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42)
442.화 포식자
일간에서 드워프라 하면 도끼를 든 전사의 모습을 생각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를 겨눈 무기는 검이나 도끼 따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저건 총인가?’
······도리어 총에 가깝다.
총구가 있는 걸 보면 틀림없이 화기(火器)였다.
하지만 화약 냄새는 나지 않았다.
‘농축된 마력을 룬에 응축시켜놓았다.’
일종의 마력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역시, 판게니아에는 없는 기술이었다.
어느 왕국이고 제국이고 간에 마력을 탄으로 정제하여 화약처럼 쏘아내는 기술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여러 시도는 있었지만 실패했다.
마석을 이용해보려도 했으나 정제하는 순간 마력은 빠져나갔고, 탄처럼 강제로 쏘아내도 파괴력이 형편없었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다.’
흥미가 인다.
드워프들은 이곳에서 자체적인 생태를 이루고 있었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채 자가생존을 해온 것이다.
느껴지는 마력의 양으로 보면, 상당한 파괴력을 지녔을 것이라 추정된다.
위에 있는 공룡들을 충분히 사냥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너희를 적대하기 위해 찾아온 게 아니다.”
양손을 펼쳤다.
그리곤 조용히 들었다.
전투의 의지가 없음을 알리기 위함이다.
“속지 마라! 상대는 기사(騎士)다! 쏴 죽여야 해!”
가운데 있는 드워프 하나가 총구를 겨누며 외쳤다.
아까부터 계속 나를 기사라고 칭하는데, 왜 이토록 적대적인지 모를 일이었다.
분명한 건 ‘기사’라는 단어에 그들은 조바심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것.
아마도 내가 바깥에서 공룡들을 전부 몰살시킨 것을, 이들은 알고 있는 듯싶었다.
“나는 기사가 아니······.”
“개소리!”
쿠릉!
격발했다.
마치 천둥이 치는 것과 같은 소리가 났다.
총구에서 쏘아진 탄 하나가 비산하며 내게 달려들었다.
마치 산탄총 같다.
가까운 거리에서 맞으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질 만한 위력이다.
“······!”
“이, 이럴 수가!”
“이렇게 가까이에서 맞았는데······?”
“설마 중급 이상의 기사인가?”
허나, 내게 닿지는 못했다.
강의 기운을 육체에 갑옷처럼 두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일종의 호신강기인 셈.
그러나 내심 놀라는 중이었다.
‘강이 아닌 기의 단계로는 몸 곳곳에 구멍이 뚫리겠군.’
엄청나지 않은가.
쏘는 것만으로도 검기의 단계 이상의 위력을 보인다.
검기상인의 경지에만 다다라도 이름을 날리는 기사가 될 수 있다.
딱히 쏘는데 다른 게 필요해 보이진 않을진대, 그저 저 총을 쥔 것만으로도 그만한 경지에 이른 기사를 죽일 수 있다는 뜻이다.
레벨 1의 시민이 레벨 10의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세계의 무력레벨이 단숨에 높아질 터.
“먼저 공격한 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다. 하여 마지막으로 묻겠다. 나와의 전투를 원하는가?”
그저 궁금할 뿐이다.
이 세계와 드워프들 전부가.
작은 돌멩이 하나조차도 나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이곳은 그동안 내가 알던 판게니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판게니아와 연결되어있는데, 판게니아가 아니다.
그런 세계는 심연을 제외하곤 본래 없었다.
“그만! 다들 무기를 내려놓거라.”
그때였다.
드워프들이 혼란해 하고 있을 그때, 한 노인이 나타났다.
다른 드워프들도 턱수염이 길게 자라있긴 하지만, 이 늙은 드워프는 아예 바닥에 턱수염을 질질 끌 정도였다.
“자, 장로님.”
“장로님. 몸도 성치 않으실 텐데······.”
드워프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장로라 불린 늙은 드워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다가왔다.
“이자들은 기사가 아니다.”
장로는 무언가 눈치를 챈 기색이다.
그의 반쯤 잠긴 눈에는 짙은 지혜가 서려 있었다.
