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16)
416화. 초월.
집에 도착하고 문을 열었을 때.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이전과는 많은 게 바뀐 채로.
《레벨이 올랐습니다!》
《‘박현명’의 레벨이 9를 달성했습니다.》
《모든 ‘승계’가 마무리되며 ‘박현명’과 ‘란돌프’의 레벨이 10으로 격상합니다.》
《‘박현명’에게 적용된 한계 레벨은 ‘14’입니다.》
《‘Lv. 10’, 1차 초월이 가능한 레벨에 도달했습니다.》
《현재 4개의 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1차 초월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4개의 별 중 하나를 선택해 초월하시겠습니까?》
초월(超越).
한계를 뛰어넘는 것.
여신의 힘으로 말미암아 초인이 되는 것이 바로 초월이다.
나는 이미 4개의 별을 지녔기에, 레벨만 올리면 즉시 초월할 수 있는 상태였다.
성각자의 부름과 별 수호자들의 시련?
그러건 내게 필요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가 이미 증명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초월하는데 누군가의 허락을 구할 입장이 아닌 탓이다.
길었다.
이 순간만을 얼마나 오매불망 기다렸던가.
절대로 찍을 수 없던 레벨 10을 마침내 달성해 이제야 겨우 초월의 기틀을 마련했다.
······ 하지만.
애초에 별이란 무엇인가.
결국 신의 잘려나간 육체다.
여신 레아. 그녀의 몸이었다.
초월의 직전에 순간에서 나는 불현 듯 의문이 들었다.
‘여신의 육체로 초월한들, 그 한계는 여신 레아에 지나지 않는건 아닌가?’
그야 여신 레아는 엄청난 존재다.
신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주신이며, 무려 멸망을 물러나게 했으니.
그러나 멸망을 이기진 못했다.
천상에 닿지 했으며,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이대로 여신 레아의 별로 초월한들, 내 한계는 거기까지이지 않을까?
물론 비약일 수도 있다.
별은 어디까지나 보조의 역할.
한계를 넘어선 자에 대한 예우이자 선물이겠으나.
‘별 32개를 전부 모아봤자 결국 주신의 정도에 그치는 것 아닌가.’
평범한 플레이어였다면 이런 고민 자체를 하지 않을 것이다.
초월을 거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그러나······ ‘궤멸’을 상대하려거든, 일반적은 초월로는 힘든 일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궤멸은 강하다.
란돌프의 ‘종말’을 꺼내도 쉽지 않을 듯했다.
나는 그동안 ‘종말’의 힘을 키우는데 주력하지 않았으니까.
10레벨을 달성했음에도 그동안 겨루었던 적들과는 궤가 다른 괴물이 궤멸이었다.
초월하여 어찌저찌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그 뒤, 더 강한 적들이 공격해온다면?
여신의 힘으로 이 세계를 지킬 수 있을까?
‘어쩌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별이란, 초월의 쓰임새만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애당초 초월의 용도로 사용하게 만든 건 별 수호자들과 시스템이다.
초월의 대상이 된 어느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고,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나.
진정한 별의 용도는 그런 게 아닐 수도 있었다.
하여, 나는 선택했다.
‘거부한다.’
초월을.
여신의 힘으로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나의 한계를 멋대로 정하는 일을.
그러자.
《초월을 거부했습니다.》
《업적 ‘최초로 초월을 거부한 자’를 달성합니다.》
《히든 클래스 ‘별의 군주’가 요동칩니다.》
《‘별의 군주’가 지닌 특성이 2배 강화됩니다.》
《이제부터 보유한 ‘별’에 ‘이야기(영혼)’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별은 지닌 ‘이야기(영혼)’에 따라 특별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팬텀의 별자리’를 완성하십시오.》
《‘팬텀의 별자리’를 완성하면 ‘별의 군주’ 클래스가 진화합니다.》
초월을 거부하자, 방식이 바뀌었다.
··· 별의 또 다른 쓰임새가 드러난 것이다.
별에 영혼을 담는 것.
그리하여 별자리를 완성하는 것.
그나저나.
‘팬텀의 별자리라.’
팬텀.
그 이름이야말로 나의 정체성이다.
