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13)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12화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심연의 결투에서 승리하셨습니다.] [플로어 마스터, 철혈의 군주 필리프 4세를 쓰러뜨리셨습니다. 보상으로 솔 레굴루스 제국의 인장을 손에 넣으셨습니다.]전투의 고양이 달아오를 때쯤.
모두의 눈앞에서 떠오른 시스템 창은 무적함대의 기세를 한층 위축시켰다.
랭킹, 10위 필리프 4세의 패배.
그것이 플로어 마스터가 지배하고 있는 10층에서 벌어졌다.
……
병사들의 눈에는 혼란과 공포에 사로잡혔다.
반면, 필리프 4세의 뎅강 잘린 목을 보며 건우는 그대로 발길을 옮겼다.
“……후회할 거다. 네놈.”
바로 그 순간.
잘린 그의 목에서 의미심장한 말이 튀어나왔다.
비록 패배했어도 필리프 4세는 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다.
십존에 드는 이인만큼 어떤 특이한 스킬이 있는지.
목이 잘렸음에도 그는 건우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건우는 구태여 돌아보지 않고 이야기를 꺼냈다.
“계속 지껄여. 네가 암만 지껄여도 넌 패배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나의 미래에 대해서 패배자인 네가 단정 지을 수 없으니까.”
피식.
건우가 얄궂게 입꼬리를 올리자…….
“……?!”
필리프는 기가 차서 눈을 부릅뜨며 일갈을 외치려고 했다.
파직.
하지만 기력을 다했는지 그의 얼굴은 모래처럼 부스러졌다.
[축하드립니다. 십존, 철혈의 군주 필리프 4세를 쓰러뜨리셨습니다.] [십존의 반열에 들어섰습니다.] [랭킹 10위에게 부여된 탑의 지배권이 자연 플레이어에게 계승됩니다.]-호오, 벌써 랭킹 10위라니 앞날이 기대되는구나.
“저 치고는 굉장히 오래 걸렸죠.”
건우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보상이 별로냐?
피식.
그것은 아닌지 건우는 얄궂게 웃으며 단숨에 스키드블라드니르 쪽으로 도약했다.
“그건 아니에요. 최고의 아티팩트를 손에 넣었으니까요.”
건우는 익숙한 듯 손을 들어 올려 스킬을 구현했다.
전투 도중 부서진 스키드블라드니르는 복원이 됐다.
[소유권 부여를 시전했습니다.]그 말은 즉, 스키드블라드니르 또한 건우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파직!
과연 갓등급인만큼 스키드 블라드니르의 저항은 무척이나 거셌지만.
마나기관을 한껏 가동하고 있는 건우의 앞에서 결국 굴할 수밖에 없었다.
[스키드 블라드니르에 소유권을 부여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다, 당신은 대체.”
치유를 마치고 갑판에서 건우를 기다리고 있던 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아델하이트와 소피의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한껏 날뛰고 돌아온 이그너스의 보스 네 명이 스키드 블라드니르의 갑판에 착지했다.
“……주, 죽을 뻔했다. 우욱!”
케이론에 팔에 끼워져 있던 렌은 멀미가 났는지 구토가 나올 걸 연신 참고 있었다.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럼의 가슴을 손등으로 툭 쳤다.
“하고 싶은 말은 무척 많지만. 지금은 자리를 피하는 게 급선무지. 난 책임질 생각 없으니까 말이야.”
“무, 물론이죠.”
건우의 의견에 공감했는지 럼은 고개를 그덕였고.
스스스스스.
비마나와 비등한 크기를 자랑했던 스키드블라드니르는 한참 작아지더니.
후웅!
곧 건우의 의지에 따라 엄청난 속도로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활주로를 타고 빛살처럼 쏘아지는 그것을 무적함대의 병사들은 결국 놓치고 말아버렸다.
지휘관 중 한 명은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경악했다.
필리프 4세의 패배.
느닷없이 나타난 교란자의 습격으로 엉망진창이 된 무적함대.
통제를 잃은 무적함대의 군세는 아직까지 전쟁이 끝났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이제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 한마디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었지만.
지휘관들 대부분은 지금 이 순간이 어떤 의미임을 깨달았다.
오랜 역사를 자랑했던 정복전쟁의 국가, 솔 레굴루스 제국이 멸망했다는 것을…….
그렇다면, 앞으로 취해야 할 일은?
냉정하게 말하건대, 그것은 결코 복수가 될 수 없다.
그 모든 것을 제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비어버린 권좌를 누가 앉느냐?’였다.
