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63)
“우리는 연합한 채 힘을 기른다. 우리의 적들이 우리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허나 가장 중요한 것은 황금률의 드루이드를 지키는 일이다.”
“황금률의 드루이드도 모르게 연합을 결성하자는 말인가?”
“그는 세계수의 주인이자 균형을 이루는 자. 당장은 그 역할에 충실하면 충분하다.”
“그럼 멸망의 탑은 저대로 방치해둘 건가?”
문제는 여전히 멸망의 탑이었다.
그것이 등장한 이후로 연합에 관한 이야기가 물살을 텄기 때문이다.
“저곳은 인간들의 땅이다. 그리고 여신의 결계가 있는한, 당장은······ 방법이 없군.”
백왕은 혀를 찼다.
성도 아드리움. 여신교의 성지는 인간들의 것.
그들이 돕는다고 과연 반기려 할까?
전투가 벌어지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게다가 ‘여신의 결계’를 넘기도 어렵다.
교황이 직접 허락하는 게 아닌 이상 그들이 들어가긴 어려운 일.
“······ 이해한다. 내가 가지.”
광휘의 초인 카심이 말했다.
그는 유일하게 이곳에서 인간이었다.
수백년전 죽었다고 알려진, 허나 인간들에게 실망하여 초야에 묻힌 대영웅.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여신교는 몰락한다.
이만한 위기는 수백년간 없었다.
결국, 카심은 직접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
카심이 성도 아드리움에 도착했다.
비록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직접 멸망의 탑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 뭐지?’
그런데 이상하다.
성도 아드리움에 모인 수십만의 인파들이.
“믿습니다!”
“여신의 기사이시여!”
멸망의 탑을 바라보며 하나같이 합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상상 이상으로 희망차다.
고개를 갸웃하며 카심은 교황청으로 향했다.
카심은 수백년전 여신교에 몸 담았던 광휘의 기사.
그를 따르는 광휘의 기사단과 그 흔적들이 아직 남아있을 것이다.
맡겨두었던 것들을 되찾고, 본격적으로 저 탑을 정복하리라.
“광휘의 기사 카심?”
“그게 누구야?”
카심이 본인을 밝혔는데도 성기사들의 반응이 마땅치않다.
맨발로 튀어나와야할 교황과 추기경들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오래 묻혀있었나.’
하긴, 시간이 많이 흘렀다.
카심은 이해심을 발휘하여 말했다.
“내 장비를 돌려다오. 내가 직접 멸망의 탑을 오르겠다.”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멸망의 탑에 입장할 순 없습니다.”
“······ 왜지?”
“‘여신의 기사’께서 직접 탑에 오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 여신의 기사?”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수백년 전 ‘여신의 기사’라고 불린 건 자신이다.
한데, 새로운 여신의 기사가 등장했다?
‘내가 은둔하던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나보군.’
그래봤자다.
이들은 헛된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보기에, 이 멸망의 탑은 일개 인간이 정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카심은 한숨을 내쉬었다.
‘힘으로라도 뚫고 들어가야겠군.’
한때 여신교에 몸 담았던 자로서.
비록 여신의 힘은 잃었지만, 이들의 몰락을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었다.
스릉.
카심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그 순간.
“나, 나오셨다!”
“여신의 기사께서 멸망의 탑을 정복하셨다!”
“아아아!”
“만세!!!”
열렬한 환호소리.
무언가가 이상하다.
‘······ 벌써?’
저 탑을 벌써 정복했다고?
그럴 리가 없다.
불가능한 이야기다.
이에 카심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쿠르르르릉!
멸망의 탑이 바닥으로 꺼지고 있었다.
그리곤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 줄기 빛이 그 사이에서 피어났으니.
동시에, 저 멀리서.
“여신의 기사이시여!”
“돌아오셨군요!”
······ 교황을 비롯한 추기경들이 맨발로 부리나케 뛰어나오고 있었다.