내 모든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정했다.
최초의 별, 가장 중요한 별자리의 시작이 되는 영혼.
누구로 정할지는 사실 정해져 있었으니.
‘빌헬름.’
나는 너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 빌헬름.
*
천지개벽.
하늘과 땅을 여는 검술.
빌헬름은 천지개벽을 완성하여 오롯이 자신의 무(武)를 달성했다.
그의 세계는 순수하기 짝이없는 무의 극치이며, 그의 격은 한없이 숭고하고 숭결하기에 감히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
따라할 수 없다.
따라 잡을 수조차 없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온전히 빌헬름의 검을 펼쳐냈다.
그가 마지막에 닿았던 것.
가까스로 거머쥐었던, 그리하여 내게 보여주고 싶었던 궁극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세상이 열린다.’
상단전과 중단전, 하단전을 비롯한 육체 전체를 개방한다.
이후 모든 마력을 비워내고 세계에 동화하는 것이 바로 ‘벽’이다.
또한, 만물에는 결(結)이라는 게 있다.
맺음이 있기에 끊음이 존재한다.
문제는 볼 수 있는 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빌헬름은 그 너머를 본 것이다.
벽.
세상을 여는 검.
마침내 이 세계의 결(結)을 보게 된 게다.
‘이게 네가 본 세계인가, 빌헬름.’
보인다.
내게도, 그가 보았던 길이 보인다.
이 세상을 이루는 수많은 선들이 말이다.
불가능을 가능케한 무장해제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이건, 이 결은······.
‘세계를 파괴할 수도 있다.’
너무나도 위험하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마치 시간이 멈춘듯했다.
나와, 이 세계만이 존재하는 듯 고요하기 짝이 없다.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면 영원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빌헬름.
녀석은 이 광경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말 개같이 아름답군.
문득, 빌헬름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인 듯했다.
기사왕이라는 놈이 이런 상스러운 발언이라니.
피식 웃고 말았다.
녀석은 내가 바라던 ‘기사왕’을 연기했을 뿐이다.
어쩌면 저런 면모야말로 빌헬름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
개 같이 아름답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반면에 궤멸의 세상은 어떠한가.
‘허무.’
아무것도 없다.
텅텅 비어버려서 차갑고 삭막하기만 하다.
빌헬름이 바라보는 세계와, 황금 가면이 바라보았던 세계는, 이토록 큰 차이가 있었다.
이 아름다운 세계를 허무로 물들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빌헬름과 내가 본 이 세상은 그대로 간직되었으면 하니까.
천천히.
나는 별에 깃든 빌헬름의 이야기에 종점을 찍었다.
《‘진(眞) 천지개벽’의 묘리를 깨달았습니다.》
《최초의 별이 완성되었습니다.》
《‘별자리’의 시작부분에 ‘빌헬름의 별’이 등록됩니다.》
《13개의 별을 등록하면 ‘별자리’가 완성됩니다.》
《‘빌헬름의 별’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비로소 빌헬름을 담아냈다.
사상최강의 기사.
나의 시발점.
존경하고 닮고 싶었던······ 나의 벗.
‘진(眞) 천지개벽.’
눈을 뜬다.
다시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아니-.
시간이, 돌아갔다.
‘궤멸의 옥’이 터지기 바로 직전으로.
*
이미 일어난 현상은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현상’이라면 막을 수 있다.
-··· 뭣······?!
‘궤멸의 옥’이 생성된 즉시.
절대로 베어내지 못하리라 생각한 찰나의 순간에.
쩌정!
‘궤멸의 옥’이, 베어졌다.
베이고 부숴져버렸다.
궤멸은 저도 모르게 이맛살을 구겨버렸다.
분명히 터진다고 확신했다.
궤멸의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건 그의 권능.
절대적으로 발휘되는 현상이다.
그걸 어떻게 베어낸단 말인가!
사전에 눈치채고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100%, 확정적으로 터지게 되어있었다.
-어떻게······.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을 되돌리기라도 한 게 아닌 이상에야.
1초 정도의 시간이 돌아간 게 아니라면 ‘궤멸의 옥’을 파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허나 그런건 ‘진리’도, ‘진리’의 바깥에 있는 존재라 할지라도 불가하다.
