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18)
원탁의 기사들이여······!
두 번째 세계수의 출현은 판게니아 전역을 움직이게 했다.
특히 자신을 ‘명예롭다’ 생각하는 이들 모두가 성소로 모여들었다.
세계수에게 직접 명예를 확인받기 위해서, 혹은 2차 전직을 위해서!
“나보다 명예로운 자가 있을 턱이 없지.”
“맞습니다, 암스님.”
“괜히 ‘빛의 기사’라고 불리시는 게 아니니까 말입니다!”
“세계수도 암스님을 축복할 겁니다. 암요!”
빛의 기사 암스.
그가 콧대를 높이며 성소에 도착했다.
그를 따르는 백여 명의 기사들과 함께.
옛 문헌에 따르면, 명예의 세계수는 수많은 대영웅을 배출했다고 알려졌다.
명예의 세계수만 인정한다면 그 즉시 대륙 전역에 이름을 떨칠 수 있는 것이다.
뿐만인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지각변동.
심연영역이 합류한 것도 모두 세계수의 영향이다.
고로, 세계수가 앞으로 펼쳐질 일들의 중심이 되리라는 건 명확했으니.
하지만 성소에 발을 들인 즉시 암스는 자신의 생각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 여신교?”
가장 먼저 눈에 보인 건 여신교의 무리다.
무려 세 명의 성녀와 수백에 달하는 성기사가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암스의 눈에 비춘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다.
“세아 성녀······!”
꿀꺽!
세아 성녀라니!
대원정에서 죽었다고 알려진 성녀 아닌가.
최근 발란 왕국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문을 듣기야 했지만, 그 소문이 진정 사실일 줄이야.
허나 세아 성녀는 시작에 불과했다.
‘광휘의 초인 카심, 성휘의 마법사 스미스, 빛의 정령사 바라만님까지······ 셀 수도 없다. 오랜 시간 초야에 묻혀있던 영웅들이 전부 나타났어.’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수백 년 전의 영웅들도 있었으니까.
죽었다고 생각했거나, 혹은 돌연히 사라졌던 자들.
그들 모두가 ‘명예의 세계수’ 앞에 모여든 것이다.
한눈에 알아본 건 그 정도로 그들이 유명했기 때문이다.
전설, 혹은 신화로 기록되어 필수과목처럼 공부하며 외웠던 존재들인 탓이었다.
······ 인간이 이러할진대.
인간이 아닌 자들은 또 어떨까.
‘해수왕 터틀럼, 멸악의 거인, 불의 어머니, 옛 왕의 뱀, 백왕, 엘프 여왕, 칼날용신······.’
평소 인간과 접점이 없는 괴물들도 총출동했다.
별을 지키는 별수호자들을 비롯해 수많은 종족의 꼭대기에 군림하는 제왕들.
그중 ‘칼날용신’은 ‘투신의 탑’에서 등장했던 용신이다.
토벌되었다고 알려졌건만, 어떻게 이곳에 다시 등장한 건지 알 수가 없다.
“······ 돌아간다.”
“예? 암스님.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시겠다고요?”
암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겸허하게 말했다.
“여긴 내가 낄 자리가 아니다.”
*
엘프여왕.
그녀와 엘프들은 하늘까지 뻗은 세계수를 보며, 몸을 잘게 떨었다.
“아아······.”
“여왕님. 세계수입니다.”
“‘연결’할 수만 있다면, 다크엘프들이 다시는 얼씬하지 못할 겁니다!”
감격에 젖었다.
어쩔 수 없었다.
최근 엘프는 다크엘프와 전쟁을 치렀다.
수많은 엘프들이 죽고, 납치되었으며, 하마터면 여왕과 세계수마저 큰일날 위기에 처했다.
암울한 상황에서 두 번째 세계수의 출현은 그들에게 한 줄기 빛과도 같았던 것이다.
엘프가 가진 힘의 원천은 ‘나무’다.
나무, 그리고 숲과 ‘연결’하여 큰 힘을 얻는다.
태초의 숲에 있는 세계수에 그들이 모여 사는 이유였다.
그런데 두 번째 세계수가 출현했으니, 설욕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아루웬 장로님을 구해야 해요. 제가 ‘연결’할게요.”
“······ 아우릴. 너는 ‘하이엘프’가 아니잖니.”
엘프여왕이 고개를 저었다.
세계수와의 ‘연결’을 아우릴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
오직 하이엘프만이 가능한 일.
그러나 너무 많은 하이엘프가 다크엘프에 의해 죽었다.
아니면 납치되었거나.
아루웬 장로도 마찬가지였다.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는 상황.
