 망할 놈의 은행에서 빌릴 돈은 100만 원으로, 현대로 따지면 360억 정도다.
아마 이런 거금을 조선식산은행에서 조선인에게 대출해 준 경우는 없었다.
한마디로 초유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