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82
대한민국 절대 재벌! 82화
나는 야마모토와 헤어진 후 바로 김수복을 불렀다.
나는 야마모토가 딴생각한다고 판단했지만 수만 번을 더 생각했다.
그리고 수많은 계획을 머릿속에서 실행하고 내린 결론은 김수복과 독사였다.
김수복과 독사는 따지고 보면 피 붙은 칼이었다.
가까이 두고 쓰기에는 편하나 언젠가는 내 손까지 벨 수 있는 그런 칼 말이다.
물론 독사는 그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다.
‘독사와 망치 그리고 망태는······’
따로 쓸데가 있다. 그들은 이북 출신으로.
이북 출신 하면 가장 먼저 서북청년단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 순간 서울 진공 작전이 떠올랐다.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렸겠지?’
아무래도 미래를 바꾸는 것은 실패로 돌아간 것 같다.
‘계속 줄타기군.’
이번에는 이승한에 붙었다가.
김규 선생을 비롯한 임시정부 요인들을 보호하는 줄타기를 해야 할 것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임시정부로 간 둘째 형 때문이다.
‘내가 가진 무기는 돈이다.’
그 무기를 이용해야 한다.
“심각한 이야기입니까?”
내가 자신을 불러놓고 깊은 생각에 잠기자.
김수복이 내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고베로 가 주셔야 하겠소.”
이런 일을 맡길 때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이번에야말로 야마모토를 죽일 기회가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야마모토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것 같다.
물론 지금은 그저 추측이다.
그리고 내 추측이 현실이 될지 아닐지를 감시해야겠다.
‘나는 놈을 꼭 죽일 것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는 법이다.
실패한다는 것은 모든 것이 끝났을 때를 말한다.
계속해서 도전하는 사업가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고베라고 하셨습니까?”
김수복은 내 뜬금없는 말에 당황해 되물었다.
“야마모토가 내 목줄을 쥐고 있소이다.”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내 필요 때문에 탐욕스러운 야수와 손을 잡았다.
아니, 진정 탐욕스러운 존재는 놈이 아니라.
내가 아는 기억들을 이용해 가질 수 있는 것을 다 가지기로 결심한 나일 것이다.
정말 내가 정치와 권력에 관심이 없는 것이 나 스스로도 놀라울 뿐이다.
만약 내가 정치나 권력에 관심을 가졌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승한과 박정이를 능가하는 독재자를 만났을지도 모른다.
물론 내 앞일이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르고 역사도 모를 것이다.
‘내 자체가 역사의 균열인가?’
많은 것을 바꾸려고 마음먹진 않았지만.
나는 대마도부터 서울 진공 작전까지 미래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러니 내가 만약 탐욕스러운 독재자를 꿈꾼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
“예, 저도 들어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나를 대신해 야마모토를 죽여줘야겠소.”
내 말에 김수복이 기겁한 눈빛을 지었다.
“제, 제가 어떻게 일본 육군 중좌로 진급한 자를 암살할 수 있습니까?”
“중좌라면 어렵지, 하지만 그의 어깨에 계급장이 없다면?”
처음에는 실패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사실 첫 계획은 안일한 부분이 꽤 많았다.
그래서 반성하고 계획을 수정했다.
철저하게 감시하고 실행에 옮길 것이다.
“무슨 말씀입니까? 그가 전역이라도 한다는 말씀입니까?”
“내 추측하건대 일본이 패망하면 일본 군인들은 전범이 됩니다. 특히 중좌 정도면 군사재판에 회부될 것입니다. 게다가 야마모토는 조선에서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으니 처벌받게 될 것입니다.”
사실 야마모토의 진급은 무척이나 빨랐다.
물론 내 돈이 그의 진급을 빠르게 한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나 빨랐다.
‘어쩌면······.’
일본 군부 핵심층은 속죄양을 만들려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몰락한 사무라이 가문인 야마모토가 결정됐을 수도 있다.
