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85
대한민국 절대 재벌! 85화
“궁금해서 묻는 거네.”
김두완의 눈빛이 변했다.
‘설마······!’
아닐 것이다.
김두완은 허세를 부리긴 해도 사악한 모리배는 아니다.
“가치로 따지면 300만 원 정도 될 겁니다.”
“그렇다면 이 파편을 없앨 것이 아니라 밀수해서 일본과 만주에 팔아서 독립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어떨까?”
김두완이 엉뚱한 생각을 했다.
“왜놈들에게 복수하는 거지.”
“그러실 필요 없을 겁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아마 내일쯤 일왕이 항복할 겁니다.”
“내일?”
내 말에 김두완이 기겁했다.
물론 이것은 천기누설이다.
“내일 아니면 모레쯤 될 겁니다. 종로를 비롯해 일본군들이 싹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그러고 보니 그렇군.”
“일본인 거주 지역을 방비하러 갈 겁니다. 그러니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숙부를 찾아온 것입니다.”
나는 이틈에 김두완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숙부라······”
“아닙니까?”
법이 무너진 세상에는 주먹이 진리다.
그리고 어떤 세상이든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그래, 내가 자네의 숙부가 되어주지.”
이렇게 되면 나는 김좌진 장군의 양손자가 된다.
물론 이것을 노린 것은 아니다.
물론 김두완은 떠벌리기 좋아하는 성격이니.
독립한 후, 내가 자신의 조카라고 말하고 다닐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는 성공한 사업가로 변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독립 후 조국 건설을 위해 이 아편을 써야겠어.”
“숙부님······.”
“내 알아서 할 테니 그리 알고 있게.”
“하지만 아편은 악입니다. 청이 망한 것도 결국 아편 때문입니다.”
“누구에게 쓰느냐에 달렸고, 누가 쓰느냐에 달렸네. 나는 돈에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네. 조카도 그걸 알지 않나?”
내가 그를 숙부라 해서 그런지 그는 나를 조카라 불렀다.
“그래도······”
“내 아버님 김좌진 장군님의 이름에 먹칠할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게.”
“······예.”
잘못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없앴어야 했는데······.’
이번 일이 또 어떻게 흘러 내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걱정되었다.
* * *
1945년 8월 14일.
광복 하루 전날이다.
“이건 또 뭔가?”
장인께서는 침울한 눈빛으로 내게 물으셨다.
“새 신분증입니다.”
내 말에 장인은 책상 위에 놓인 신분증을 들었다.
“나성택?”
“그렇습니다. 이제부터는 리에 아가씨를 위해 조선인으로 살아주십시오.”
나는 장인어른께 머리를 숙였다.
이것은 부탁이다.
그리고 결정은 장인어른의 몫이다.
“사위, 자네는 자꾸 내 가슴을 후벼 파는군.”
“죄송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내일 패망합니다.”
“으음······.”
“야마모토에게 들었습니다. 야마모토가 떠나기 전날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라는 것이 터졌다고 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안타깝게도 장인어른의 고향이 아예 사라졌다고 합니다.”
앉아 계신데도 휘청거리셨다.
“정, 정말인가? 도, 도시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나······.”
“미국이 도시 하나를 사라지게 만드는 폭탄을 개발했고, 사용했답니다. 곧 일본은 망합니다. 송구하오나 이제 돌아가실 고향이 없으십니다.”
내 말은 장인의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일 것이다.
“아······.”
장인어른께서 눈물을 흘리셨다.
자신의 고향이 사라졌다.
나라고 해도 슬플 것이고, 비참했을 것이다.
“모진 말씀이오나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나는 태극기를 꺼내 장인어른께 내밀었다.
“오늘부터 항상 품에 지니고 다니십시오.”
아직도 일제 통치가 계속되고 있기에 태극기를 구하기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일장기를 바탕으로 태극기를 그려서 장인께 내밀었다.
“내 조국 일본이 망할 때 흔들라는 건가?”
