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98
대한민국 절대 재벌! 98화
“으음······.”
“조선은 어느 기점을 기준으로 양분되어서 위쪽은 소련이, 아래쪽은 미국이 군정 체계로 돌입할 겁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조선이 분단된다는 겁니까?”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마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될 것입니다.”
정말 말이 통하는 사람과 말하니 속이 뻥 하고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강철 동지는 미래를 예측하고 내다보는 식견이 탁월하군요.”
오덕수가 나를 다시 봤다는 눈빛을 지었다.
“그러므로 대마도도 우리의 결정이 아닌 미국의 결정과 입장이 중요합니다. 미국은 소련의 남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대마도는 일본 위에 있고, 조선 반도 아래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련 남진을 최종적으로 막을 방어선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 대마도를 미국령으로 만들자는 겁니까?”
난 깜짝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예측까지 할 수 있는 오덕수가 놀랍기만 했다.
“그렇습니다. 그 후에 대한민국의 영토가 되게 만들면 됩니다. 그러니 투표라는 것을 해야 합니다.”
오덕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나를 의심하지 마십시오. 광복군들은 제 의도를 의심하겠지만 나를 이해하고 따른 당신만은 저를 의심하면 안 됩니다. 사실 내가 말하기 전까지 광복군, 아니, 임시정부의 그 누구도 대마도는 생각도 못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이게 중요한 사실이다.
누구도 대마도를 대한민국의 땅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역사는 이곳에서부터 서서히 변할 것이고.
내가 아는 역사와 앞으로 일어날 역사는 판이하게 달라질 가능성이 아주 크다.
“으음······.”
오덕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이다. 나는 강철 동지를 의심하지 않겠소.”
오덕수를 설득한 것 같다.
“강철 동지.”
오덕수가 의미심장한 어투로 나를 불렀다.
“제게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강철 동지, 조선 인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의 각오로 정치할 생각은 없소?”
“예?”
당황스럽다.
오덕수에게 뜬금없이 정치 권유를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지금까지 임시정부나 국내에서 활동하는 지도자 중에서 강철 동지만큼 현실감각이나 국제 정세에 밝은 사람을 보지 못했소.”
“흐음…….”
“또한, 민족과 국가를 위해 실용적인 대안을 간구하는 지도자 역시 보지 못했소. 임정이든 어디든 독립운동을 하는 자들은 자신이 옳다고만 고집을 부리는 옹고집들뿐입니다.”
오덕수의 말에 나는 일부분 동의한다.
“어떠시오? 내가 돕겠습니다.”
정말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제안이다.
“으음······.”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소. 깊게 생각해 보시오. 아직 시간은 많소이다. 그리고 강철 동지가 그 전에 해야 할 일도 많고요.”
오덕수는 결정을 요구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정치라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나는 오덕수를 민족의 지도자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저보다는 오덕수 동지가 정치해 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나는 도리어 오덕수에게 물었다.
“하하, 손에 피를 묻힌 사람은 정치하는 거 아닙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니까요.”
“그런 생각을 왜 하십니까?”
“전투할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소. 오직 이기는 것만 생각할 뿐이오. 그것이 군인의 특성이오. 그러니 그런 군인들이 정치한다면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할 것이오. 그럼 어떻게 될 것 같소?”
오덕수는 놀라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독재자가 되려고 하겠죠.”
“그렇소. 나는 군인 출신은 절대 정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믿을 수 없는 존재가 자신이고, 자신의 초심이라고 생각하고 삽니다.”
나도 모르게 이런 사람이야말로 정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덕수는 지금 내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타인들에 의해 건국되는 대한민국에서 정치하라고 했다.
‘그만큼 나를 높게 평가한다는 건가?’
나도 모르게 머리가 복잡해져서 인상을 찡그렸다.
“하여튼 천천히 생각해 보시오. 그리고 광복군에 대해 너무 걱정하진 마시오. 내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으니 하고자 하는 일 하시면 됩니다.”
오덕수의 지지를 다시 한번 이끌어 내는 순간이었다.
‘정치라······.’
생각도 못 했던 부분이다.
* * *
1945년 8월 20일.
사할린 항.
“몇 주 안에 조선 사람들을 태우고 귀향시킬 배가 도착할 겁니다.”
놀랍게도 한준만은 사할린 항에서 소련인 통역관을 대동한 채.
소련 군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선 사람들이야 여기 사람이 아니니 데려가는 것은 뭐라고 하지 않겠소.”
“감사합니다. 고르파초프 중령님.”
고르파초프는 사할린을 점거한 소련의 붉은 군대 지휘관이었고.
한중만은 강철이 준 금괴 덕에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아니오, 아직 나라도 없는 곳에서 인민을 생각하다니 참 좋은 생각이오.”
“이 모든 것이 38도선 이북에 설치된 소련 군정 때문입니다.”
한중만은 북한 지역에 세워진 소련 군정을 들먹였다.
-사할린 소련 군대 지휘관을 만나면 북한 지역 소련 군정을 들먹이시면 됩니다.
-그들이 믿어 줄까요?
-뇌물로 준 금괴가 이것저것 깊게 따지지 않게 할 겁니다.
강철은 미래를 알고 있기에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물론 한중만이 조선 출신 징용자가 돌아갈 고향은 조선이 아니라 대마도였다.
