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83
대한민국 절대 재벌! 83화
“같은 동포끼리 살 궁리를 찾아야 하지 않겠어?”
나는 지금까지 조선식산은행으로부터 엄청난 금액을 대출했다.
내가 가진 재산과 대출을 종합해 보면 내가 가진 재산의 85%가 대출이다.
그러니 그 대출 내용을 아예 지워 버려야 한다.
이걸 없애지 못하면 내 대출은 미군정에게 귀속될 것이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빚을 갚아야 한다.
‘그때는 빚을 갚을 때가 아니지.’
확보한 자금으로 미군정이 헐값에 불하하는 자산들을 매입할 때다.
그러니 어떻게든 대출 내역을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저는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처럼 일제에 충성한 놈들이 살아날 방법은 돈밖에는 없어.”
내 말에 함평식이 기겁한 눈빛을 지었다.
“광복하면 우린 몰매를 맞아 죽는다. 광복해도 나라가 없는데 법이 있겠나? 인민들이 재판할 것이고, 우리 같은 것은 그냥 맞아 죽겠지. 맞아 죽으면 얼마나 억울하고 고통스럽겠나?”
나는 함평식을 겁줬다.
“그, 그, 그렇게 되, 되겠죠······.”
함평식은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내 말 잘 들어.”
누군가를 위협하거나 협박할 때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진실 속에 협박을 넣어서 말해야 제대로 두려움을 느낀다.
소리를 지르며 겁박하는 것은 동네 양아치나 하는 짓이다.
“말씀하십시오.”
함평식은 나보다 15살은 많다.
그래도 내가 돈을 가지고 있기에 내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쓴다.
이것이 돈의 힘이다.
“은행에 넣어둔 대출 문서들 모두 챙겨서 나한테 가져와!”
“왜, 왜요? 일본이 망하면 그건 다 휴지조각 아닙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멍청한 소리다.
‘전산화가 구축되지 않은 것이 기회지.’
전산화가 구축되었다면 나는 이 엄청난 대출을 받지도 못했을 것이고, 영원히 기록이 남았을 것이다.
“멍청한 소리 하지 말고! 일본이 누구와 싸우지?”
나는 함평식을 가르치듯 되물었다.
“그야 연합군이죠. 저는 일본이 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아니, 연합군이 아니라 미국이다. 원래 뭐든 이긴 놈이 다 먹는다. 그게 세상 이치잖아.”
“설, 설마 코쟁이들이 일본 놈들 대신에 조선을 차지한다는 겁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하여튼 그 대출 문서들이 코쟁이들에게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어?”
“이긴 놈이 다 가진다고 하셨……. 헉, 서, 설마!”
이제야 내 말뜻을 이해하는 함평식이다.
“그렇지. 그러니까 없애야 한다.”
미군정은 조선에 오자마자 바로 조선식산은행의 재산을 동결하고 차지한다.
그때 돈을 가진 놈들이 적산을 헐값에 불하받고.
재벌이 될 기초를 다진다.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만약 대출 문서가 남아 있다면 나는 미군정에 그 돈을 갚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손해가 막급이다.
내가 가진 재산의 85%가 날아가는 꼴이다.
‘다 태워야지.’
그래서 함평식과 친분을 쌓았고, 때때로 두둑하게 챙겨줬다.
“성공하면 네게 충장동에 있는 저택 두 채를 주마. 게다가 김포 땅도 1,000마지기 정도 떼어주마.”
충장동의 일본식 저택을 말하니 함평식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정말입니까?”
엄청난 금액에 함평식의 입이 쩍 벌어졌다.
“물론이지. 그리고 나중에도 섭섭하지 않게 챙겨 주마. 할 수 있겠어? 내가 내 재산만 지킬 수 있다면 너도 평생 돈 걱정 없이 살아도 된다. 내 성공에 네가 도움이 됐다는 것을 절대 잊지 않을 테니까.”
“예, 할 수 있습니다.”
