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44)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43화
남산타워의 전망대.
야심한 시각에 펼쳐진 남산의 풍경에 대해 내뱉은 오르비스의 평은…….
“그저 그렇군요.”
라는 냉담한 한마디였다.
쿠쿵!
그의 말을 곁에서 듣고 있던 운영 직원은 크게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도 그럴게.
이 세계 최대의 재벌이 스스로 한국을 감상하고 싶다며 통째로 이 장소를 빌렸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라면 진작 퇴근했어야 할 예술인들이 조선시대의 무복을 갖춰 입고서 무예를 펼치는 등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었다.
그의 옆에서 아메리카를 빨고 있던 건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동대문 시장 거리에서는 신기하다며 칭찬일색이더만, 왜 이곳 평만 이렇게 박해요.”
“그저 주관적인 감평입니다. 그나저나…….”
미소를 짓던 오르비스는 바람에 나부끼는 은발을 나란히 귀 뒤로 흘려 넘기며 말했다.
“보고 싶었습니다.”
근엄한 표정에 진지한 어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여직원들은 어머, 어머 소리를 내며 흥분 어린 눈길로 두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리며 말했다.
“앞뒤 이야기 싹 다 자르고 이야기하지 마시죠. 뭐 때문에 오신 겁니까?”
“……몬스터 파크에 대해서 알고 있나요?”
“이름만 들어 봤습니다.”
건우는 몇 시간 전에 스쳐 지나가듯 흘러간 너튜브 광고를 떠올렸다.
자세한 설명은 못 봤지만.
온몸이 철저히 구속돼 있는 몬스터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코볼트부터 오크, 늑대인간까지.
그 종류는 매우 다양했으며 그 행위에 대해서는 매우 불손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은 세상 종말과 상관없이 어떤 미친 작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미친 작자요?”
“서론이 길겠지만 조금만 경청해 주십시오.”
“어려운 것도 아닌데요. 뭘.”
건우의 수락이 떨어지자, 오르비스는 눈을 감으며 입을 뗐다.
“각성자들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몬스터지만, 일반인들은 접하기 그렇게 쉽지가 않죠. 대중은 그것들의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구태여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고요.”
“요즘 시대가 다 그렇죠.”
“하지만 만약 녀석들이 온몸이 구속된 상태에서 관찰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마련이 된다면, 대중의 반응은 어떨까요?”
의미심장한 질문에 건우는 한족 눈썹을 꿈틀거렸다.
“분명 접근해서 관찰하려고 할 것 같습니다……?!”
대답 직후.
건우는 스스로 내뱉은 답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설마 그 미친 작자가 벌이려는 짓이…….”
오르비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몬스터 파크. 몬스터를 우리에 가둬 동물원처럼 구경할 수 있는 레저 사업을 벌인다고 하더군요.”
“어떤 미친놈입니까?”
건우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낮아졌다.
“미친놈이라니. 소문대로 예의가 없구먼. 최건우 헌터.”
뚜벅뚜벅.
건우에게 말을 건넨 상대는 뒤에서 걸어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중절모에 신사지팡이를 딛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새하얀 피부에 푸른 눈동자.
슬라브족의 외양을 지닌 그는 갈색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유창한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니콜라스 커비라고 하네. 몬스터 파크 개막을 준비하고 있는 CEO지. 오르비스, 자네는 아직도 20대의 외견을 지니고 있군. 정말 부러워. 끌끌.”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얼굴 보기가 불편하군.”
오르비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건우에게 그의 소개를 했다.
“그는 한 때는 파르데비아 다음으로 마정석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사업을 벌이던 경쟁업체 CEO였습니다.”
이미 첫인상부터 최악이었는지.
“과거형으로 말하는 걸 보면, 쫄딱 망했나보네요.”
건우는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단어만 골라 말했고.
울컥!
과거의 트라우마가 떠올랐는지 니콜라스는 험악하게 인상을 구겼다.
