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01)
401화.용신회.
용신(龍神).
가장 위대한 종족이라 불리는 용(龍) 중에서도 특출난 존재만이 거머쥘 수 있는 이름.
하나의 세계를 대표하는 수호자이기에 그 선별과 선정은 매우 까다롭게 이루어진다.
단순히 힘만 강하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이름이 아닌 것이다.
오직 용신회(龍神會)에서 자격을 검증받은 용만이 용신이 될 수 있고, 그 세계에 대한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그러니 자격이 검증되지 않은 용은 절대로 용신이 될 수 없다.
“······최근 검증되지 않은 자들이 용신임을 자처하고 있다지.”
“루카리아가 죽은 세계에서도, 그 ‘돌연변이’조차도······.”
“아인하사르가 규칙을 어기고 ‘돌연변이’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데, 아인하사르도 멸망에 의해 ‘광룡’이 된 순간 용신회에서 제명하자는 안이 나오지 않았던가?”
“반대표로 제명되진 않았지. 광룡이 되어서도 여신의 업은 수행하고 있었으니.”
용신회.
용신들이 모인 이곳에서도 최근 두 세계에 관한 이야기로 말이 끊이질 않았다.
칼날용신 하나와 칠군주 바사라.
용신회에서 검증받지 않은 자들이 자신을 ‘용신’으로 치부하여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검증받지 않은 것도 큰일인데, 규칙을 어겨가며 그들을 돕는 용신까지 출현했다.
용신 아인하사르.
멸망에게 저주받아 광룡이 되었던 용신!
하지만 광룡이 되어서도 본연의 임무만큼은 충실했기에 용신회에서 제명되진 않았다.
그럴진대······저주가 풀린 아인하사르가 갑자기 돌연변이의 요청을 들어준 것이다.
본래 용신의 힘을 세계 전체에 흩뿌리는 건 용신회의 허가가 필요한 일.
그것을 허가없이 마음대로 발휘했다.
“아인하사르를 소환해 규율 위반에 대한 대가를 묻도록하지.”
“그 둘은 어찌할텐가?”
“둘 다 돌연변이다.”
“······돌연변이는 용신이 될 수 없다.”
“게다가 바사라의 경우엔 이미 마계로 넘어가지 않았나?”
“아아. 고작 마왕 따위의 하수인으로 들어간 용이지.”
“루카리아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그곳으로 보낼 후보자들은 차고 넘쳐.”
“이미 거론되고 있던 용만 셋이니······.”
돌연변이가 용신이 되는건 그들의 정통성을 헤치는 행위다.
당연히 용신회가 받아드릴 리 만무했다.
도리어 둘의 자격을 완전히 박탈해, 새로운 용신으로 하여금 그 세계를 맡도록 하는 게 그들의 정론이었다.
다른 의견 따윈 필요 없었다.
용신회의 의견만이 진리이다.
세계의 신들조차도 그들의 의견에는 굽힐 수밖에 없었다.
주신급 정도가 되지 않는 이상에야, 말을 섞지도 않는 게 용신회였으므로.
물론, 단 한곳만은 예외였다.
“‘천상’의 동태는 어떠한가?”
“······최근 두 용신이 ‘멸망’의 유예를 받기 위해 용신회를 배신했다.”
“하나는 ‘외신’들과 손을 잡았더군.”
“쯧. 어리석은 놈들.”
천상!
용신회는 현재 천상과 대립하는 유일한 집단이다.
용신회는 세계를 수호하지만, 천상은 세계를 멸망시킨다.
문제는 최근들어 천상으로 유입되는 용신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세계가 멸망하는 걸 유예하는 조건으로 천상에 굴복하는 용신들이 늘고 있었다.
외신······그 추찹하고 미개한 것들과 손을 잡는 경우마저 더러 있었다.
“용신회의 위상이 땅에 추락했구나.”
“천상은 모든 세계를 멸망시킬 작정인가?”
“여전히 그 ‘세 멸망’을 이길 수가 없는 건가?”
파멸, 절멸, 그리고 멸망.
천상의 가장 강력한 그 무기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들로서도 막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강력하기에 사용하기 위해선 수많은 조건이 필요하지만, 그 조건에 부합한 세계들은 전부 멸망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아니, 유일한 예외가 존재하긴 했다.
“‘판게니아’는 멸망의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은 유일한 세계다.”
“대부분의 딴이 ‘심연’에 떨어졌는데 그걸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인데.”
“분명한건 현재 천상이 가장 눈여겨보는 세계가 ‘지구’, 그리고 ‘판게니아’라는 것이다. ‘진리’가 몇 번이나 개입한 흔적을 찾았다.”
