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15)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14화
라페아의 별장.
평소에 휴양지로 이곳을 즐겨 찾는 라페아를 위해 이곳에는 수많은 가신들이 궁전을 관리하고 있었다.
분주히 하루를 보내고 마침내 저녁시간이 찾아왔다.
렌과 럼.
그리고 그의 가족들은 식탁에 놓여 있는 산해진미의 요리에 경악했다.
“아, 아델. 이, 이것 진짜 먹을 수 있는 거야? 이거 장난감 아니야? 이거 괴물 아니야?”
럼은 새우와 문어로 만들어진 요리를 가리키며 부들부들 떨었다.
안색은 무척이나 창백했다.
평생 농사만 짓다가 바다에 사는 해산물을 못 봤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델하이트는 그런 남편을 귀엽게 느꼈는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먹을 수 없는 거야. 먹으면 뱃속에서 꿈틀댈걸.”
“히익!”
직접 상상을 했는지 럼의 얼굴은 급격히 사색이 됐다.
그 찰나에…….
“냠!”
럼의 무릎에 앉아 있던 소피가 포크로 새우를 찍어 한입에 쑥 넣었다.
“으아아아악! 소피! 그걸 먹으면 어떡해! 뱉어. 뱉어!”
“아빠 겁쟁이. 이거 맛있어.”
소피는 꺄르르 웃으며 어쩔 줄 모르는 럼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호호호.”
아델하이트도 더 이상 못 참겠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이익!”
뒤늦게 그녀가 자신을 놀린 것을 깨달은 럼의 얼굴은 토마토처럼 달아올랐다.
그런 럼을 렌은 한심하다는 듯 직시하며 말했다.
“먹을 수 있는 거니까 식탁에 내놓은 거잖아요. 냠!”
그리고 코끝을 자극하는 돼지 뒷다리 요리의 향기를 못 이기고 한 입 크게 깨물었다.
꼬리를 살랑살랑거리며 귀를 쫑긋거리는 그 모습에 아델은 웃음 때문에 나온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호호호, 당신 그동안 귀여운 동료랑 다녔네.”
“귀엽기는. 우리 소피가 더 귀엽지.”
럼은 포크로 음식을 찍어먹고 있는 소피를 보며 훈훈하게 웃어 보였다.
“……귀엽다니. 난 아주 살벌하고 무시무시한 늑대라고?”
렌은 이빨을 번뜩이며 그대로 뒷다리를 집어 들었다.
아그작! 카앙!
하지만 렌의 이빨에 씹혀야 할 고기를 순식간에 마리오네트 형체를 취한 케이론이 낚아챘다.
“끄아아아악!”
그 덕에 이빨만 깡 소리를 내며 부딪친 렌은 치통에 고통스러워하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스, 스승님. 어째서?”
렌은 무척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케이론을 바라보았다.
척!
케이론은 고기를 다시 접시 위에 올리며 손가락으로 야채 쪽을 가리켰다.
쿠쿵.
한순간이지만 렌은 나라 잃은 표정으로 의자에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수련을 위해 영양 잡힌 식단을 먹으라면서 왜 매일 야채만 먹이는 겁니까?”
반박은 용인하지 않는 케이론의 주먹이 렌의 이마를 꽁 소리를 내며 때렸다.
“끄아아아악!”
뇌리를 자극하는 통증에 렌은 의자를 떨어뜨리고 털썩 무릎을 꿇었다.
“좋겠다.”
그 광경을 소피는 서로 투덕거리며 장난치는 것으로 보며 부럽다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홱!
그러다가 럼을 보며 말했다.
“아빠. 나 저거 사주면 안 돼?”
소피의 손가락은 정확히 케이론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 저건.”
무의식적으로 케이론을 사물처럼 표현하다가…….
싸아.
케이론의 살벌한 시선을 느끼고는 재빨리 말을 수정했다.
“저, 저분은 인형이 아니야. 그냥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지내려고 저렇게 지내는 것뿐이지. 대신 아빠가 아주 귀여운 인형을 찾아볼게.”
“진짜?”
소피가 반색하자, 럼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대신 밥 다 먹어야 된다.”
“응!”
소피는 자신 앞에 놓인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소피. 천천히 먹어.”
아델은 그런 소피의 입가를 냅킨으로 닦아주다 가장 중요한 화제를 언급했다.
“건우님은 왜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거야?”
“아마 라페아님과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럼은 뒤늦게 자신이 평화에 취해 건우의 상황을 인지 못했음을 자책했다.
십존 중 한 명인 라페아가 건우에게 가진 호기심은 범인이 봐도 범상치 않은 것임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별일 없어야 할 텐데.’