“아암, 망했지. 말도 안 되는 자원을 자기들만 활용하는 어떤 독과점 기업국가한테 말이야. 애초에 게임도 되지 않았는데. 내가 참 어리석었어.”
“니콜라스. 자네가 피해자가 된 것 같은 말은 삼갔으면 싶은데.”
오르비스는 드물게 눈매를 좁히며 불쾌한 심리를 드러냈다.
***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생태계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우수한 것을 창출하여 이득을 취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도태됐다가는 그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오르비스는 살아남았고 니콜라스는 도태됐다.
사실 마정석을 에너지로 추출하는 것은 생각보다 그 역사가 길지 않다.
파르데비아 역시 마정석을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이 많았을 뿐이지.
대중화를 하기 위해서는 역시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마정석을 에너지로 전환시키고 현실에 보급한 것은 니콜라스가 최초였다.
하지만 어느 날.
그의 공장에서 노동자들은 알 수 없는 난치병에 걸려 차례, 차례 죽음을 맞이했다.
본래라면 공정을 중단하고 원인 규명을 파악해야 했지만.
어리석게도 니콜라스는 에너지 생산을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도태된다.
자본주의의 원리에 사로잡힌 그는 도저히 사업에 손을 놓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마정석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사업은 이제야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동안 공급을 확장시키고 시장에 먼저 터를 잡는다면, 후발주자들은 당연 따라잡기 버겁다.
결과는 그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하지만 사망자가 다섯 자리에 이른 순간.
에너지 생산은 급격히 중단됐고, 노동자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니콜라스는 노조를 해산하고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탄압했다.
이런 반인륜적인 행위에 오르비스는 손수 나설 수밖에 없었다.
당시 그의 머릿속에는 경쟁업체의 저격이 아닌 노동자의 구제라는 순순한 목적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난치병이 된 환자들에게 연구원을 붙여 치료에 나섰다.
오랜 연구 끝에 연구자들은 난치병의 정체를 간파했다.
바로 에너지 드레인 현상에 의한 마력결핍이었다.
에너지 드레인.
마정석이 에너지로 증발할 때면 자연스럽게 주변의 마력까지 통째로 빨아들이는 이 현상은 인간의 체내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모든 인류에게는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축적된 마력이 있고.
이 마력을 강탈당하면 급격하게 빈혈 현상을 일으키며 수명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중대한 사실이 공표되는 순간.
니콜라스는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오르비스는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자연스레 에너지 공급책의 정점에 올라섰다.
과거의 기억을 상기한 오르비스는 다시금 눈앞에 나타난 니콜라스에게 경고했다.
“자네는 다시 한번 어리석은 짓으로 모든 것을 잃을 셈인가.”
니콜라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난 잃은 게 없다네. 오히려 실패를 교훈 삼아 더 크게 성공했지.”
능글맞은 표정을 짓던 그는 시선을 돌려 이번에는 건우를 쳐다보았다.
“내가 이곳에 오게 된 건, 마탑에 저명한 학자인 당신을 보기 위해서라네.”
“현자라…….”
낯선 칭호에 건우는 조금 당황하다 얼마 안가 니콜라스의 의도를 깨달았다.
그가 용무가 있는 건, S급 헌터가 아닌 마탑의 회원인 최건우였다.
“저에게 무슨 용무가 있는 거죠?”
“몬스터 파크 개막을 위해서는 그 안정성과 시설의 견고함을 인정받아야 된다고 하더군. 그 규범을 따르려면 세계적으로 명성을 가지고 있는 마탑 회원님의 허가인증이 필요하다는데, 이게 어지간히 어렵단 말이지.”
“바쁩니다. 다름 회원 분들을 알아보시죠.”
냉담한 거부에 니콜라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분기별로 마탑에 거대한 예산을 지급 받고 있다고 들었네. 한데, 그거 알고 있나? 아무리 회원이라고 해도 실적이 없으면 마탑의 회원자격을 상실한다는 걸. 자네는 나로 인해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거지.”
