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71)
사냥을 시작하지.
“마, 만 시간······?”
“천 시간을 잘못 말한 거 아니야?”
“··· 그게 가능한 수치였어?”
그와 동시에 술렁대는 사람들.
도저히 믿기지 않았으니까.
“뭐······?”
최강남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100시간도, 1,000시간도 아니고 10,000시간이라니?
40시간인 자신과 비교하면 무려 250배에 달하는 차이.
일수로 환산해도 400일을 가볍게 넘기는 수치였다.
······ 아니, 다 떠나서 황금률의 조각을 그렇게나 보유하는 게 가능하긴 한건가?
그나마 ‘세계수 커뮤니티’가 등장하며 공략을 올리고 다수의 조각을 보유한 사람이 많아지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이미 ‘네임드 공략 작성자’로 명성이 자자한 그라시아조차도 삼천여 시간에 불과했으므로.
‘팬텀이 아닌 이상······.’
만약 놈이 팬텀이라면, 가능하다.
팬텀이라면 1만 시간의 수준이 아니라 그 몇배에 달하는 황금률의 조각을 지니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리는 없었다.
팬텀은 1세대 각성자이고, 박현명은 2세대 각성자다.
놈이 절대로 팬텀일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메인퀘스트 10 ‘용신 아인하사르의 시련’을 완료해야, 비로소 초보자 딱지를 뗄 수 있었다.
반면 박현명은 이제 막 메인퀘스트 6을 완료한 ‘뉴비’다.
이내 정신을 되찾은 최강남이 내심 비웃었다.
‘허세를 부리는군.’
그래. 필시 거짓말일 것이다.
허세를 부려 주목을 받기 위함이다.
‘허세를 부려봤자 당장의 관심말고는 얻을 수 있는 게 없을텐데?’
하지만 조각이 진정으로 여유롭지 않은 이상 굳이 득이 될 게 없는 허세다.
주목은 받을지언정 실효성이 없다.
그 찰나였다.
‘설마······.’
순식간에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최강남은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이아린 부연합장님의 관심을 끌려고?’
······ 이아린의 관심을 끌려고 했다면?
그랬다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
실제로 박현명의 말을 들은 이아린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지금까지 확인한 사람들에 비하면 단위수 자체가 달랐으니까.
“······.”
이아린이 박현명의 두 눈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 정말 묘한 놈이다.
표정과 눈빛만으로는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지, 거짓으로 내뱉은 허세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 이유는 대강 유추가 되었다.
‘박현명은 철혈군주의 심장을 지녔다.’
히든 특성, 철혈군주의 심장!
그것을 지닌 자는 쉽게 지치지 않으며, 감정의 동요 없이 빠르게 긴박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냉철함’을 지니게 된다.
하여 ‘심연의 밑바닥’에 들어왔을 때도 모두가 놀랄때 냉정하게 주변부터 살핀 것이다.
문제는 지금 박현명이 꺼낸 발언이다.
‘진실인가?’
진짜로 1만 시간의 분량을 지녔다면 박현명의 정체가 더욱 불분명해진다.
이제 막 발돋움한 2세대 각성자 중에선 천 시간을 지닌 사람도 없으니까.
하물며 만시간?
정말 그렇다면 박현명 혼자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 팬텀이라거나.
‘팬텀······.’
빌헬름의 조종자이며, 란돌프로 활동했다 추정되는 그가 직접 박현명을 뒤에서 조력하고 있다면, 모든 이야기가 들어맞는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경이로운 점수로 명예의 전당을 새로이 써나가며, 1만 시간의 분량을 갖고 있는 것도 모두.
하지만, 거짓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은 거기서 끊겼다.
“사냥감들이다-!”
“새로운 사냥감이 들어왔다!”
“우리 혈월교의 것이다!”
“천신께 제물로 바쳐야겠구나!”
아무런 예고도없이 들이닥친, 피와 같이 붉은 무복을 입은 무인(武人)들.
숫자는 백여명에 불과하지만 그 기세가 실로 흉흉했다.
백여명이 전원 붉은 도깨비의 탈을 쓰고 있고, 검에 새빨간 기운을 두른 채 이미 몇 번이나 해본 듯 검을 휘둘렀다.
스으으으으!
곧이어 붉은 검기(劍氣)가 사방에서 비처럼 쏟아져내렸다.
“··· 천산신교. 저놈들이 이전의 탐색대를 전멸시킨 놈들인가보구나.”
이아린이 작게 중얼거렸다.
저들이 누구인지 순식간에 파악한 것이다.
천산신교.
천마가 군림하는 천산의 마교.
판게니아에 떠오른 악몽 중 하나이며, 그중에서도 질이 나쁘기로 이미 정평이 난 장소.
저놈들이 이미 수차례나 진행된 탐색대를 모조리 몰살시킨 듯싶었다.
쿠르릉!
이아린이 발을 굴렸다.
순간 비와 같이 쏟아지던 붉은 검기들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천벌(天伐).
그때였다.