“쏴라. 지금 당장 교란자를 쫓아 인장을 받아야 된다. 여기 있는 녀석들은 전부 섬멸시켜!”
상황 파악이 빠른 지휘관 중 한 명의 명령에…….
콰앙! 콰앙! 콰앙!
함포들이 일제히 쏟아지며 동족상잔의 비극이 펼쳐졌다.
***
11층으로 향하는 해안.
쏴아아아아.
바다 위를 부양한 스키드블라드니르는 마치 물새를 보는 것만 같은 안정성을 자랑했다.
‘이대로 11층에 도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만.’
건우는 은연중 가장 신경이 쓰이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꺄하하하, 하지 마.”
그 갑판 위에서는 마리오네트 형태를 한 네메시스가 럼의 딸, 소피와 놀고 있었다.
소피는 방금 전까지 고난은 잊은 것 마냥 마리오네트가 된 바포메의 뿔 등을 잡으며 발랄하게 웃고 있었다.
건우는 자신의 옆에 떨어지지 않는 럼을 힐끗 보며 말했다.
“축하해. 가족이 돌아와서.”
“전부 당신 덕분입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될지…….”
럼은 그동안 있었던 고행은 잊은 듯 눈물을 주륵 흘리고 있었다.
“죄송해요. 이이가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많아서.”
아델하이트는 건우를 향해 사과를 했다.
“굳이 저한테 사과를 할 필요까지는 없죠.”
건우는 쓴웃음을 지었고 럼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괜히 짐짝이 되는 것 같아서.”
툭!
건우는 손등으로 럼의 가슴을 다시 치며 말했다.
“필리프를 쓰러뜨린 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용무야.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난 절대 동고동락해 온 동료를 짐으로 생각하지 않아.”
-비슷하면서도 아니지.
세이비어는 그 말에 묘하게 공감했다.
럼과 그의 가족이 신경 쓰이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 고행은 절대 함께 할 수 없으며.
그렇다고 이곳 10층에 방치하고 가자니, 솔 레굴루스의 잔당들이 찾아내 해코지를 할 게 묘하게 신경 쓰였다.
‘다음은 어떻게 하지?’
고민을 하는 찰나.
쏴아아아아아아.
느닷없이 파도가 넘실거리며 선내가 크게 뒤흔들렸다.
“이건?!”
-엄청난 존재감이구나.
건우와 세이비어는 본능적으로 바다 밑을 살폈다.
심해 속에 자리 잡았던 그림자는 점차 부상하며 크기는 더욱 커져 갔다.
콰아앙!
이윽고 수압이 분사되며 바다 사이로 푸른 빛깔을 띤 거대한 고래가 튀어나왔다.
찌릿!
피부에 전율을 일으킬 정도의 압도적인 존재감.
건우를 제외하고는 이 존재를 자각한 이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만나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압도적인 공포감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럼은 가까스로 숨을 내뱉으며 입을 뗐다.
“무, 물의 정령왕, 엘퀴네스.”
“그것보다는 저 거대한 존재를 다스리는 존재를 주목해야지.”
슬그머니 시선을 좁히니…….
물줄기로 인해 주변 곳곳에 생성된 둥근 무지개들 사이로 한 여인이 포착됐다.
정령왕, 엘퀴네스의 등에 올라탄 여인은 가녀린 체구를 지녔지만.
팔짱을 끼면서 몹시 도도한 표정으로 건우를 지켜보고 있었다.
적금발과 푸른 눈을 가진 여인.
무서우리만큼 아름다운 존재감에 건우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싱긋.
그런 건우에게 여인은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가면을 벗고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지? 교란자여.”
“무슨 꿍꿍이로 접근한 거지? 라페아.”
건우는 그녀가 일전에 가면무도회에서 같이 춤을 춘 여인이라는 것을 금방 간파했다.
첫 대면 때는 경황없이 헤어지기는 했지만.
그녀는 건우의 정체를 곧장 간파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인인 필리프 4세한테 딱히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섭섭한데. 필리프의 부하들이 클랜에게 보고하는 것을 애써 감춰졌다만.”
그녀는 무척 서운한 인상을 짓고 있었다.
-누가 보면 한 수십 년 사귄 죽마고우로 착각하겠다.
“아쉽게도 그거랑은 조금 다르다. 나는 좀 더 애정을 가지고 그를 보고 있거든.”
‘세이비어를 자각하고 있어?!’
건우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적잖이 당황했다.
방금 전에 세이비어가 한 말은 마나에 의지를 실어 보낸 것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세이비어의 말을 들을 수는 없다.
