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88
대한민국 절대 재벌! 88화
“대한 독립 만세!”
장인어른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내 집 앞 공터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강철 동지!”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덕수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보니 오덕수가 나를 보며 환히 웃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고영희가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었다.
“항상 한발 앞서가시는군요. 하하하!”
“지리산에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보내 주신 튀긴 쌀을 먹고 잘 지냈습니다. 하하하! 왔군요. 드디어 대한 독립이 왔습니다!”
거지들을 위한 잔치와 광복군 책임자까지 우리 집 앞에 있기에.
아무런 일 없이 무탈하게 하루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집 안에는 소총으로 무장한 망태와 망치.
그리고 20여 명의 포수가 몸을 숨기고 만약에 대비하고 있다.
그런데 그때, 리에가 고영희에게 다가갔다.
‘여자의 육감?’
그런 것 같다.
“당신이군요.”
리에가 고영희에게 물었고.
고영희는 리에에게 허리를 크게 숙여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처음 뵙습니다. 형님······.”
예상외의 행동에 깜짝 놀라 멍하니 둘을 바라봤다.
‘형님······.’
나도 모르게 고영희의 배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내가 그렇게 됐네요.”
리에가 고영희의 손을 꼭 잡아줬다.
저런 행동을 하기까지.
리에는 마음속으로 끝도 없는 전쟁을 치렀을 것이다.
‘여자가 둘이 됐군.’
둘 다 내 여자다.
리에가 내게 빛이라면.
공산주의자 고영희는 어둠이리라.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
* * *
임시정부 청사.
“이것 보시오! 내 뭐라고 했습니까!”
김원몽 선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는 강산이 자신에게 한 말대로 했다면.
임시정부 사람들은 오늘 참담한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 거라고 강변했다.
“내가 진공 작전을 서두르자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당신은!”
김규 주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국이 곧 광복될 거라는 생각에 감격스러웠지만.
스스로 독립을 쟁취하지 못했으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걱정스러운 눈빛이었다.
“그대도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지 않소?”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독립입니다. 대한민국이 드디어 독립했습니다.”
김규 주석은 결론만 받아들이고 싶었다.
“우리 힘으로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고 하신 분은 주석입니다. 그래야만 의의가 있었던 겁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젠 어쩔 도리가 없지 않았습니까?”
“그 역시 알지만······.”
“대한 독립입니다. 죽어간 동지들이 그리 열망했던 대한민국 독립입니다.”
김규 주석이 눈물을 흘리자 김원몽 선생도 따라 울었다.
“예, 대한 독립입니다. 하하하!”
* * *
블라디보스토크에 정박한 소련 함정.
김일성은 소련군 소좌의 신분으로 소련 군함에 승선해 있었다.
그의 옆에는 김책이 묵묵히 김일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련이 내게 힘을 실어준다면······.’
김일성은 이때부터 소련이 북한 지역에 군정을 설치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을 꼭두각시쯤으로 사용하려고 든다는 것도 알고 짐작하고 있었다.
‘힘이 없을 때 아니라고 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지.’
김일성은 누구보다 스탈린이 잔인한 인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대장 동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김일성을 중심으로 항일유격대원들은 뭉쳤고.
지금도 그들과 함께했다.
어떤 측면에서는 자기 조직을 온전히 이끌고 북한 지역으로 입성하는 김일성이였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많소.”
“입국하시면 조직 건설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동지의 말에 김일성은 고개만 끄덕였다.
‘이대로 되면 분단인데······.’
하지만 권력을 잡을 기회라 생각했다.
“언제 출발한다고 합니까?”
“아직 미정이지만 곧 출발할 거랍니다. 원산으로 향할 거라고 말하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김일성은 1945년 8월에 원산항으로 입국한다.
하지만 같은 시기.
김규 주석을 비롯한 임시정부 요인들은 중국에 발이 묶인다.
* * *
워싱턴 이승한 박사의 서재.
“일본이 패망했소.”
드디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것이다.
“드디어 독립입니다.”
이승한의 비서관이 이승한에게 흥분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조선으로 돌아가기로 했소.”
이승한의 야망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그러셔야 합니다. 준비하겠습니다.”
“조선으로 가기 전에 일본으로 먼저 가서 맥아더 사령관을 만나기로 했소이다.”
이승한 박사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만큼 이승한은 누가 실질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예?”
“그리 아시면 됩니다.”
역사적으로 이승한 박사는 1945년 8월 15일 해방 후.
두 달이 지난 10월 16일 귀국했다.
그리고 귀국 직전 일본 도쿄에서 맥아더 장군, 존 리드 하지 미군정 사령관과 만나 회합했고.
그 후 조선 인민공화국의 주석과 한국민주당의 영수직을 거절하고.
1945년 10월 23일 독립촉성중앙협의회를 조직해 회장에 올랐다.
“당장 조국으로 돌아갈 배편을 알아보겠습니다.”
이승한의 보좌진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먼저 일본으로 가야 할 것 같소.”
일본으로 먼저 가겠다고 강조하는 이승한이었다.
“예?”
“일본에 조선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있으니까.”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그리 알고 있으면 됩니다.”
이승한은 국제 정세를 읽는 눈이 놀랍도록 탁월했다.
‘내가 아무리 빨리 서두른다고 해도 충칭에 있는 임시정부보다 빨리 갈 수는 없지.’