기운을 잃어가는 검기들이 허공에 출현한 수많은 검에 의해 모조리 제압당했다.
그라시아.
허공에 떠오른 그의 눈에선 번개와 같은 푸른 안광이 쏟아졌다.
-만개(滿開).
슈아아아아악!
동시에 그의 등 뒤로는 만 자루에 이르는 검들이 출현하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피, 피해라······!”
“아아악!”
붉은 무복의 무인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검 하나하나가 모두 실체이며, 전부 강의 기운을 담고 있다.
일전, 투신의 탑에서 제국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라이가와 결전을 벌인 이후 그라시아는 다시 한 번 성장할 수 있었다.
라이가에 의해 양 팔이 잘리며, 회복이 불가능해 보였으나.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그라시아는 ‘탈각’하였다.
육체가 재구성되었고, 잘린 양팔도 다시 원상복구된 것이다.
“······ 엄청나군.”
“저게··· 그라시아.”
그 광경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최강자들이 모였다고는 하지만, 그라시아는 그중에서도 압도적이었다.
비록 몇 번이나 좌절했지만 마침내 ‘지구 최강’의 타이틀을 되찾은 것 같았다.
만개가 끝났을 때 백여명의 붉은 무복을 입은 야차들 중 살아남은 건 고작 한명뿐이었다.
스릉.
“살고싶다면 내가 묻는 말에 답해야할 것이다.”
그라시아는 무인의 목에 검을 들이밀며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 크크큭! 이번엔 꽤 재밌는 놈들이 왔구나!”
살아남은 붉은 무복의 무인이 조소를 흘렸다.
동료들 모두가 죽었음에도 그저 흥미롭다는 듯이.
“······ 너희는 이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 혼돈의 완성을!”
“혼돈의 정령왕이 완성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왜지?”
“때가 되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너희는 막을 수 없다. 크흣-”
“죽고싶나보군.”
“우리는 죽는걸 두려워하지 않아. 천신의 품으로 돌아갈 뿐이니, 먼저 가서 기다리마!”
“······.”
“천세! 천세! 천천세!”
아그작!
무인이 마치 혀를 깨물 듯 입 안을 어그적댔다.
순간 무인의 두 눈이 핑그르르 돌며.
털썩!
그대로 고꾸러졌다.
“······ 즉사했나.”
그것을 본 그라시아가 짧게 말했다.
아무래도 입 안에 독약과 같은 것을 숨겨놓은 모양.
죽음에 대한 공포 따윈 전무하다는 듯 당연스럽게 죽었다.
그것도 웃으면서.
“미친놈들······.”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어?”
심지어 다른 무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죽음을 예감한 붉은 무복의 무인들은 모두 웃고 있었다.
허나 이놈들은 일개 정찰대에 불과하다.
정예부대는 네 개의 산 근처 어딘가에 있으리라.
그라시아가 죽은 무인의 말을 곱씹으며 입을 열었다.
“······ 쉽지 않은 여정이 되겠군.”
*
천산에는 두 명의 신녀가 존재한다.
혈월신녀.
그리고 빙월신녀.
두 신녀는 천마와 가장 가까운 존재이며, 손과 발 같은 수족과 다름이 없었다.
그렇기에 항상 서로 경쟁하는 대상이었다.
이곳 ‘심연의 밑바닥’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
“······ 정찰을 나간 야차들이 모두 죽었다고?”
“예, 혈월신녀님.”
“누가 몰살시킨거지? 다른 구역의 놈들인가?”
다른 구역.
다른 심연의 왕과 그 추종자들을 말함이다.
하지만 복면의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인간들로 추정됩니다.”
혈월신녀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인간들?”
“타차원의 인간들이 부대를 이루어 입장한 듯싶습니다.”
“그런건 이전에도 몇 번이나 있지 않았느냐?”
“예. 하지만 이번엔 대비를 한 것 같습니다.”
“흐음······ 그래도 제법 한 가락하는 놈들로 모아뒀나보군.”
혈월신녀는 이곳에 입장하는 인간들을 몇 번이나 사냥했다.
그들을 죽이고, 황금률의 조각을 빼앗았다.
이곳 ‘심연의 밑바닥’에 계속 있으려면 그들도 황금률의 조각이 어느정도는 필요했던 탓이다.
특히 강대한 존재일수록 더 많이 필요했다.
하여, 빼앗은 조각의 대부분은 두 신녀와 ‘천마’에게 제물로 바쳐지고 있었다.
‘천마께서 천마도의 힘을 모두 깨우치셨다. 여기에 혼돈의 정령왕마저 갖게 된다면 다른 심연의 주인들도 감히 천산을 감당하지 못하겠지.’
최근, 천마는 깨달음을 얻었다.
천마도를 일깨워 득도한 것이다.
자칭 심연왕이라 스스로를 일컫는 놈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강해졌다.
그런데 혼돈의 정령왕의 힘까지 갖게 된다면······.
그 힘은 감히 상상을 불허할 터.
허나 이곳에 모인 심연왕들 모두가 ‘혼돈의 정령왕’을 노리고 있다.
