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81
대한민국 절대 재벌! 81화
나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고.
리에 아가씨는 외박한 남편에게 정성스럽게 황태해장국을 끓여 내왔다.
“내 할 말이 있습니다.”
이실직고해야겠다.
그렇지 않고는 마음이 무거워서 저 황태해장국은커녕 리에 아가씨의 얼굴도 못 보겠다.
“하세요.”
역시 차분하다.
‘어떤 반응을 보일까?’
울며불며하지 않을까?
장인어른께 달려가 고자질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렇다고 함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도 모르게 아키코를 평생 책임지겠다고 말해 버렸다.
“내 당신께 죄를 지었소.”
“이런 말씀은 처음이시네요.”
리에 아가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여자의 육감이 뛰어나다는 말처럼 아마 내 말을 짐작한 것이다.
“여자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는군요.”
“그렇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소.”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국 드세요.”
리에 아가씨는 최대한 차분한 어투로 내게 국을 먹으라고 말했다.
“미안하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소.”
“약조하시는 건가요?”
리에 아가씨는 간절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약속합니다.”
“약속은 지키시는 분이시니 그리 믿겠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제 옆에는 오지 마세요.”
‘벼, 별거 통보인가?’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 그건······.”
“어제 들어오실 때부터 일본 애들이 쓰는 분향이 나네요. 그 분향이 지워질 때까지는 저를 품지 마세요.”
그랬구나.
분향의 냄새가 남아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휴우······!’
그래도 다행이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 않게 행동해 주세요. 그러셨을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제 마음이 아픕니다.”
“아······.”
“그리고 앞으로는 제게 미안하다는 소리 마세요.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 싫습니다.”
“알겠소.”
“그 아이를 보고 싶군요. 싫든 좋든 얼굴 보고 살아야 할 테니까요. 첩으로 들이시기로 했나요?”
리에 아가씨는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점점 더 크게 나갔다.
“그, 그렇소······.”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거짓말을 못 하겠다.
“저의 당신은 그런 분이시지요.”
내 이야기를 들은 리에 아가씨는 슬플 것이다.
하지만 속이지 않는 것이 그녀를 최대한 덜 아프게 하는 일이다.
남의 입을 통해서 들으면 더 아플 테니까.
‘내게 다른 여자는 절대 없다.’
이건 다 스님이 내게 하신 예언 때문이다.
‘젠장······.’
-품지 않으면 네가 죽어!
왜 그 소리를 하셨는지 이유가 정말 궁금했다.
* * *
야마모토의 헌병대 집무실.
1945년 8월 8일, 소련이 일본에 선전포고했다.
“확실한 정보인가?”
야마모토 소좌는 자신 앞에 서 있는 중위에게 다시 물었다.
“예, 확실한 정보입니다. 본토 육군사령부에서 나온 정보입니다. 그에 따라 조선에 있는 불령선인을 모두 제거하라는 지시가 추가로 하달되었습니다.”
“흥, 최후의 발악이군.”
야마모토는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예?”
“아무것도 아니야.”
“예, 알겠습니다. 여기 제거해야 할 불령선인들의 명단입니다.”
일본 육군 차원에서 발 빠르게 살생부가 만들어졌다.
“어디 보자······.”
야마모토는 중위가 내민 살생부를 받아 페이지를 넘겼다.
“쯧쯧, 책상머리에서 이딴 것이나 작성하고 있으니······.”
야마모토는 살생부를 훑어보고 혀를 찼다.
“왜 그러십니까?”
“오덕수, 위치 파악이 되나? 어디에 있는지 알고 죽여? 잡을 수라도 있나? 그리고 김원몽, 이자는 만주에 있다. 이러니 이렇게 끝까지 몰리는 거지.”
“그렇기도 합니다.”
“현실감각이 이렇게 없으니, 쯧쯧······.”
야마모토는 이제 군국주의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군대에는 희망이 없어.’
그리고 뭔가 결심한 듯한 눈빛을 지었다.
