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87
대한민국 절대 재벌! 87화
1945년 8월 15일 아침이 됐다.
형님 내외와 장인어른 내외가 우리 집에 모여 앉아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진짜, 천황 폐하께서 항복하실까?”
형님은 여전히 일왕을 천황 폐하라 부른다.
이것은 세뇌 교육의 결과다.
세뇌 교육을 받으면 자신이 생각하지도 않고 말해 버린다.
그리고 내가 살았던 미래에서도 많은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일왕을 천황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일본을 정말 싫어하면서.
어릴 적에는 일제 샤프펜슬을 쓰고.
미국을 정말 싫어하면서 미국산 양담배를 피운다.
‘정말 우리가 미국과 일본을 진심으로 싫어할까?’
물론 사람들은 미국이나 일본 제품과 미국과 일본은 다르다고 한다.
‘과연 다를까?’
나도 모르게 과거로 돌아온 지금.
엉뚱한 생각을 했다.
나도 어릴 적에 샤프펜슬을 쓰고, 대학 때는 미국 쌀 개방 반대 시위를 했지만.
양담배를 아무렇지 않게 피웠으니까.
‘하여튼 참 버릇이 무섭구나.’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장인어른 앞에서 지적할 수는 없다.
오늘 가장 침통할 분은 장인어른이다.
그리고 내 아내 리에는 필이를 안고 장인어른을 한없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우선 기다려 보시죠.”
나는 형에게 말했고, 눈치 빠른 형수가 형의 옆구리를 찔렀다.
“왜?”
“좀 조용히 좀 계세요. 나리도 계시잖아요.”
형수는 장인어른을 여전히 나리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때마다 장인어른은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이셨다.
“괜찮습니다, 사돈댁. 저는 이제 나카무라가 아니라 나성택입니다.”
애써 담담하게 말하지만.
장인어른의 목소리에 애잔함이 담겨 있었다.
하여튼 이렇게 장인어른은 서류조작을 통해.
일본인 나카무라가 아닌 조선인 나성택으로 신분을 완벽하게 세탁했다.
“죄송합니다. 장인어른.”
장인어른께서 스스로 자신을 나성택이라고 칭할 때.
나는 죄스러움이 느껴졌다.
‘그냥……. 그냥 일본 열도로 보내드릴 걸 그랬나……?’
돈은 내가 벌어서.
장인께서 일본 본토에서 풍족하게 사실 수 있게 만들어드리면 되는데.
일본 본토가 미군정이 설립되기 전까지.
무법천지일 수밖에 없기에.
불안에서 내 옆에 남으시라고 했고.
장인어른도 자신의 유일한 자식인 리에 때문에 조선에 남기로 했다.
“아닐세, 지금은 슬퍼할 겨를이 없어······.”
하여튼 우린 라디오에 집중했다.
그리고 우리 집 밖에는 거지 잔치가 열렸다.
물론 내가 떡을 하고 소와 돼지를 잡아 베푸는 잔치였고.
상황이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거지왕에게 잔치에 와달라고 부탁했다.
‘저들은 폭도로 변할 사람들을 막을 방패다.’
거지들이 내 집 앞에서 광복 기념 잔치를 펼치는데 누가 내 집을 공격하겠는가?
하여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끝내고 이리 기다렸다.
‘역사는 변하지 않는구나.’
나는 이 순간 둘째 형이 떠날 때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광복군이 조선으로 진격해 온다면 진격 시기를 앞당겨야 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8월 15일 이전에 상륙해야 해.]김원몽에게 전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누가 나의 말을 믿으려 하겠는가?’
그리고 진공 작전 계획은 이미 수립되어 있을 것이고.
그것을 앞당기는 것은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하여튼 경성이나 인천에 대한 미군의 폭격은 없었다.
‘역시······.’
역사는 쉬이 변하지 않는다.
이렇다면 내가 아는 수많은 참담한 역사는 그대로 일어날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실패한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1943년 9월에 이탈리아가 항복하고······.’