진짜 역대급이네.
인내의 검.
세계수의 던전에서 멸악의 거인을 상대로 조합시킨 성검이다.
빌헬름으로 마왕을 상대할 때 사용했던 성검 ‘빛의 길’,
그리고 또 다른 유일 등급의 성검 ‘찬란한 루-마리아’!
두 자루의 유일 등급 성검을 ‘초월지검’의 조합재료로 조합해 완성한 게 바로 ‘인내’였다.
교황과 추기경들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만한 성검은 역사상 전무후무할 터이니.
콰직!
탑의 정상에서 어둡게 빛나는 ‘멸망의 핵’을 부쉈다.
애초에 내가 세운 탑.
이곳에서 나를 막아설 존재는 없었으니.
‘탑은 5층이다. 현재 입구를 막는 수문장으로 이름 없는 수리를, 2층계의 수호자로 릴리스를 배치해두었으니, 셋이 더 필요하겠군.’
멸망의 탑을 지키는 수호자는 오직 ‘권속’만이 가능하다.
현재 3층부터 5층까지는 전부 비워진 상태였다.
제대로 기능하게 하려면 최소 셋의 권속이 더 필요한 셈.
“단장님. 멸망의 탑이······ 이제 완전히 사라지는 겁니까?”
세렝게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의 정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세렝게티지만, 설마 내가 멸망의 탑까지 소환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을 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드리움에 나타난 멸망의 탑이 역 소환되었을 뿐.”
내가 지금 ‘멸망의 탑’을 무너트렸다고 해서, 진짜 ‘멸망의 탑’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저, 이곳 성도 아드리움에 생겨난 입구가 닫혔을 뿐.
멸망 포인트만 충분하다면 나는 언제든 ‘멸망의 탑’으로 향하는 입구를 열 수 있다.
쿠르르르릉!
탑이 흔들린다.
문이 닫히고 있다.
“이제 나가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은 없었다.
처음부터 나를 막아서는 자도 없었고.
그저 계단을 오르듯 느긋하고 여유롭게 탑을 올라, 문을 잠군 게 전부였으므로.
이건, 일종의 ‘쇼’다.
언제든 멸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위압감을 조성하고, 더 나아가 ‘원탁’이 부활했음을 세상에 알릴 장치에 불과했다.
그리하면 그 누구도 내가 ‘멸망’임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니.
나는 핵을 부숨과 동시에 나타난 워프에 몸을 실었다.
그 순간.
【‘멸망’의 기운이 사라집니다.】
【땅에 서린 ‘여신의 권위’가 더욱 강력해집니다.】
【최초로 ‘멸망의 탑’을 부수는 데 성공했습니다.】
【초과 업적으로 인해 ‘3’의 성화를 획득합니다.】
【온전한 황금률 2개가 추가됩니다.】
【‘멸망 포인트 1’을 회수했습니다.】
······.
【‘히든 시나리오’가 완성되었습니다!】
【히든 클래스 ‘별의 군주’가 가진 빛이 더 거세졌습니다.】
【보유한 별의 능력이 강화됩니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드는 생각은 하나밖에 없었다.
‘업적작하기 딱이로군.’
세 개의 성화와 두 개의 온전한 황금률.
사용한 멸망 포인트까지 회수했다.
이보다 더한 효율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그야말로 ‘복사’가 따로 없다.
내가 만들고, 내가 부수고, 내가 얻는 굉장히 이상적인 그림!
“여신의 기사이시여!”
“원탁의 기사님들!”
“용맹한 원탁의 기사들이 멸망을 몰아냈다-!”
바깥으로 나오자, 바로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교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드리움은 이미 축제의 도가니였다.
잊히고, 사라졌던 원탁의 기사단이 완전하게 부활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
······ 이상한 일이다.
솟아났던 멸망의 탑이, 갑자기 사라졌으니까.
무언가의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천상의 착오였을까?
그도 아니라면······.