* * *
1945년 8월 9일이 왔다.
‘이제 딱 일주일 남았다.’
나는 많은 부를 축적했다.
대리인을 통해 적산으로 분류될 일본식 가옥을 매입했고.
엄청난 토지를 확보했다.
그리고 대마도에서 첫 번째 채취한 진주의 1/2은.
대마도 앞바다에서 잡힌 생선 속에 가득 넣어 국내로 반입되어 내게 왔고.
나머지 1/2은 대마도에 보관했다.
나는 대마도의 진주를 큰 궤짝 하나에 가득 담아 보관했다.
대마도에 있는 진주는 맥아더와 하지를 만날 때 뇌물로 사용할 것이다.
물론 내가 그들을 만나고, 그들의 동의를 구해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이승한 박사부터 만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됐고.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지 딱 사흘 만이다.
대마도 화족인 백작도 죽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모든 일이 내 뜻대로 이루어졌다.
이제 일주일 후면 조국이 독립한다.
“특진하셔서 일본 본토로 돌아가시는 것을 축하드리옵니다. 형님.”
나는 지금 야마모토의 환송회에 참석했다.
물론 이 환송회에 이치로 켄신도 있고.
이치로 켄신은 야마모토와 짜고 비리 군인으로 낙인찍혀 강제로 전역했다.
‘미쓰비시로 간다고 했지?’
저들은 이제 나를 완벽하게 믿는다.
‘속이고 기회를 노린다.’
야마모토를 당장 죽이는 계획은 보류했다.
하지만 죽이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새로운 계획을 짜고 있다.
‘저 새끼는 아마······.’
패망 후 전범이 되기 싫어서 탈영할 것이다.
그는 내게 계속 탈영 비슷한 이야기를 했으니 아마 그럴 것이다.
“하하하, 켄신, 네 덕에 중좌가 됐군.”
야마모토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장군이 되실 때까지 확실히 보좌하겠습니다.”
“너는 금이나 잘 모아서 내게 보내면 된다. 나 역시 망할 군대에 미련 없다. 이제 군인으로 출세하기는 글렀어.”
나는 야마모토에게 꽤 많은 금괴를 강탈당했다.
물론 속은 납과 다른 물질로 되어 있어.
실제 현금으로 따진다면 5만 원 정도도 안 하지만.
야마모토는 50만 원 이상의 가치로 알고 있다.
만약 야마모토가 내가 준 금괴를 녹이면 나는 죽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겉에 쌓은 금괴만은 진짜다.
언젠가는 드러나겠지만.
한동안, 내가 놈을 죽일 계획을 짤 때 동안은 안전할 것이다.
“다른 생각이 있으십니까?”
“나도 사실 망할 조국의 군대에 미련 없다. 어디까지나 당분간 내 친구의 뒤를 봐줘야 하기에 남는 것이다.”
야마모토는 말을 마치고는 힐끗 이치로 켄신을 봤다.
‘이치로 켄신도 속일 생각이구나.’
야마모토는 정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
‘탈영한다.’
그리고 일본의 혼란기를 틈타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 부활하려 할 것이다.
그 전에 죽여야 한다.
“아, 그러시군요.”
“아우가 준 금괴를 이용해 사업을 해볼까 한다.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사업이라고 하시면?”
“초토화된 본토의 땅값은 아주 싼 값이겠지? 그리고 계집도 많을 거다.”
역시 야마모토도 맥을 제대로 짚었다.
‘땅 투기만 잘해도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되지.’
물론 버블이 터지기 전까지만 그럴 것이다.
‘일본 정부가 왜 갑자기 그랬을까?’
일본 정부는 스스로 나서서 투자를 위축시키는 금리 인상 정책을 펼쳤다.
‘그래서 핵폭탄이 터진 것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부동산 버블이 터진 후 일본인들은 그 시절을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말한다.
물론 한참이나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이다.
‘아니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동안······.’
대한민국과 일본의 격차는 꽤 많이 줄어들었다.
