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81)
381화. 너무나도 강력했기에.
나는 투신의 탑을 오르며, ‘또 다른 란돌프’를 제압한 끝에 나 자신을 더욱 공고히 만드는 데 성공했다.
빛과 어둠이 혼재한 혼돈에서 벗어나, ‘흉과 재의 장갑’으로 두 성향을 완전하게 분리한 것이다.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박현명은 빛으로서 ‘무신’과 ‘별의 군주’ 클래스를 획득할 수 있었고.
란돌프는 어둠으로서 ‘또 다른 멸망’과 ‘원시천마’ 클래스를 획득할 수 있었다.
물론, 완성된 네 개의 클래스는 당연하게도 대부분 ‘나’와 ‘빌헬름’으로부터 파생된 이름이었다.
예컨대 ‘무신’은 빌헬름의 무(武)를 다루는 기질이 관여했을 것이다.
그 숭고하기까지한 완벽함이 무신으로 발화했으리라.
또한 ‘별의 군주’는 ‘별의 계승자’가 진화한 이름이 확실했다.
‘또 다른 멸망’ 역시 란돌프가 지녔던 어둠과, 나의 몸을 빼앗아 멸망으로 완성되려했던 ‘또 다른 란돌프’의 어둠이 합쳐져 발생한 결과일 터였다.
문제는 마지막 하나.
···바로 ‘원시천마’에 관한 것.
원시천마는 어디서 나타났는가?
신의 섬에서 천마도에 깃든 악신을 제압한 결과인가?
하지만 ‘원시천마’는 현재 스스로를 천마라 부르는 존재와 아예 관련이 없다.
당연히 ‘천마도’에 깃든 악신과도 전혀 접점이 없었다.
원시.
말 그대로 최초로 하늘에 올랐던 마귀이니.
이후에 발생한 ‘천마’는 모두 ‘원시천마’의 이름을 따라했을 뿐이다.
흉내내었을 따름이다.
한데, 왜 그 이름이 란돌프의 클래스로서 나타난 것일까.
《‘원시천마’는 최초로 천상에 오른 마귀입니다.》
《하늘을 위협하고 세상을 오시했던, 하지만 너무 강력했던 탓에 천상이 직접 봉인한 이름입니다.》
《이후의 모든 마귀는 원시천마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 위대한 이름을 계승했고자 하였지만 ‘원시천마’의 격에는 다다르지 못했습니다.》
《‘천마신공’, 혹은 ‘흡성대법’등을 만들어 스스로를 천마라 부르며 ‘원시천마’의 기술을 흉내내었으나, 결코 원류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원시천마’는 가장 강력한 마귀.》
《‘원시천마’는 모든 마귀를 잡아먹습니다.》
《‘원시천마’의 고유 히든 스킬 ‘멸세천마’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원류.
근원이 되는 처음의 줄기.
하지만 원시천마 클래스를 얻은 뒤, 나는 여태껏 단 한 번도 그 힘을 발동시킨 적이 없다.
발동할 수가 없었다.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탓이다.
또 다른 멸망이 ‘종말’로 완성됐을 때조차도, ‘원시천마’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무신의 압도적인 권능은 두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별의 군주’마저도 세계수의 던전에서 어느정도의 기능을 했건만.
지금까지 ‘원시천마’의 이름은 언급된 적이 없는 것이다.
마치 그런 것들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굴었다.
왜?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 나는 지금, 그 이유를 깨닫게 됐다.
깨닫게 된 발단은 간단했다.
천마.
놈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정령왕들과의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꿈틀!
······ 움직였으니까.
내 안에서.
심장이, 피가 역류하는 듯한 느낌.
곧이어 동공이 확장되고, 전신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은 주뼛 섰으며.
입가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를 깨달은 즉시,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흥분한 육체를 진정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스위칭하지 않았는데.’
원시천마는 란돌프의 모습으로 변신해야만 비로소 발동하는 클래스다.
문제는 내가 스위칭하지 않았음에도 ‘원시천마’의 기질이 나를 간질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건······ 이놈은······.’
단순한 클래스가 아니다.
원시천마는.
‘생물(生物)이로군.’
살아있다.
하여, 더 강렬한 의혹이 생겼다.