장인께서 나를 노려보셨다.
“예, 그리하셔야 합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이 반도에 내가 남아 있어야 할까?”
“사람들이 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태극기입니다. 이것은 일장기를 바탕으로 다시 그린 태극기입니다. 장인어른께서는 태극기에 숨긴 일장기를 흔든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궤변이군.”
“장인어른, 리에 아가씨와 필이만 생각해 주십시오.”
장인께서는 필이를 끔찍하게 아끼신다.
“으음······.”
“유일한 혈육이시지 않습니까?”
내 말에 장인께서는 한참이나 고민을 거듭하시다가 나를 보셨다.
“알았네. 내 이미 예전부터 그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오늘 마음이 너무 아파서 자네의 마음도 아프게 했네.”
“그저 송구할 뿐입니다. 그리고 오늘 저와 함께 저희 집으로 가시지요.”
“내 집을 버리고?”
“흥분한 조선 동포들이 일본인 집단 거주지를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내일이 오면 일본군들은 일본인 거주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선을 구축할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군.”
“가셔서 필이의 재롱을 보시며 주무십시오.”
“내가 오늘 잠잘 수 있을까?”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일본이 패망했다고는 하지만 멸망한 것은 아닙니다. 일본은 다시 일어설 겁니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못된 놈들이지, 일본에는 장인어른과 같은 분이 더 많습니다. 그들이 다시 힘껏 일어나 일본을 바로 세울 겁니다.”
이것은 팩트다.
“그랬으면 좋겠군.”
“바로 가시죠.”
“그러세.”
장인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시다가 다시 한번 휘청거리셨다.
‘힘드시겠지.’
장인께는 일본은 조국이다.
그 조국이 내일 망하게 될 거라는 말을 아들처럼 믿었던 내게 들었으니.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 * *
중국 공산당 모택동의 집무실.
“국민당에 심은 밀정의 보고에 의하면 내일쯤 일본이 항복 선언을 할 거라고 합니다.”
모택동은 상석에 앉아 있고.
그의 옆에는 중국 공산당의 요인들이 앉아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렇다면 국민당이 또 우리의 뒤통수를 치려고 하겠군.”
“그럴 것입니다.”
“각 부대에 대비하라고 하시오.”
이제 중국에 남은 것은 통일 전쟁이었다.
“그리고 소련이 남진했습니다. 아마도 조선으로 입국할 것 같습니다.”
“조선?”
“그렇습니다. 조선은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군사적으로 무척이나 중요한 지역입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모택동은 곧 통일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왜 조선의 상황을 보고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소련은 입국과 함께 꼭두각시를 앞세워 정권을 잡으려 할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건가?”
“우리 공산당은 조선 의용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독립군 중 연안파라 불리며 중국 연안에서 무장 활동을 펼치는 자들이 있는데.
그들 역시 공산주의자들이다.
이것은 한반도의 역사적 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숨겨진 장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연안파는 중국 연안에서 활동하던 조선 의용군 계열의 김두봉을 필두로.
최창익, 무정, 김창만 등이 핵심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중국 공산당의 후원을 받으며 입북하고.
소련 군정의 밑에서 김일성과 함께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이건 다시 말해 그때까지 김일성의 입지가 완벽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들을 지원하셔야 합니다.”
“통일 전쟁도 힘겨울 텐데 조선 의용군을 후원하자는 건가?”
“예, 필요합니다. 김두봉을 지원하셔야 합니다.”
보고자의 말에 모택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게.”
이제 연안파는 중국 공산당의 후원을 받아 북한 지역으로 입국할 것이다.
또한, 그들은 무장 상태로 입국했고.
꽤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 * *
1945년 8월 14일 밤.
“내일 무슨 날이래요? 막내 서방님.”
형수께서 내게 물으셨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엄청난 규모의 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사람으로 장막을 쳐야지.’
내일 우리 집 앞에서 거대한 잔치가 열릴 것이고.
