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32)
······ 모든 별의 대지를, 상대가 정복했기 때문이다.
갖가지 효과가 추가되며 증폭된 탓에 더 이상 놈의 공격은 ‘작은 꼬챙이’가 아니었다.
푸욱!
한 방, 한 방이 치명타로 적용되고 있다.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허나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 검이?”
······ 포기하긴 이를 터였다.
멸악의 거인은 시선을 내려, 가슴팍에 박힌 검을 바라보았다.
이어 손을 뻗어 힘을 줘 봤지만 자신의 몸에 박힌 검이 빠지질 않는다.
이건 성검, 찬란한 루-마리아 외에 녀석이 들고 있던 다른 검이었다.
그리고 그 검은 도리어 몸에 박혀,
꿀꺽! 꿀꺽!
탐욕스럽게 자신의 피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이윽고.
《‘극진 초월지검’이 ‘멸악의 거인’의 피를 머금고 한단계 강화됩니다.》
《‘극진멸 초월지검’이 ‘멸악의 거인’의 피를 머금고 한단계 강화됩니다.》
《‘극진멸참 초월지검’이 진화를 시작합니다.》
《‘초월지검’의 진화에는 검 두 자루가 필요합니다.》
《‘빛의 길(유일급)’, ‘찬란한 루-마리아(유일급)’를 ‘초월지검’의 진화에 재료로 사용합니다.》
《‘인내(지고의 유일급)’가 완성되었습니다.》
전부를 얻거나, 전부를 잃거나.
대부분의 게임이 그러하듯.
판게니아에도 조합형, 그리고 진화형의 아이템이 있었다.
하지만 판게니아에서 그러한 형태의 아이템은 극소수일 뿐이며, 설령 발견한다 하더라도 완성하기가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루-’ 와 ‘초월지검’은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롭다’라고 정평이 난 검이다.
일단 ‘루-’의 경우 조합형 ‘성검’이었고, 같은 신화등급의 ‘-마리아’와 같은 뒤에 이름이 오는 성검을 조합해야만 완성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성검을 구하기도 어려운데, 합까지 맞아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검이라니.
그것만으로도 난이도는 극상이다.
다행히 나는 ‘황금률 상점’에서 전부 구할 수 있었지만, 진짜 문제는 ‘초월지검’이었다.
‘성장형 검. 사실상 완성하기가 가장 어렵지.’
초월지검 자체는 구하는 게 아예 불가능하진 않다.
용의 보물창고를 뒤지면 낮은 확률로 나타나는 물건이었으니까.
오랜 세월 용과 같은 신화종의 마력을 품고 변질한 검.
그게 바로 초월지검인 탓이다.
하지만 ‘완성’하는 난이도는 ‘루-’보다 훨씬 더 어렵다.
우선 극, 진, 멸, 참의 네 단계를 거쳐 성장하는 것부터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피를 머금어야만 성장하고, 단계를 높일수록 조건이 붙는다.
‘극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50명 정도의 피가, 진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100명 정도의 피가 필요하니.’
검의 성장을 위해선 ‘카오’가 될 수밖에 없다.
악업 수치가 높아져 자연적으로 ‘죄인’의 도장이 찍힌다.
100인 살해자는 정체를 숨기지 않으면 어지간한 도시의 입장도 불가하다.
대도시는 아예 들어갈 수 없다.
대도시의 입구, 혹은 워프의 앞에는 ‘악업’을 읽는 사제가 보통 함께 있기 마련이었으므로.
‘멸. 초월적인 신화종의 피. 마지막 참은 네임드 수호종의 피가 있어야만 한다.’
특히 뒤의 두 단계의 성장은 기가 막힐 지경이다.
초월적인 신화종은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그것도 혼자서 사냥해야만 인정된다.
네임드 수호종?
말 그대로 ‘이름이 있는’ 별 수호자를 뜻하는 것이다.
멸악의 거인은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했고.
결국, 뚫어내어 마침내 성장을 완료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검은 또 다시 ‘조합형’이 되어, 다시 한 번 도약할 기회를 갖는다.
‘이걸 다시 완성할 줄이야.’
과거에 딱 한 번 완성해본 적이 있다.
‘거룩한 별’을 거머쥐고자 네임드 수호종과 싸울 때, 겨우 승리하여 완성한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크게 후회했다.
‘······ 전혀 구색이 안 맞는 조합을 시도했다가 대차게 망했었지.’
조합하는데 들어가는 두 자루의 검.
성격이 안 맞는 조합을 시도했다가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만 얻었으니까.
심지어 완성된 이름도 ‘대혼란의 검’이었다.
이름처럼 상대의 혼란을 유도하는 기능이 있기는 했지만, 검으로서의 효율은 조합하기 전보다도 더 그닥이었다.
결국 아까운 세 자루의 검만 공중분해된 셈이다.
물론, 그 덕분에 깨달은 건 있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
초월지검을 완성시키는 데에는 조합되는 검의 ‘성향’이 중요하다는 걸 말이다.
‘빛의 길, 루-마리아. 둘 다 성검이다. 그것도 극에 다다른.’
두 자루 다 유일등급이며 성향마저 같다.
