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66
SSS급 재벌 헌터 066화
“와아.”
나는 탄성을 내뱉었다.
정령 친화도가 뒤로 갈수록 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 때문에 간신히 친화도 10만을 달성하였던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부터는 정령왕 소환이 가능하였다.
정령왕만 소환할 수 있다면 앞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아이템 레벨 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었고 사업도 활성화될 것이다.
특히나 항공모함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전 세계의 경찰국으로 군림할 수 있게 된다. 기축통화를 찍어 내면 그중 15%가 내 수중에 들어오게 된다.
그렇게 돈을 박박 긁어모으면 언젠가는 내가 이곳에 넘어오기 전에 이루었던 경지를 되찾고 더 발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뒷산이라도 올라가 직접 소환을 해 보아야 할 것 같았다.
동네 뒷산에 올라왔다.
해당 정령을 소환하려면 그래도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
바람의 정령은 바람이, 땅의 정령은 대지가, 물의 정령은 물이, 불의 정령은 불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뭔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고 매개체만 있으면 충분했다.
나는 물의 정령왕을 소환해 보려고 하였다.
정령왕은 한 번에 한 마리씩 소환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정령왕을 소환하면 이전에 소환했던 정령왕은 사라진다.
그렇기에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정령을 선택해야 한다. 나에게는 미네르바가 딱이었다.
미네르바는 바람의 정령왕이다.
바람을 자유자재로 다루었고 파괴력 또한 엄청났다.
미네르바의 속성은 공격이다. 다른 속성보다는 공격에 치중이 되어 있었고 궁합도 나와 잘 맞았다.
바람은 어디에서든 분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은 없다. 대류 현상은 조금이라도 일어났고 만약 바람이 전혀 없는 밀폐된 실내라면 입김이라도 불어서 바람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일단 정령왕 소환을 습득하면 소환은 그리 까다롭지가 않다.
“정령왕 소환, 미네르바!”
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말 오랜만의 소환이었기에 내 목소리는 호쾌하기까지 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스아아아!
사방에서 몰려들기 시작한 바람은 주변을 가득 채웠고 그것이 모여 여성체를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푸른 머리칼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성인 여성의 형태.
조금 기하학적인 모습이라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을 생김새였다. 매일같이 정령왕과 동고동락을 하며 엘프들과 뒹굴었던 나였기에 세실리아도 눈에 차지 않았지만, 미네르바는 지구상의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다웠다.
드디어 소환된 정령왕이 입을 열었다.
***
-3만 년 만이로군.
“여어.”
-그대는……?
“내가 너를 소환했다. 인사해라.”
-이럴 수가……!
정령왕은 탄식 비슷하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정령왕을 소환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왜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말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네 뜻을 받들 수는 없을 것 같구나!
스아아아!
그대로 미네르바는 줄행랑을 쳤다.
“에엥?”
나는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도대체 이 반응은 뭐란 말인가!
정령왕이 도망을 치는 경우가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 처음 겪어 보는 일이었다.
나는 미네르바와 교감을 시도했다.
‘이 죽일 년! 정말 소멸당하고 싶냐!?’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지 마라! 도마뱀 자식아!
‘뭐라고?’
-내가 도마뱀의 명령을 들을 것 같으냐!
미네르바는 지구상 어딘가를 유람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미네르바가 했던 말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니까 그녀는 내가 드래곤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원래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말이 안 되는 생물이었다. 존재 자체가 이 세상을 역행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드래곤은 정령 친화도가 없어도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었다. 그런 사기적인 존재였지만 미네르바는 반항을 하고 있었다.
‘나는 드래곤이 아니다.’
-웃기지 마라! 네게서 드래곤의 냄새가 난다!
‘아니라니까.’
-…….
더 이상의 교신은 없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리치로 살아갈 때에도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기는 했다. 최초로 소환된 정령왕이 내 명령을 듣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그때에도 드래곤의 냄새가 난다는 이유였는데, 개 패듯이 정령왕을 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쥐어 패고 나자 정령왕은 말을 들었다. 그것도 억지로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 당시에는 힘이 있었기에 정령왕을 교육(?)시키는 것이 가능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만한 힘이 없었다.
결국 정령왕을 이대로 포기하고 말아야 하는 걸까.
“그건 왠지 억울한데.”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대로 정령왕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이런 때일수록 불타올라야 한다.
정령왕도 생명체였고 때리면 고통을 느낀다. 오히려 의지는 인간보다 약한 것 같았다. 순수한 정령이기 때문이다.
리치일 때에도 그랬다.
정령을 묶어 놓고 며칠 동안 패고 나서야 굴복을 시킬 수 있었다.
역시 정령 친화도라는 시스템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기에 정령이 굴복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골치는 아프지만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아. 천천히 생각을 해 보는 수밖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거의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정령왕을 다룰 수 있을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방책을 생각해 내지 못하였고 결국 그냥 잠을 잤다.
“으하하하함!”
거실로 나오자 작은형이 나를 바라보며 비웃었다.
“하하하! 정령왕 소환이 시원치 않나 보네?”
“소환할 건데?”
“소환해 보시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작은형이 이렇게 나와 주는 것은 나에게 정말 감사한 일이다. 큰형과 담함을 할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자 아버지가 폭탄선언을 하셨다.
“오늘 부로 큰 놈과 작은 놈에게 회사를 물려주기로 했다.”
“그렇군요.”