한참 그렇게 고심하는 찰나.
콰아아아아앙!
궁전 전체에 굉음이 치달으며 미미한 지진이 일어났다.
한순간 전쟁이 벌어진 게 아닐까 싶던 럼과 렌, 그의 가족들은 바싹 긴장했지만.
때마침 시녀장이 외눈안경을 고쳐 쓰며 지금의 상황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았다.
“라페아님과 건우님이 실력을 겨루고 있을 뿐입니다. 사소한 일이니 안심하시고 식사를 만끽해 주십시오.”
“사, 사소한?”
황당한 표현에 렌과 럼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
장소는 라페아의 별장에서 1km 떨어진 외딴 숲.
후웅.
숲의 상공 700미터.
그곳에 실피드의 힘으로 허공을 누비고 있는 건우와 라페아가 있었다.
전초전을 앞두고 라페아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건우에게 말했다.
“솔직히 내가 이렇게 요구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실성하며 도망치기 급급했는데. 역시 그대는 다르군.”
“반대로 레벨 차이가 현격히 나는 약자를 이렇게까지 몰아세우는 너의 정신 상태도 좀 의심스러워.”
-웃기고 있네. 누가 널 약자로 보겠냐?
세이비어는 말끝에 또라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늘상 있는 일이기도 해서 건우는 무덤덤하게 넘어갔지만.
“푸훗!”
라페아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는 그대로 웃음을 터뜨렸다.
“확실히 그 말대로 레벨만 따지고 보면, 나 라페아가 그대를 훨씬 뛰어넘겠지. 뭐니 뭐니 해도 그대는 탑의 형벌인 제약의 법칙으로 과거의 역량을 잃었을 테니 말이야.”
“…….”
정확한 추측에 건우는 일순간이지만 말을 잃었다.
이 여자는 뭐지?
어째서 나에 대해 이렇게까지 정확히 꿰뚫고 있는 거지?
피식.
라페아는 여전히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건우의 정곡을 찔렀다.
“필리프와도 역량차이는 현격했지만. 그대는 그것을 메우고도 남을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건 앞선 전투에서 지켜봐서 알고 있다. 그러니 날 더 이상 기다리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발설 직후.
라페아의 뒤에서 거대한 새의 형상이 안개처럼 튀어나왔다.
“미네르바?!”
그것이 바람의 정령왕, 미네르바라는 것을 직감한 건우는 재빨리 허공에 발을 튕겼다.
그러나 이미 한 발 늦었다.
갑작스럽게 형성된 용권풍은 건우뿐만 아니라 단숨에 숲에 도사렸다.
쇄애애애액!
숲을 구성하고 있는 초목은 그 강대한 폭풍에 휩쓸렸다.
콰콰콰콰쾅!
그 기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토사마저 꿰뚫어 버리며 지형 자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스팟.
그 가운데 미미한 인기척이 바람을 가르고 용권풍의 공격 범위에 벗어났다.
보름달이 떠오른 밤.
하늘 아래서 그 풍경을 지켜보고 있던 라페아는 만족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
“봐봐. 역시 레벨 차이를 메우고도 남을 재주가 있으면서 괜스레 겸손한 척을 해 주네.”
라페아는 전율에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아직 탑에서 그녀가 이길 수 없는 강자는 무수했지만.
이토록 가슴이 뛰는 건, 처음이었다.
“그대는 나한테 또 어떤 흥미를 안겨줄 까나.”
라페아는 건우의 반격을 기대하며 신속히 위치를 탐지하기 시작했다.
***
“하아, 하아”
쑥대밭이 된 숲의 인근.
건우는 나무기둥에 등을 기대고서 거칠게 호흡을 몰아쉬고 있었다.
“완전히 미친 여자잖아.”
느닷없는 그녀의 기습에 건우는 방금 전에 펼쳐진 아찔한 광경을 떠올렸다.
방금 전의 용권풍은 미네르바와 라페아가 형성한 공격이었다.
그 위력은 S급 헌터인 건우가 구현한 싸이클론과는 범주와 격이 달랐다.
-그녀의 제안을 수락한 건 너다. 책임지고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저런 적은 처음이라서 갈피가 안 잡히네요.”
지금까지 수많은 적과 싸워 왔지만 라페아 같은 경우는 정말 특이했다.
대개 적이라면, 상대에게 적의를 갖기 마련인데.
라페아에게 적의 따위는 없다.
오히려 차오르는 호승심만 있을 뿐이다.
건우는 그 점이 더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죽일 생각은 없지만 상대가 자신의 힘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죽어도 상관없다.
