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64)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는 마왕을 보며 몸서리쳤다.
끝이 없었다.
매일같이 벽을 부수고, 몇 번이나 한계를 뛰어넘는다.
지금의 마왕은 오로지 강해지기 위해 존재하는 자.
그것은, 도저히 생물이라 볼 수 없다.
빌헬름의 육체, 그리고 여신 피나의 별들로 말미암아 잠들어있던 ‘멸망’의 힘이 깨어난 걸까?
분명한 것은.
······ 마왕을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판게니아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마왕은 불만족스럽다는 듯이 힘을 갈구하고 있다.
그래서 무섭다.
한없이 두렵다.
대체 어디까지 강해지려는 건지 모르겠어서.
마몬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조속히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침략에서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겠습니다.”
“그래야할 것이다.”
앞선 침략에서 마왕은 너무나도 실망하고 말았다.
일차 침략을 맡은 일군주 아흐람은 제대로된 침략조차 하지 못한 채 어딘가에서 증발해버렸고, 이세라도 결과적으로 허망하게 패배했으니.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마왕님.”
마몬은 고개를 숙이고 발걸음을 옮겼다.
마왕의 은혜와 기대에 보답해야만 했으니까.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그러면서 슬쩍, 마몬은 칠군주 바사라를 바라보았다.
‘너도, 다른 군주들도 전부 뛰어넘어주마.’
삼군주에서 만족할 생각은 없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칠군주, 아니, 팔군주의 자리까지 넘보리라.
특히 칠군주 바사라는 군주들 사이에서도 눈앳가시였다.
마왕에 대한 존경심이 가장 부족했으니까.
저런 녀석이 마왕의 총애를 받도록 할 수는 없음이다.
“칠군주 바사라.”
“··· 예, 부르셨습니까.”
마몬이 떠나간 뒤.
칠군주 바사라만 홀로 남았다.
그녀는 여전히 긴장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힘에, 질식할 것만 같았으니까.
후웅!
대놓고 마력을 드러내며 칠군주 바사라를 압박하고 있다.
마몬을 대할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태도.
이어, 마왕이 말했다.
“지구에서의 생활은 즐겁더냐?”
“······.”
······ 들켰나.
최대한 내색하지 않았으나 이미 눈치챈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어쩌면··· 처음부터 알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확히는 알지는 못하리라.
그 정도로 조심성이 없지는 않았으니.
내심 떠 보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마왕의 발언은 그녀의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그대라면 ‘빌헬름’의 원천을, ‘탐욕’을 이미 찾아내었겠지.”
“······!”
*
원탁의 기사들이 부활했다!
이 소식은 순식간에 판게니아 전역에 퍼져나갔다.
교황이 인정하고, 발표까지 하자 난리가 남은 당연지사.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대원정에서 다 죽은 거 아니었어?
-웃으면서 죽는 걸 내가 분명히 봤는데?
-그럼 설마 전부 죽은 척 한 거야?
-왜? 무슨 이유로?
-멸망의 탑이 나타나길 기다린 거 아닐까?
-새로운 단장은 또 누구야?
-뭐 아는 사람 없어?
-미쳤네. 성좌들도 포기한 ‘멸망의 탑’을 정복해버릴 정도면…
-세계수 커뮤니티에 물어봐도 원탁의 주인이 누군지 모르겠대.
-팬텀 아니야?
-무슨 소리야. 팬텀은 빌헬름이잖아. 투신의 탑에서 빌헬름이 나타났고.
-공략도 올렸지.
-빌헬름이면 빌헬름이라고 답해줬겠지.
-무엇보다 ‘새로운 원탁의 주인’이라고 했으니까, 당연히 빌헬름은 아님. 누굴까, 대체?
-확실한 건 헛소문 퍼트리고 다닌 7영웅회는 좆됐다는 거지.
-ㅋㅋ걔네 아직도 살아있었냐?
-요즘 뭐함?
-여론이 워낙 안좋아서 최대한 찌그러져있는 듯.
-와, 근데 진짜 대박이다. 원탁이 살아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멸망은 어디간거야?
-멸망도 원탁이 사냥한 거 아닐까?
-진짜 대박이다…
원탁의 부활은 파격적이었다.
이보다 더 확실하게 부활할 수가 없을 정도로 모두의 뇌리에 각인됐다.
판게니아와 지구 전역에 대서특필되며 가장 뜨거운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이다.
이쯤되자, 자연스럽게 든 궁금증 하나.
-그래서 ‘원탁의 기사단’은 발란왕국 소속임?
-여신교 소속 아님?
-새로운 주인이니까 무소속이지.
