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12)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11화
필리프 4세.
여타의 폭군과 달리 그에게는 한 가지 재능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전쟁.
그는 일기토를 포함해서 전략, 전술에 능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그는 격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그 재능을 여실 없이 펼치고 있었다.
콰앙! 콰앙! 콰앙!
대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디디고 있는 비마나 전체가 격동을 일으킬 정도의 폭거.
그 검격을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지…….
쿠쾅!
건우는 갑판 난간을 부수며 근처에 있는 비마나 함선에 처박혔다.
후웅.
허공에 떠 있던 필리프 4세는 검지로 건우를 겨냥했다.
그것은 적에게 포격을 가하라는 명령.
명령에 맞춰 근처에 있는 비마나의 함포들이 일제히 건우가 박혀 있는 비마나로 향했다.
“폐, 폐하 잠시만!”
지휘관은 황급히 필리프 4세를 만류하려고 했으나.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일제히 격발하는 함포들은 폭연을 피우며 비마나를 통째로 바다로 추락시켰다.
함선이 파괴되기 직전.
건우는 영체화를 시전해 타깃이 된 비마나를 투과해 단숨에 그 옆에 비마나로 도약하고 있었다.
도약 도중.
‘짜증 나. 심연의 결투는 무슨 심연의 결투야.’
건우는 지금이 시련이라는 것을 뒤늦게 자각했다.
결투의 룰을 따르면, 두 사람 간의 결투에는 어떤 존재도 간섭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 필리프가 비마나를 통해 공격하는 것만큼 유일하게 룰에 어긋나지 않는 규정으로 취급받고 있었다.
비록 비마나를 움직이는 것은 한 사람의 개인일지라도.
비마나를 통한 무적함대의 군세는 필리프의 무기 및 소유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보통이라면 이길 수 없는 게임이야.’
건우는 분한 나머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고귀하다고 칭하는 녀석이 아주 더럽게 노는구먼.
세이비어는 그런 건우의 심정을 대변해서 말해 주었다.
바로 그 순간.
후웅!
“도망가는 꼴이 참으로 우습구나!! 안 그런가!? 교란자!!”
건우의 기척을 눈치챈 필리프 4세는 단숨에 코앞까지 도달해 검을 휘둘렀다.
“……?!”
깜짝 놀란 건우는 몸을 빙그레 회전시켜 팬텀 스피릿 소드를 역수자로 쥐어 그의 공격을 흘러 넘겼다.
카앙! 키기기기기기긱!
기다란 불똥이 허공에 길게 이어지며 그들은 바로 옆에 있는 비마나에 착지했다.
주륵!
갑판에 미끄러진 건우는 팬텀 스피릿 소드를 갑판에 꽂으며 가까스로 몸을 제지했다.
울컥! 주륵.
일격을 모조리 빗겨내기는 했지만 데미지가 조금씩 누적됐는지, 건우는 입가에 그대로 피를 쏟아 냈다.
세이비어는 안타까운 어조로 건우에게 말했다.
-아직 S급 헌터의 기량도 찾지 못했는데, 녀석한테 도전하는 건 너무 어리석었어. 녀석은……
‘알고 있어요.’
건우는 소매로 입가에 피를 닦으며 할 말을 마저 했다.
‘녀석은 6성급 프리메라보다 한 수 위라는 거죠.’
탑에 진입하는 초기.
건우는 최상급의 관리자들을 상대로 상당히 고군분투를 겪었다.
한 명, 한 명의 위력은 마나기관을 완성시킨 순간에도 꺾기 힘들었다.
그리고 탑에서 제일 강하기로 소문난 플레이어, 십존.
아마 그들의 실력 역시 최상급의 관리자들보다 대등하거나 약간 우위일 것이다.
필리프 4세는 그 정도의 상대인 것이다.
그리고 현재.
그는 아직 아직까지 분노가 삭이지 않았는지 대검을 쥐고 있는 손아귀에 꽉 힘을 주었다.
“천박한 놈! 천박한 놈! 천박한 놈! 천박한 놈! 천박한 놈이! 감히 내 앞에서 숨을 쉬어!!”
건우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하아 봐주는 건, 여기까지 할까나. 슬슬 지겹네.”
“봐줬다고?”
콰아아앙!
그 말을 듣는 순간, 전황은 급변했다.
필리프 4세의 전신에 집약된 마력은 흉흉하게 피어올랐다.
장난은 여기까지다.
필리프 4세는 대검에 오러를 연거푸 중첩시켰다.
우우우우우우웅!
대검의 오러는 어느새 하늘에 솟구친 구름까지 꿰뚫고 있었다.
이 상태 그대로 휘두른다면, 무적함대를 구성하는 비마나까지 썰릴 참이었지만.
쇄액!
필리프 4세의 대검은 어김없이 건우의 정수리로 향했다.