이런 사상을 가진 적은 난생처음이었다.
하지만 건우의 당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피식.
‘재밌어.’
라페아가 전력을 보였다는 건 곧 상대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령 친화력으로는 상대도 안 되겠지만. 이번에는 이 녀석의 도움이 필요하겠어.’
건우는 인벤토리에서 스틸레인을 꺼내 들었다.
우웅.
세계수의 가지로 만들어진 새하얀 창신은 언제 봐도 아름다운 빛깔을 내뿜었다.
등급: 레전드
설명: 세계수의 가지를 조각하여 만든 투척전용의 창, 그 견고함은 미스릴에 견주며 무게는 깃털이라고 일컬어지며 4대 정령의 힘이 깃들어 있다.
내구도: 125/125
*정력 친화력 200% 증폭
*적에게 고정 데미지 3000에 상태이상(화상, 동상, 마비 등) 랜덤 적용.
*전용스킬, ‘스패라’ 1일 1회로 한정으로 시전 가능
*정령친화력이 전무한 자에게는 아티팩트의 힘이 발현되지 않는다.
앞선 스틸레인의 정보 창을 살펴보면, 이번 싸움은 분명 정령과의 친화력이 모든 걸 결정지을 것이다.
물론 스틸레인을 장착해도 라페아의 친화력을 앞설 수 없겠지만.
‘정령의 기척을 보다 빨리 파악할 수 있지.’
타닷!
전투의 시작.
심지를 굳힌 건우는 숲 사이를 가로지르며 허공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라페아를 쳐다봤다.
꽈악!
순식간에 사각의 틈새를 찾아 스패라를 시전하려는 순간.
라페아는 왼손을 허리에 얹으며 거만스레 입을 뗐다.
“한 가지 충고해둘까? 교란자 너는 내가 직감만으로 너를 찾아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건 큰 오산이다.”
우웅! 우웅! 우웅! 우웅!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색빛깔의 찬란한 구체들이 숲의 전반에서 두둥실 떠올랐다.
구체 속에서는 각 속성을 상징하는 정령들이 있었는데.
그들을 하나같이 건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뭐, 뭐야?!”
압도적인 정령의 숫자에 건우는 당황하면서도 스틸레인을 라페아에게 투척했다.
[스틸레인 전용스킬, 스패라를 시전했습니다.]빠르게 치솟는 하얀 빛살은 단숨에 라페아의 가슴을 꿰뚫으려 했으나.
덥석!
라페아는 음속으로 치닫는 스틸레인을 그대로 붙들어 손에 쥐었다.
“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풍경에 건우의 낯빛이 굳었다.
“오호? 이 아이는 날 좋아하나보구나.”
라페아는 스틸레인의 창신을 어루만지며 숲 사이에서 모습을 숨기고 있는 건우를 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어 보였다.
우우웅.
그녀의 말은 지극히 사실인 건지, 스틸레인은 지금까지 들은 적 없는 이명을 쏟아 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스틸레인이라는 무기는 교란자 그대보다는 나에게 맞는 무기인 것 같구나.”
이미 그녀는 정보창을 통해 스틸레인의 사용법을 터득한 듯 보였다.
“탐이 나기는 하지만 먼저 이것의 사용방법을 그대에게 가르쳐 주는 게 더 좋겠구나.”
“사용방법?”
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고.
라페아는 그대로 한 마디를 읊조렸다.
“이그니스.”
화르르르륵!
그 한 마디에 그녀의 등 뒤에서 거대한 홍염의 갈기를 가진 사자가 튀어나왔다.
모든 것을 불태울 것만 불의 원초.
갑작스런 정령왕의 소환에 등불처럼 피어오른 하급정령이 몸을 떨었다.
스윽.
라페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스틸레인을 어루만졌다.
바로 그 순간.
화르르륵!
이그니스의 거대한 몸체가 불꽃이 되어 스틸레인에 투입되었다.
[스틸레인의 이그니스가 인챈트 되었습니다.]화르르르르륵!
이그니스를 인챈트한 스틸레인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위엄 찬란한 형태로 변모해 있었다.
크기는 3미터. 창신을 이룬 불꽃은 마치 사자의 갈기를 보는 것만 같았다.
라페아는 고개를 추켜세우며 건우에게 말했다.
“죽어도 나를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발설 직후.
[스틸레인 전용스킬, 스패라를 시전했습니다.]콰앙! 화르르르르르륵!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불꽃은 항성처럼 숲을 통째로 불태우며 지면을 용암지대로 탈바꿈시켰다.
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