독일이 1945년 5월에 무조건 항복을 했기에 유럽의 전쟁은 종결됐다.
하지만 일본은 오늘까지 버텼다.
‘일본이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다.’
천황제의 유지, 오로지 그것 하나 때문에 오늘까지 버틴 것이다.
하여튼 내가 알고 있기로는.
1945년 2월.
얄타 회담에서 독일의 전후 처리와 일본에 대한 대책이 토의됐고.
그때부터 일본의 지배층 내부에서 전쟁 종결을 꾀하는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1945년 4월 오키나와가 마침내 미군의 손에 들어갔지.’
그때를 기점으로 명예로운 평화를 주장하던 스즈키 간타로가 총리가 됐다.
결국, 일본 지배층이 원하는 것은 천황제 유지인 것이다.
그리고 1945년 7월 26일.
미국, 중국, 영국, 소련이 참여한 포츠담 선언에서.
무조건 항복이나 전면적인 멸망을 택하라고 요구했고.
오늘까지 왔다.
‘소련이 선전포고하지 않았으면······’
좀 더 버텼을지 모른다.
그럼 대한민국 광복군의 서울 진공 작전이 시작되었을 것이고.
우리는 우리 힘으로 독립을 쟁취했을 수도 있다.
‘형이 김원몽 선생께 말했을 건데······.’
역시 미래는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 후 두 발의 원폭이 터졌다.
장인어른의 고향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초토화됐다.
그 사실을 내가 알려 드렸고.
우리 집에 오신 장인께서는 골방에 들어가셔서 꺼억꺼억 우셨다.
지지직, 지지직!
그때 라디오에서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됐다.”
쿵쾅, 심장이 뛴다.
* * *
조선주둔 일본군 사령부.
“야마모토 중좌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야마모토는 승진과 승진을 거듭해서 중좌까지 진급했었다.
“예, 사라졌습니다. 탈영입니다!”
“빠가야로!”
대좌는 야마모토를 떠올리며 소리를 질렀다.
“예?”
“그딴 것이 무엇이 중요한가? 우린 패망했다. 철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일본이 패망한 상태에서 육군 중좌 하나가 탈영했거나 행방불명이 된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여튼 야마모토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과감하게 탈영했고.
새로운 신분으로 위장했다.
물론 김수복이 아직 보고하지 않아 강철을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야마모토, 쥐새끼 같은 놈이 눈치챘군.’
대좌가 인상을 찡그렸다.
* * *
강철의 집 안방.
“형님!”
“왜, 왜?”
“지금 당장 밖에 태극기 거십시오!”
나는 잔뜩 흥분해 형님께 버럭 소리쳤다.
나도 모르게 흥분해 버린 것이다.
“바, 바로? 일본 순사 놈들이 보면 어쩌려고?”
형님으로서는 내 말에 기겁할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거십시오, 당장! 이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세상이 왔습니다!”
“정말 그래도 될까?”
첫째 형은 여전히 겁먹은 표정이다.
지지직, 지지직!
“어서요, 지금 당장 걸어야 합니다. 대한 독립이 왔습니다!”
난 잔뜩 흥분되어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장인이 아무 말씀도 없으시니 조금은 자중해야 했다.
“알았다.”
내 말이라면 철석같이 믿으시는 형님은 숨겨놓은 태극기를 꺼내 밖으로 뛰어나가 집 앞에 걸었고.
그와 동시에 밖에서 난리가 난 소리가 들렸다.
“정, 정말 오늘인가······.”
장인께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용히 뇌까리셨다.
-모두가 최선을…….
일왕의 목소리다.
일본인들에게 살아 있는 신으로 불리는 자의 목소리가 힘을 잃었다.
그는 강제적으로 신이 되었지만.
다시 인간으로 내려온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맥아더 덕분에 일본의 왕으로 살아갈 것이다.
‘조선의 왕가는 망해 버렸는데······.’