만약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이는 ‘세계선’을 거드는 일.
천상은 ‘세계선’이 바뀐 ‘세계’는 반드시 멸망시킨다.
용신회도 관여치 않는다.
하지만······.
‘세계선은 변한 게 없다.’
세계선은 그대로다.
‘진리’가 반응하지 않고 있으니까.
진리의 문 안과 밖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방법을 사용해서 ‘궤멸의 옥’이 터지는 걸 막았단 말인가.
이 절대적인 현상을, 사전에 막는 수 따위는 존재치 않을 터임에도.
이딴게 빌헬름의 ‘검술’이라고?
분명한 건, 다시 사용한들 막히리라는 사실이다.
그러한 확신이 들었다.
이대로면······.
‘내가··· 진다고?’
패배하는 건 자신이다.
그 가능성이 문득 떠올랐다.
······ 말도 안 된다.
빌헬름.
놈 따위에게 자신이 패배하다니.
멸망이 패배하다니······!
빌헬름을 넘어서고자 모든걸 버렸다.
이제야 오롯이 자신이 된 기분이었다.
그런데······.
「진짜를 맞이할 준비는 됐나, 가짜?」
빌헬름이 진짜이고, 자신이 가짜라는 말.
그 말을 받아들이란 것이냐?
‘내가 진짜다.’
인정할 수 없다.
언제나 내 앞을 가로막는 너를.
황제의 피를, 궤멸의 힘을 가장 진하게 물려받은 건 네가 아니라 나다.
제국은 나의 것이었고, 모두가 나를 따르고 찬양했다.
그 증거로 나는 궤멸이 되었으니!
-힘을 내놔라, 더 강력한 힘을!
궤멸은 더 많은 힘을 갈구했다.
그 순간.
『계약은 완료됐다.』
쩌어억!
그의 이마 위로 ‘눈’ 하나가 떠올랐다.
바로 그에게 ‘궤멸’의 힘을 건넨 문이다.
이미 궤멸이 되었으나, 아직 완전한 ‘궤멸’로 완성되진 않았다.
‘황금 가면’의 의식이 존재했으니까.
그의 영혼을 모두 바쳐야만 비로소 ‘궤멸’이 되는 것이다.
‘내가······ 진짜다.’
‘황금 가면’은 진정으로 모든 걸 버렸다.
여기서 패한다면, 자신이 가짜임을 증명하는 꼴이 된다.
그러니 승리하기 위해 전부 버린다.
버리고, 새로 채워넣는 것이다.
그러자.
화아아아아아아악!
검은 불길이 치솟으며 황금 가면의 영혼이 타오른다.
이윽고 그의 육체가 변이하기 시작했다.
괴이하기 짝이 없는 형태로.
얼굴에는 거대한 눈 하나만이 있었으며, 12개의 팔을 지닌 자.
더 이상 인간의 형태는 찾아볼 수 없는······ 궤멸이 되었다.
*
후웅-
후우우우웅-!
그저 서있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감에 질식해버릴 것만 같다.
‘최초의 불’이 위태롭게 일렁이고,
“아······.”
“아, 안 돼······!”
털썩!
그 주변에 있던 이들도 하나, 둘 의식을 잃었다.
애써 버티려 하였으나 견딜 수 없다.
결국 전원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나는 가만히 시선을 들어 ‘궤멸’을 바라봤다.
더 이상, 놈에게서 ‘황금 가면’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위험하군.’
방금 전과는 비할 데 없이 위험하다.
천상의 무기.
또 다른 멸망.
그 외의 아무것도 아닌 존재.
저건 오로지 이 세계를 멸망시키고자 총력을 다하는 괴물이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세계를 위태롭게 만드는 궤멸 말이다.
“······ 확실히, 이대로는 힘들겠어.”
빌헬름의 이야기를 완성했으나 그의 힘으로만 상대하기엔 역부족일 듯했다.
뛰어넘어야한다.
더 높은 곳에 닿아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두 번째 별, ‘란돌프의 별’이 등록됩니다.》
너다. 란돌프.
종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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