“8월 14일에 그 문서들을 내게 가져와라. 아무도 모르게 챙겨 와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절대 실수하면 안 돼, 복사본이 있다면 그 역시 모두 챙겨야 한다. 내가 조선식산은행에서 대출했다는 증거가 하나라도 남으면 우린 끝나는 거야!”
악당.
이 순간만큼은 나는 악당이다.
“물론입니다.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함평식은 오직 장충동의 집 두 채와 1,000마지기만 머릿속에 떠올리는 듯.
황홀한 미소를 지었다.
“옆방에 한 상 건하게 차렸으니까 거기서 마시고 가라. 난 또 만날 사람이 있다.”
“사장님은 항상 바쁘시군요.”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살아남는다. 그리고 다 차지할 수 있어!”
이 시기는 내가 부를 축적하는 데 큰 역할을 맡을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함평식이 내게 꾸벅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아키코의 숙소.
‘왜 달거리를 하지 않지?’
아키코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고.
그 순간 강철의 얼굴이 떠올랐다.
“설마······.”
아키코는 입술을 깨물며 분노했다.
‘처단해야 할 친일파의 주구인데······.’
똑똑.
그때 누군가 노크를 하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자가 명월관에 있답니다.”
남자의 말에 아키코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명월관에서 나올 때 동지들이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남자는 속삭이듯 아주 작게 말했다.
“제, 제가 할게요.”
“예?”
“내가 죽여야겠어요. 그럴 이유가 생겼네요.”
또 한 번 강철에게 위기가 찾아오는 순간이었다.
* * *
명월관.
나는 같은 방에서 종로 서기를 만났다.
“여기 있습니다.”
종로 서기가 내게 만들어온 호구부 서류를 내밀었다.
“나성택······.”
“나카무라 사장님이십니다.”
종로 서기가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리에.”
내 아내의 이름이다.
“그리고 저번에 말씀하신 겁니다.”
종로 서기가 일본인 신분증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이건 내 것이오?”
“예, 그렇습니다.”
나는 종로 서기가 내민 일본인 신분증을 봤다.
“야가미 라이토?”
어디서 들어 본 익숙한 이름이다.
그런데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다.
“방년 28세입니다. 일본 홋카이도 출신이었는데, 조선에 건너오고 1943년에 행방불명입니다.”
내가 일본인으로 행세할 수 있는 신분증이 만들어졌다.
“홋카이도?”
“예, 그렇습니다.”
‘홋카이도 위에는 사할린이 있는데······.’
이 순간 왜 사할린이 떠올랐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일본 본토에서 이주한 자로, 그를 알거나 찾을 만한 사람은 없습니다.”
홋카이도는 일본 오지 중에서도 오지다.
“고맙소.”
나는 이 순간부터 두 개의 국적을 가지게 되었고.
두 개의 신분을 가지게 되었다.
‘이거면 일본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지. 하하하!’
모든 일이 내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곧 해방이지요?”
“그렇습니다.”
“그럼 저는 어찌합니까? 일본 놈들 밑에서 개처럼 굴면서 서기까지 했는데······.”
“내가 돌봐 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돈보다 강한 힘은 없습니다.”
“믿겠습니다.”
“믿으세요. 그리고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비밀은 죽을 때까지 지킬 것입니다.”
장인어른과 리에 아가씨를 일본인에서 한국인으로 탈바꿈시켰다.
“나는 시라소니를 숙부로 모시고 있습니다.”
“왜 그 말씀을······.”
“비밀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밤길 걸을 때마다 두려움에 떨어야 할 겁니다.”
“절,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척!
나는 돈 가방을 종로 서기에게 내밀었다.
“내일 당장 이걸로 집 몇 채라도 사시오. 이게 내 1차 보상이오.”
1차 보상이라고 말했다.
이건 다시 생각해 보면 또 보상해 줄 거라 들릴 것이다.
“감사합니다.”
“옆방에 기생과 건하게 상을 차려 놨으니 회포 한번 풀고 오늘 일은 죽을 때까지 잊으시오.”
“예, 암요, 그래야죠.”
종로 서기는 돈 가방을 챙기고 기생의 안내를 받아 밖으로 나갔다.