그것을 갖게 되면, 타차원과 판게니아 모두를 자유롭게 정복할 수 있으니까.
그들은 심연의 존재이고, ‘심연의 독’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인간이 공기를 필수로 하는 것과 같다.
판게니아에 오른 이후에도, 침공하지 못하고 계속 자신들의 터에 갇혀있었던 이유였다.
허나 ‘혼돈의 정령왕’은 그 모든 제약을 넘어서게 만들어준다.
혼돈의 정령왕은 끊임없이 심연의 독을 뿜어낼 터이니!
“빙월신녀보다 빠르게 놈들을 잡아야한다. 야차들을 준비시키거라.”
“명을 받듭니다.”
복면의 남자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어, 혈월신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복이 굴러왔군.’
천마의 제물로 바칠 놈들이다.
정찰대를 몰살시켰다면 필시 더 강한 놈들일 테고, 강할수록 더 많은 황금률의 조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빙월신녀도 지금쯤이면 소식을 접했을 것이나 그녀와 나찰들은 야차들에 비해 추적기술이 부족하다.
이 대결은 자신의 승리로 끝나리라.
“사냥을 시작하자꾸나.”
천마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는 건 혈월신녀, 그녀뿐이었다.
*
블랙 돔, ‘심연의 밑바닥’에 입장하고 벌써 열시간이 지났다.
“허억! 허억!”
“끝이 없네······!”
“뭐 이렇게 많아?”
그 동안 부딪힌 숫자만 벌써 여섯 번이다.
거의 두시간에 한번꼴로 무력부대를 만났고, 어김없이 전투가 벌어졌다.
사람들은 지쳐갔다.
긴장한 상황에서 연이어 돌발상황이 발생하니 아무리 정신이 강한 사람이라도 지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황금률의 조각’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조각이 소모되는 속도가 너무 빨라······!”
“힘을 쓸 때마다 빨라지는군.”
최소 2배, 많으면 5배에 달할만큼 소모가 가파르다.
이대로라면 전투로 죽는 것보다 조각이 부족해서 죽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조각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여유가 없는 사람을 돕도록-.”
··· 이아린이 말했으나, 과연 참여가 쉽겠는가.
조각이 많아도 언제 이 상황이 종료될지 아무도 모른다.
조각의 소모가 더 가속화할 수도 있는 노릇.
섣불리 황금률의 조각을 넘겼다간, 정작 자신이 위험에 빠지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그, 그라시아님. 10시간만 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저도 부탁드립니다.”
조각의 한계에 부딪힌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그라시아를 찾았다.
하지만 그라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분별없이 나눠주는건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군.”
그는 냉철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강자들이 조각을 나누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이 시련을 끝내려거든 ‘강자’와 ‘다수의 히든 특성 보유자’를 중심으로 조각을 분배할 필요가 있었다.
아무렇게나 나눴다간 다 같이 죽기 십상이다.
“이, 이대로면 ‘심연의 독’에 중독될 겁니다!”
“제발···!!”
열명의 사람들이 아우성을 쳤다.
지금은 열명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숫자는 늘어나리라.
당연히 섣불리 나서는 이가 없었다.
파티를 이끄는 이아린도 마찬가지였다.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
아무도 나서지 않자, 조각이 부족한 사람들의 눈에 그늘이 졌다.
그때였다.
“내가 빌려주마.”
한 남자가 말했다.
······ 그다.
1만 시간의 조각이 있다고 했던,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던 남자.
처음에만 하더라도 일꾼인 줄로만 알았거늘.
설마 그 말이 진짜였다는 말인가?
모두의 시선이 박현명에게 쏠리자,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대신 조건이 있다.”
··· 조건이라니?
“무슨 조건입니까?”
당연히 되물을 수밖에.
······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조건을 입에 담았다.
“내가 요구할 때, 반드시 수락하는 계약을 맺는 것이다. 횟수는 10시간당 하나.”
들어오자마자 알았다.
이곳은, 처음부터 나 혼자 해결할 수 있게끔 설계된 곳이 아니다.
압도적인 무력만이 아니라 도와주는 이들이 필요하다.
예를들어 산에 오르려면 폭주한 정령들과 계약을 맺어야한다.
그걸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 나서서 하려고 하겠는가.
이처럼, 이 시련을 온전하게 완료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다.
또한, 내게 10시간은 그다지 큰 단위가 아니었다.
1만시간이 있다고 말했지만, 그조차도 크게 축소한 것이었으므로.
몇 개의 공략을 추가로 올린 덕분에 지금 내가 보유한 황금률의 조각은 고작 1만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이 아니라면 이런 식의 조건을 내세울 기회도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상황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훨씬 더 심각해질 테니까.
있는 자와 없는 자가 보다 명확하게 구분되리라.
이아린도, 그라시아도 그 구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물론, 유일하게 나만은 예외였다.
나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보유하고있는 황금률의 조각을 재차 확인했다.
《현재 ‘부서진 황금률의 조각’을 ‘54,498h’만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온전한 황금률’을 6개 보유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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