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150)
어린아이가 존재하지 않는 마을.
그런 마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그런 마을은 정상적인 마을일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건우는 어째서 부족 마을에 어린아이들이 없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건우가 족장 얀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고 보니까, 마을에 어린아이가 한 명도 없었네요. 어째서 그런 거죠?”
그 물음에 얀이 세계수를 슬쩍 올려다보면서 대답했다.
“저희가 엄마 나무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세계수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요?”
건우가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되묻자, 얀이 건우를 돌아보면서 좀 더 자세하게 말을 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는 엄마 나무의 열매에서 태어나고 모두 성체의 모습으로 태어납니다. 그래서 인간처럼 성장하는 과정이 없죠. 어린아이가 없는 이유는 그것 때문입니다.”
그 대답을 들은 건우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열매에서 태어난다는 것도 놀랍지만, 성장 없이 성체로 태어난다는 사실도 놀라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한 가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왜 소아는 어린아이의 모습이죠?”
그 물음에 얀이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작아진 엄마 나무와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대답과 동시에 건우는 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작은 과실수에는 작은 과실이 열리는 법. 작아진 세계수에 작은 열매가 달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건우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을 하려는 건지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소아를 두려워하시는 거죠? 단순히 작게 태어났기 때문인가요?”
건우는 그렇게 물으면서 얀을 살짝 쏘아보았다. 아무래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작게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아를 차별하는 거라면…….’
건우는 그 순간에 바로 얀의 멱살부터 잡고 볼 생각이었다.
얀은 그런 건우의 생각도 모르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작은 무녀가 단순히 작게 태어나서는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작은 무녀로 인해서 일어난 변화 때문입니다. 그 변화는 항상 저희 부족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죠.”
건우는 그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죠? 변화 때문이라뇨?”
그 물음에 얀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작은 무녀가 작은 열매에서 태어난 존재라는 것, 그 이후로 엄마 나무에 열매가 맺히지 않게 된 것, 사고로 지구로 나간 것, 다시 돌아와서 지구의 물건을 부족들에게 나눠 주는 것까지…… 그 외에도 작은 무녀는 부족에 많은 변화와 혼란을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작은 무녀가 두렵다고 한 것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세계수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것을 가볍게 쓸어내리면서 말을 이었다.
“물론, 그런 것들이 작은 무녀가 의도한 것이 아니거나, 의도를 했다고 하더라도 좋은 의미로 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저희 부족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런 변화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처럼 평화롭게 살고 싶을 뿐입니다.”
얀은 그렇게 말하고 나서 눈을 살포시 감았다. 뭔가 생각하는 듯했다.
건우는 그런 얀의 모습을 보면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 말하는지는 이해가 가. 그런데…… 조금 답답하네. 무슨 쇄국정책도 아니고…….’
얀의 보수적인 모습을 보면서, 과거에 흥선대원군이 펼쳤던 쇄국정책을 떠올릴 정도로 답답했던 것이다.
물론 쇄국정책에도 장점이 있겠지만,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는 건우에게는 답답한 정책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눈을 감고 있던 얀이 눈을 뜨면서 입을 열었다.
“물론 지금은 그런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건우 님은 저희에게 구세주 같은 분이시고, 당신의 도움을 받는 이상 수많은 변화를 감내해야겠죠. 그러니,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랄 뿐입니다.”
얀은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살짝 씁쓸해 보이면서도 우수에 젖은 눈빛.
그 미소가 얼마나 멋진지, 건우가 한동안 할 말도 잊고서 얀의 얼굴만 빤히 바라보고 있을 정도였다.
그때, 건우의 정신을 깨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왓!”
돌 접시에 구운 고기를 산더미처럼 쌓은 하와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얀이 그 모습을 보면서 건우에게 말했다.
“저는 이만 다시 마을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 네.”
“그럼…….”
얀은 그렇게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그때, 건우가 그런 그를 붙잡았다.
“잠깐만요.”
“왜 그러십니까?”
그림처럼 멋있게 돌아보는 얀.
건우가 그 모습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 잘될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가 그렇게 말하자, 얀이 잠시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곧 가볍게 목례를 했다.
“감사합니다. 이건우 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다 잘될 것 같군요.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얀은 그렇게 말하고서 완전히 자리를 벗어났다.
건우는 그런 얀의 뒷모습을 복잡한 표정으로 한동안 바라보면서 서 있었다. 얀의 입장이 이해가 되면서도, 답답한 심정이었다.
그러던 중에 하와가 도착했다.
“하왓!”
건우를 보면서 방긋 웃는 하와.
건우도 그런 하와를 마주 보면서 방긋 웃었다.
“하와, 왔어? 그런데 무슨 고기를 그렇게 산더미처럼 쌓아서 온 거야?”
“하와!”
“응? 세계수랑 나눠 먹으려고 왔다고?”
건우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표정으로 그리 되물었다. 그러자 하와는 말을 길게 할 것 없이 행동으로 그것을 보여 주었다.
“하와~”
세계수 둥치를 돌면서 구운 고기를 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건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걸 아깝게 왜 거기에 부어?”
건우가 그렇게 물으면서 하와를 말리려는 순간이었다.
푸르르르.
세계수의 가지가 힘차게 떨렸다.
그에 깜짝 놀란 건우가 재빨리 하와를 낚아채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세계수를 바라봤다.
“뭔, 뭔데?”
건우는 그러면서 다른 변화가 있나 살펴보았다. 하지만 세계수에는 더 이상 변화가 없었다.
건우는 안도하면서 안고 있던 하와를 바닥에 놔주었다.