이어, 장로가 나와 디트리히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그대들, 어디서 왔는가?”
과연.
우리가 이 세계의 주민이 아님을 알아본 것이다.
나는 가볍게 답했다.
“판게니아에서 왔다.”
“아······!!!”
순간 장로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특히 수염이 미칠 듯이 흔들렸다.
그러한 반응을 보이는 건, 비단 장로만이 아니었다.
“마, 말도 안 돼!”
“정말 판게니아에서 왔다고?”
“파, 판게니아는 멸망한 거 아니었어?”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
장로가 겨우 턱수염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판게니아는······ 멸망하지 않았는가?”
“안 했다.”
“‘멸망’이 찾아왔는데도?”
“전부 멸망하진 않았다.”
비틀!
장로의 몸이 흔들렸다.
“자, 장로님!”
급히 달려온 드워프 하나가 장로의 몸을 부여잡았다.
그제야 이들의 행태가 이해가 됐다.
그러니까, 멸망의 출현 전까지 이들은 판게니아에 존재하던 종족이었다.
하지만 멸망이 나타나며 이 세계로 숨어버린 것이다.
‘판게니아에 남아있는 고대의 유적들. 고대의 무구들 중에는 말도 안 되는 보물들이 상당했지. 다 이들의 손을 탔나 보군.’
과연.
판게니아의 현생인류들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수준의 보물들.
그것들이 어떻게 존재했나 했더니, 드워프의 손길을 탄 모양이었다.
허나 어느 서적에도 이들의 이야기는 적혀있지 않았다.
“···워프는 닫혔을 터인데. 어떻게 이곳까지 들어오셨는가?”
“이, 이 성검으로 제단을 열었어요.”
장로의 물음에 디트리히가 답했다.
수호 성검을 내밀자, 장로의 눈이 다시 한번 격동하기 시작했다.
“이 검은······!”
“여기서 만들어진 거죠?”
“아아, 우리의 신께서 만드신 성검이 분명하구려. 영영 잃어버린 줄 알았거늘······.”
“신? 여기에 신이 있어요?”
“지금 이곳엔 없다오. 저들······ 기사에게 빼앗겼으니······.”
장로가 숨을 몰아쉬며 겨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신뢰의 눈빛이 강하게 깃들어있다.
“우리 아이가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장로가 고개를 숙였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개의치 않는다.”
“······ 감사합니다. 그리고 귀한 손님이시니, 모두 예의를 다하거라.”
장로의 말에, 드워프 모두가 급히 총구를 내렸다.
그리곤 슬쩍 고개를 숙였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태도는 마음에 들었다.
딱히 피해가 있던 것도 아니니, 용서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안전한 장소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곳은 안전하지 않은 건가?”
“이곳은······ 가장 낮은 안전 레벨의 구역입니다.”
안전 구역에 구분이 있는 건지.
나와 디트리히는 얌전히 장로의 뒤를 따랐다.
서로 할 얘기가 많을 터이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
지하는 거대한 방공호와 같은 장소였다.
겹겹이 쌓여있는 두꺼운 방벽들을 지나, 룬과 광석으로 덧칠된 안전가옥에 들어가서야 장로는 걸음을 멈춰섰다.
‘엄청나군.’
나조차도 압도될 지경이었다.
진짜 핵을 떨어트려도 꿈쩍도 안 할 듯싶었으니까.
이만한 방비라니, 이들은 대체 무엇과 싸우고 있는 걸까?
“괜찮다면 판게니아의 이야기를 해주시겠습니까?”
차를 내온 장로가 물었다.
이들은 모두 판게니아가 멸망한 줄 알고 있었다.
거의 확신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멸망하지 않았다 하니, 궁금할 수밖에.
“멸망이 출현하고 대부분의 땅이 심연에 처박혔다. 하지만 두 여신의 희생으로 완전한 멸망만은 막을 수 있었지.”
“······ 그게 정말입니까?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무엇이 그럴 리가 없다는 거지?”
“저희 드워프들의 기록에 의하면 여신 레아. 그녀는 멸망과 한통속이었습니다. 스스로 멸망의 아이를 낳았지요. 마왕이라 불린 존재를 말입니다.”