이 녀석이 진정으로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 언제 내게 붙은거지?’
일종의 기생이다.
내게 붙어, 특정 조건에 도달할 때까지 깊은 잠에 빠져있던 게다.
모든 어둠을 란돌프로 몰았으나, ‘원시천마’는 단순히 어둠으로 묘사하기엔 묘한 놈이었다.
마귀를 먹는 마귀.
도리어 중립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박현명의 모습일 때도 이처럼 영향을 끼치는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어디서 내게 붙었는지는 여전히 가늠이 안된다.
신의 섬?
혹은 투신의 탑?
‘아······!’
곧이어, 깨달았다.
전투상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현재 나는 원시천마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놈은 강제로 나를 흥분시켜 천마와 관련된 모든 것을 먹어치우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놈이 발화시킨 이 현상을 끊어낼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원시천마의 기원을, 근원을 알아내야한다.
물론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 이자벨라를 진리의 문에서 꺼냈을 때. 원시천마는 진리의 눈을 피해 내게 들어왔다.’
나는 ‘원시천마’를 설명하는 문구를 재차 떠올렸다.
《‘원시천마’는 최초로 천상에 오른 마귀입니다.》
《하늘을 위협하고 세상을 오시했던, 하지만 너무 강력했던 탓에 천상이 직접 봉인한 이름입니다.》
홀로 천상에 올랐으나, 천상이 직접 봉인한 이름.
그가 봉인된 곳이 천상이었음을 알았다.
진리가 직접 감시하고 있었으나, ‘신의 섬’에서 발생한 거대한 ‘틈’을 노려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천마도의 악신을 제압하며 천마와 비슷한 기류를 풍겨댔으니 나한테 정착하기가 보다 쉬웠을 터.
하지만 결국 내 몸을 차지하는데에는 실패했다.
그저 ‘클래스’로 지칭되었을 뿐.
‘나를 차지하려 했으나, 내게 다시 갇혀버린 형국이다.’
아아.
그를 깨닫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놈이 아무리 대단한 마귀라 해도 결국 내 안에 갇혔을 따름이다.
이후 다시금 육체의 모든 권한이 내게로 넘어왔다.
완전히 종속되었다.
강제적인 흥분이 종식됐다.
원시천마의 내게 그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다.
동시에.
《‘원시천마’의 고유 히든 스킬 ‘멸세천마’의 사용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
《‘멸세천마’를 사용할시‘천마강림(원시)’이 발동됩니다.》
《지속시간 1초마다 ‘부서진 황금률의 조각(1h)’이 사용됩니다.》
《모든 스킬의 마력소모가 99% 감소합니다.》
《‘강림지역’의 5성 이하 모든 스킬을 봉인합니다.》
《‘강림지역’의 ‘모든 적’은 1초마다 무작위 능력치 1포인트가 낮아지는 강력한 디버프 효과를 받습니다.》
《낮아진 ‘모든 적’으로부터 빼앗은 힘을 변신 시간동안 흡수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멸세천마’는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다른 이적을 발휘합니다.》
《현재 사용자의 ‘빛 성향’이 우세함에따라, ‘거신성(巨神聖)’화 됩니다.》
《디버프 효과가 마귀와 ‘어둠’ 성향의 적에게 두 배로 적용됩니다. 》
《위의 모든 효과는 절대적입니다.》
*
“······.”
천마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느닷없이 세상이 뒤집어진 탓이다.
순식간에 어둠이 사라졌다.
곧이어 나타난 곳.
이곳은 셀 수 없는 ‘신성’이 가득 찬 공간이다.
악신인 천마에게는 쥐약과도 같은 공간인 것이다.
이만한 ‘신성공간’을 만들어내는 존재라니······.
치이이이익!
신성들은 마치 별빛처럼 반짝이며 천마의 육체를 태워버리고 있었다.
작은 신성의 입자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많았고, 그런 주제에 태양보다도 뜨거웠다.
‘대부분의 기술이 봉인됐나.’
신성은 천마의 육체를 태우는데에만 사용되지 않았다.
그제야 천마는 깨달았다.
자신의 육체를 지키는 절호의 외공들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내부를 다스리며 균형을 이어주는 내가의 공부들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맥이 끊겨버렸다는 사실을.
