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84
대한민국 절대 재벌! 84화
“오덕수를 어떻게 아냐고?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거냐고?”
“그렇다.”
“이 명월관에는 은월이라는 분이 있지. 그분이 오덕수의 정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어, 어떻게······.”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 총만 들었다고 광복군인 줄 아느냐? 그 총을 누구의 돈으로 샀지? 다 내 돈이다! 내가 개처럼 일본 놈들한테 기면서 번 돈으로 샀다. 그러니 쏴라! 내 이리 죽어도 그리 바라던 광복은 곧 올 테니까.”
나는 조용히 말했지만.
아키코에게는 또렷하게 들렸을 것이다.
‘제발 쏘지 마라······.’
마음속으로는 심장이 떨려 죽겠다.
하지만 지금은 겉으로는 허세를 부릴 때다.
“이름이 뭐지? 이왕 억울하게 죽을 거면 이름이라도 알고 죽자.”
나는 대장부처럼 태연한 척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술이 담긴 잔을 들어 마셨다.
‘이 잔이 내 생의 마지막 잔이 아니기를······.’
물론 속으로 겁나서 죽겠다.
스르륵!
그때 옆방의 문이 열렸다.
“영희야, 그만해. 그분이 하신 말씀은 다 옳아.”
은월이었다.
그리고 은월을 본 아키코의 눈빛을 떨렸다.
“언, 언니······.”
둘이 아는 사이다.
이게 또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어떤 관계일까?’
하여튼 나는 산 것 같다.
“앉으시오. 이제는 좀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내 말에 고영희가 잠시 나를 째려봤다.
그러고는 여전히 내게 총을 겨누며 조심스럽게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한 잔 받으시오. 곧 독립입니다.”
나는 술이 든 주전자를 들었고.
고영희는 총을 치마 속에 숨기며 내 술잔을 받았고.
은월은 내게 차분히 묵례하고 방에서 나갔다.
“당신이 한 말이 모두 진짜라면 고충이 정말 많았을 것 같군요. 하지만 가짜라면 내 총이 당신을 향할 겁니다.”
그녀가 태도를 바꿨다.
“나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소.”
이 말에 소름이 돋았다.
“좋소, 그런데 하나 물어봐도 되겠소?”
“뭡니까?”
“죽이려는 자와 말을 그렇게 많이 한 건 왜요?”
내 말에 아키코, 아니, 고영희의 눈빛이 변했다.
계획이 암살인 만큼 목표를 발견하자마자.
방아쇠를 당기고 사라지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나를 죽이려고 이곳에 숨어들었을 건데······.’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는지 모르겠다.
은월이 나타나기 전에, 그리고 내가 살기 위해 수많은 말을 꺼내기 전부터.
그녀의 결심이 흔들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설마······.’
머리에 번뜩 스치는 것이 있다.
아키코를 품은 날은 6월 2~3일쯤이다.
그리고 지금은 8월 11일이다.
‘아닐 거야······.’
아니어야 한다.
리에 아가씨를 또 슬프게 만드는 일이니까.
“왜 나를 바로 쏘지 않았소?”
나는 고영희를 뚫어져라 보며 물었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왜 야마모토, 그자에게 그렇게 많은 금괴를 준 것입니까?”
“금괴라니, 납덩이를 준 것뿐이오.”
“정, 정말입니까?”
내 말에 고영희가 놀라 나를 멍하니 봤다.
“녹이면 뒷목을 잡고 쓰러지겠지. 하하하!”
“호호호, 호호호!”
반신반의하던 의심도 풀린 모양이다.
“참 대차신 분이시네요.”
“그렇소, 나는 인생 대차게 삽니다. 내 인생은 대찬 인생 그 자체니까.”
하여튼 또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긴 것 같다.
벌컥!
그때 뽀이로 위장한 광복군이 급히 문을 열고 뛰어들었고.
그와 동시에 망태와 망치도 뛰어들었다.
“감히 누가 우리 사장님을!”
“무슨 일입니까?”
태식이 위급한 상황을 보자마자 사람을 부른 것이다.