하지만 나는 의외로 담담했다.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대신 정유가 내 손에 들어오기 전에 형제들이 회사를 받았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아버지의 배려인가.’
분명히 그럴 것이다.
만약 내가 대신 정유를 손에 넣은 상태에서 형제들이 회사를 물려받았다면 운영 초반부터 두 형제가 담합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를 몰락시키려 들 것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이렇게 조치를 해 주었기에 담합은 뒤로 미루어질 것이다.
“앞으로 공정하게 경쟁을 하도록 해라.”
“예, 아버지.”
“내가 이길 거다.”
작은형은 희희낙락이다.
아마 작은형이 가장 먼저 탈락을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큰형을 바라보았다.
‘경계의 눈빛이로군.’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나를 의식하고 있었다. 이것만 보아도 얼마나 나를 경계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니가 걱정을 하셨다.
“현빈아, 뭐 좀 먹지 그러냐?”
“아니에요.”
“그럼 도시락이라도 가져가거라.”
“네.”
나는 어머니가 챙겨 주시는 도시락을 받았다.
요즘 때가 어느 때인데 도시락을 다 챙겨 주실까. 급식까지 다 되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 건강을 염려하여 도시락을 싸 주셨다.
“다녀오겠습니다.”
“차 조심하고.”
“네.”
나는 집을 나섰다.
학교로 향하는 길이 꽤나 무겁다.
리무진에 올라타자 나예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후우. 네.”
“안색이 좋지 않으시네요?”
“형제들이 회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시작이네요.”
“그렇죠.”
“그래도 사장님은 몇 발자국이나 앞서가고 있어요. 이번에 20조 원을 받아 냈다는 사실을 형제들이 알게 되면 가만있지 않을 만큼이요.”
“그건 그렇지만요.”
나는 복잡한 심정이었다.
형제들의 일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정령왕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여 마음이 무거웠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예린이 중간보고를 한다.
“몇몇 무역선들이 목적지에 도착했어요. 중국과 인도, 베트남에는 무역선이 도착했고 그곳에서 선적을 하여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중입니다.”
“사고는 없었고요?”
“다행히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항해에 문제가 있을 리는 없었다. 보스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고서야 무역선이 뚫릴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다에는 보스 몬스터가 나타나는 구역이 정해져 있었다. 그곳만 피하면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위성으로 실시간 보스 몬스터 정보를 공유하였기에 웬만해서는 배가 뒤집어질 일이 없었다.
그런 사고는 1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한 사고였다.
“그 밖에는요?”
“서류들을 가져왔습니다. 대신 정유 인수도 본격화될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스스스슥!
서류에 빠르게 사인을 했다.
대신 정유를 인수하고 나면 유조선 사업을 본격화해야 할 것이다.
지금 중동의 석유는 똥값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석유가 많이 난다고 해도 수출을 할 길이 없으니 예전의 수십 배나 폭락을 했다.
내가 사업을 시작하면 최소한 백 배 이상의 이문을 취할 수 있었다.
사인을 마친 후에 서류를 내밀었다.
“사장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녀오겠습니다.”
“오후에 뵙겠습니다.”
나는 차에서 나와 학교로 향했다.
교문을 통과하였다.
교문 앞에는 기자들이 많이 모여 있었지만 나는 무시를 했다.
그렇다고 기자들이 교문 안까지는 들어오지 않았다. 법으로도 금지가 되어 있었지만, 그랬다가는 내 분노를 피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왔느냐!”
교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세실리아가 달려왔다.
그녀는 지치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
“왜 이렇게 힘이 없는 것이냐? 너답지 않게.”
“정령왕이 시원치 않아서 그래.”
“시원치가 않다니?”
“통제가 되지 않아.”
“으음.”
세실리아는 침음을 흘렸다.
이런 문제는 그녀 역시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았다.
“통제가 되지 않는다니?”
“말을 듣지 않는다고 봐야겠지.”
“그게 가능하느냐?”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기분이 다운되어 있지.”
“후우.”
세실리아도 한숨을 내쉬었다.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다면 지금으로서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손에 쥐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정령왕을 다룰 방법이 없었으니 갑갑하기 그지없었다.
“별일이로구나. 그런 문제가 발생하다니.”
“내 말이.”
우리들은 교실에 이르렀다.
나는 그대로 머리를 책상에 파묻었다.
이런 때에는 그저 잠을 자는 것이 최고가 아닐까 싶었다. 너무 머리를 혹사시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나을 수도.
딩동댕동!
점심시간이 되었다.
나는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으하하함!”
“밥 먹으러 가자!”
세실리아가 내 손목을 잡았다.
도시락을 챙겨서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는 이예나가 도착을 해서 돗자리를 펴고 있었다.
이예나가 말했다.
“정령왕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그래.”
이미 이예나는 세실리아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 같았다.
우리들은 돗자리에 앉아 식사를 했다. 그러면서도 정령왕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패면 안 돼?”
“불가능해.”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진즉에 그리했을 것이다.
천상의 목걸이를 이용한다고 해도, 일주일에 1분씩 패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전혀 없을 것이다.
“포박은 되고?”
“잠시는 되겠지.”
세실리아가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네 특기인 저주를 정령왕에게 걸어 버리면 되지 않느냐.”
“……!”
나와 이예나는 눈을 부릅떴다.
“정령왕에게 저주를 건다고?”
“불가능한 일이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가능해. 기발한 생각이야.”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방법을 찾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