물론 이 역시 내 추측이다.
그리고 내가 이런 추측을 한 것처럼 야마모토도 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사악하지만 머리만큼은 비상한 놈이다.’
만약 아마모토가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면 돌파구를 찾을 것이다.
‘다 망해가는 시점에 진급해서 육군본부로 가는 것도 이상하고······.’
야마모토는 진급해서 본토로 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마치 겉으로는 기쁜 표정을 지었지만, 은연중에 가고 싶지 않다는 눈빛을 지었다.
그렇다면 그는 살아날 돌파구를 탈영과 신분 세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모두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에서 출발하는 추측이다.
하지만 이런 추론들이 현실이 될지 안 될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탈영하겠지.”
어느 순간부터 나는 김수복에게 하대했다.
마치 보스처럼 말하고 있었다.
“탈영이라굽쇼?”
“그래, 야마모토는 모레 고베로 떠난다고 했소. 그때 같은 배를 타게.”
“그런 후에는 어떻게 합니까?”
“그를 항상 감시해. 내 짐작건대 놈이 탈영하고 신분 세탁을 하면 분명 야쿠자가 될 것이다.”
억측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 하지만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억측이 현실이 되어 버린다.
“야쿠자라고 하셨습니까? 그는 육군 중좌입니다!”
김수복은 말도 안 된다는 눈빛을 지었다.
“야쿠자와 군인은 비슷하지, 아니, 사실상 똑같아. 상명하복이고, 주로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니까. 야마모토라면 그런 생각을 했을 거다.”
-그리고 계집도 많을 거다.
이것은 매춘을 하겠다는 의미다.
불법적인, 그중에서도 특히 매춘이나 마약 거래는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즉 놈은 조직을 만들 것이고.
내가 준 금으로 사람을 모을 것이다.
그때가 놈을 처리할 유일한 기회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만약 그가 진짜 야쿠자가 되고.
그 조직이 거대해진다면.
두고두고 나를 협박해 내 재산을 강탈할 것이다.
‘거기다가 놈은 내가 조선식산은행에서 대출했다는 것을 안다.’
그게 야마모토를 죽여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가진 자는······.’
위험한 자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자의 싹을 미리부터 잘라야 한다.
“물론 아직은 그럴 거라고 추측일 뿐이다.”
“아니라면 어떻게 합니까?”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지. 위험을 감수하며 일본 중좌를 암살하라고 지시하고 싶지 않아. 나는 적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사람이 다치는 것을 원치 않아.”
“그러십니까?”
김수복이 나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봤다.
“만약 말씀하신 대로 놈이 탈영하면······.”
“죽여.”
“그래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야쿠자가 되려면 사람을 모아야 할 것이고, 당신은 그 야쿠자를 매수하면 되네.”
나는 차도 살인을 계획하고 있다.
‘야쿠자는 돈만 주면 어떤 일이라도 저지른다.’
아마 지금 일본은 거의 무법 지대로 변했을 것이고.
알량한 폭력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세상일 것이다.
척!
나는 김수복에게 금괴 1㎏이 든 가방을 내밀었다.
“1㎏은 될 거다. 성공하고 돌아오면 이것의 3배를 주지. 당신이 고베로 떠나면 나는 성공하고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고 그 돈으로 적산 창고를 살 것이네. 그것 역시 당신의 몫이야.”
이것이 내가 김수복을 택한 이유 중 하나다.
적산 중에 가장 돈이 되는 것은 창고다.
물론 그 창고에 무엇이 들었느냐에 따라 로또가 될 수도 있고.
깡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 창고가 이런저런 물품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안다.
한중만과 함께 조사하고, 내용물을 파악했다.
“사장님.”
그때 김수복의 눈빛이 변했다.
“더 할 말 있나?”
나는 차분하게 되물었다.
“옆에 둘 부하는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김수복으로서는 이런 생각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맞는 말이야.”