“위대한 영웅 스탈린 원수께서 조선 인민들을 해방해 주셨기 때문에 저들이 고향에 돌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하하하, 알면 됐소. 배는 언제 올지 궁금하군.”
“예, 몇 주 안에 도착할 것입니다.”
“으흐흐흐, 좋소, 돌아갈 사람들은 돌아가도 좋소.”
뇌물의 힘은 대단했다.
사할린은 현재 소련의 붉은 군대가 점령했지만.
치안 및 조직이 완벽하진 않았다.
그리고 사할린 항구에는.
붉은 군대의 지시에 조선인 출신 징용자들과 그 가족들이 모여들었고.
금괴로 뇌물을 받은 소련군 중령은.
그들의 편의를 제공해 주기 위해 군용 텐트까지 지원했다.
‘뇌물의 힘은 정말 대단하군.’
한준만은 돈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수많은 인파 속에는 일본인들도 끼어 있었다.
* * *
1945년 8월 21일.
대마도는 산악 지형이 대부분이다.
모든 사람을 이 대강당으로 모으는 데 3일이 걸렸다.
대마도 주민들은 지금까지 투표라는 것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조선 사람도 그렇고 일본 사람들도 그렇다.
이들은 항상 국가가 시키는 대로만 행동했다.
자기 의견 따위는 내세울 수가 없었다.
내가 투표를 시작한 건.
미래지향적 발상이 아니라 명분과 구실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다.
그때 후지모라가 내게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이곳에 대마도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대마도에는 일본인 3,600명과 조선인 2,500명이 있다.
그리고 지금 일본 순사들은 특별한 저항 없이 지서에 감금되었다.
그들은 일본의 관리이기에 이 조치를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했다.
하지만 저항은 없었다.
그만큼 대마도에서 내 입지는 공고했다.
‘문제는······.’
조선이 독립했으니 조선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징용자들이 꽤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나는 미리 설치해 놓은 단상 위로 올라갔고.
대마도 주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모두 조용!”
후지모라가 소리를 질렀고.
그와 동시에 모두 조용해졌다.
“도주님께서 여러분께 하실 말씀이 있습니다.”
아직 꽤 많은 일본인이 일본이 망한 줄 모르고 있다.
물론 일본이 패망한 것에 크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없다.
그저 이들은 지금까지 살던 대로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곧 군대에 끌려갔던 남편들이 돌아올 것이고.
징용을 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때가 되면 여자들은 대마도에 온 조선인 남편과.
전쟁 후 돌아온 일본인 남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고.
이 역시 전쟁과 이 시대가 낳은 비극일 것이다.
“우선 전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설치해 놓은 스피커에서 내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고.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일본이 패망했습니다.”
내 한 마디로 이 대강당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아······”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마시이가 돌아오는 거잖아?”
여자 하나가 중얼거렸다.
“마시이가 누군데?”
여자 옆에 있던 조선인 징용자 남자가 여자에게 물었다.
“전, 전남편······.”
“뭐?”
남자도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변했다.
“아······.”
“대한 독립 만세!”
“조국 광복 만세!”
일본이 망했다는 소리에 조선인 출신 징용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만세 소리가 터졌다.
예상했던 일이다.
“모두 조요요용-!”
그때 기태가 우렁차게 소리를 질렀다.
오덕수가 지시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조용해졌다.
“승전국인 미국이 일본을 점령했습니다. 일본은 이제는 미국의 식민지가 됐습니다.”
내 말에 일본인들의 탄성이 터졌다.
그리고 조선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졌고.
그 중간에 국제결혼(?)을 한 800쌍의 남녀들만 두 곳의 눈치를 보았다.
‘저들을 합치면 1,600명이고······.’
태어난 아이들까지 하면 2,000명 정도 된다.
그리고 나는 사실 의도적으로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런 말을 들었으니 이제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조선인들처럼 식민지 백성이 될 거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일본에는 일본이 없습니다. 일본은 미국의 식민지입니다.”
내 말에 일본인 출신들이 넋이 나간 듯 멍해졌다.
“하하하, 꼴좋다.”
“이럴 줄 알았다.”
징용자들만 신이 났다.
“모두 조용히 하시오!”
다시 한 기태가 소리를 지른 후에서야 다시 조용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결정해야 합니다. 미국의 식민지가 된 일본에 속할 것인가, 아니면 독립된 조선에 속할 것인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사실 말이라는 것이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
‘결국, 나도 조선 사람이다.’
나는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물론 오덕수도, 그리고 후지모라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연설은 사람을 선동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연설을 통해 모두를 선동하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결정할 투표라는 것을 할 참입니다.”
“투표요? 그냥 도주님께서 결정하면 되시는 것 아닙니까?”
일본인 진영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놀랍게도 나에 대한 충성심은 조선 사람보다 일본인들이 높다.
조선에서 온 징용자들은 돌아갈 고향이 있지만.
일본인들은 이곳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니까.
“조국이 광복되면 돌아가면 그만 아닙니까?”
조선인 진영에서도 누군가 소리쳤다.
“옳소!”
“고향으로 돌아갑시다!”
조선인 진영에서 고향으로 조국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배신감 쩌네······.’
나는 내 이익을 위해 저들에게 지상낙원을 만들어 줬다.
그런데 지금.
저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순간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또 양쪽에 속해 있는 국제결혼을 한 부부들이 양 진영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