하여, 거리낌없이 조합의 재료로 사용한 것이다.
어느정도의 확신도 있었다.
‘초월지검은 유일급 이상으로 완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
오랜세월 신화종의 마력을 머금고 탄생한 검.
말인 즉슨.
‘초월지검은 에고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
자아를 지닌 검으로 완성될 가능성이 존재했다.
예컨대 ‘겨울’처럼.
그래서다.
내가 ‘겨울’을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
겨울을 사용했다가 정체가 발각될 위험도 있기는 했지만,
그 외에도 초월지검의 완성이라는 도박에 성공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떨리는 눈초리로.
······ 멸악의 거인에게 박혀 완성된 ‘검’을 바라보았다.
【인내(지고한 유일등급)】
-태초의 죄악, ‘분노’와 반대되는 성격을 띈 ‘인내’의 검입니다.
-오로지 ‘인내의 성혈자’만이 착용할 수 있으나, ‘겨울(‘지고’의 이름을 가진 모든 것 사용 가능)’에 의해 착용이 가능해졌습니다.
-자연재생능력이 2배 ‘증폭’됩니다.
-모든 감각이 2배 ‘증폭’됩니다.
-모든 내성 + 20%
-체력 + 20
-피해량 + 20%
-‘보스 몬스터’ 공격시 추가 피해량 + 20%
-경험치 획득률 + 200%
-숙련도 효율 + 200%
-모든 숙련도 레벨 제한이 5Lv 만큼 해제됩니다. (현재 최대 50Lv)
《‘지고’ 등급은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이름을 지닙니다.》《현재 두 개의 ‘지고’ 등급을 지녔습니다.》
《컬렉션이 추가됩니다.》
《‘빛의 옥좌’ + ★‘겨울(최후의 황혼)’ = ‘눈부시게 시린 자리(전체 관통력+2%)’》
《‘최초의 불을 옮긴 자’ + ★‘겨울(최후의 황혼)’ = ‘최초와 최후(모든 능력치+2)’》
《‘빛의 길’ + ‘거룩한 길’ = ‘빛 위를 걷는 자(저주 반사+10%)’》
《‘빛의 옥좌’ + ‘빛의 길’ = ‘찬란한 권좌(빛 속성 친화력+100%)’》
《★‘겨울(최후의 황혼)’ + ★‘인내’ = ‘끝없는 인고의 시간(공허 획득)’》
끝없이 떠오르는 문구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건 바로 다음에 떠오른 문장이었다.
《히든 특성 ‘허무’가 ‘공허’로 진화합니다.》
히든 특성의 진화!
여태껏 한 번도 이변을 일으킨 적이 없던 ‘허무’가, 두 자루의 ‘지고’ 등급 검을 획득하자 ‘공허’로 진화한 것이다.
나는 잘게 전율했다.
인내의 옵션도, 히든 특성의 진화도, 그 무엇 하나 버릴 게 없었으니!
“······ 이게, 왜 안 뽑히는······!”
꽈아아악!
멸악의 거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있는 힘껏 ‘인내’를 뽑으려하였다.
하지만 가슴팍에 박힌 ‘인내’는 놈의 괴력에도 뽑히지 않았다.
도리어 그럴수록 살점을 파먹으며 체력을 깎았다.
“끄으응!”
전신이 붉어질 정도로 온 힘을 다해 검을 뽑으려 들었다.
허나 여전히 뽑히지 않는다.
쿠웅!
결국 멸악의 거인이 바닥에 드리누웠다.
힘을 너무 많이 준 탓에 균형을 잃은 것이다.
타닥-!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 즉시 멸악의 거인에게 뛰어들었다.
그리고 가슴팍에 서서 ‘인내’의 검 손잡이를 잡았다.
순간.
‘역시 에고를 지녔군.’
지르르르!
인내가 떨렸다.
‘겨울’처럼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의지가 느껴졌다.
검이 나만 알 수 있게끔 진동을 하는데 그게 마치.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드는 것만 같군.’
······ 강아지가 기분이 좋아서 꼬리를 흔드는 것만 같은 기색이었으니까.
그때였다.
“황금률의 드루이드시여! 괜찮으십니까?”
“··· 오호라.”
때마침 멀리서 알비노와 라이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며, 멸악의 거인을 쓰러트린 겁니까?!”
“허억······!”
그를 시작으로 다른 기사단원들 전원이 나타났다.
약간의 오해가 있기는 했지만.
힘을 주다가 혼자 쓰러진 멸악의 거인 위로 내가 올라탄 것뿐이었건만, 그 모습이 내가 멸악의 거인을 쓰러트린 걸로 비춰진 모양이다.
허나 문제는 이 장면을 본 게 우리 기사단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며, 멸악의 거인이······!”
“대, 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다른 별 수호자들도 함께 하는 자리였다.
그것도 모두 ‘인질’로 잡힌 상태였다.
몇몇 별 수호자는 전투불능으로 보였고, 그리고 몇몇 별 수호자는 다른 ‘별 수호자’의 생존을 위해 자처하여 전투를 포기한 모양새였다.