“모든 군주는 들어라.”
마왕성.
권좌에 앉은 마왕은 자신의 앞에 도열한 군주들을 바라보았다.
비록 일군주 망령왕 아흐람과 이군주 이세라는 패배하고 죽었으나, 그를 따르는 군주는 아직도 다섯이 더 남았다.
예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힘과 권능을 부여한 존재들.
마왕이 강해진것만큼이나 그들도 강해졌다.
하지만 단순히 그러한 이유만 있는 건 아니었다.
빌헬름의 영혼과 ‘탐욕’을 지키고자 희생한 피나의 별.
그 전부를, 마왕이 소유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부족하다.
목이 마르다.
배가 고프다.
하여, 마왕은 자신의 앞에 고개를 숙인 채 도열한 군주들을 향해 말했다.
“찾아내거라. 멸망을.”
지금 이 세계 어딘가에 있을 멸망을 찾아내라고.
탑이 솟아났다는 건 틀림없이 이곳에 있다는 증거다.
천상에 있어야할 멸망이 사실은 지상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실패에 따른 형벌일 수도 있고, 아니면 또 다른 종류의 멸망일 수도 있으나.
뭐가 됐든, 상관없다.
“명령을 따릅니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군주들이 하나되어 답했다.
마왕의 명령은 절대적인 것.
결코 거부란 있을 수 없었기에.
하지만 마왕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무저갱과 같이 깊은 눈동자로 두 존재를 바라보며 말했다.
“삼군주 마몬과 칠군주 바사라. 그대들은 남도록.”
*
마몬과 바사라.
둘은 경직된 채 자리에 남았다.
왜 둘만 남으라고 한 것인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으니까.
“마몬.”
마몬은 침을 꿀꺽 삼켰다.
현재 마왕의 심기가 좋지 못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탓이다.
만약 마왕이 마음먹는다면 자신 따위는 눈 깜빡할 사이에 먼지처럼 변할 것이기에, 마몬은 더욱 신중한 목소리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예.”
“‘황금의 정령’은 찾아내었나?”
“그, 그게······ 원시 정령들을 총동원하여 정령탑을 뒤지고는 있습니다만······.”
“정령탑이 협조적이지 않나보군.”
“죄송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분명히 좋은 소식을 선물해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정령탑에서 ‘황금의 정령’이 나타났던 징후는 틀림없이 발견했으니······!”
정령탑.
수많은 정령들과 속성의 정령왕들이 기거하는 곳.
그곳에서 ‘황금의 정령’이 나타났던 징후를, 마몬은 찾아냈다.
그것도 머지 않은 과거에.
누군가가 ‘정령탑’에 오를 때 ‘황금의 정령’이 직접 문을 열어준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정령탑의 정령들이 비협조적이었다.
특히 정령왕들이.
“부숴라.”
“저, 정령탑을······ 말입니까?”
마몬이 두 눈을 부릅떴다.
본래 마몬 역시 정령이었기에.
원시의 정령을 다룬다지만, 정령탑과 마몬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것을 지금 부수라고 말하는 것이다.
마왕은 변함없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부수고, 굴복시키거라. 너에게 그만한 권능은 주었을 터.”
“하, 하지만 정령탑을 부수면 ‘천상의 오염물’을 처리할 수가 없습니다.”
정령탑은 세계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천상으로부터 떨어지는 오염원을 처리하는 것.
정령탑이 사라지면, 오염원이 넘쳐날 것이다.
필시 마계에도 영향을 끼치리라.
“천상의 오염원은 더 이상 내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아······!”
마몬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왕이 곧 마계다.
말인 즉슨.
경지를 뛰어넘어, 그 이상의 힘을 취했다는 것이다.
감히 천상도 쉬이 넘볼 수 없는 무력을 가졌다는 뜻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진리’의 영향에서도 벗어났다는 의미였다.
“겨, 경하드리옵니다!”
마몬은 축하의 말을 전했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