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31)
바로 이 효과 때문이다.
이곳에 있으면, 내가 지닌 모든 ‘내성’이 증가한다.
물리와 마력, 혹은 수많은 이능의 공격이 반감된다는 말.
이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능력임에는 분명하지만.
‘내겐 최소 물리내성이 존재하지.’
나는 ‘태고의 갑옷’에 의해 ‘최소 물리 내성 50%’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
적어도 물리력으로 죽거나, 큰 피해를 입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순간 앤드류 사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역시··· ‘란돌프’의 모습을 잃으신 겁니까?”
“······?”
“대답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 뭘 이해한다는 거지?
설마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가 단순히 ‘무서워서’인 줄 아는 걸까?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서 가만히 있는 건 다름이 아니다.
나는 저 멀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야 오는군.”
저 멀리.
별의 끝 부분에.
“헙······!”
상대를 본 앤드류 사제가 경악했다.
쿵!
쿠르릉!
먼지를 흩날리며 나타난 거구의 괴물.
《‘멸악의 거인’이 등장했습니다!》
녀석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홀로.
혼자서도 충분하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나는 멸악의 거인을 바라보며.
‘역시 직진밖에 모르는 놈이로군.’
······ 작게 웃어보였다.
전부 계획대로였으니까.
지고(至高)의 유일 등급
멸악의 거인.
한차례 크람델에서 마주한 적이 있었기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놈이라면 반드시 혼자서 이곳까지 쳐들어올 것이라고.
망자왕 아흐람을 두드려 팰 때도 그랬으니까.
적진 한가운데 핵폭탄처럼 떨어져 마족들을 짓밟은 괴물.
그 저력과 괴력은 보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일 정도였으니!
“이치를 깨달은 드루이드와의 싸움을 원치 않소. 얌전히 포기한다면 험악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오.”
멸악의 거인이 재차 말했다.
놈이 두 번이나 항복을 권유했다는 건, 정말로 싸우기 싫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신이 포기하는 경우는 아예 생각하지 않은 듯싶었다.
하기야, 전장의 폭군인 멸악의 거인이 항복하는 그림은 좀처럼 그려지지 않았지만.
“혀가 길군.”
스릉.
나는 두 자루의 검을 쥐어 보였다.
【루-마리아】
【극진 초월지검】
루-마리아는 조합형 성검이었고, 극진 초월지검의 경우 성장형 검이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초월지검이 성장하는 방식은 상대의 피를 머금는 것.
더 많은 피를, 더 강력한 피를 머금을수록 완성되었을 때 갖는 옵션이 달라진다.
멸악의 거인의 피는 단연코 아주 훌륭한 재원(財源)이다.
‘빛의 길은 악에만 반응한다. 멸악의 거인을 상대할 때 좋은 선택지는 아니지.’
대회에서 우승하여 상품으로 받은 유일 등급의 무기.
빛의 길도 보유하고 있지만, 멸악의 거인을 상대하는데 그닥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지금은 이 두 자루면 충분하다.
“······ 나를 원망하지 마시오, 황금률의 드루이드여.”
후웅.
멸악의 거인이 들고있던 몽둥이를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콰르르릉!
몽둥이의 길이가 길어지며, 순식간에 코앞까지 들이닥쳤다.
촤릉!
즉시 검으로 흘려내려 하였으나.
‘흡!’
······ 흘려낼 수 없을 지경으로 강력하다.
역시 힘의 정점에 있는 존재답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흘려내지 못했을뿐.
쿠르릉!
바닥이 움푹 파이며 나는 놈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과연, 허명만은 아닌가보군.”
멸악의 거인이 다소 놀란 듯 말했다.
하지만 나 역시 놀라긴 매한가지였다.
‘관통력을 지니고 있구나.’
최소 물리내성 50%, 그리고 ‘시작의 별’의 효과로 모든 내성 50%를 더하면 단순계산만으로도 물리면역이여야 정상이다.
허나 완전한 면역은 아니었다.
저릿한 손, 전신의 근육은 비명을 질러댔다.
필시 높은 수준의 물리관통력을 지닌 것이리라.
‘대략 20%.’
20%의 충격만으로도 뼈가 으스러질 것만 같다.
어떻게든 받아내긴 했지만 연달아 공격해오면 곤란할 것 같았다.
“앤드류 사제.”