“그런데 왜 저한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뭡니까?”
김수복은 나를 의심하는 눈빛이다.
“당신이 야마모토를 암살한다면 당신은 독립군이 된다. 곧 조선은 독립할 것이고, 경찰은 어느 세상이나 필요해. 하편락도 죽었으니 야마모토를 암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신은 종로경찰서 서장이 될 만하지. 내가 그렇게 추천할 것이고, 내 돈은 그렇게 움직이게 만들 거다.”
내 말에 김수복이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김수복은 더 이상 진급할 수 없다는 현실에 내 부하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습니까?”
경찰 고위직을 부하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당신도 내 약점 하나를 잡는 거야. 당신은 일제 악질 경찰이지. 내가 그 약점을 잡은 것처럼 당신도 내가 야마모토를 죽이라고 청부했다는 약점을 잡을 수 있지. 그렇게 되면 우린 주종의 관계가 아닌 공평한 파트너의 관계가 될 수 있어.”
“으음……. 저는 생각도 못 한 말씀을 해주시는군요.”
“우리 둘이 다 망하지 않는 이상에는 누구도 서로의 비밀을 폭로하지 않을 것이야. 나는 꼭 야마모토를 죽여야겠어. 당신이 해주겠나?”
나는 김수복을 뚫어지라 봤고.
김수복은 깊게 고민하는 눈빛을 지었다.
“저······.”
“말하게.”
“제가 정말 종로 경찰서 서장이 될 수 있을까요?”
“당신이 내 원수를 죽인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내 돈은 열심히 일할 것이야. 항상 말했듯 돈이 하는 일이지.”
“돈이 하는 일······.”
김수복이 눈을 지그시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가장 완벽하고 빠르지.”
“예, 하겠습니다. 꼭 해내겠습니다.”
내게서 버려지는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버린다.
이게 바로 내 토사구팽이다.
그리고 내게 토사구팽을 당하는지도 모르는 채.
여전히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내게 충성을 다할 것이다.
“고맙소.”
내 도구로 쓰이는 김수복은 따지고 보면 피 묻은 칼이다.
그리고 피 묻은 칼은 대부분 이렇게 쓰인다.
‘야마모토……. 죽어라!’
내 예상대로 놈이 탈영해서 야쿠자가 된다면.
놈은 김수복이나 김수복에게 매수당한 진짜 야쿠자에게 죽게 될 것이다.
‘복수는 반드시 한다.’
이건 내 철칙이다.
* * *
1945년 8월 11일.
마음이 급해졌다.
나는 함평식을 명월관으로 불렀다.
그리고 오늘은 만날 사람이 많아서 참 바쁜 날이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폭이라는 것이 터졌다고 하네.”
이건 총독부에서도 극비 중에 극비사항이다.
‘아마 모르겠지.’
물론 이 사실을 내게 말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나는 미래의 기억이 있기에 알고 있었고.
이제는 제대로 광복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라 함평식을 이곳으로 불렀다.
“원폭이 뭡니까?”
이 시대에서는 가장 강력한 신무기다.
그러니 그것을 아는 사람은 몇 없다.
사실 조선 땅에서 일본에 원폭이 투하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극소수일 것이다.
“도시 하나를 완전히 날려 버리는 강력한 폭탄이네.”
“정, 정말 그런 폭탄이 있습니까?”
함평식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빛을 지었다.
함평식에게 아시아 최강인 일본이 패망한다는 것도 믿기 힘든 진실일 것이다.
“본토로 간 야마모토에게 들었다. 아마 일본이 항복하면 다음에는 도쿄에 떨어질 것이 분명할 테니 일본은 연합군에 항복할 수밖에 없다.”
엄청난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 특실 밖 마루에는 태식이 망을 보고 있고.
옆방에는 은월이 대기했다.
“저에게 그 말씀을 왜 해주십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