모든 준비가 끝났는데 기분이 참 씁쓸하다.
이 씁쓸한 기분을 위로하려고 빈 잔에 술을 따라 마시고 잠시 눈을 감았다.
‘곧 미군정이다.’
나는 다시 미군정에 붙어야 할 것이다.
‘정치에서 멀어져야 하는데······.’
권력과 가까워지면 위태롭다.
하지만 미군정의 비호 없이 내 대현 상회는 클 수가 없다.
‘조선 독립? 진짜 독립은 아직도 멀었다.’
그저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뀐 것뿐이다.
스르륵!
부르지도 않았는데 문이 열렸다.
“혼자 있고 싶소.”
“강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기에 눈을 떴다.
“아키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키코가 나를 향해 권총을 겨누었다.
“더러운 일본의 개자식!”
나를 보던 아키코의 알쏭한 눈빛이 바로 이것이었나 보다.
“쏠 건가?”
두렵지만 애써 침착한 척했다.
아니, 쏠 것이라면 내 이름을 부르지 않고 쐈을 것이다.
아키코가 암살자라면.
영화에나 나오는 그런 주옥같은 명대사를 날릴 생각은 없을 것이다.
“네가 그 암살단이었나?”
이것이다.
스님이 내게 하신 예언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래, 친일파 부르주아! 너를 인민의 이름으로 처단한다!”
아키코는 광복군이 일본 유곽에 심은 첩자였던 것이다.
아마 아키코는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 많은 정보를 캐냈고.
광복군에게 전해 줬을 것이다.
‘시대가 낳은 가여운 여자군.’
아키코, 그녀는 시대의 아픔이다.
그리고 숨은 광복군이라면 오덕수를 알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키코는 오덕수와는 좀 다른 것 같다.
그녀는 철저한 공산주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친일파 부르주아라고 말했고.
나를 인민의 이름으로 처단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쏘지 않았다면······.’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쏘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고개를 들어 그녀를 응시하자 그녀의 눈동자가 떨렸다.
‘뭐지······.’
찰나의 순간인데 수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내가 조금이라도 오판한다면.
저 여자는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
‘은월은 어째서······.’
옆방에는 은월이 있다.
그런데 그녀는 이 상황을 보고 아무런 미동도 없다.
‘배신인가?’
갑자기 오덕수가 떠올랐다.
은월과 오덕수은 하나다.
내가 이 순간 그들에게 토사구팽을 당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공산주의자들 중에 광복군이 많다.’
극성 공산주의자들의 목적은.
조선 광복 후 이 땅을 공산주의 사상으로 물든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도 결국 오덕수를 들먹여야 하는 건가?’
오덕수가 나를 배신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떠오르는 이름은 오덕수밖에 없었다.
“나를 쏘면 오덕수 동지가 슬퍼할 것이오.”
오덕수라는 이름에 기댈 수밖에 없다.
오덕수가 경성에 침투한 광복군의 총책임자다.
물론 그의 존재를 아는 광복군은 몇 되지 않으니.
저 여자가 모를 수도 있다.
“네, 네놈이 오덕수 동지를 어떻게 알지?”
‘오덕수를 안다고? 그렇다면 오덕수도 공산주의자인가?’
아마 차후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밀어붙여야 할 때다.
“내 이런 수모를 당할 줄 알면서도 일제의 개가 되어 돈을 모아 임정에 보냈다.”
“개소리는 그만해라!”
“광복군 중에 오덕수 동지를 아는 자가 몇이나 있을까?”
“네놈의 감언이설에는 속지 않는다!”
“당신도 모진 수모를 감내하면서 일본 유곽에서 몸을 더럽히면서 정보를 캐지 않았나?”
이것은 그녀의 아픔일 것이다.
“닥치라고 했다!”
목소리가 차갑게 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또한, 주옥같지는 않지만.
대화가 길어졌다.
‘그렇다면 나를 못 죽인다.’
죽이려고 했다면 문을 열었을 때 방아쇠를 당겼을 거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긴장되는 순간이고.
여전히 내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이지만.
내가 살아날 확률은 50%를 넘은 것 같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