“제가 할 수 있어요. 제가 하게 해주세요.”
아우릴이 입술을 꽉 깨물며 연신 의견을 피력했다.
마음은 이해가 갔다.
아우릴은 전사들 중에서도 특출난 실력자.
아루웬 장로를 따라서 ‘신록의 주인’을 찾아나선 이후로 한동안 인간과 함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아우릴이 지닌 ‘월계수 잎’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상태였다.
마치······ 하이엘프의 증명인 ‘어미나무’를 찾은 것처럼.
허나 아우릴은 한발 늦고 말았다.
그녀가 도착했을땐 거의 전쟁이 끝나갈 무렵이었으니까.
아루웬 장로도 사라진 이후였다.
‘백왕, 그리고 앤드류 사제가 아니었다면······.’
엘프여왕은 죽었을 것이다.
마침 그 둘도 이곳에 있었다.
하지만 다가가기엔 주변에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 그때였다.
“여왕님?”
“왜 그러세요?”
엘프여왕의 표정이 굳은 것은.
세계수의 옆에 출현한 자들.
그들을 본 순간, 엘프여왕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드루이드······.”
멸족했다 전해지던 드루이드들이 그곳에 있었으니까.
씨앗을 뿌리고, 숲을 만드는 종족.
그리고 엘프는 그들이 만든 숲을 유지한다.
공생관계 속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갔으나, ‘멸망’이 종족 자체를 전부 멸한 비운의 종족이 바로 드루이드였다.
한데, 어떻게 그들이 이곳에?
놀란 건 엘프여왕만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드루이드의 출현에 당황하고 있었다.
“우리는 누구보다도 명예로운 자들을 찾고 있다. 세계수가 인정하는 거짓 없이 성스러운 자를. 세계수는 그대들에게 ‘진실된 이름’을 줄 것이나, 거짓된 명예를 지닌 자는 나, 드루이드의 대족장 알비노가 직접 참할 것이다.”
“알비노?”
“대족장 알비노······?”
“설마 ‘멸망’ 출현 이전에 있었던 드루이드가 지금까지 살아있다고?”
알비노의 이름을 알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드루이드의 대족장 중 한 명이며, ‘알비노’는 그중에서도 상당히 전설적인 드루이드였기 때문이다.
비록 마지막에 도망치긴 하였으나.
멸망에게 멸망 당한 수많은 대지에 다시 싹을 틔운 유일한 드루이드.
그게 바로 알비노였던 탓이다.
본래 멸망에게 멸망한 땅은 다시 생명이 피어나지 않는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었으니 전설처럼 회자될 수밖에.
“도망친 게 아니라 세계수를 지키고 있었던가······.”
엘프여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드루이드가 살아있다.
그것도 전설의 드루이드 알비노가.
세계수를 지키고, 더 나아가 세계수를 되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알비노가 이어 말한 대목에서 엘프 여왕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누구보다도 드높은 명예를 지닌 자. 깨끗한 영혼을 지닌 자. ‘하이 드루이드’께서 직접 그들을 맞이할 것이다.”
“······!!!”
“하, 하이 드루이드라니?”
하이 드루이드!
드루이드들을 이끄는 유일무이한 군주.
드루이드는 나무와 숲을 만든다.
그리고 하이 드루이드는 ‘세계수’를 만든다.
먼 옛날, 세계가 태어날 때 하이 드루이드는 ‘여덟 그루’의 ‘세계수’를 만들어 세계를 지탱시켰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 이후 ‘하이 드루이드’는 나타난 적이 없다.
물론 자신이 하이 드루이드라며 나선 드루이드들이 있기는 했지만, 진정으로 ‘세계수’를 싹틔우진 못했다.
기껏해야 세계수와 소통하는 정도.
“드루이드여. 하이 드루이드가 진정으로 실존한단 말인가?”
하여, 엘프여왕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말의 진의를 알아야만 했으니까.
“‘하이 드루이드’께서 ‘명예의 세계수’를 만개시키셨다. 엘프여왕이여, 그대라면 알 터인데.”
알비노는 꾸밈없이 답했다.
그리고 그러한 대답에, 엘프여왕은 내심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명예의 세계수.
세계수가 지닌 힘 자체가, 생명력 자체가 ‘태초의 숲’에 있는 ‘시작의 세계수’와는 너무나도 달랐기에.
꽃잎이 만개하고, 뿌리가 심연까지 뻗어나갔다.
게다가 그 주변으로 자연의 힘이 넘쳐흘렀다.
어느덧 ‘명예의 성소’라 불리던 곳 전체에 푸른 싹이 트고 있었으므로.
