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97
대한민국 절대 재벌! 97화
‘무엇을 확인하려는 포석인가?’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존재한다.
그래도 다행히도 오덕수는 무척이나 냉철한 사람이었다.
한쪽으로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지 않는 성격이다.
만약 그가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후지모라의 말을 다 들을 수도 없었고.
내 뜻대로 일을 추진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지도자의 품격이 느껴지는데······.’
“무슨 생각을 합니까? 머리를 써서 거짓말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입니까?”
오덕수는 지금 내 눈빛까지 살피는 것 같다.
마치 나를 시험하고 있는 느낌마저 드는 순간이다.
“그건 아닙니다.”
“그럼 말씀해 주시오. 왜 그랬는지 강철 동지의 진심을 듣고 싶소.”
“진심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소.”
“좋습니다. 대마도가 조선, 아니, 대한민국의 땅이 되려면 몇 가지의 과도적인 진행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내 말에 오덕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하는 눈빛이다.’
놀랍다.
“또한 미국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것만큼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오 동지, 대마도는 누구의 땅이라 생각합니까?”
“······뭐라고요?”
“대마도는 누구의 영토입니까?”
지리적으로는 한반도와 가깝지만.
우리 조상들은 대마도를 정벌한 적은 있어도 통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 * *
임시정부.
“국내 좌익들이 조선총독부와 협잡해서 건국준비위원회라는 것을 발족했답니다!”
물론 이 정보는 미국 OSS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선생이 제공해 준 정보고.
조선 내부에 OSS의 비밀 요원이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들은 모스통신을 이용해 빠르게 중국 국경지대에 있는 OSS지부에 알려줬다.
“자기 멋대로 조선 인민공화국이랍니다! 우리 임정을 아예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아니지, 배제하려는 의도입니다!”
임정은 슬슬 분열의 조심을 보이고 있었다.
“주석 각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입국해야 합니다. 상황이 혼란스럽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좌익들이야 총독부랑 협잡해서 무엇을 만들든 대의가 없으니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이대로라면 미군정이 들어섭니다.”
독립 운동가 한 명이 김규 주석에게 간곡하게 말했다.
“유일한 군······.”
아무 말도 없던 김규 주석이 가만히 앉아 있는 유일한을 불렀다.
“예, 주석 각하.”
“이 모든 것이 사실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미국은 소련의 남진을 막기 위해 임시적으로 38도선 이남에 군정을 설치해 조선 반도를 안정시키겠다고 공표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련은 더 이상 남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둘로 나뉜다는 말이군요.”
“임시적으로 그렇게 될 것입니다.”
“으음.”
“공산주의자들이 조선을 차지한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그들은 민족주의자나 자유민주주의자들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유일한 박사 역시 미국에서 유학했기에.
이런 부분에서는 미국의 편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요. 하지만 이제 겨우 일제로부터 해방됐는데 미국에 의한 신탁통치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주석 각하, 잘 판단하셔야 합니다. 곧 미군정이 시작됩니다. 그들은 힘이 있고, 임시정부는 명분밖에 없습니다. 혼란스러운 시기입니다.”
“그렇기는 하나 대한민국은 두 번 다시 외세에 이끌려서는 안 됩니다.”
“현실을 직시하셔야 합니다.”
“아……!”
“실질적인 방법을 구상하셔야 합니다. 제가 듣기로 이승한 박사가 입국을 모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분보다 먼저 입국하셔야 하고, 입국 전에 일본으로 가 맥아더 장군을 만나서야 합니다.”
“내가요?”
“그렇습니다. 임시정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지향한다고 공표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 임시정부에서 정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사람은 유일한 박사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 미국은 거의 이승한을 선택하려고 했다.
“조국이 독립했는데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맞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디까지나 임시정부입니다.”
역시 임시정부는 현실감각이 부족했고.
유일한 박사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 * *
건국준비위원회 사무실.
건국준비위원회는 1945년 8월 15일에 발족했다.
“조선이 독립했는데 미군정이라니요? 그리고 38도선 위로는 소련 군정이 들어선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재무부장인 이규갑이 아무 말도 없이 생각에 잠긴 여운형을 보며.
이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일본이 물러가니 이제 미국이 왔습니다. 이건 또 다른 의미의 식민지 지배입니다.”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이러다가는 조선이 둘로 나뉩니다. 우리가 패전국도 아닌데 왜 둘로 나뉘어야 합니까?”
정백은 남한에 미군정이 들어선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불만스러웠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두 개의 이념을 가진 군정 통치가 됩니다. 이러다가는 분단입니다, 분단!”
“막아야 합니다. 말이 좋아 미군정의 신탁통치지, 이건 식민지 지배의 연장입니다!”
모두가 반탁운동을 하자고 들끓었다.
“으음······.”
위원장인 여운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신음만 토해냈다.
“문제는 그게 아니오.”
말 없던 여운형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임시정부 요인들이 곧 입국할 겁니다. 그들은 우리를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우리가 그들을 인정할 이유도 없지만, 민족이 하나로 뭉쳐야 할 이 시점에 혼란이 야기될 수 있소이다.”
여운형의 말에 모두 인상을 찡그렸다.