목숨의 경각이 달릴 그 순간에 건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이 탑의 첫 시련.
똬리를 튼 뱀에 대한 첫 선전포고.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의 인연을 남겨 두고 홀로 탑의 선택한 탑의 고행은 이 순간을 기점을 시작인 것이다.
나는 교란자.
탑에 군림하고 있는 무리에게 공포를 선사할 수 있는 존재.
‘그렇다면, 화려하게 가줘야지.’
딸칵!
결심을 굳히는 순간, 의지에 맞춰 심장의 태엽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몸은 천천히 금빛으로 물들고 스탯이 대폭 상승했다.
“나는 신의 자취를 찾는 시간의 순례자일지니.”
새로운 시동어의 발동.
스스스스스스.
금싸라기 빛으로 몸이 휘감는 순간, 건우의 주변에 부서진 모든 것은 다시금 복구되기 시작했다.
카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필리프 4세의 검격이 허공에서 분산됐다.
깨진 오러의 섬광이 걷힐 때는 건우의 양손에는 사인참사검, 적과 청이 검은 오러에 휘감긴 상태로 필리프 4세의 대검을 막아 내고 있었다.
“뭐?!”
그 광경이 믿기지 않는지, 필리프 4세는 경악했다.
“뭘 놀라고 그러냐? 섭섭하게.”
건우는 나른한 표정으로 필리프 4세에게 손을 뻗었다.
[익스플로전을 시전했습니다.] [익스플로전을 시전했습니다.] [익스플로전을 시전했습니다.] [익스플로전을 시전했습니다.]콰아아아아앙!
오랜만에 무영창으로 펼친 마법은 단숨에 비마나를 폭발시켰다.
“크아아아아악!”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필리프 4세는 또 다른 비마나까지 날아갔다.
반면, 건우는 부서진 파편 속에서 시동어를 읊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기점으로 모든 것을 복원한다.”
스스스스스스.
부서진 비마나가 순식간에 복원이 돼 다시금 건우의 발판이 되었다.
“이, 이게 어떻게?!”
필리프 4세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금광을 발출하고 있는 건우를 바라보았다.
반면, 건우는 무뚝뚝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교란자는 엄청난 화력을 퍼붓는 마도사라고 소문났지만, 사실 난 뭐든 잘하는 잡캐거든.”
발설직후.
카앙!
사인참사검, 적과 청을 갑판에 꽂은 건우는 이번에 인벤토리에서 가느다란 창을 꺼내 들었다.
우웅!
주변의 정령들이 스틸레인의 아름다움에 빠져 몰려들었다.
씨익.
건우는 창신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날뛰어라. 스틸레인!”
쇄액! 쇄액! 서걱! 서걱!
건우의 명을 따라 스틸레인은 빛줄기가 되어 무적함대를 휩쓸었다.
비마나가 반파될 정도의 위력은 아니지만.
“크아아아아악!”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스틸레인의 빛줄기는 병사들에게 공포로 다가왔다.
“나쟈!!”
상황이 급박한 것을 눈치챈 필리프 4세는 자신이 총애하는 부대를 불렀다.
스스스스스스.
주인의 부름에 가면을 쓴 무사집단이 일제히 건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건우의 심장에 자리 잡힌 태엽이 다시 역동적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제 1계층, 시련계곡을 복원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게이트를 생성했습니다.]1초.
나쟈들 앞에 불현듯 게이트가 생성됐다.
2초.
진형을 갖춘 나쟈들은 일제히 건우를 향해 살초를 날렸다.
3초.
서걱!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반월의 궤적에 살초가 막힌 나쟈들의 몸통이 썰려 나갔다.
쏴아아아아.
그 피가 빗줄기처럼 쏟아질 때.
뒤이어 게이트 너머로는 거대한 산양의 악마가 튀어나왔다.
4미터의 크기,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바포메트는 이전보다 거대한 낫과 뿔을 지니고 있었다.
5성급이라는 것이 확연히 느껴지는 존재감이었지만.
꾸벅.
결코 주인에 대한 예를 잊지 않은 바포메트는 한쪽 무릎을 꿇고 건우에게 경의를 표했다.
“마음껏 날뛰어.”
그리고 잇따른 건우의 명에…….
크워어어어어어.
바포메트는 한 손으로 낫을 빙그르 돌렸다.
후우웅.
회오리바람을 유발시킬 정도의 위력.
쾅! 쾅!
그와 동시에 발굽을 튕기며 단숨에 건너편에 있는 비마나로 힘껏 도약했다.
콰앙! 서걱!
낫의 강력한 절삭력에 비마나의 돛이 통째로 썰리며 쓰러졌다.
“쳐, 쳐라! 괴물 자식이다!”
바포메트에게 공포를 느낀 병사들이 일제히 창과 검을 들었지만.
콰아아아아아앙!
