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151)
여름휴가 이후, 초인 쉐프 정수찬은 하루가 24시간인 것이 아쉬울 정도로 바쁘게 일했다.
찾는 손님들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정수찬이 스스로에게 가혹한 면도 있었다. ‘잊혀진 극한의 요리사’가 그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최선의 요리를 한다.’
정수찬은 그런 마음가짐으로 요리를 하면서 실력을 차근차근히 높여 갔다.
최근에는 A+급 식재료를 이용해서, ‘잊혀진 극한의 요리사’에게 칭찬을 받을 정도의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좋아. 이대로라면, 얼마 가지 않아서 S급 식재료를 제대로 활용한 요리를 만들 수 있겠어.’
정수찬은 그렇게만 된다면, 그 요리를 건우네 식구들에게 가장 먼저 대접할 생각이었다.
건우가 지속적으로 높은 등급의 식재료를 제공해 주지 않았다면, 요리 실력을 빠르게 끌어 올리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수찬은 곧 의외의 장애물을 만나게 되었다. 그것은 한 기자의 방문으로 시작되었다.
영업이 끝나고 뒷정리를 마친 깊은 밤.
정수찬은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기자와 마주 앉아 있었다.
정수찬이 그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정리가 좀 늦었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그 물음에 기자가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닙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놨던 녹음기를 틀었다.
“그럼 바로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아시겠지만 지금부터 하는 녹음은 순전히 기사를 쓰는 데만 사용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정수찬은 이런 인터뷰에 꽤 익숙했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수긍했다.
기자가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최근에 열렸던 대한민국 챔피언 컵 국제요리경연대회에서 일어난 이슈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그 질문에 정수찬이 고개를 저었다.
“최근에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 물음에 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요리계에서 꽤 핫한 이슈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고요.”
그 대답에 정수찬이 귀를 쫑긋 세웠다.
요리계에 논란이 된 이슈라면, 그도 알아 둬서 나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말을 이어 나갔다.
“한 고등학생이 방금 말씀드렸던 대회에서 입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이슈가 됐어요.”
그 말에 정수찬은 살짝 끌어 올렸던 긴장감을 누그러뜨렸다. 별거 아닌 이슈라고 생각한 것이다.
정수찬이 가볍게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 챔피언 컵 국제요리경연대회라면…… 입상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린 학생이 대단하군요.”
사실, 정수찬은 입에 올린 대회에서 심사 위원으로 활동한 전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대회에 대한 내부 사정을 꽤 잘 알고 있기도 했다.
‘대회 운영비 충당을 위해서, 누구나 참가할 수 있게 만들었던 열린 대회였지. 그리고 그 돈으로 유명한 사람들을 심사 위원으로 앉혔고…….’
정수찬은 그런 사실들을 떠올리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입상했다고 해서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분명 어린 학생이 입상하기 힘든 대회이긴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그 전에도 고등학생 수상자가 조금은 있었을 텐데요?”
그 말에 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에 입상한 고등학생이 요리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이라는 점이죠. 심지어 제출한 요리도 떡볶이였습니다.”
그 말에 정수찬이 꽤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떡볶이를 요리로 냈다고요? 그건 좀 확실히 이상하네요.”
정수찬은 입상한 고등학생이 요리에 입문한 시간보다, 떡볶이를 만들어서 입상했다는 점을 더 이상하게 생각했다.
거기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떡볶이도 요리가 될 수 있긴 하지만 대회에 어울리는 요리는 절대로 아니니까.’
요리에 대한 개념은 사람마다 꽤나 분분한 편이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요리로 취급할 것인지는 언제나 문제가 되는 부분이었다.
정수찬은 떡볶이도 분명 요리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지만, 고차원적인 요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떡볶이는 식재료의 맛을 조화롭게 끌어 올릴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니까.’
떡과 소스, 몇 가지 야채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레시피를 가진 떡볶이는 강렬한 소스로 인해서, 모든 재료의 맛을 조화롭게 끌어 올리기에는 맞지 않는 요리였다.
즉, 대회에는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런 떡볶이로 입상을 했다는 건…… 말 그대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참신한 떡볶이 요리였다는 건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 건가?’
정수찬은 그렇게 생각에 생각을 이어 나가면서, 깊은 몰입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전에 기자가 정수찬의 몰입을 깨는 질문을 던졌다.
“정수찬 쉐프도 확실히 이상하다고 생각하시죠?”
그 물음에 정수찬은 정신을 퍼뜩 차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 네. 확실히 이상하군요. 어떻게 떡볶이로 입상한 거죠? 특별한 레시피가 있었습니까?”
그 물음에 기자가 고개를 저었다.
“레시피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더군요.”
“다른 이유요?”
“네. 그것을 말씀드리기 전에, 혹시 신화농장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기자의 물음에 정수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화농장의 대표가 건우이니 모를 수 없던 것도 있지만, 이름이 좀 있는 요리사 중에 신화농장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A급 식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신화농장이었기 때문이다.
“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역시 아시는군요. 그럼 이야기가 빠를 것 같습니다. 이번에 그 고등학생이 만든 떡볶이에 들어간 재료 중에 신화농장에서 판매하는 A+급 프리미엄 고춧가루가 다량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만으로 입상을 했기에 이슈가 된 것이죠.”
“아.”
정수찬은 순식간에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최소한의 조리만 가능한 고등학생이, 떡볶이에 A+급 고춧가루를 들이부어서 강제로 맛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건우 씨 같은 능력자(?)가 아니라면…… 무조건 맛있는 떡볶이가 만들어졌겠지. 그렇다면 수상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조화롭지는 못해도 다른 음식들은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로 맛있었을 테니까.’