그 순간이었다.
“뭐?”
“진리가?”
“······그 ‘진리’가, 몇 번이나 개입을 했다?”
한 용신의 의견에 용신회가 들썩였다.
진리가 개입했다는 것.
천상이 시선을 돌렸다는 뜻이다.
그들이 눈여겨볼 무언가가 두 세계에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게다가 진리가 몇 번이나 개입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한 번의 개입만으로도 모든 것을 가능케하는 게 진리였으므로.
“진리의 의도에 상반되는 무언가가 두 세계에 있나?”
“···그게 무엇이지?”
“설마······네 번째 무기인가?”
네 번째 멸망의 출현.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진리가 탐낼만 하다.
파멸도, 절멸도, 멸망도 모두 진리가 특정 세계에서 빼앗아 만들어낸 무기였으니까.
‘진리’바깥에 있으려는 존재들을 모조리 베어내게끔 갈고 닦은 칼이었다.
용신회로선 아쉬운 일이었다.
만약 여기서 네 번째 멸망이 나타난다면 천상과 용신회의 균형이 단번에 깨질 수도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닿자, 의견을 꺼낸 용신이 말했다.
“두 세계에서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있다. ‘진리’가 탐낼만한 무언가가.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스으으!
곧이어 그들의 중심부에 한 장면이 나타났다.
칼날용신 하나와 사신교가 전투를 벌이는 모습.
“돌연변이?”
“저게 루카리아의 세계에서 용신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돌연변이인가.”
“게다가 폭주하고 있다.”
“이 장면을 우리에게 왜 보여주는 것이냐?”
본 즉시 그들은 하나가 돌연변이임을 눈치챘다.
폭주하여 발휘하는 힘은 확실히 어지간한 용신 이상이었다.
하지만······.
“돌연변이를 보여주고자하는 게 아니다. 저 황금 가면을 쓰고 있는 자를 보아라.”
“흐음······.”
“어딘가 익숙한 존재감이로군.”
“게다가 저 정령들은 ‘영혼의 정령’을 본뜬 건가?”
“아니다. 천상에 있는 영혼의 정령이 맞다.”
영혼의 정령.
그건 오직 천상에만 존재하는 정령의 이름이다.
천상의 너무나도 강력한 신, 천신(天神)은 자신의 힘을 ‘영혼의 정령’에게 불어넣어 가지고다녔다.
영혼의 정령은 신의 힘을 가두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
그것이 판게니아에 있다니?
그들로서도 금시초문이다.
애초에, 이미 한 번 멸망 직전까지 몰린 판게이나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진리’가 개입한 존재가 나는 저 ‘황금 가면’을 쓴 자가 아닐까한다.”
처음 의견을 꺼낸 용신이 말하자 다른 용신들이 턱을 쓸었다.
신빙성이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영혼의 정령을 다룰 수 있는 건 천상의 신인 천신과 진리정도일 터이니.
그것을 저 존재들에게 넘겨, 네 번째 무기로 만들려고 한 것일 수도 있다.
“네 번째 무기로 만들려는 존재 치고는 너무 약하지 않나?”
돌연변이를 상대하는 인간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다.
폭주하는 용을 상대로 무리는 아니다.
“계속 보아라.”
하지만 의견을 꺼낸 용신은 고개를 저었다.
때마침 관련된 장면이 나타난 탓이다.
“으음?”
“저, 저건······?”
“영혼의 정령이 영혼의 정령을 포식하고 있다고···?”
포식.
먹어치우고 있다.
동종의 정령을.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럿을!
영혼의 정령을 다루는 자가 전투불능에 빠질 때마다,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영혼과 마력을 황금 가면을 쓴 남자가 지닌 영혼의 정령이 섭취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한계가 없다는 듯이 계속해서 존재감이 비대해져간다.
영혼의 정령에게 저런 기능이 있다는 걸 그들은 처음알았다.
그리고 만약 저기있는 정령 전부를 먹어치운다면······.
‘천상의 네 번째 무기가 될 수도 있겠군.’
용신들은 생각했다.
확실히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또한, 그들의 시선을 끄는 건 황금 가면만이 아니었다.
전투가 지속될수록.
“······.”
“······돌연변이치곤 제법이군.”
칼날용신 하나의 전투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어지간한 용신보다 훨씬 나았으니까.
*
칼날용신 하나.
그녀는 예전에 한 번, 이미 ‘광란’한 적이 있었다.
이군주 이세라에의해 모든 마혈종을 잃었을 때.
용신 루카리아와 이군주 이세라의 심장으로 산란소에서 오버로드를 만들어내어 겨우 잠재울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상황이 안좋았다.
