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89
대한민국 절대 재벌! 89화
“조선이 독립되니 이렇게 좋은 일도 있는구먼.”
“마셔, 마시라고! 괴기를 언제 또 먹어 보겠어?”
“여보시게, 술이 더 있으면 더 좀 주시게!”
잔치에 모인 사람들은 이것 달라, 저것 달라 아주 난리가 났다.
하여튼 내 집 앞에는 3일째 잔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대한 독립을 자축하는 잔치로 변했고.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집 마당으로 몰려들었기에.
소도 더 잡고, 돼지도 더 잡았다.
난리라면 난리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원래 이 잔치의 주인공인 거지 아이들이 구석진 곳으로 밀려났다.
‘대한 독립보다 먹고 떠드는 것이 좋나 보다.’
3일이 지난 후부터는 독립의 감격보다는 공짜 점심을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고.
이런 음식들을 끝도 없이 내놓는 나를 칭송하는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고 있었다.
‘지금은 인심이라 하겠지만······.’
하지만 곧, 상황이 진정되면.
나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대한민국 독립보다 두 여자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리에와 고영희는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하나도 엿듣지 못했다.
“숙부님······.”
“쉬!”
태식이 나를 불렀지만.
안에서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면 안 된다.
여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듣는 좀팽이처럼 보일 테니까.
“흠이 아니지 않습니까?”
어린 태식이 무엇을 안다고 내게 저런 소리를 하면서 위로를 하는지 모르겠다.
“흠이 아니라고?”
“예.”
이 시대까지만 해도 축첩은 사실 흠도 아니다.
물론 축첩하려고 고영희를 받아들인 게 아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고영희가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리고 리에가 저런 반응을 보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스르륵.
그때 문이 열렸고.
필이를 품에 앉은 리에가 나왔다.
마치 내가 장남 필이를 낳았으니.
내가 이 집의 안주인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들어오시죠.”
무슨 담판이라도 지을 눈빛이다.
“그래도 될까······.”
나는 본의 아니게 삼자대면을 하게 됐다.
뭐 삼자대면을 한다고 해도.
내가 할 말은 없다.
* * *
강철의 집 밖.
젊은 남자 둘과 중년의 남자가 차려놓은 잔칫상에 앉아.
이상한 눈빛으로 강철의 집을 바라보았다.
“혹시 영희 동지가 딴마음을 품은 것이 아닐까?”
남자 하나의 입에서 고영희의 이름이 나왔다.
“고 동지를 의심하면 안 됩니다. 누구보다 열성적인 동지요.”
“하지만 친일파 부르주아 강철을 처단하지 않았습니다.”
남자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그러니 우리가 이리 거하게 잔칫상을 받는 것 아닙니까?”
“이영 동지!”
이영은 남로당 서울계 출신이다.
“혁명도 자금이 있어야 합니다.”
이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 말씀은······?”
“어쩌다 보니 이리됐으나 나는 영희 동지의 계획에 동조하기로 했소.”
“그렇다면 강철은 포섭 대상이라는 말씀입니까?”
“그건 두고 봅시다. 우선은 듭시다. 그래도 광복이 되었소이다. 우리가 가는 길이 조금 앞당겨지는 것 같소이다. 하하하!”
강철에게 이들은 인생의 걸림돌이 분명해 보였다.
* * *
강철의 집 안채.
“아우에게 이야기를 다 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셨고, 아우도 어쩔 수 없는 임신이었다고 말하더군요.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리에는 애써 담담히 말했지만.
나는 놀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호칭 정리도 끝낸 모양이다.
‘아우라는 것은······.’
리에가 고영희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그리고 고영희가 임신했다고 했다.
리에에게 이야기를 듣고 놀랐기에 인상을 찡그렸고.
고영희가 보고 있기에 애써 내 표정을 추슬렀다.
그리고 다시 리에의 눈치를 살폈다.
“임, 임신······.”
필이 동생이다.