피해자는 모든 것을 잃었는데, 가해자는 여전히 왕이었다.
“일왕입니다.”
“천황 폐하께서 저리 힘없는 목소리로······.”
역시 장인어른은 일본인이었다.
3,000만 조선 동포가 환호성을 지를 때.
장인께서는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이게 차이다.’
내 감정이 복잡 미묘해지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황은 우리에게 더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았소…….
항복 선언이 시작되는 순간이고.
일왕도 서글픈 상황이라 그런지 말을 계속하지 못했다.
-분명히 국민은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할 수 없고, 모든 해안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도 의심스럽소.
일본이 이런 상황에서 더 버틴다면 멸망밖에는 없다. 그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 할 시간이 닥쳐왔소. 그런데도 나는 외상이 약술한 기초 위에서 연합군의 선언을 수락하자는 제안을 재가하오.
항복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항복이었다.
또한, 지금까지 자신들이 저지른 죄악들을 사과하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이때부터 사죄라는 것은 할 줄도 모르는 놈들이구나!’
그저 힘이 없기에 졌고.
만약 그들이 전쟁에서 이겼다면 지금까지 했던 대로 악행을 저질렀을 것이다.
울컥했지만.
장인께서는 몸을 부르르 떨고 계셨다.
만약 나와 형님 그리고 리에 아가씨와 필이가 없었다면.
울부짖었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봄이 왔다.”
심장이 뛴다.
나는 기쁘고 감격스러운데 장인은 눈물을 흘렸다.
이것이 입장의 차이였다.
벌컥!
“철아, 밖에서 왜 태극기를 거냐고 난리가 났어!”
형님이 들어오시더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조국 광복이 됐으니까요. 모두 태극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시죠.”
“정말이야?”
형님은 놀란 눈으로 내게 되물었다.
“일왕이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나가시죠, 장인어른은 그냥 계십시오.”
장인어른까지 앞세울 수는 없다.
“아, 아닐세······.”
장인께서 눈물을 흘리며 품에 넣어둔 일장기로 만든 태극기를 꺼내 드셨다.
물론 한복도 입으셨다.
“장인어른······.”
그저 죄송할 뿐이다.
“나는 사위, 자네가 내게 했던 말을 믿을 것이네. 일본은 살아남을 테니까.”
장인어른은 내게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일본은 살아남았다……!’
맞다.
일본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내가 아는 그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일본은 폐허 속에서 다시 일어나.
아시아 최고 선진국으로 성장한다.
미국의 비호 아래서.
그리고 모든 분야에서 광복된 조국 대한민국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예, 그럴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고.
내가 준비한 술과 고기와 떡을 먹던 거지들과 거지왕이 내 집에 걸린 태극기를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동생, 이게 뭐, 뭐야? 왜 우리를 불러놓고 저것을 걸어?”
거지왕도 당황한 것 같다.
“조국이 독립했습니다! 일본이 망했습니다!”
“뭐?”
“대한 독립 만세입니다! 대한 독립 만세!”
내 외침에 태극기를 든 내 가족들이 나를 따라서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그, 그게 정말이야?”
그와 동시에 길에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한 독립 만세!”
“만세-!”
그 사람들의 모습을 장인어른께서 멍하니 바라보셨다.
“일본이 망했다. 쪽발이들이 망했다!”
“쪽발이들이 망했다!”
“대한 독립 만세-!”
나는 다시 우렁차게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대, 대한 독립 만세······!”
장인어른은 눈물을 흘리시며 나를 따라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셨다.
분명한 것은 내가 만든 겉은 나성택이지만.
장인어른의 속은 나카무라다.
그러니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아프다.
아프실 것이다.
눈물을 흘리는 장인어른을 보며, 나는 애잔함을 느꼈다.
‘내게 가장 기쁜 날이 장인께서는 가장 슬픈 날이시구나.’
만감이 교차했다.
눈물을 흘리시는 장인어른을 보는 다른 사람들은.
정말 대한 독립을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는 줄 알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