《’용신-추앙자’는 추앙의 대상인 ‘란돌프’와 연결됩니다.》
《’용신-추앙자’는 오직 ‘란돌프’가 공격당할 때만 타격을 입습니다. 그 외의 모든 공격에 면역됩니다.》
《란돌프의 존재가 소실되었습니다.》
《’용신-추앙자’의 상태가 해제됩니다.》
《’무적’이 해제되어 ‘광란’에 빠집니다.》
란돌프의 소실.
그의 존재감을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다.
말인즉슨.
‘죽었다.’
더 이상 이 세상에 란돌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극심한 혼란과 함께 그녀는 이성을 잃었다.
극적으로 루카리아를 지키내긴 하였으나, 더 이상 자신의 폭주를 제어할 수 없었다.
과거 광란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극심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너희가 죽였다.’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이 적으로 비춰졌다.
“끄아아악!”
“미친···! 저게 뭐야!”
사방에서 비명이 빗발쳤다.
처음 용신의 자격으로 세상에 나타났을 때와는 다른다.
그때 당시의 그녀는 자신의 힘을 제대로 휘두를 줄도 몰랐다.
허나 루카리아와 이세라를 마혈종의 ‘오버로드’로 받아들이고, 군세를 키우며 그녀의 힘은 처음보다 족히 두 배는 강해져 있었다.
폭주했음에도, 그 힘을 제대로 다룰 줄도 알았다.
“······괴물이 따로없군.”
“벌써 둘이 더 죽었다.”
사신교의 간부들은 혀를 내둘렀다.
황금 돼지를 비롯한 간부 둘이 더 죽었다.
이로써 육안으로 확인된 간부의 사상자가 벌써 넷.
멸악의 거인은 그나마 나았다.
놈은 어쨌든 자신의 죽음을 전제로 싸우진 않았으니까.
다른 별 수호자들에 의해 강제로나마 물러났으니까.
반면에, 칼날용신은 아니다.
스스로의 죽음을 전제로 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게다가 몰아붙이면 몰아붙일수록······.
‘저건 피에 미친 악귀다.’
지치지 않는다.
미칠 듯이 피를 탐한다.
마귀들도 혀를 내 두를 정도로 끔찍하기만 했다.
그들을 이토록 몰아붙인 건 저 괴물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저것도 멀쩡하진 않다.’
찢겨진 팔과 파인 왼쪽 눈, 등 뒤의 칼날은 죄다 잘려나갔다.
머지않아 한계를 맞이하고 쓰러지리라.
사신교의 간부들을 상대로 이만큼 싸운 것도 대단한 것이다.
솔직히 다시 싸우고 싶지 않을 정도의 상대였다.
“이제 좀 죽어라!”
꽈릉!
황금 사자가 주먹을 휘두르자, 섬광과 함께 칼날용신의 몸이 벽에 박혔다.
“···끝난 건가?”
“드디어 멈춘거냐?”
사신교의 간부들이 지긋지긋하다는 음성으로 토로했다.
전투가 시작되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분명한 건 저 칼날용신이 셋의 간부와 7천에 달하는 사신교의 병사들을 몰살시켰다는 것이다.
단일로서.
···혼자서 말이다.
“생각보다 피해가 크군.”
“···발로그 교단과 힘을 합쳐야겠어.”
황금 가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미궁을 제대로 돌파하려거든 병사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했다.
흑왕은 보나마다 거절할 테니, 발로그 교단과 통신하여 힘을 합칠 수밖에.
스윽.
그때였다.
어디선가, 들려선 안 될 소리가 들렸다.
칼날용신이 고개를 든 것이다.
“······미치겠네.”
“죽기는 하는 거냐?”
“죽을 때까지 죽일 수밖에.”
어차피 칼날용신도 힘을 다했다.
그렇게 숨을 크게 몰아쉬며 다시 전투태세를 갖추려는 찰나였다.
《모든 마혈종이 여왕에게 자신의 마력을 바칩니다.》
《’루카리아’가 지닌 기운이 칼날용신에게 쇄도합니다.》
《’칼날용신’이 ‘군주’의 특성으로 마력을 회복합니다.》
《상태이상 ‘광란’이 ‘광란(절망)’으로 바뀝니다.》
부서진 뼈가 이어지고, 재생된다.
피부와 눈이 원상태로 돌아왔다.
안광에선 마치 피와 같이 새빨간 기색이 넘실댔다.
게다가 등 뒤로 뻗은 칼날의 날개는 족히 두 배는 더 커졌으며, 마치 절망의 손이 튀어나와있는 것만 같았다.
“······.”
그 모습을 사신교의 전원은 경악한 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