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19)
“원탁의 기사들이여······!”
털썩!
하지만, 4단계에 도달한 여인은 곧바로 쓰러지고 말았다.
세렝게티.
순백의 기사라 불리며, 빌헬름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그녀가 새하얗게 질린 채 기절한 것이다.
그들은 누구인가?
원탁의 기사들.
그들은 기사왕 빌헬름을 필두로 하는 강자들이다.
빌헬름의 강함과 명예로움에 매료되어 대륙 전역에서 모여들었으며, 빌헬름을 위해서라면 천 길 불 속이라 할지라도 웃으며 뛰어들 수 있는 충직한 이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남녀노소.
설령 인간이 아니라 할지라도 괜찮다.
원탁의 기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은 오직 하나, 빌헬름에 대한 충정뿐이었으니.
그렇게 모인 ‘원탁의 기사’는 도합 13명.
그들은 수많은 신화를 써내려갔다.
물론 그들의 활약에 대해 제대로 알려진 건 별로 없다.
모든 공을 오직 빌헬름의 이름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기사왕의 이름을 빛내는 데 모두가 열과 성을 다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허나.
그들은 그래도 괜찮았다.
불가해의 업적을 뛰어넘고, 절대로 역전할 수 없는 전쟁의 판도를 수없이 바꾸었으니까.
모두가 도전조차 하지 않던 일들을 그들은 해냈다.
그렇게 ‘원탁의 기사’를 상대한 자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가장 상대하기 싫은 집단? 당연히 빌헬름의 측근들이지.”
“원탁의 기사들은 끔찍한 자들로만 구성되어 있소. 평생을 전장에서 구른 나도 생전 그토록 괴물같은 집단은 본 적이 없거든.”
“죽여도 죽질 않아. 심장이 찔리고도 검을 뻗는다니까? 아직도 놈들의 눈이 생생해. 그 시뻘건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모습이 지금도 꿈에 나타난다고.”
“··· 빌헬름의 말 한 마디면 뭐든 해내는 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사회에서, 혹은 종족에서 소외된 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죠. 재능이 있지만 버림받은 자들, 실력이 있지만 손가락질받던 자들. 그래서일까요. 전우애 하나는 정말 남달랐어요.”
“정상적인 놈들이 하나도 없는 곳이었어. 부단장부터가 인간이 아니었으니깐 말이야. 아, 순백의 기사 세렝게티? 그녀는 정상적이지 않았느냐고? 크흐흐, 자네 뭘 모르는구만. 전장에서 세렝게티가 얼마나 끔찍했는지는 당해본 자들만 알지. 상대의 영혼까지 갖고 놀거든. 그녀는.”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사실대로 말하자면 마계의 마족들도 원탁의 기사들에 비하면 착해 보일 지경이오. 그러니 내가 이런 말을 했다는 건 반드시 함구해주시오. ···내가 죽고 나서도 괴롭힐 거 같아서.”
투신의 탑을 겪고 빌헬름 열풍이 분 이후.
기사왕, 그리고 원탁의 기사를 직접 상대했던 사람들을 찾아내어 직접 인터뷰를 나눈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다시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이들이 대다수였으므로.
마족이 더 착해 보인다는 말을 기삿거리로 쓸 수는 없지 않은가.
분명한 건 원탁의 기사들은 하나같이 강력했다는 것이다.
순백의 기사 세렝게티가 가장 약한 막내였을 정도이니.
또한, 적에게는 한없이 잔인했을지언정 적이 아닌 이들에겐 한없이 자애로웠다.
물론 ‘적’의 기준은 오직 빌헬름을 적대하느냐 아니냐로 판가름 났고.
허나 그렇게 강력했던 기사들도 모두 ‘대원정’에서 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오직 마왕을 죽이고자.
웃으며, 자신을 희생한 것이다.
“······ 말도 안 돼.”
인터뷰 용지를 받아 든 기자 ‘김하나’는 내용을 읽어나갈수록 얼빠진 표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신의 섬의 출현.
그리하여 ‘대 각성자 시대’가 열리고, 빌헬름에 대한 궁금증이 하늘을 찌르자 김하나는 1차 각성자들의 도움을 받아 판게니아에서 대대적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하나의 요청을 그들은 흔쾌히 받아들였고, 그리하여 인터뷰 용지에 적힌 내용을 묻고 답을 받아오는 형식으로 기사를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받아온 대답들이 한결같이 그대로 기사로 낼 수 없는 것들뿐이다.
“진짜로 웃으면서 죽었다고?”
무엇보다 ‘대원정’에 관한 대답들은 더 가관이었다.
마계에서 원탁의 기사들은 세렝게티를 제외하고 전부 죽었다.
그런데 그들을 목격했던 대원정의 참가자들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말하고 있었다.
죽은 모두가 웃었다고.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마계의 정복이 더 가까워졌다며.
하지만 생명체인 이상 죽을 때는 공포를 느끼기 마련이다.
전원이 진정으로 웃으며 죽을 수는 없는 것이다.