그리고 태식은 긴장한 듯 주먹을 쥐고 고영희를 노려보았다.
“하하하, 아무 일도 아니니 나가들 있으시게.”
“예, 사장님.”
지금의 모습은 기생과 대작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안 됩니다, 저 여자, 뭔가 수상합니다.”
태식이 내 말에도 고영희를 보며 말했고.
고영희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태식은 내가 고영희 때문에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태식아.”
“예, 삼촌.”
“이 여자를 봤느냐?”
“예, 상황이 이상해 아저씨들을 불렀어요.”
“잘했다. 그저 오해가 있었던 것뿐이다. 가까운 사람이니 안심해도 된다. 하하하!”
옆에 둘 사람을 잘 고른 것 같다.
“······예.”
하여튼 오늘 또 목숨을 건졌지만.
앞으로 내 가정사는 파란만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아니기를······.’
* * *
1945년 8월 14일 오전.
조선 반도는 거의 공황 상태에 빠졌다.
아니, 무정부 상태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그렇게 많이 보이던 일본군들은 싹 자취를 감췄고.
오직 일본인 집단 거주지를 경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또한, 며칠 전부터 실종자들의 수가 늘어난 것을 보고받았다.
‘이미 패망을 받아들였군.’
나는 종로 김두완을 만나러 갔다.
‘알려줘야 해.’
아편, 그것은 꼭 없애야 했다.
그리고 나는 반드시 야마모토를 죽여야 한다는 결심을 다시 했다.
놈을 살려 둔다면 나는 두고두고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다.
‘이승한······.’
이 순간 이승한이 떠올랐다.
이승한이라면 야마모토보다 더 내 발목을 잡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마도만 아니라면······.’
이승한 박사와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잘만 하면······.’
대마도는 내게 권력을 휘두르는 권력자들에 대한 비상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필리핀에 있는 미국 사령부.
“스탈린에게 전해! 소련군이 홋카이도에 한 발자국이라도 내려놓으면 전쟁이라고!”
맥아더는 분노해 자신의 부관에게 소리쳤다.
“예, 각하. 그런데 조선 반도로 밀고 내려오고 있습니다.”
“조선 반도?”
“예, 그렇습니다.”
“조선 반도가 공산 정권의 수중에 들어가면 중국도 위태롭습니다.”
모택동의 중국 공산당 군대는 1934년에서 1936년까지의 기간에 대장정을 완료했으며.
1937년부터 1945년까지 8년간의 항일전쟁을 겪었다.
이때 몇 차례의 국공합작이 이어졌고.
미국은 장개석의 국민당을 지원했다.
그렇지만 지원한 무기와 물자들의 상당량이 중국 공산당으로 흘러들었다.
“현재 두 개의 군대가 중국에 버티고 있습니다.”
“그렇지.”
“일본이 패망하면 국민당과 공산당이 중국을 놓고 싸울 겁니다. 그럴 일은 없지만 만에 하나 중국 공산당이 승리하면 동아시아 지역은 모두 공산주의에 물들 겁니다.”
“우리의 구상에 조선 반도는 없는데······.”
“소련이 조선 반도에 진주하면 문제가 커집니다.”
참모의 보고에 맥아더는 그제야 인상을 찡그렸다.
“전보입니다.”
“뭔가?”
“대통령 각하께서 일본 항복 선언 후 조선 반도를 점령하라는 특별 명령을 내렸습니다.”
“점령······.”
“그렇습니다.”
맥아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고베항에 도착한 야마모토는 묵직한 가방을 들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돌아왔건만······.”
중좌로 진급했지만,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물론 일본 제국이 곧 패망할 거라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는 처음부터 일본의 흥망성쇠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다른 뜻이 있는 게 분명했다.
‘중위부터 중좌까지 진급이 너무 빨랐다.’
야마모토는 철썩이는 파도를 물끄러미 봤다.
“내가 속죄양 따위가 될 것 싶으냐, 이 망할 놈들아!”
바드득!