한데, 그것을 듣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하다니…….
-놀랄 필요 없다. 저 여인도 꽤 범상치 않는 그릇이니 뭔가 특별한 재주를 지니고 있겠지.
정작, 세이비어는 아무렇지도 않게 라페아를 평가했다.
“훗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나는 마나로부터 사랑받는 자니까.”
그녀의 능글맞은 웃음에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렸다.
‘기분 나빠.’
이것은 단순히 첫 인상에 대한 말이 아니었다.
정령군주, 라페아.
그녀는 자신이 압도적인 강자로서 약자를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건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이 강자의 여유이면서도 약자에 대한 조롱처럼 느껴졌다.
꽤 빈정 상했는지 건우는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필리프의 복수를 하러 온 거냐?”
그 말을 들은 라페아는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그대는 참 눈치가 없군.”
-그건 인정.
“그건 인정.”
그녀의 반박에 세이비어 외에도 럼과 렌이 동시에 같은 대답으로 공감을 표했다.
찌릿!
건우는 슬쩍 그들을 째려봤다.
홱!
럼과 렌은 말을 맞춘 것처럼 동시에 건우의 시선을 회피했고.
라페아는 한쪽 손을 허리에 얹으며 건우에게 말했다.
“그딴 하찮은 녀석의 죽음은 내 알 바가 아니다. 아까부터 줄곧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너한테 흥미가 있어 온 거라고.”
씨익.
그녀는 요염하게 웃으며 폴짝 뛰더니 건우의 앞에 도달했다.
움찔!
나풀거리는 머리카락이 코에 닿자, 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경직됐다.
머리칼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향기가 생각보다 좋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라페아는 건우와 가까이 있었다.
만약, 적의를 표출했다면 건우 역시 이 정도까지 거리를 허용치 않았겠지만.
라페아는 수상할 정도로 건우에게 적의를 품지 않았다.
“내가 관심이 있는 것 너뿐이다. 그 때문에 플로어 마스터의 직위조차 내려놓고 이 하계에 내려왔지.”
“나 조금 바쁜데, 나중에 와주지 않을래?”
“흐음.”
라페아는 럼과 그의 가족들을 보며 곧 건우의 고민을 눈치챘는지 입을 뗐다.
“저 아이는 필리프의 핏줄이군. 한동안 교란자, 너로 인해 황족들의 패권다툼이 벌어질 테고 그렇게 된다면, 필리프의 혈족들은 죽음을 맞이하겠지. 정말인지 마지막까지 피비린내가 나는 혈통이야.”
그녀의 말을 들은 아델하이트의 눈 밑으로 그늘이 졌다.
그저 평화롭게 가족들과 살고 싶을 뿐인데.
어째서 필리프 4세의 혈통은 끝끝내 그녀의 발목을 붙들고 있었다.
럼은 그녀의 마음을 통감하는지 말 대신 손을 꼭 붙잡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저들이 머물 수 있는 안식처라면 내가 내줄 수 있다.”
“……?!”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난 말을 내뱉은 그녀의 말에 모두가 놀랐다.
활짝 미소를 짓던 라페아는 건우의 멱살을 잡아당겨 자신의 눈높이에 맞춘 뒤, 입을 열었다.
“대신 교란자. 네놈이 내 요구를 반드시 한 가지는 들어 줘야 된다.”
악마 같이 웃는 입꼬리.
“드, 듣지 마십시오!”
그 속삭임의 입모양을 간파한 럼이 만류하려는 찰나.
“좋아.”
건우는 요구도 들어 보지 않고 그녀의 제안에 응했다.
“……?!”
그 대답은 라페아 자신마저 예상 못했는지, 아주 잠깐이지만 그녀는 말문을 잃었다.
피식.
건우는 그 상태 그대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단,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야. 암살 시주나 불한당 행위의 요구는 받지 않아.”
“호오 조건에 조건을 다는 건가?”
라페아는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안심해라. 내 이름을 걸고 그런 행위는 요구하지 않아. 단 교란자 네놈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지.”
“그거면 됐어.”
“……”
망설임 없는 답변에 라페아는 이번에도 말을 잃었다.
스윽.
그리고 그런 라페아에게 건우는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한다고. 라페아.”
그것은 예를 갖추는 듯 보였으나 선전포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쉽지 않겠어.’
라페아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다 곧 마음을 놓고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뭐 그 점이 더 재밌지만. 어떤 대담한 놈인지 보고 싶어서 왔는데, 생각보다 더 미친 자일 수도 있겠어.’
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