“크아아아아악!”
입에서 내뿜는 검붉은 브레스는 그들의 존재 자체를 증발시켰다.
“이, 이게 무슨.”
꿀꺽!
뒤늦게 건우의 위험성을 자각한 필리프 4세는 고인 침을 식도로 삼켜 넘겼다.
바포메트 따위야 당연히 그의 상대가 안 됐지만.
건우가 지니고 있는 전력의 총합이 자신을 웃돌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필리프 4세는 자신의 생각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전쟁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겨우 한 명의 적을 두고 이 무적함대가 흔들리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쏴라! 지금 당장 저 녀석을 처리해!!”
필리프 4세의 일갈은 무적함대 곳곳에 울려 퍼졌다.
끼익.
이그너스 층계 보스들에 의해 소란스런 비마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건우를 표적으로 삼았다.
“함포 발사!”
지휘관들의 명이 울려 퍼지며…….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비마나의 함포들이 정신없이 건우가 있는 비마나를 폭격했다.
건우는 나른한 표정으로 손아귀에 금빛을 발출했다.
[나선의 경계를 시전했습니다.]탑에서 건너오면서 얻은 차이트의 첫 권능.
처음 발현한 권능은 함선 주변에 기괴한 궤도가 형성되며 금빛의 원이 그 궤도를 따라 흐르고 있었다.
마치 원자의 형태를 모형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놀랍게도 비마나의 함포들은 이 연약할 것만 같은 구조를 깨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폭발만 일어났다.
-……이것이 차이트의 권능.
그 말도 안 되는 현상에 세이비어마저 적잖이 당황했다.
반면, 건우는 그대로 결계를 빠져나가 필리프 4세에게 도달했다.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함포의 폭연으로 인해 모두가 건우의 존재를 식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가 짐의 앞에서 그런 건방진 눈빛으로 쳐다보라고 했느냐!”
울컥 화가 치민 필리프 4세는 건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하지만 건우의 주먹이 한 발 빨리 그의 갑주를 박살 냈다.
통상적으로 이 정도의 레벨 차이라면 불가능하지만.
지니고 있는 마나기관은 그 차이를 메우고도 남았다.
“쿨럭! 쿨럭! 우웩!”
내장을 찢어발기는 권압에 필리프 4세의 입가로 토혈이 흘러나왔다.
“나는 말이야. 너 같이 남의 목숨을 소모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변태 놈은 도저히 용서가 안 돼.”
콰앙!
건우는 그대로 발을 들어 올려 필리프 4세의 머리를 찍어 눌렀다.
“크아아아악!”
상당히 기력을 소진했는지, 필리프 4세는 저항도 못하며 비명만 내질렀다.
“하아, 하아.”
통상적인 격투라면, 그는 절대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건우를 얕잡아보고 분노에 몸을 맡긴 채로 전투를 행하는 바람에 체력낭비가 너무도 심했다.
그것이 이번 전투의 패인이었다.
“있을 수 없다. 다시 온전한 전력을 갖추고…….”
“지랄하고 있네. 넌 전쟁에서 지금 힘드니까 다시 붙자는 말이 통용되는 줄 아냐?”
우드드득!
건우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반박하며 그대로 필리프의 사지를 박살 냈다.
“크아아아아악!”
엄청난 고통에 필리프 4세는 눈물을 쏟으며 절규했지만.
건우는 자비 없이 그의 머리채를 집어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다.
걸음이 향한 곳은 비마나에 설치돼 있는 단두대였다.
“뭐, 뭐하는 짓이냐! 이것 놓지 못할까!”
이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한 필리프 4세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건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단두대 위에 그의 목을 올리며 물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유언은?”
이미 사지가 박살이 난 필리프 4세는 반항조차 못하고 소리만 빽 지를 뿐이었다.
“네 이놈! 어리석은 짓을 멈춰라! 나는 가장 고귀한 핏줄을 지닌 황제다! 당장 멈추지 못할까!!”
그는 끝까지 옹졸하고 비겁하며 오만했다.
건우는 딱하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사실 더럽게 좋다는 네 혈통 말이야. 내가 줄곧 정보 수집하다가 알게 됐는데, 생각보다 별것 없더라고. 네 혈통의 뿌리인 하운드 백작은 말이야. 사실 자신을 총애하고 있는 주군을 살해하고 작위를 빼앗은 간사한 용병 출신이더라고.”
“…….”
마치 들키면 안 될 걸 들킨 어린애처럼 필리프 4세는 입을 꼭 다물었다.
피식.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에게 말했다.
“너의 가치관대로 말하면, 넌 근본부터 천한 놈이었네.”
“네놈!!”
인정할 수 없다는 듯 필리프 4세는 크게 호통을 쳤고.
서걱!
건우는 그대로 단두대의 날을 붙들고 있는 밧줄을 끊어 버렸다.
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