‘문제는 내 씨가 확실하냐는 거지만······.’
그녀는 몸을 파는 일본 유곽의 기녀로 위장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그 사실을 말할 입장이 아니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다.
최소한 비겁한 놈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약속을 지켜 주셨으니 이 부분에서 더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약속?’
-무슨 일이든, 무슨 짓을 해서라도 제게 돌아와 주세요.
남산에서 야마모토에게 죽을 뻔했다가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내게 리에가 했던 말이다.
“하지만 더는 제가 안 될 것 같습니다.”
리에는 더 이상의 여자를 들이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내게 못을 박았다.
“그럴 것입니다.”
“장담하지 마세요. 저의 당신은 아주 큰 사람이고, 여자들은 당신을 따르니까요.”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 정말 잘 모르겠다.
“으음……!”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당신은 아주 탐나는 남자입니다.”
칭찬인데 욕처럼 들린다.
“내게 멋진 남자는 다른 여자들의 눈에도 멋지게 보일 테니까요.”
칭찬을 받을 상황이 아닌데 참 애매한 순간이다.
“저는 아우로는 영희만 받아들일 것입니다.”
리에의 마음은 정말 넓었다.
“그러니 더는 다른 여자가 제집에 찾아오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고영희가 임신했다고 말해서 내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고영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가 따로 만날 거라 생각했는지.
리에의 정확한 속내를 모르겠다.
“알겠소이다.”
졸지에 난봉꾼이 되어버렸다.
“집사에게 가까운 곳에 아우의 거처를 준비하라고 일렀습니다.”
“그렇게까지······.”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화를 낸다면 어떻게든 대처하겠는데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아마 옆에 두고 감시할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보고 있으니 더는 들락거리지 말라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태어날 아이는 아우의 아이가 아니라 제 아이로 키우기로 했습니다. 아우와도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결국, 리에는 고영희로부터 태어날 아이를 빼앗았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뭐라고 하지······.’
할 말이 없다.
그저 고영희를 봤고, 고영희는 받아들이겠다는 눈빛이다.
“다행입니다. 필이가 아직 아무것도 모를 때이니까요.”
내 장남 필이에게까지도 속이겠다는 뜻이다.
‘무섭다.’
아마도 고영희가 아이를 낳으면.
리에는 고영희에게 아이는 걱정하지 말고 떠나라고 말할 것 같다.
“이야기는 다 끝났습니까?”
나는 고영희를 보며 물었다.
“······예.”
고영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물론 리에에게도 미안할 뿐이다.
“앞으로는 조심하겠소.”
“그리되도록 힘써 주십시오.”
리에는 항상 내게 무엇인가를 부탁할 때 힘써 달라고 한다.
하여튼 나는 어쩔 수 없이 두 집 살림해야 할 판이다.
그리고 두 여자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할 판이다.
* * *
종로에 있는 다방.
고영희를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종로 다방에서 오덕수를 따로 만났다.
그리고 망태와 망치는 내 경호원이기 때문에 다른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았다.
‘신상명세서에는!’
완벽한 공산주의자라고 적혀 있었다.
‘왜 내가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여자와 엮였을까?’
이 순간 떠오르는 것은 망할 놈의 야마모토다.
‘그 망할 놈이 아니었다면!’
나는 고영희와 인연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리라.
“허허허, 두 집 살림이라 힘드시겠군요.”
오덕수는 그저 농담하듯 내게 말했다. 나를 놀리는 것이다.
“어떤 분입니까?”
나는 은월이 고영희를 처음 봤을 때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고영희를 철저한 공산주의자로 보고 있다.
물론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도 인정한다.
이것이 내가 아는 전부다.
“은월의 친동생입니다.”
또 관계가 복잡해지는 순간이다.
‘내가 아는 은월은?’
오덕수의 정인이다.
“그래요?”
“예, 저와 강철 동지의 관계가 좀 복잡해졌군요.”