슬쩍 고개를 돌렸다.
기겁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앤드류 사제.
아무런 말도 못한 채 눈만 깜빡이는 그를 향해 나는 말했다.
“나를 ‘추앙’하거라.”
“······!!!”
동시에 앤드류 사제의 두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곧이어 그가 난색을 표했다.
“저, 저는 타락하여 여신의 권위를 잃었······.”
“괜찮다.”
“하오나······!”
“괜찮대도.”
“······.”
앤드류 사제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가 타락한 이유.
다크엘프에 의해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아루웬 장로 때문일 것이다.
복수를 꿈꾼 순간 타락하며 여신의 권위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타락한 자가 ‘추앙’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타락사제는 파면의 대상이다.
힘을 얻은 대신 다시는 신의 길로 들어설 수 없고, 여신의 품에 안길 수 없다.
‘지금······ 추앙의 기도를, 외우라고?’
언제였던가.
앤드류 사제는 기시감을 느꼈다.
일전에, 란돌프를 만나고 그에게 ‘추앙의 기도문’을 외웠던 순간이 떠올랐다.
여신과 맞닿은 최고위급의 사제만이 사용 가능한 자기희생의 주문.
물론 여신을 찬양하면 자기희생이 아니지만, 여신이 아닌 다른 자를 추앙하면 그것은 자기희생의 기도문으로 바뀌어버린다.
최고위 사제에게 여신이 아닌 다른 자를 위한 추앙 기도문을 외우라는 건 죽으라는 말과 같았다.
특히 자격 없는 이를 추앙하면 죽음의 위험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그는 란돌프를 추앙했고, ‘구원’받았다.
여신이 아닌 다른 자를 추앙하는 건 극죄임에도 불구하고.
물론, 그때와 달리 그는 타락했으며, 상대도 란돌프가 아니다.
또한 타락한 사제가 추앙했다간 저주를 덮어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앤드류 사제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은총이 가득하신 여신이시여,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영광할 성령이시여······.”
그리곤 양손을 모으고 추앙의 기도문을 외웠다.
그저 열렬하게.
여신을 따르던 충실한 종의 마음으로.
순간.
‘아······!’
앤드류의 심장에서 한 줄기 빛이 뻗어나왔다.
더없이 성스러운 기운.
다시는 되찾지 못할 줄 알았던 성자의 힘이다.
그것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빛이었다.
“어, 어떻게······.”
양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보고도, 느끼고도,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단순히 성스러운 기운에 압도된 것이 아니다.
지금 그가 보고 있는 박현명의 모습은.
이전, 란돌프를 ‘추앙’ 추앙했을 때보다도 더.
“레아, 피나님?”
······ 선명했으니까.
멸악의 거인도 주춤할만큼 두 여신의 형상이 또렷하게 나타났으므로.
다름아닌 그의 등 뒤에서, 마치 날개처럼 말이다.
뿐만이 아니다.
추앙의 기도문이 진행되자, 두 여신의 형상은 그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를 본 멸악의 거인은 주춤일 수밖에 없었다.
“······ ‘창세의 가호’를 드루이드가 어찌?”
창세(創世).
땅과 하늘을 만든 두 여신이 동시에 인정한 자에게만 수여되는 가호의 이름.
허나 그 가호는 오직 한 명에게만 허락되었다.
가호를 지닌 자는 ‘여신의 의지’를 잇게 되며, 그렇기에 여신의 이름을 빌린 자들은 절대로 그를 적대할 수 없다.
두 여신에게서 힘을 얻고, 두 여신의 이름으로 존재하는 자들은 결단코.
저건 여신과 감히 동급으로 여겨지는 ‘0규율의 가호’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창세의 가호’를 받은 게 드루이드라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황금률의 드루이드, 세계수의 주인이라 할지라도.
저 가호는······.
‘나도 받지 못한 가호이거늘······.’
여신을 지키고, 그 별을 수호하는 별 수호자.
멸악의 거인조차 받지 못한 가호인 탓이다.그가 받은 가호는 ‘1규율의 가호’였다.
별 수호자라면 으레 갖고 있는 가호 중에서도 최고인 것.
그래서 감히 그 누구도 저 ‘창세의 가호’를 이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었건만.
그것을 별 수호자도 아닌 드루이드가 받았다?