한데······ 그토록 행복해 보이는 웃음은 본 적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모든 건 기사왕 빌헬름을 위해······ 설령 자신이 잊힌다고 해도 기사왕의 명예만 빛난다면 상관없는 존재들······.”
포장하긴 쉽다.
기사왕을 위해서 온몸을 바친 기사들.
참으로 명예롭지 않은가.
하지만 그들 개개인은 어떨까?
문득 김하나는 궁금해졌다.
“이름이 알려진 기사가 없어. 순백의 기사 세렝게티를 제외하면. 이게 말이 돼?”
도저히 이해가 안 갔으니까.
그녀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여긴 부분이 이 부분이다.
기사왕 빌헬름, 그리고 세렝게티를 제외하면.
······ 다른 원탁의 기사의 이름을, 아무도 모른다.
온갖 추측만 난무할 뿐.
정확한 정체를 아는 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토록 많은 전장과, 그토록 많은 업적을 일구어냈음에도.
모두 자신을 숨기고 있었다.
단순히 기사왕을 위해서라고만 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하나같이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길 바라지 않은 것 같은 모습.
자신의 정체가, 자신의 존재가 그저 묻혀있기를.
밝혀지지 않기를.
오직 ‘원탁의 기사’로만 불리기를 바라마지않는 태도이지 않나.
그래서 김하나는 더욱 궁금했다.
더 자세하게 파보고 싶어졌다.
빌헬름만이 아닌.
···그를 따르던 ‘추종자’들에 대하여.
툭. 투투툭.
키보드를 치던 김하나의 손가락이 부리나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사왕 빌헬름과 원탁의 기사들. 그들은 누구인가?’》
*
세렝게티가 쓰러진 직후.
허드슨이 그녀를 들쳐업고 가는 모습을 보며, 세아 성녀가 씽긋 미소 지었다.
“여전히 사이가 좋군요.”
그러자 그녀의 말을 들은 성녀들이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했다.
“허드슨과 세렝게티 말씀이시죠? 파혼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어머. 집안 때문일까요? 상대가 근본 없는 상인 출신이라 들었어요.”
“확실히 순백의 기사에 비하면 좀 떨어져 보이긴 하네요.”
“그림이 좀······ 그렇긴 하죠?”
세렝게티와 허드슨을 바라보는 두 성녀의 눈빛이 곱지는 않았다.
순백의 기사는 워낙에 유명한 인물이기도 하고, 대원정에서 살아 돌아온 유일한 ‘원탁의 기사’였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반면에 허드슨에 대해 알려진 건 별로 없다.
그냥 상인 출신이라는 것 정도.
“아르카나에서 도박장을 운영했다던데.”
“··· 천하네요. 그 말을 들으니까 더 안 어울려요.”
“게다가 미궁 도시에서 괴물들의 수발을 들고 있다는 소문도 있어요.”
“어쩌면 좋아······.”
오지랖도 이런 오지랖이 없었다.
게다가 세아 성녀가 말한 건 허드슨과 세렝게티의 관계에 대해서가 아니었다.
‘원탁의 기사들은 여전히 사이가 좋군요.’
보았으니까.
원탁의 기사들.
그들의 명예가 세렝게티와 함께하고 있는걸.
샘이 날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그들이다.
죽어서도 여전히 세렝게티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성녀들은 어떤가.
“세아 성녀님이 먼저 본을 보여주시겠어요?”
“맞아요. 가장 성스러운 성녀이시잖아요?”
은연중 그들은 경쟁하고 있었다.
특히 세아 성녀를 시기했다.
살아 돌아온 걸 축복해주긴커녕.
그제야 세아 성녀는 왜 ‘대원정’을 떠났었는지 상기해냈다.
‘나는 지긋지긋했어. 여신교가.’
원탁의 기사들이 부러웠다.
그들의 자유분방함이, 그들의 끈끈한 관계가.
어쩌면 자신도 그곳에 속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미련 없이 여신교를 떠나 대원정에 참가한 까닭이다.
아무도 가지 않고, 모두가 말리던 그곳으로 세아 성녀는 거침없이 발길을 옮겼었다.
······ 그럼에도 다시 돌아온 것이다.
‘여신교는 썩어가고 있어.’
어찌 됐든 그녀는 성녀였고, 여신교를 위해 봉사해야만 하는 자격을 지녔다.
이대로 여신교가 스러져가는 걸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기억이 돌아온 이상.
살아있는 이상.
그녀가 여신교로 돌아온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인 셈이다.
“그래요. 제가 먼저 받죠.”
세아 성녀는 개의치 않았다.
저들의 시기도, 질투도.
자신이 타락했기를 바라는, 명예롭지 않기를 바라마지않는 시선조차도.
증명해내면 그만이니까.
그녀가 이곳까지 온 이유는 오직 그 때문이었다.
증명하기 위해서.
세아 성녀가 발을 옮겼다.
*
“하이 드루이드님. 3단계 이상의 ‘명예’를 지닌 이는 모두 15명입니다.”
세계수의 확인이 모두 끝난 뒤.
대장로 알비노가 그 결과를 내게 알려왔다.
“생각보다 많군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예상 외의 결과였으니까.