중국 충칭과 미국 워싱턴은 거리의 차이가 엄청나다.
그리고 자신은 한반도에 영향력이 없고.
세력조차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러니 그것을 단번에 만회해야 할 무엇인가가 필요했고.
그 고심의 끝은 맥아더와 하지였다.
‘소련이 남하한다면······.’
미국으로서는 곤란해질 수 있다는 것까지 생각했다.
정말 천재라면 천재가 분명했다.
* * *
충칭에 있는 임시정부.
“우리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정당성 있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정부입니다. 태극기를 휘날리며 광복군과 함께 입국해야 합니다.”
임시정부 요직들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입국이 우선입니다.”
김원몽이 다른 요인들에게 말했다.
“김원몽 부사령관의 말이 옳습니다. 최대한 서둘려야 합니다. 지금 조선은 혼란스러울 겁니다. 우리가 남아 있는 일본군들을 무장 해제하고 정통성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김규 주석도 김원몽의 말에 동의했다.
“국민당에게 지원을 받아 보겠습니다.”
“국민당은 지금 정신이 없을 겁니다.”
김원몽이 요인들에게 말했다.
“왜요?”
“일본이 망했지만, 중국은 이제부터입니다.”
“뭐라고요?”
“중국은 국민당과 공산당이 다시 싸울 겁니다. 그것은 정해진 순서입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무조건 입국부터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확한 모양새를 갖춰야 합니다!”
임시정부 내부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 * *
충칭 임시정부 건물 앞.
김원몽이 답답한 얼굴로 건물 밖으로 나왔고.
강산은 마치 김원몽의 비서라도 되는 듯 그의 뒤를 따랐다.
“안녕하십니까?”
그때 남자 하나가 정중히 김원몽에게 인사를 올렸다.
“누구시오?”
“김일성 장군께서 보내셨습니다.”
“뭐라고요?”
김원몽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장군께서는 자신과 함께 조선 북쪽 지역으로 입국하시는 것이 어떠시냐고 여쭈라 하셨습니다.”
중년의 남자는 김원몽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내 고향은 밀양이오, 나는 대한민국 정부와 함께 입국할 겁니다.”
“예, 그리 전하겠습니다. 부디 김일성 장군님을 기억해 주십시오.”
김원몽은 김일성을 떠올렸고.
그의 머릿속에는 무능하지만.
의욕만 앞서는 젊은 공산주의자가 떠올랐다.
* * *
태평양 사령부.
“9월 8일까지 조선 반도를 점령하고, 일본군들의 무장을 해제하시오.”
이미 미소는 한반도를 분할 점령하는 것에 동의했고.
미국으로서는 소련군이 더는 남하하지 못하게 하는 최후의 방법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육군 24군단장인 J.R.하지 중장이 대답했다.
한반도의 운명은 미군정의 신탁통치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9월 8일 인천에 미군이 상륙했다.
그리고 서울로 들어와 9일, 38도선 이남 지역에 대한 미군정을 선포했고.
12일에 아널드 소장이 군정장관으로 취임해 미군정 체제가 수립됐다.
이제야 일제로부터 독립했다고 환호했던 조선 인민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더 지랄 같은 건.
미군정은 군정을 선포한 이후.
총독부의 일본인 관리들을 행정 고문으로 임명하고.
일본의 식민지 통치 기구들을 그대로 이용하자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조선 인민들은 들불처럼 일어나 반탁운동이 일어났지만.
그때까지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은 누구도 국내로 입국하지 못했다.
* * *
강철의 안방.
리에와 고영희가 차분히 앉아 있었다.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고영희였다.
“왜 오셨습니까?”
애써 담담히 말하는 리에였다.
“조심히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남편께는 제가 감내한다고 말했었습니다. 다른 분의 냄새를 몸에 담고 오신 것은 두어 달 전인 것 같습니다.”
그때 강철은 야마모토에 의해 죽을 뻔했었다.
“예, 그때였습니다. 그때는 강철 씨가 무척이나 위험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목숨이 위태로웠습니다. 제 말을 온전히 믿으실지는 모르시겠지만…….”
두 여자는 무척이나 차분했다.
그리고 지금 강철은 밖에서 이 두 여자의 이야기를 엿들으려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그랬나요? 그랬을 것 같았네요.”
“예, 강철 씨는 피치 못했습니다.”
“그렇게 이해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현실로 받아들이기로 했으니 제가 아우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예, 잠시겠지만 그리 불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잠시라고요?”
고영희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리에였다.
“예, 그렇습니다. 본의 아니게 저는 원치 않은 임신을 했습니다. 태어날 아이를 맡아주실 수는 없습니까?”
“으음······.”
리에가 인상을 찡그렸다.
“부인께서 제 아이를 맡아주신다면 저는 아이를 낳자마자 떠날 겁니다.”
“왜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시죠?”
“저는 평생을 바쳐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아이를 버리면서까지 해야 할 일인가요?”
리에는 고영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빛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예.”
고영희의 말에 리에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알았어요, 그렇게 하지요.”
고영희가 자신의 남편으로부터 떠나겠다는 의미이기에.
리에의 처지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고맙습니다.”
고영희는 리에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강철은 밖에서 이야기를 엿들으려 했지만.
두 여자가 너무나 조용히 말했기에 도저히 엿들을 수가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