‘내게 억만금이 있다면?’
일본 정부를 부추겨 봐야겠다.
“보기에 따라 그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놈은 계집들이 많다고 했다.
‘혹시 야쿠자?’
충분히 그러고 남을 놈이다.
“하하하, 너에게 배웠다. 땅은 영원히 남는다.”
“좋은 생각이야, 아주 좋은 생각이야.”
일본 기녀를 희롱하던 이치로 켄신이 장난처럼 소리쳤다.
“강철.”
그때 야마모토가 나를 불렀다.
“예, 형님.”
“아키코를 아주 힘들게 했다며?”
“쑥스럽습니다.”
“너는 사내다. 조센징치고는 정말 일본인 같아 보이는 사내다. 하하하!”
칭찬이다.
‘저 여자는 뭘까?’
요염한 눈빛으로 우리의 대화를 듣는 아키코의 눈빛이 묘했다.
“오늘도 제대로 힘들게 해줄 참입니다.”
“하하하, 그래라. 따로 할 말이 있으니 너희들은 나가 있어라.”
야마모토가 기녀들을 나가라고 말했고, 우리 셋만 남았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이미 나가사키에도 원폭이 투하됐다.
놈이 이제 할 말은 대충 예상되었다.
“일본은 일주일을 못 버틸 거다.”
야마모토가 아주 작은 소리로 내게 말했다.
“정, 정말입니까?”
나는 깜짝 놀란 척했다.
“그래서 말이다.”
야마모토의 눈빛이 변했다.
“예?”
“일본 헌병대 비밀 창고에는 100㎏의 아편이 있다.”
“예?”
숨이 턱 하고 막힌다.
“왜 그렇게 놀라?”
“아, 아닙니다.”
또 무슨 나쁜 짓을 하려고 저러는지 짐작된다.
야마모토는 나중에 야쿠자가 되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놈이다.
놈은 정말 야쿠자가 될지도 모른다.
야쿠자야말로 정치와 경제를 주름잡는 일본의 실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시 흑막에서 일본을 조종하고 싶은 건가?’
내가 괴물을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압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 아편을 빼돌려라. 그리고 조선에 풀어! 그럼 너는 지금까지 번 오까네보다 더 많은 오까네를 벌게 될 것이다. 으흐흐, 좋지 않나? 질질 싸는 조센징들이 내게 돈을 바칠 것이다.”
속으로 분노가 치밀었지만, 꾹 참았다.
“감사합니다. 형님.”
기회를 얻은 것처럼 굴어야 한다.
‘저 망할 놈들이 끝까지 조선 백성들을 괴롭히려는구나!’
이건 반드시 막아야 한다.
다행히 저 두 놈은 나를 완벽하게 믿고 있었다.
“받아라.”
야마모토가 약도가 그려진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일본이 항복하면 조선은 온통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때가 기회다. 이건 헌병대에서도 정말 기밀 중의 기밀이다.”
아마도 그 많은 아편을 이용해 지금까지 조선 백성의 혼을 말살하고 있었을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내일 반도를 떠나지만 좋은 날이 다시 올 거다. 그때 웃으며 다시 보자.”
“예, 형님.”
나는 야마모토가 준 약도를 받으며 김두완의 얼굴이 떠올랐다.
‘시라소니 삼촌만 계셨어도······’
하지만 그는 지금 부산에 있다.
‘모조리 태워 없애야 해. 하나도 남겨서는 안 돼!’
청나라가 망한 것은 아편이 일조했다. 아편은 악마 그 자체다.
“하하하, 모레면 이 지긋지긋한 반도도 이젠 끝이군.”
모레 야마모토와 일부 일본군 군대가 철수하는 모양이다.
“어디로 가십니까?”
“고베! 그 이후에는 나도 모르겠고, 하하하!”
야마모토는 아무렇지 않게 일본군 철수 지역을 말했고.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는 익살스럽게 웃었다.
‘됐다!’
놈이 만약 탈영한다면 그때부터 죽음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될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