-무소속이면 러브콜 엄청 받겠네…
-크고작은 왕국들도 전부 지켜보고 있을걸.
-누가 데려가려나.
바로 원탁의 소속에 대한 궁금증.
허나, 그때 또 다른 이야기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 소식 들음? 여신교에서 새로 교황이 선출된다는데?
-뭐? 지금 교황이 죽기라도 했대?
-아니, 스스로 내려왔나봄. 여신절을 맞이해서 새로운 교황을 선출할 거라네.
-누가 교황이 되는데? 설마 원탁의 주인?
-그건 아직 모르겠지만, 여신절을 맞이해서 우리 도시도 성도 아드리움에 초청됐나봄.
-어, 우리돈데.
-잠깐. 참가명단 봤어? 3대 상회도 전부 참가한다는데?
-아이언 왕국도, 심지어 제국도 있음.
-원탁도 참가명단에 있었어.
-사실상 새로운 교황보단 다들 원탁의 기사단 보러 오는거네.
-안되겠다. 나도 가야겠다.
-헐… 이 정도면 인류 총결집 수준 아니냐?
-그러니까…
-와, 참가 규모가 역대급이네…
맹세.
“···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교황청에 마련된 너른 방.
진료를 보던 앤드류 사제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외신을 죽이고, 멸망의 탑이 사라지자 그도 변했다.
일전의 타락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건실하고 성실한 사제로서 소임을 다할 뿐.
“그런데······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죠?”
지켜보던 이자벨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윽고 그녀의 눈이 침대 위로 향했다.
침대 위에 잠들어있는 소노라.
외신으로부터 자유를 되찾았건만, 그 뒤로도 계속해서 소노라는 깨어나지 못했다.
“으음. 몸은 다 회복된 듯한데······ 모르겠습니다. 정신적인 문제 같기도 하고······.”
앤드류 사제가 난감한 목소리로 답했다.
축복을 부여하고, 물약도 사용해봤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육체는 정상적으로 회복이 되었음에도 눈을 뜨질 못하고 있었다.
정신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앤드류 사제가 짐작되는 바를 입에 담았다.
“오랜 시간 지옥 같은 곳에 갇혀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 너무 오래 노출되어 의식을 놓아버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물며 그런 일도 있었으니.”
심연과 대륙의 중간.
그곳에서 최소 십여 년의 시간을 홀로 버텨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을 놓아버렸을 터.
외신의 그릇으로도 작동했으니, 바로 눈을 뜨는 게 이상할 지경이었다.
“그럼······.”
“이제 안전하다는 것을 각인시켜야겠지요.”
이곳은 바깥이고, 그녀를 괴롭히던 외신도 없다는 걸 깨우치게 해야 한다.
반응이 없어도 계속해서 말을 걸어야한다는 뜻이다.
이자벨라는 소노라의 손을 부드럽게 쥐었다.
“소노라. 나야, 이자벨라.”
말을 건네는 이자벨라의 두 눈이 작게 흔들렸다.
어쨌든 살아있으니까.
아예 만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과거에 비하면 훨씬 나으니까.
죽은 줄 알고 지낸 세월에 비하면······ 훨씬 희망적이다.
동시에 이 모든 게 운명처럼 느껴졌다.
만약, 사막도시에서 란돌프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란돌프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소노라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평생 모른 채 살았겠지.’
그야말로 비극이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지 못하고, 소노라의 생존조차 모른 채, 사막여왕의 제물이 되어 삶을 마감했으리라.
그래서였다.
-1년간 내게 봉사해라. 그 후 너에게 자유를 부여하고 너의 줄기를 함께 찾아주마.
처음 그가 자신에게 제시한 조건.
1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계속해서 그를 따르고 있는 까닭은.
란돌프. 아니, 박현명에 대한 이자벨라의 믿음이 어느덧 맹목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믿음이 소노라를 구하고 자신을 구원했으므로.
그를 믿지 않을 이유가,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정말 많이 변하셨군요, 이자벨라님.”
문득 앤드류 사제가 이자벨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 제가 변했다고요?”
“예. 처음 봤을 때만 하더라도 웃지 못하는 사람 같았습니다.”
“······.”
“솔직히 무서워서 말 한마디 걸기가 어려웠습니다만······ 허드슨님께서도 이자벨라님이 너무 어렵다고 제게 토로했을 정도이니까요.”
“제가 그랬나요······?”
“지금에야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예, 꽤나 살벌했습니다.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습니다. 아, 보기 좋다는 의미입니다.”
“아······.”
이자벨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좋은 앤드류 사제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심각했다는 뜻이다.
‘나도······ 많이 변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