‘0규율. 지킬 규율이 없다. 그럼에도 모든 권리와 권위를 챙긴다.’
별 수호자들은 모두 여신의 가호를 받는다.
그리고 규율 앞에 붙은 숫자는 ‘가호’를 잇기 위해 지켜야하는 규율을 말함이다.
멸악의 거인이 지닌 ‘1규율의 가호’라는 건, 말 그대로 한 가지 규율을 절대적으로 지켜야만 가호가 유지 된다는 의미였다.
그 규율이란 바로.
‘······ 1규율. 악을 멸할 것.’
그리하여 멸악의 거인이 되었다.
보이는 모든 ‘악’을 부수고, 파괴했으나, ‘창세의 가호’가 지닌 권위에는 비할 수 없는 가호를 이어받았을 뿐이다.
하여······.
“흥미롭군.”
궁금했다.
창세의 가호를 이은 저 드루이드가, 얼마나 강할지.
무엇보다 멸악의 거인은 여신의 이름으로 힘을 얻고 강해진 게 아니다.
그 자체로 원래부터 강했다.
그러니 거리낌없이 박살낼 수 있다.
후웅-
멸악의 거인이 다시 한 번 몽둥이를 휘둘렀다.
쿠아아아아아앙!
··· 방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괴력으로.
*
추앙의 기도가 내려진 즉시.
조합형 성검인 루-마리아가 빛을 발했다.
《성자 등급의 추앙으로 인해 ‘루-마리아’가 찬란하게 빛납니다.》
《‘찬란한 루-마리아(유일급)’로 완성됩니다.》
《찬란한 접두사가 붙은 ‘루-마리아’는 모든 ‘성력’을 일시적으로 증폭시킵니다.》
《모든 내성이 10%, 전체 관통력이 5% 증가합니다.》
《‘자연 재생력’이 1.2배 증폭합니다.》
《‘자연 재생력’이 25,000%를 돌파했습니다.》
《특이점, ‘초재생’을 달성합니다.》
더 단단해지고, 더 빠르게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했다.
이 정도면.
‘할 만하다.’
아까의 피해와 통증은 벌써 회복됐다.
적혀있는 그대로 ‘초월’적인 회복능력!
어차피 놈을 죽이거나 이길 생각은 없었다.
내가 원하는 건 하나.
‘······ 시간만 끌면 돼.’
모두가 별을 ‘정복’할 때까지, 그리하여 다른 별 수호자들을 모두 제압할 때까지.
시간만 끌면, 나의 ‘승리’다.
*
싸우면 싸울수록.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멸악의 거인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공격력 자체는 크게 신경이 쓰일 정도는 아니거늘······.’
문제는 방어와 재생능력이다.
아무리 때리고 때려도 버티고 회복한다.
자신의 공격을 이토록 질기게 버텨내는 존재는 처음봤다.
‘시작의 별’의 효과를 감안해도 이상할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게, 자신 역시 내성을 뚫는 ‘관통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묘하게 타격이 전부 안 박히는 느낌이다.
‘특정 이상의 타격을 줄 수가 없다.’
이건 뭐지?
뿐만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멸악의 거인이 입는 상처는 늘어만갔다.
이대로 자신을 쓰러트리려면 몇날며칠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멸악의 거인인 그가 주는 타격보다 놈에게 입는 타격이 더 큰 게 사실이었다.
마치 작은 꼬챙이로 계속해서 찔리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반면 놈은 타격을 입어봤자 그 즉시 재생한다.
‘정말 괴물 같은 재생능력이로군.’
팔이 부서져도 3초면 원래대로 돌아온다.
아예 박살을 내놓는 게 아닌 이상 저 재생능력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저 정도로 경이로운 재생능력은 멸악의 거인도 처음본다.
“······ 으음!”
늘어가는 생체기.
묘하게 약올리는 느낌이라, 멸악의 거인은 점점 화가 끓어올랐다.
그렇게 시간조차 잊고서 오로지 황금률의 드루이드를 부숴버리겠다는 일념으로 대결을 펼치길 얼마나 지났을까.
‘점점 더 뚫리고 있다.’
어느덧 멸악의 거인은 부숴지고 있는 게 자신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황금률의 기사단’이 ‘별의 대지’를 모두 정복했습니다.》
《기사단의 효과가 2배 증가합니다.》
《체력재생력과 물리 관통력이 200% 증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