그 잔치에 초대받을 사람들은 수표교 거지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폭도로 변할지도 모르는 조선 인민들의 감격과 분노로부터 우리를 지킬 것이다.
“모처럼 귀한 소도 잡고 돼지도 잡고 잔치네요, 잔치. 호호호.”
“예, 내일 잔치입니다. 성대하게 잔치를 열 생각입니다.”
내일이면 독립이 이루어지는 날이다.
잔치를 열어도 된다.
“그런데 순사들이 소를 잡은 것을 알면 난리를 칠 텐데 괜찮은 거죠? 막내 서방님.”
소를 몰래 잡아먹는 행위는 아주 큰 죄다. 하지만 이미 순사들은 몸을 숨긴지 오래다.
‘노덕술, 개새끼!’
그 새끼도 숨었다.
아마 이승한 박사가 입국하면 그때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미군정의 비호를 받으며 고위경찰이 될 것이다.
하여튼 옷을 갈아입은 사람은 장인어른만은 아니다.
노덕술 같은 악질 고등계 경찰도 일본 순사복을 벗고.
대한민국 경찰복을 입을 것이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앞으로는 누구도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니까요.”
이건 내 바람이다. 내일 누구도 우리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이 시기하면 잔인하게 변할 때가 많다.’
그래서 경주 최 부자도 사람들의 마음을 경계하면서 덕을 베풀었을 것이다.
“무슨 잔치인가요?”
사실 형수와 아낙들이 밤까지 잔치 준비를 했다.
“거지들 불러서 크게 잔치를 할 겁니다.”
“거지라고요?”
형수가 놀라 눈이 커졌다.
“이걸 다 거지들 먹이려고 준비하셨다고요?”
“예, 내일은 좋은 날입니다.”
“아이고 동생님은 정말 좋으시겠어요. 저리 잘난 신랑을 만나서요.”
형수는 자기 옆에서 묵묵히 일하는 리에 아가씨에게 여전히 하대하지 않았다.
“말씀 놓으세요, 형님.”
리에는 삼순 형수께 공손히 말했다.
“내가 어떻게……. 호호호. 누구 때문에 이렇게 잘 먹고 잘사는데.”
“그래도······.”
“동생님은 힘들 테니 들어가서 쉬어요. 이런 일을 어디 해봤어요? 쉬어요, 쉬어.”
형수의 말에 잔치를 준비하던 아낙들이 이상한 눈빛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서열을 더 중요시하고 확실하게 지킨다.
“아니에요, 돕겠습니다.”
“그럼 그러세요.”
하여튼 우리 집은 잔치 준비로 한창이다.
아니, 독립 후를 대비할 준비로 한창이다.
“계십니까?”
그때 함평식이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섰다.
‘왔군.’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정말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함평식이 왔다.
하지만 나는 애써 담담한 척하며 함평식을 봤다.
“오셨습니까?”
함평식은 묵직해 보이는 서류 가방 하나를 들고 있다.
‘저 안에······.’
내 명의로 된 대출 문서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것을 태우면 은행에 있는 내 빚이 사라진다.
은행 전산화가 구축되지 않은 시대이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이 가능했다.
‘물론 필사본이 몇 부 있겠지······.’
하지만 그 필사본도 함평식이 다 가져왔을 것이다.
‘멍충이가 아니라면 말이지.’
내가 파악한 함평식은 멍청한 인간이 아니니 확실히 처리했을 것.
‘내가 나중에 만들 저축은행의 은행장으로 쓴다.’
나는 함평식을 나중에 내가 설립할 저축은행의 은행장으로 낙점했다.
내게 해준 것만큼 나도 내 사람들에게 이익을 나눠 줄 생각이다.
원래 뭐든 혼자 먹으려고 하다가 망하는 법이다.
하여튼 나는 이렇게 이 시점에 악의 가면을 쓰고 말았다.
“예.”
“뒤뜰로 가시죠.”
내 말에 함평식이 나를 따라 뒤뜰로 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