정수찬은 현존하는 사람들 중에 가장 높은 등급의 식재료를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었다.
즉, A+급 고춧가루가 어느 정도의 위력인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이번 이슈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정수찬이 침음을 흘리면서 입을 열었다.
“대충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알겠습니다. 왜 문제 소지가 됐는지도…… 그런데 그 전에 왜 주최 측에서 떡볶이 레시피를 받아 준 겁니까? 보통은 레시피 확인 단계에서 떨어졌을 텐데…….”
그 말에 기자가 가지고 있던 볼펜 끝으로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그것도 알아봤는데, 아무래도 주최 측에서 레시피 검사를 대충 한 모양이더군요. 그 대회에 참가자가 오죽 많습니까?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로 참가자가 몰렸습니다.”
그 대답에 정수찬은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대한민국 챔피언 컵 국제요리경연대회의 안 좋은 점이 떠오른 것이다.
‘분명히 레시피 심사를 대충 하고 넘겼겠지.’
지원 자격의 범위가 큰 대회이니만큼, 참가자가 많으니 레시피 확인을 소홀히 한 거라고 짐작한 것이다. 그것은 예전에 정수찬이 심사 위원으로 있을 때도 관행처럼 벌어진 일이었다.
기자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정수찬 쉐프는 이번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생각하냐니요?”
“요리 실력을 평가받는 대회에서, 높은 등급의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지 아니면 부당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 물음에 정수찬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모았다.
눈앞에 앉은 기자가 어떤 의미로 이런 질문을 한 것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대답으로 이슈를 크게 만드시겠다는 거군.’
그렇게 생각한 정수찬은 회피성 대답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곧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서, 즉흥적으로 다른 대답을 해 버렸다.
“높은 등급의 식재료를 구하는 것도 요리사의 능력이겠죠. 상황에 따라서는 다르겠지만, 어떤 제한이 없다면 정당하다고 봅니다.”
고등학생 수상자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그렇게 대답한 정수찬은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기자의 눈빛을 볼 수 있었다. 기회를 포착한 자의 눈빛이었다.
‘아마, 이걸로 이번 일이 더 이슈가 되겠지.’
정수찬은 그렇게 예상했고, 다음 날이 되자 상황은 실제로 예상대로 되어 버렸다.
안 그래도 뜨겁게 달아올랐던 이슈가 정수찬의 인터뷰로 인해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 * *
“그 뒤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장사에 방해될 정도로 기자들이 찾아왔었습니다.”
정수찬이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자, 건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이슈에 관해서는 알고 있긴 했는데…… 수찬 씨가 부채질했던 거였나요?”
“네. 그렇습니다. 예상대로 활활 타더군요.”
그 대답에 건우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셨어요? 들어 보니까, 수찬 씨한테 도움이 된 건 없는 것 같은데…….”
그 말에 정수찬이 슬쩍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건우 씨한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한테요?”
“네. 현재 A등급 이상의 식재료는 신화농장에서밖에 구할 수 없으니까요. 분명 이번 이슈가 크게 되면, 신화농장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높은 등급의 식재료가 어떤 것인지 알려질 테니까요.”
“아.”
건우는 정수찬의 말에 감탄했다. 그러면서 정수찬의 배려가 고맙기도 했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공급이 달리기는 했지만, 그만큼 매출도 커졌기 때문이다.
“제 생각 때문에 고생까지 마다하지 않으셨다니…… 고마워요.”
“하하. 별거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항상 고맙습니다. 건우 씨가 없었으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둘은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면서 뜨거운 눈빛을 나눴다.
참고로 말하지만, 서로를 향한 우정의 눈빛이었다.
그때, 둘의 모습을 본 아버지가 밥을 먹다 말고 툴툴거렸다.
“체하겠네. 체하겠어. 남자 새끼들끼리 뭐 하는 짓인지…….”
그 말에 어머니가 바로 반박했다.
“왜요? 나는 보기만 좋은데?”
아무래도 어머니 입장에서는 둘의 모습이 보기 좋았던 모양이다.
그 말에 아버지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저게 뭐가 보기 좋아? 사내자식끼리 남사스럽게…….”
“어머? 브로맨스 몰라요? 브로맨스?”“브로맨스는 무슨…….”
“아무튼, 두 아들들한테 괜한 트집 잡지 말아요. 아들들. 더해, 더.”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면서 둘의 브로맨스를 종용하자, 건우와 정수찬은 괜히 뻘쭘해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와중에 먼저 입을 연 것은 건우였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수찬 씨는 대민 지원에서 무슨 일 하세요?”
그 물음에 정수찬이 곧바로 대답했다.
“봉사자들 식사 준비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 완전히 어울리는 일을 맡으셨네요.”
“하하. 그렇죠, 뭐. 내일 당장 이 근처로 지원해서 맛있는 밥차 대령하겠습니다.”
그 말에 건우가 웃으면서 기대하겠다고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하와가 입가에 밥풀을 묻힌 채로 눈을 반짝였다.
“하와!”
잔뜩 기대하고 있겠다는 선전포고였다.
그에 어른들이 못 말리겠다는 듯이 웃었다.
즐거운 저녁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
그리고 잠시 후, 정수찬이 돌아갈 때쯤에 신비술사 조윤아에게서 연락이 왔다.
-건우 씨. 혹시 뀽튜브…… 매니지먼트 안 필요하세요?
예상치도 못한 용건과 함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