“깜짝이야. 바람이라도 불었나?”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하와가 아까 뿌린 고기가 생각나서 그곳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곧 두 눈을 비비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 고기가 어디 갔지?”
뿌려 놨던 고기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 * *
부족 던전에서 나온 건우는, 던전 농지에서 잠시 일과를 본 이후에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 건우의 머릿속에는 아까 있었던 기이한 현상이 떠나질 않고 있었다.
‘고기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하와 말대로 세계수가 먹은 걸까? 하지만 언제? 어떻게?’
건우는 그러면서 나중에 다시 한 번 세계수 근처에 구운 고기를 뿌려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에라도 세계수가 구운 고기를 먹은 게 맞다면…….’
그것이 이번 세계수 복원에 대한 열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건 나중에 확인하고…… 오늘은 일단 집에 들어가서 씻고 쉬어야겠다.’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어느새 도착한 집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꽤 반가운 얼굴과 대면할 수 있었다.
“어? 수찬 씨. 언제 오셨어요?”
정수찬 쉐프가 부모님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건우의 목소리를 들은 정수찬이 고개를 돌려서 밝게 웃었다.
“방금 막 왔습니다. 일 끝내고 오시는 겁니까?”
“네. 일 다 보고 온 참이에요. 수찬 씨는 일 다 보신 거예요?”
“네. 조금 일찍 끝냈습니다.”
둘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인사를 나눴다.
그때, 건우의 뒤에서 따라 들어온 하와와 소아, 가온도 정수찬을 발견하고는 꾸벅 고개 숙여서 인사했다.
“하와.”
“안영하쎄요.”
갸웅!
그렇게 셋이 인사를 하자, 엘이 은근히 눈치를 살피더니 배꼽에 손을 올리고 인사했다. 엘은 정수찬을 처음 봤기에 살짝 어색한 모양이었다.
그 인사에 정수찬이 미소를 지었다.
“안녕? 처음 보는 아이네? 건우 씨, 이 아이는 누굽니까?”
그 물음에 답한 것은 건우가 아니었다.
어머니가 대신 나서서 엘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러고 보니까, 수찬이는 처음 보지? 우리 둘째 아들 딸이야.”
“둘째라면…… 건우 씨 동생 말씀하시는 건가요?”
“응. 엄청 예쁘지?”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면서 은근히 엘을 끌어안아 주었다. 그러자 엘이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부끄러운 듯이 말했다.
“할머니님, 엘은 엄청 예쁘지 않답니다.”
“어머? 그럼 얼마나 예뻐?”
그 물음에 엘이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곧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음, 조금 예쁘답니다.”
“어머어머. 얘, 말하는 것 좀 봐. 호호호.”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면서 엘을 더 꽉 껴안았다. 아무래도 엘의 대답이 귀엽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본 건우가 어머니를 말렸다.
“어머니, 예뻐해 주시는 것도 좀 씻고 나서 해 주세요.”
“호호호. 내 정신 좀 봐. 들어왔으면 먼저 씻어야지. 빨리 씻고 나와. 내가 맛있는 저녁 차려 놓을 테니까.”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정수찬이 소매를 걷어붙이면서 말했다.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어머? 그럴래? 그런데 괜찮겠어?”
그 말에 정수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뭘.”
“호호호. 그럼 좀 부탁할까?”
둘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같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에 건우는 아이들을 데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렇게 잠시 후, 간단하게 씻고 나온 건우와 아이들은 금세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먹었다.
분명히 부족 던전에서 고기를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건우도 밥을 한 수저 떠먹으면서 정수찬에게 물었다.
“그런데 수찬 씨는 갑자기 웬일이세요?”
그 물음에 정수찬이 국을 가볍게 떠 마시면서 대답했다.
“이번에 대민 지원 봉사를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혹시 건우 씨네도 대민 지원을 받나 싶어서요. 웬만하면 이쪽으로 지원하겠습니다.”
그 말에 건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요? 사실 저도 대민 지원 신청했어요.”
“그러십니까? 잘됐군요. 제가 이쪽으로 신청에서 건우 씨 농사 좀 돕겠습니다.”
그 말에 건우가 살짝 웃어 보였다.
“아뇨, 아뇨. 저도 봉사자로 신청했다는 말이었어요.”
그 말에 정수찬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건우 씨는 지원 대상 아니었습니까?”
“하하. 지원 대상도 맞는데, 봉사자로도 활동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여유가 좀 되니까 지원을 하기로 한 거고요.”
그 말에 정수찬이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건우 씨 정도면 여유가 있으시겠군요.”
정수찬도 건우가 농사짓는 모습을 본 만큼, 건우의 여유 있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다.
건우가 그 모습을 보고 살짝 민망하게 웃으면서 화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수찬 씨는 휴가 다녀오고 나서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 물음에 건우는 정수찬이 그냥 가게 일을 했다는 대답을 예상했다. 하지만 그에게서 나온 대답은 꽤 의외의 것이었다.
“사실, 좀 많이 바빴습니다.”
“많이 바빴다고요?”
“네. 최근에 식재료 논란이 좀 있었거든요. 어떤 대회에서 좋은 식재료를 써서 문제가 된 모양이더라고요.”
그 말에 건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쁜 식재료를 쓴 것도 아니고, 좋은 식재료를 써서 문제가 생겼다고요?”
평범한 상황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그에 정수찬이 설명을 더했다.
“그게 좀 상황이 복잡한데…… 좋은 식재료를 써서 어떤 학생이 꽤 큰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아서 문제가 됐다고 합니다.”
그는 그러면서 지난 수일간에 있었던 일을 말해 주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