“그도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우익 세력은 처음부터 건준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통합이 필요할 때인데······.”
여운형은 안타까운 눈빛을 지었다.
“김성수를 비롯한 송진우, 장덕수를 비롯한 우익 진영은 아직 임시정부가 귀국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좌익과 우익이 대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겁니다.”
또한, 조선 국내 우익 세력은 건국준비위원회를 벽상 조각이라고 비난하였고.
임시정부 요인들이 입국하면서.
미국에 가장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승한을 건국준비위원회의 주석으로 취임할 것을 요청했으나.
이승한은 좌익들의 소굴이라며 이를 거절한다.
“미군정이 들어서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건국준비위원회의 태생이 좌익이기에.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는 미국의 승인을 받기 어려울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것도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방법은 있소.”
여운형이 이승한을 떠올렸다.
“방법이 있습니까?”
“미국이 우호적으로 대하는 이승한 박사에게 초대 주석이 되어 달라고 요청하는 겁니다. 내 듣기로 그 사람은 감투를 좋아한다니 거부하지 않을 겁니다.”
여운형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럴 것 같습니다.”
“좋은 방법이십니다. 힘을 쓸 수 있는 자리에 저희 동지들이 앉아 있으면 이승한 박사도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못할 겁니다.”
“문제는 임시정부 쪽인데······.”
건국준비위원회가 밝힌 조선 인민공화국의 국명처럼.
이들은 조선을 공산주의 국가로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38도선 이남에는 미군정이 들어서게 되었으니.
그들이 목표로 하는 조선 인민공화국의 승인은 거부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여운형을 비롯한 이들은 이승한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다.
중요한 건.
처음부터 조선은 우익과 좌익이 분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군정은 이것을 철저히 이용했다.
* * *
강철의 숙소.
“객관적으로는 일본 땅이지요.”
오덕수는 민족적 감정을 배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소련이 남진하고 있습니다.”
“나도 그건 알고 있소.”
“소련이 조선 반도를 점령하면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으음······.”
“공산주의 국가가 탄생할 것이고, 그것은 자본가인 제게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오덕수가 공산주의자라면 내 말에 바로 반기를 들 것이다.
내가 말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나라다.
하지만 공산주의자들이 원하는 나라는 무산계급이 핍박받지 않는 평등한 나라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완벽해도.
사람이 있는 한, 그 어디에도 그런 유토피아는 건설될 수 없다.
“그래서요?”
오덕수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분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제 입장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 입장을 밀고 나갈 생각도 없습니다. 지금은 미국과 소련의 입장이 중요합니다.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용하면 우린 대마도를 일본에서 빼앗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조선 땅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왜 소련과 미국의 입장이 중요하다는 거요?”
알면서 내게 묻는 것 같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간을 보는 걸까?’
의문스러운 순간이다.
“정말 모르십니까?”
내가 판단한 오덕수는 누구보다 뛰어난 인텔리다.
그런데 지금.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을 보이고 있다.
“······실은 나도 알고 있소.”
“생각하신 일이 그대로 일어날 겁니다. 미국은 소련의 남진을 막아야 합니다. 소련이 공산주의라면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고, 그 두 나라는 경쟁할 겁니다. 이해하긴 어렵겠지만 서로 총칼을 겨누지는 않더라도 사소한 것 하나조차 경쟁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두 강대국은 서로의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며 첨예하게 대립할 겁니다.”
사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2등 국가였고.
소련 이전의 제정러시아는 쓸모없는 땅덩어리만 큰 별 볼 일 없는 나라에 불과했다.
사실 일류 국가는 영국이었고, 프랑스 그리고 독일이었다.
그것을 제2차 세계대전이 바꿔 놓았고.
미국은 당당히 자유민주주의의 맹주로 거듭났다.
물론 소련 역시 공산주의의 기둥으로 우뚝 선다.
“그럴 공산도 있을 것이오.”
내 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러므로 조선의 땅은 양분될 것입니다.”
이미 꽤 많은 인텔리가 여기까지는 생각했을 것이다.
‘최소한 이승한 박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이 순간 이승한이 떠올랐다.
그리고 임시정부 요인들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반탁운동을 펼치며 자주독립이니 통일만을 부르짖을 것이 뻔하다.
국제 정세를 파악하지 못하고.
두 강대국의 위치와 입장은 생각도 않는다.
이런 부분에서 융통성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임시정부 요인 중 대한민국의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이 조선 인민들의 지도자들의 현실이었다.
‘이승한이 좀 더 대의를 중시한 사람이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확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분단이 없었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스스로 독립을 쟁취한 게 아니라 일본이 패망하면서 거저 해방을 얻었을 뿐이다.
그러니 아무런 결정권도, 거부할 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조선 인민들은.
36년간의 일제 통치와 미군정의 통치가 동일하다고 생각하고 치열한 반탁운동을 시작한다.
감성적인 부분에서 보면 반탁운동은 옳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리 우리가 저항한다고 해도.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곧 돌아올 미군정과 소련 군정은.
그들의 입장과 위치 그리고 미래 계획 때문에 실행이 되는 역사의 한 장면이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