기껏해야 네 명 정도 나오면 많으리라 여겼건만.
2만 이상의 명예를 지닌 이가 이토록 많을 줄이야.
“세계수의 출현에 오랫동안 모습을 숨기고 있던 자들도 모두 나타났으니까요. 그중 4단계 이상도 세 명이나 되었습니다.”
3만 이상의 명예를 지닌 지도 세 명이라.
이중 몇 명을 추려내어 ‘잊힌 명예의 던전’으로 향해야만 한다.
정통인 헬을 시켜서 세렝게티와 동료들을 이곳으로 오게끔 했지만, 솔직히 명예의 기준에 부합한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명단을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보여드려야지요.”
알비노가 서류를 넘겼다.
거기엔 명예를 확인 받은 모든 이들의 명단.
그리고 2만 이상의 명예가 확인된 15명의 이름과 그들에 관련된 사항들이 적혀있었다.
‘··· 백왕?’
한데, 가장 위에 적혀있는 이름부터가 난관이다.
백왕이라니.
그 콧대높은 백왕이 세계수에서 명예를 확인받았다?
자기 모습도 잘 드러내지 않는 놈이 대대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어금니를 건네줘서 힘을 되찾아 자신감이라도 생긴 것인지.
‘세아 성녀도 있군.’
3단계.
역시나 세아 성녀였다.
그녀라면 충분히 2만 이상의 명예, 혹은 그와 같은 수준의 격을 보유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다만, 의외라면 나머지 성녀들이다.
분명히 가장 뛰어난 성녀들이 함께했을 텐데 명예의 명단에 아예 없었다.
‘여신교의 명예가 땅에 추락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이었나.’
성도를 직접 보기는 했으나 상황은 더 처참했다.
성녀의 명예는 여신교의 명예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여신교의 이름이 땅에 처박혔다는 방증.
그 와중에도 스스로를 증명한 세아 성녀가 대단해 보일 지경이었다.
‘······ 세렝게티가 4단계?’
더욱이 놀라운 건 세렝게티다.
아무리 그녀라 할지라도 3만이 넘는 명예를 지닌 건 의외였다.
‘세렝게티, 엘프여왕, 멸악의 거인. 이들이 4단계에 접한 셋이로군. 그런데 드라무트 이놈은 왜 온 거지?’
옛 왕의 터.
내가 가장 먼저 얻었던 별의 수호자 드라무트도 이곳에 왔다.
드라무트만이 아니라, 별 수호자들이 대거 합류한 상황.
그들이 함께 움직일 때는 항상 이유가 있다.
예컨대 크람델에서 ‘망자왕’이 출현했을 때라거나.
여신의 별과 관련된 일에만 나서는 게 별 수호자였으니 말이다.
‘별 수호자들이 단체로 움직였다······ 하지만 이곳에 또 다른 별은 없다.’
무슨 이유일까.
미치도록 궁금했다.
‘7인의 파티를 완성해야 한다. 누굴 넣지?’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건 파티를 완성하는 것이다.
누굴 넣어야 더 원활한 진행이 가능할지 고려해봐야했다.
그때였다.
“저······.”
긴 정적을 깨고 대장로 알비노가 운을 뗀 것이다.
“대장로님. 무슨 일이십니까?”
“말 편하게 하십시오. 저는 괜찮습니다.”
“스승님의 웃어른이신데 제가 어떻게 말을 편하게 하겠습니까?”
“······.”
대장로 알비노가 입을 닫았다.
안 그래도 이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눠야할 것 같긴 했다.
라이가를 하대하고, 나를 존대하는 건 여간 이상한 그림이었으니까.
허나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는 듯 알비노가 입을 열었다.
“······ 세계수의 던전 말입니다.”
“대장로님도 함께 하고 싶으십니까?”
“예.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세월 세계수를 지켰다.
그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일견 타당해 보이긴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 어째서입니까?”
알비노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내 주장에는 근거가 있었다.
“자격을 확인 안 받지 않으셨습니까?”
“······ 예?”
“세계수로 가서 자격부터 확인받고 오십시오.”
“······.”
나는 씽긋 웃으며 말했다.
“저도 했는데, 대장로님도 하셔야죠?”
히든 특성, 황금률의 드루이드
팔가의 가주로 인정받은 뒤.
라이가는 현을 성역에 남겨두고서 제국으로 떠났다.
가주의 대리 권한을 제자인 현에게 위임하고서 말이다.
그리고 라이가가 다시 돌아왔을 땐, 팔가 기사단이 함께하고 있었다.
육중한 크기의 관을 들고서.
얼마나 쉬지 않고 달려왔는지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였다.
‘··· 스승님.’
하늘은 어두웠다.
이른 아침임에도 짙은 구름이 끼어 햇빛이 보이지 않았다.
추적추적 비가 내렸고, 안개도 만연했다.
그러한 날에.
라이가는 조심스럽게 관을 들어 세계수의 앞에 놓았다.
양쪽으론 팔가의 기사들이 열을 맞춰 늘어서 있었고, 옆에선 대장로 알비노와 열 명의 장로들이 그 광경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전대 팔가의 가주 단탈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