“······마왕?”
이건 또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여신 레아는 자신의 몸을 희생해 대륙을 남겼다.
해체되어 별이 되면서까지 판게니아를 돕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단 말인가?
게다가 여신과 멸망의 아이라니.
그게 마왕이라니······.
“백신전의 신들조차도 살아남기 위해 멸망의 편에 서던 실정이었습니다. 저희의 신께선, 판게니아에 희망이 없음을 확신하며 저희를 이 땅으로 이주시키셨습니다.”
“이곳은 원래부터 존재하던 땅인가?”
“이 땅은······ ‘천상’의 실험실과 같은 땅입니다. 지금은 쓸모를 다해 버려졌지만, 그들이 각기 다른 생명체를 만들고자 할 때 이곳에서 실험을 진행했지요.”
미친.
파격적인 정체다.
천상의 생체실험실이라는 소리 아닌가.
지금은 쓸모를 다해 버려졌다고는 하나, 이런 곳에 터를 잡게 한 이들의 신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았다.
장로가 계속해서 말했다.
“판게니아가 아직도 남아있다니. 솔직히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나야말로 믿기지가 않는군. 남아있는 어느 문헌에도 너희 드워프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데. 정말 판게니아에서 살았던 건 맞나?”
“드워프라··· 한때는 그렇게 불렸습니다만. 아마도 남아있는 기록이 없다면, 저희의 신께서 이주하기 전에 전부 소거했기 때문일 겁니다.”
“기록을 소거했다?”
“멸망과 ‘진리’의 눈을 피해 숨으려거든 저희의 존재에 대해 남아있는 게 있어선 안 됐습니다.”
깔끔하게 사라져야만 했다는 소리다.
생각해보면, 전설의 드루이드 알비노도 명예의 세계수와 함께 살아있지 않았던가.
드워프들이 남아있어도 크게 이상할 건 없었다.
나는 또 다른 궁금증을 입에 담았다.
“나를 보고 기사라고 하던데. 기사가 정확히 뭐지?”
“그건······.”
장로가 잠시 우물쭈물했다.
그런데도 두려워하는 눈빛이 여실했다.
“기사란······ 이 땅에 처음부터 살고 있던 최상위 포식자들입니다. 정말 셀 수 없는, 억겁의 세월 동안 끊임없는 진화를 이루며 스스로 신의 경지에 든 자들을 우리는 ‘기사’라고 부릅니다.”
이 세계의 원주민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존재들을 기사라고 칭하는 모양이다.
“기사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순히 진화를 많이 했다고 해도 기사라 불릴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그들 사이에서도 계급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세 명의 ‘왕’을 따르는 ‘기사’들이 있지요.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들은··· 격이 다르니······ 저희의 신께서도 그들에게 납치되었으니 말입니다.”
신이 납치되었다는 소리는 살면서 처음 듣는다.
하지만 모든 기록을 지우고, 드워프들을 이 땅에 이주시킬 정도의 신이다.
능히 주신격의 신위를 지녔을 텐데도 납치를 당했다는 의미였다.
“이상하군. 그렇게 강력한 무기들을 천상이 버렸다는 건가?”
다만, 의문이었다.
천상은 계속해서 또 다른 멸망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정도로 강력한 무기에 환장하는 게 천상의 놈들이었다.
당연히 주신의 신위를 지닌 신을 납치할만큼 강력한 병사들을 버려두고 방치할 리 없는 것이다.
그러자 장로가 답했다.
“엄밀히 말하면, 포기했다고 해야겠지요. 기사들의 왕······ 그 절대자들이 천상의 문을 강제로 닫았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저희도 진위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장로는 한없이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저 말을 하는 것뿐인데도.
무엇이 그를, 드워프들을 이토록 두렵게 하는가.
만약 장로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도 제법 흥미가 인다.
천상의 문을 강제로 닫을 만한 격을 지녔다는 것 아닌가.
혹은, ‘태고’와도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그 찰나였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익!
“기사다! 기사가 나타났다!”
“다들 무장해!”
“젠장! 상급기사다!”
오피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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