야마모토는 서늘한 눈빛을 지으며 이를 바득 갈았다.
저벅, 저벅!
그때 야마모토의 뒤에서 음산한 발소리가 들렸다.
척!
“왔나?”
“안녕하십니까? 연락받고 왔습니다.”
음산한 말투였다.
“내가 새롭게 시작해 보려고 하는 데 힘을 보태줄 수 있나?”
야마모토는 조선에 있을 때부터 오늘을 대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해 왔다.
“예.”
대답을 들은 야마모토가 돌아섰다.
“가자. 새로운 시작이다.”
야마모토의 앞에는 부랑자처럼 보이는 사내 셋이 서 있었고.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무척 어두웠다.
‘그래, 야쿠자도 나쁘지 않지.’
야마모토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놀랍게도 강철이 추측한 그대로 그는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재단하고자 했다.
‘가진다, 내가 다 가진다!’
이 순간 야마모토는 조선에 있는 강철의 얼굴이 떠올랐다.
‘너는 조선을 먹고 내게 바쳐라, 나는 일본을 먹을 것이다.’
* * *
김수복과 독사는 저 멀리서 야마모토가 고베항에서 내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장님의 판단이 옳은 것 같습니다.”
독사가 놀란 눈빛으로 김수복에게 말했다.
“저자들이 누군지 알아봐. 느낌이 딱 싸움패나 불령선인이군.”
“야쿠자라고 생각하십니까?”
“아직은 동네 불한당 정도겠지.”
김수복은 경찰의 시선으로 야마모토를 따라 걷고 있는 사내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내가 저자를 죽여야 하나······.’
김수복은 독사를 의식해 웃었지만.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김수복, 다른 방법 있나?’
김수복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없다.’
그의 머릿속에는 강철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순간 야마모토도 김수복도 강철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들에게 강철은 각자의 목적에 따라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 * *
우미관 김두완의 사무실.
“갑자기 여긴 무슨 일인가?”
김두완이 놀라면서도 나를 반갑게 맞이했고.
우리는 일면식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기에.
김두완의 부하들은 놀란 눈으로 변했다.
“따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내 말에 김두완이 부하들을 봤다.
“나가 있겠습니다. 형님.”
그렇게 김두완의 부하들이 밖으로 나갔다.
“이제 우리 둘뿐이니 말해 보게.”
김두완은 나를 아우처럼 대했다.
아니, 김두완이 시라소니 삼촌을 형님으로 모시니 나를 조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약도를 받으십시오.”
“약도?”
나는 야마모토가 내게 준 약도를 김두완에게 내밀었다.
사실 내가 직접 이 약도에 적힌 비밀 창고를 찾아 아편을 없애도 된다.
하지만 아편은 막대한 돈이 될 수 있는 악마의 씨앗이다.
장사치인 내가 그것을 직접 봤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 판단이 서지 않기에 김두완을 찾아왔다.
‘멀리할 것은 멀리하는 것이 좋다.’
뭐든 한 번이 무서운 법이다.
도둑질도 한 번이 무섭고.
살인도 한 번이 무서울 뿐이다.
그리고 그 한 번의 벽을 넘어서는 순간.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쉬워진다.
그러니 멀리하는 것이 좋다.
“헌병대의 야마모토가 준 약도입니다. 이 약도가 그려진 곳에 헌병대 비밀 창고가 있답니다.”
“그래?”
김두완의 눈동자가 커졌다.
“예, 그 안에 아편이 100㎏이나 있답니다.”
“아, 아편!”
김두완의 표정이 굳으며 놀란 눈빛을 지었다.
“이걸 왜 내게 주는 건가?”
순간 김두완이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
“반드시 태워 없애야 합니다. 이 아편이 풀리면 조선 동포들은 또 고통에 빠질 겁니다.”
“아편이라······”
김두완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아편에 욕심을 내는 눈빛은 아니다.
그런데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왜 그러십니까?”
“정말 그 말이 사실인가?”
“야마모토의 말입니다. 정확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정말이라면 그 아편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김두완의 질문이 당황스러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