-꼴값 떨지 말라고 전해라.
“푸훗.”
세이비어의 말에 건우는 무심코 웃음을 터뜨렸다.
“비웃어?”
그 웃음에 니콜라스는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감히!’
오리비스만큼은 아니더라도 니콜라스는 세계 부호에 이름이 등재돼 있는 재벌이다.
마음만 먹으면 S급 헌터도 궁지에 몰고 갈 수 있는 게 바로 그인 것이다.
“오르비스를 믿고 너무 설치는군. 내가 만만한가?”
“나는 아무 상관도 없어.”
“아무 상관도 없다면서 어째서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자네는 분명 내가 최건우 헌터를 만나러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접촉한 게 아닌가?”
“나는 단지 그의 의견을 물으러 온 것뿐일세.”
“흥! 끝까지 위선을 떨고 있군. 최건우 헌터. 자네는 분명 몬스터를 이용한 실험에 대해서 부정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지? 그 때문에 일전에 짐코어 교수랑 논쟁을 벌이기까지 했고.”
“결과적으로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 꼰대 교수는 메탈슬라임한테 잡아먹히고 연구자들을 습격했거든요.”
씨익.
퉁명스런 건우의 답변에 니콜라스는 한쪽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만약 나에게 몬스터를 통제할 수 있다는 수단이 있다면 어떤가?”
“기만이라고 평하고 싶은데요?”
“어째서지?”
건우는 나른한 표정으로 명확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특급 교도소라고 해도 탈주를 하는 죄수는 있기 마련이고. 튼튼한 보안 시스템을 갖춘 운영체계라도 생전 보지 못한 바이러스에 뚫려 보안이 처절하게 무너지는 법입니다.”
“단지 그뿐인가?”
니콜라스의 도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건우는 쉼 없이 입을 뗐다.
“몬스터는 규격 외의 변수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저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자신이 없나보군.”
“…….”
도발적인 말에 건우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득과 실.
그것만으로 따져 봤을 때, 깔끔하게 거절하는 게 여러모로 건우에게 이득이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니콜라스는 다시 마탑의 회원을 섭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잘 될까?
‘무리겠지.’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마탑의 구성원을 떠올렸다.
인간 출신은 소수.
대다수는 교류자로 이루어진 이들은 흔한 표현으로 괴짜에 가까웠다.
왜냐고?
그들을 자극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자금이 아닌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특이한 현상이나 물체기 때문이다.
몬스터의 파크 계획은 회원들에게 있어서 귀찮고, 성가신 과제로밖에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가만 방치하기에는 이 작자 움직임도 수상하니 한 번 맞춰볼까?’
피식.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을 견제하는 니콜라스에게 말했다.
“S급 헌터가 아닌 마탑 회원의 자격만 따져 봐도 제 몸값은 상당히 비쌉니다. 하루 일당은 백만 달러. 계약 기간은 사흘로 두죠.”
“배, 백만?!”
예상치 못한 금액에 니콜라스는 눈을 부릅떴다.
지불할 역량은 충분하지만 장사꾼으로서 손익을 계산하는 그에게 있어서 이건 터무니없는 횡포일 수밖에 없었다.
“싫으면 거절해도 됩니다.”
양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은 건우는 그대로 니콜라스 귓가 부근에 속삭였다.
“제가 조사하다가 괜히 밑천 털릴 수도 있잖아요. 자신 없으면 몬스터 파크 같은 해괴한 계획은 집어치우시면 되는 겁니다.”
씨익.
얄궂게 웃는 그 입을 보며 니콜라스는 주먹을 파르르 떨다 입을 뗐다.
“부디 잘 부탁하지.”
니콜라스는 장갑을 낀 손을 들어 올렸고.
“계약 성립이네요.”
건우는 그대로 손을 내밀어 그와 악수를 취했다.
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