“그렇게 되는 겁니까?”
“그러게 말입니다.””그래서요?”
나는 고영희에 대해 오덕수에게 다시 물었다.
“처음에는 경성 기번에 적을 둔 기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공산주의에 물든 인텔리 출신 룸펜 프롤레타리아를 만났고 영희의 인생이 180도로 달라졌습니다.”
여자가 변하면.
또 무섭게 돌변하는 법.
오덕수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전문 용어가 나왔다.
‘이 사람, 많이 배웠구나.’
룸펜 프롤레타리아는 비정상적 노동에 관여하는 최하층 노동자로.
거의 일을 하지 않고 취업할 의사도 없으며.
일정한 거주지도 없이 그날 먹고 사는 부류를 말한다.
조선에서는 룸펜이라고 부르며.
배웠지만 일하지 않고.
세월만 한탄하며 사는 인텔리를 비꼴 때도 쓰였다.
“······그렇군요.”
“그 이후로 골수 공산주의자가 되어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인생의 사명으로 살아가지요.”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노동자를 비롯한 무산계급이 주도하는 혁명세력이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시키고.
사회주의 체제의 공산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사회를 건설하는 투쟁을 말하는 것으로.
뼛속까지 자본주의자인 나와는 맞지 않다.
‘그녀와 왜 엮였을까······.’
골치가 아팠다.
“그녀는 아마 애를 낳으면 자기 갈 길을 갈 겁니다.”
-태어날 아이는 제 아이로 키우기로 했습니다.
리에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쩌면 이것은 리에의 요구가 아니라 고영희의 부탁이었을지도 모른다.
‘떠날 사람인가······?’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
“제가 아는 영희는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강 동지의 그늘에서 오래 머물 사람이 아닙니다.”
이게 핵심이다.
‘으음, 공산주의자라······.’
달갑지 않다.
그리고 이 일이 내게는 또 어떤 상황을 만들지 걱정되었다.
“그러니 단념하십시오.”
“예?””그녀는 위험합니다. 특히 강 동지에게 아주 위험합니다.”
오덕수는 나를 걱정하는 말로 고영희에 대한 설명을 끝내려는 것 같다.
“참, 그곳으로는 언제 갑니까?”
그곳은 대마도를 말한다. 그리고 바로 대화의 주제를 바꿔버리는 오덕수였다.
“이틀 후입니다.”
그래.
지금 고영희를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드디어 시작이군요.”
“그렇습니다.”
개인사는 복잡해졌지만.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했다.
‘기회는 여러 번 오지 않는다!’
* * *
일본 도쿄에 있는 미군정 사령부.
맥아더 장군은 일본 주둔 미군정 총사령관이 됐다.
그리고 지금 패전한 일본의 최정상 수뇌부는 맥아더에게 굽실거리느라 정신이 없었고.
맥아더는 이런 상황을 내심 즐기고 있었다.
사실 우리는 맥아더를 인천상륙작전의 영웅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사실 일본을 더 많이 구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시점은.
일본도 독일처럼 한동안 소련과 미국이 나누어서 신탁통치를 해야 한다는 국제여론이 일어났는데.
맥아더는 그런 분위기를 막고 있었다.
“일본이 두 군정으로 분리된다면 동아시아 지역은 모두 공산 정권이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이제 일본은 군국주의를 버리고 위대한 미국처럼 자유주의 국가로 거듭날 것이고, 가장 친미적인 국가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분할 통치만은 막아주십시오.”
일본 정치인이 맥아더의 눈치를 보며 읍소했다.
“저희는 오직 명예롭고 존경스러운 미국이 저희를 통치해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그건 내가 결정할 부분이 아니오.”
맥아더는 거만하게 담배 파이프를 입에 물며 말했다.
“맥아더 장군께서 일본을 지켜 주시고 저희를 통치해 주십시오.”
“통치라······.”
맥아더로서는 싫은 단어는 아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