“······ 미안하다, 멸악의 거인. 저 둘에게 잡힌녀석들이 너무 많아서 전투를 속행할 수가 없었다. ··· 그런데 너도 꼴이 말이 아니로군.”
그중 하나.
거대한 늑대의 형상을 한 별 수호자가 멸악의 거인을 향해 사과했다.
그리고 ‘저 둘’이란 알비노와 라이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최강의 조합.
감히 적수가 없으리라 판단한 알비노와 라이가가 내가 시간을 끄는 사이 예상대로 압도적인 결과를 내온 것이다.
내가 ‘별 수호자들을 죽이지 말라’고 해서일까.
인질을 내세워서 전부 전투를 포기하게 할 줄은 몰랐지만.
‘다행히 사상자는 없다.’
다친 이들은 있지만, 죽은 자는 없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내 발 아래서 널브러진 멸악의 거인을 바라보았다.
“계속 할 건가?”
“······.”
“그다지 좋은 선택지 같아보이진 않은데.”
“······.”
멸악의 거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싸우려면 충분히 싸울 수 있다.
체력은 거의 소모되지 않았으니까.
저들 전원을 상대해도 버틸 자신이 있었다.
제한시간을 넘겨 무승부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멸악의 거인이 살아있는 별 수호자들을 바라보았다.
전부 죽일 수 있었을 텐데도, 전부 살려두었다.
서로 싸우는 대결 구도에서조차.
황금률의 드루이드.
그가 그러길 바랐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보다 더 기사단원을 믿고 운영한 까닭이었다.
멸악의 거인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 우리의 패배를 인정하겠소.”
······ 생에 처음으로,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그 순간.
【제한시간 내에 결판이 났습니다.】
【‘황금률의 기사단’이 승리했습니다!】
【‘별의 대지’에 존재하는 ‘불가사의 업적’ 10개를 달성했습니다.】
【불가사의 업적 ‘전원 생존’을 달성했습니다.】
【불가사의 업적 ‘명예로운 대결’을 달성했습니다.】
【불가사의 업적 ‘2층계 보스룸 퍼펙트 클리어’를 달성했습니다.】
【불가사의 업적 ‘너와 나의 눈높이’를 달성했습니다.】
【‘별 수호자 기사단’으로부터 ‘잊힌 기사의 영혼’을 하나 빼앗아옵니다.】
【총합 15개의 ‘잊힌 기사의 영혼’을 획득합니다.】
【‘황금률의 기사단’이 불가사의 업적 ‘19개’를 완료한 상태입니다.】
【던전 내 불가사의 업적 진행률 38/370】
······.
······.
*
【3층계에 도착했습니다.】
【‘세계수의 뿌리’로 향하는 길의 선택지 3개가 주어집니다.】
【셋중 한 가지 길을 택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1. 일반룸】
【2. 물음표(???)룸】
【3. 보스룸(잊힌 기사의 영혼 5개 이상 보유시 선택 가능)】
문을 넘자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떠오른 선택지.
더 볼 것도 없었다.
【‘3. 보스룸’을 선택했습니다.】
【‘황금률의 기사단’이 ‘보스룸’에 입장했습니다.】
【‘백왕의 기사단’이 ‘보스룸’에 입장했습니다.】
【두 기사단에겐 괴물을 소환할 수 있는 ‘몬스터 혼(0등급)’이 주어집니다.】
【제한시간 내에 ‘혼’의 등급을 최대한 올리십시오.】
【‘몬스터 혼’의 등급을 올리는 방법은 소환한 몬스터를 길들인 뒤 사냥을 통해 진화시키는 것입니다.】
【그 외의 여러 요인에 의해 ‘몬스터 혼’의 등급을 올릴 수 있습니다.】
【소환된 ‘몬스터 혼’이 죽으면 0등급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제한시간은 72시간입니다.】
【제한시간이 지나면, 양쪽 기사단에 소환된 ‘몬스터 혼’들이 서로 대결을 펼칩니다.】
【패배한 기사단은 ‘잊힌 기사의 영혼’ 3개를 빼앗깁니다.】
【또한, 3층계에서 달성한 모든 불가사의 업적을 승리한 기사단에게 강탈당합니다.】
【‘잊힌 신’이 참전합니다.】
보스룸의 정의를 대략 알겠다.
전부를 얻거나, 전부를 잃거나.
그리고 이번엔 처음부터 ‘잊힌 신’이 참전했다.
물론, 오히려 좋았다.
‘나를 위한 스테이지로군.’
몬스터를 길들이고, 진화시키는 것.
그 분야에서 나는 스페셜리스트였으니까.
베이비 히드라곤
“······ ‘별 수호자’들의 꼴이 말이 아니로군.”
황금률의 기사단이 떠나간 자리.
별의 대지에 머무르던 거대한 늑대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명색이 ‘별 수호자’라 불리던 신화종의 괴수.
그 자존감과 자존심이 여지없이 박살 나버린 탓이다.
“‘검은 늪의 늑대’여, 그대가 전력을 다했다면 이토록 쉽게 모든 별을 빼앗기진 않았을 텐데.”
몸을 재정비한 멸악의 거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