정령이 잉태하고, 나무의 기둥이 자라나고 있다.
가히 압도적이다.
이곳으로 터전을 옮긴다면 엘프들은 더 강한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힘을.
······ 아니, 아니다.
하이 드루이드라면 ‘태초의 숲’에 있는 세계수도 만개시킬 수 있을 터이다.
“우리 엘프들이······ ‘명예의 세계수’에 ‘연결’할 수 있두록 허락해다오.”
“그것도 ‘하이 드루이드’께서 결정할 일이다.”
“그 말인즉, 자격부터 확인하라는 소리로군.”
“이해가 빠르구나, 여왕이여.”
자격의 확인.
감히 누가 엘프의 여왕이 지닌 자격을 확인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목이 마른 건 엘프들이니까.
“하이 드루이드······.”
“만약 사실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겠군.”
“명예로운 자를 찾는다고 했지?”
하지만 열의를 가진 건 하이엘프만이 아니었다.
멸족한 드루이드가 살아있다.
하물며 하이 드루이드가 있다고 한다.
하이 드루이드가 갑자기 나타난 이유가 있을 터.
그리고 그 이유는 세계수의 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앞다투어 세계수의 앞으로 향했다.
명예를 확인받고자.
누가 더 명예로운 존재인지 다투기 위해서.
툭.
······ 하지만, 그럼에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이들이 있었다.
“역시 기다리는 건 좀이 쑤시는군.”
그중 한 명, 백왕.
그가 열을 무시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이후 맨 앞에 도착한 백왕이 말했다.
“나부터 받으마.”
당당하게.
반대의견 따위는 받지 않겠다는 태도로.
*
인간의 명예.
그리고 인간이 아닌 자들의 명예.
그 기준은 결코 같을 수가 없다.
서로 살아온 환경 자체가 너무나도 달랐기에 같은 명예를 추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 그들만의 ‘기준’은 있기 마련이었다.
예컨대 백왕이 그랬다.
백호족은 예로부터 이종을 다스렸다.
백왕이 북부와 크람델을 지배하며 괴물들을 다스리듯이 말이다.
백호족의 명예란 무릇 얼마나 그들을 잘 다스리냐에 있었다.
하물며 힘을 되찾은 지금, 백왕의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내 자격을 확인해보거라.”
후우우웅!
세계수의 꽃잎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꽃잎의 색이 변화하며 붉어졌다.
빨간색.
주황색.
그리고 노란색.
“백수(百獸)의 왕······?”
언뜻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명, ‘백수의 왕’이라는 이름을 들었다.
곧이어 백왕의 새하얀 갈기가 더욱 풍부해졌다.
“······ 놀랍군.”
세계수가 전해준 ‘진실된 이름’에는 힘이 있었다.
그에게 ‘2차 전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백수의 왕’으로 전직이 완료되었습니다.》
《소유한 명예의 10%, ‘2,500점’을 ‘명예의 세계수’가 회수합니다.》
《그중 250점이 ‘세계수의 주인’에게 전달됩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지니고 있는 명예의 10%를 세계수가 회수해갔다.
그중 1%는 ‘세계수의 주인’에게 전달된다는데, 아마도 ‘하이 드루이드’이리라.
“나쁘지 않구나.”
어쨌든 세계수가 인정해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쁘진 않았다.
백왕은 어깨를 으쓱한 채 세계수의 영역을 벗어났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자격의 확인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대부분이 빨간색, 혹은 주황색에서 멈춰 섰다.
백왕처럼 노란색까지 도달한 자는 없었다.
하여 물었다.
“드루이드여, 명예의 확인은 몇 단계까지 존재하는 거지?”
“7단계까지 존재한다.”
“······ 그럼 나는 3단계라는 뜻인가?”
알비노가 피식 웃었다.
“걱정 마라. 3단계에 도달할 수 있는 자는 한 세기에 몇 없다.”
“음, 그렇군.”
“물론, 하이 드루이드께선 7단계를 넘으셨다만.”
“······.”
백왕 자신이 고작 3단계일진대, 7단계를 넘어섰다?
믿을 수가 없었다.
하이 드루이드.
대체 뭐 하는 놈이기에?
마음 같아선 당장 얼굴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믿기지 않는 일은 또 일어났다.
“초록색?”
“오, 4단계에 도달했군. 저 여자는 누구지?”
인간 중 한 명이 4단계, 초록색의 빛에 진입한 것이다.
허나 쉬이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3단계면 팔가의 주인이 될 수 있다.
4단계는 한 세기에 한 명이 나오기도 힘든 레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