천마는 수백가지의 공부를 익히고 체득했다.
하지만 지금 사용가능한 건 주류의 기술 몇 개뿐일 따름이었다.
그리그 그것들은 전부.
‘공격일변도의 무공뿐이로군.’
천마는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저어버렸다.
악신.
아니, 마신의 격에 오른 그를 강제로 신성공간에 가둬버렸다.
‘이곳은 절대적인 봉인의 공간이다.’
말 그대로 봉인됐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힘을 빼앗아가고 있다.
허나, 이 봉인을 푸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놈을 죽이면 빠져나갈 수 있을 터.’
이 공간을 만든 주체.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존재.
천마군림보를 사용하던, 저놈을 죽이면 된다.
찌르르르르-
······ 그런데 왜 계속 몸이 떨리는 걸까.
분명히 다잡았는데도 주기적으로 흔들린다.
대부분의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서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대멸겁(大滅劫).
화르르르륵!
천마도에 거대한 암흑의 불길이 치솟았다.
고민할 시간이 없었으니까.
대멸겁은 천마신공의 묘리 중에서도 극상승에 위치한 기술.
천마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중 가장 강력한 무공이었다.
세상을 태우고 지옥으로 만드는 재앙.
마신의 격을 얻은 다음에야 겨우 사용할 수 있게 된, ‘초대 천마’가 가진 종점의 기술.
오로지 마신만이 사용 가능한 유일무이의 권능이다.
이걸 감히 막아설 수 있겠는가!
“전부 태워주마.”
이 신성공간도, 저놈 역시도 대멸겁 아래에 활활 불타리라.
합을 나눌 필요도 없다.
단번에, 이 일격으로 끝낸다.
평소라면 충분히 가지고 논 뒤에 끝냈을 것이나.
왜인지, 그럴 여유가 없었다.
후우우우우웅-!
천마는 대멸겁의 재앙을 품은 천마도를 휘둘렀다.
세상을 집어삼킬 듯 거대한 불길은 닿는 족족 신성을 태우며 그대로 진격해나갔다.
그렇게 모든게 불타 없어지려는 순간이었다.
-지고의 검.
쩌엉-!
놈의 왼팔을 뻗어, 휘둘렀다.
그 간단한 동작이 끝남과 동시에.
휘이익!
‘뭐?’
천마의 두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 대멸겁의 재앙이, 증발해버렸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으니까.
지금 자신이 본 게 맞는건지 의문일 정도였다.
순간 등장했다가 사라진 것들.
그것들이 대멸겁의 기운을 증발시켰기 때문이다.
“······ 그 팔과, 그 검은······?”
허나, 잘못 보았을 리 없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찰나지간 나타난 건 삶과 죽음의 운명을 가르는 검이다.
필멸자는 휘두를 수 없는.
오직 운명의 신만이 휘두를 수 있는 검.
그리고 그것을 휘두른 왼팔은 더욱이 거대한 존재였다.
운명을 뛰어넘은 자다.
찰나, 마신의 격이 긴장할 정도로.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놈은 천마군림보를 사용했다.
그런 주제에 신성 공간을 만들고, 알 수 없는 힘을 휘둘러 대멸겁을 증발시켰다.
일격필살의 공격을 숨쉬듯 쉽게 막아냈다.
“이문(二門).”
화아아악!
본능적으로 천마가 문을 더 활짝 개방했다.
“삼문(三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사문(四門).”
“······ 오문(五門).”
이어 전부 개방시켰다.
비로소 진정한 초월을 이루었다.
더 견줄 수가 없는, 완전한 천마로 거듭난 것이다.
황금의 물결이 천마를 감싸안았다.
사용하면 후유증이 극심해 어지간해선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건만.
······ 지금 개방하지 않으면, 저 정체모를 것에게 잡아먹힐 것 같아서.
“······?”
하지만 동시에 의아했다.
오문.
그것을 개방한 순간, 같은 목소리가 놈에게서도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사문 뒤에 ‘오문’이라 말한 건 천마 자신만이 아니었다.
“······ 네가 어떻게······.”
허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건 불가하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천마는 경악한 채 놈을 바라보았다.
후우우우우웅-!
황금빛의 물결이 요동치는 건,
“어떻게 오문개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