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58)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 458화
출현
푹!
디트리히가 수호 성검으로 죽은 수호기사 아발론의 ‘룬’을 찔렀다.
바르르르!
그러자 수호 성검이 아발론의 룬을 흡수하고 몸을 떨어대기 시작했다.
사탄이 단번에 목을 쳐냈으나, 그건 단지 사탄의 무력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수호기사라는 이름처럼, 아발론의 무력 역시 세계의 정상급에 해당했다.
그것을 단번에 흡수하자 수호 성검이 모습을 바꿨다.
‘된다.’
손에 더욱 착 달라붙는 느낌.
검의 손잡이 부분에서 튀어나온, 실과같이 가느다란 촉수들이 디트리히의 손을 감쌌다.
순간 검이 공기와 같이 가벼워졌고, 어떻게 휘둘러야 할지도 머릿속에 자연히 그려졌다.
“··· 그게 말로만 듣던 ‘열쇠’인가보군.”
수호기사 안드로가 그 장면을 보며 작게 감탄했다.
디트리히가 쥔 수호 성검.
그것은 세계를 이어주는 열쇠의 역할을 할 정도로, 뛰어난 검이다.
단순히 열쇠의 역할에만 매몰되어 있지 않았다. 검의 격 자체가 드워프들이 만들어낸 평범한 ‘기간트’ 따위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저것 역시 ‘기간트’의 일종이다.
룬을 먹고 진화하도록 만들어진 검이었다.
“아란칼. 그게 네 이름이로구나.”
디트리히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수호 성검의 이름을 마침내 들은 탓이다.
성검의 자아가 온전히 깨어나 디트리히를 인정했다는 의미였다.
아란칼은 오래도록 굶주려있었다.
룬을 먹지 못해 약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수호기사의 룬을 먹음으로써 어느 정도 힘을 회복할 수 있었다.
“내가 널 지켜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이라도 도망치는 게 낫지 않겠나?”
그때, 수호기사 안드로가 물었다.
룬드말 왕과 압셀론, 사탄이 ‘특이 영역’에 발을 들이며 사라졌다.
둘만으로는 탑에서 끊임없이 내려오는 기사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갇혀있는 드워프들을 구할 것이다.”
“······돌겠군.”
안드로는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다.
지금 그의 행동은 룬드말 왕을 배신한 배신자와 다를 게 없었다.
실제로도.
“안드로! 수호기사인 네놈이 드워프들과 손을 잡다니!”
“수호기사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구나!”
저따위 망발을 지껄이며 나타나는 기사들이 있었다.
안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배신이 아니다.
룬드말 왕은 변질했다. 더 이상 룬을 숭고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안드로는 이 세계를 지키고 싶었다.
자신이 속한 세계를 그는 더없이 아름답다고 여겼다.
“너희도 그런가? 진정으로 이 세계가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나?”
“배신자가 헛소리를 늘어놓는군!”
“죽어라!”
기사들이 순식간에 둘을 둘러쌌다.
안드로는 고민했다.
동료애 따위는 없었다.
다만, 안드로는 ‘생각’을 한 것이다.
사탄을 만나고, ‘팬텀’을 마주하며, 처음으로 고민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나는 왜 룬드말 왕을 따르고 있는 거지?’
안드로는 ‘룬 숭상자’다.
그의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가문 대대로 쌓여온 ‘룬’의 마력을 계승했기 때문에, 룬 자체를 숭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문이 룬드말 왕을 모셨기에, 그도 그저 따랐을 뿐이다.
하지만 룬드말 왕은 이 세계를 버릴 작정이었다.
게다가 그는 ‘룬’을 오직 자신의 사욕을 위한 발판으로 여길 뿐이었다.
‘나는 왜······.’
이런 고민을 안드로는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들어버린 것이다.
―너희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마력 태움’ 현상은, ‘룬드말’ 그 녀석이 내린 저주다. 대대로 강력한 기사가 룬을 계승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나 보더군.
사실이라면, 농락 아닌가.
그의 부모를, 가문을 대대로 속여왔다.
그러나 의문이 있었다.
룬드말 왕은 자신의 탯줄을 직접 잘라주며 저주를 없애지 않았던가.
―녀석도 내가 ‘저주’를 태울 수 있으리라곤 생각 못 한 것 같다. 원래 옛날부터 좀 모자란 구석이 있는 녀석이었지.
사탄이 거짓말을 한다고 여겼다.
허나 그가 거짓을 말할 이유가 없었다.
마음먹는다면, 안드로 따위는 가볍게 지워버릴 수 있는 존재가 사탄이었으니까.
―너는 나와 같다, 안드로. 이 세계를 사랑하는 게. 룬드말 녀석이 저주를 새긴 탓에, 너희 가문은 대대로 50년밖에 살 수 없었으니까. 생명과 룬의 소중함을, 이 세계의 아름다움을 보다 잘 알 수 있었을 테지.
맞다.
안드로의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셨다.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라고.
이 세계는, ‘룬’을 먹고 진화하면 무한하게도 살아갈 수 있었으므로.
그들은 시간의 소중함을 모른다고.
생명과, 룬과, 세계의 아름다움을 망각했다고.
―안드로. 너도 이 세계에서 도망치고 싶냐?
―삭막하기 그지없는 땅, 뜨거운 태양, 인정을 잃은 생명체들, ‘룬’을 갈구하는 욕망의 노예들,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으니, 사실 모두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만.
―그래도 난, 좋거든. 이 세계가.
그리 말하며 사탄은 웃었다.
천방지축, 말하는 투도 가볍기 그지없으나, 그의 태도는 진심이었다.
저 견고함이 그를 ‘세계의 수호자’로 만든 것이리라.
안드로는 사탄을 인정했다.
그리고 안드로도, 현실을 직시하였다.
“하아아압!”
거친 기합과 함께 디트리히가 검을 휘둘렀다.
전과 비할 데 없이 빨라졌고, 다가오는 칼날에 눈을 감지도 않았다.
안드로는 입술을 깨물었다.
판게니아의 인간들은 모두 저런 걸까?
‘젠장.’
펄럭!
수호기사 안드로가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죽기 싫으면 내 앞을 막지 마라.”
완벽하게, 결정을 내렸다.
···변절하기로.
*
레메게톤 왕이 문을 넘어 판게니아에 출현하자.
수많은 ‘그림자 기사’가 사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공격하는 범위는 단순히 ‘판게니아의 땅’에 국한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디든 갈 수 있었다.
그림자가 있는 곳이라면, 그리고 판게니아와 연결된 땅이라면, 그 어느 곳에서도 나타났다.
“무엇이냐, 이것들은.”
백왕이 지배하는 북부에도.
“막아라! 한 놈도 넘어오게 해선 안 된다!”
제국과 인접한 국경에도.
“역한 것들이 나타났군요.”
아우릴이 여왕으로 등극한 태초의 숲에도.
그리고.
“······심연을 마음껏 오갈 수 있는 그림자 군단이라. 연구가치가 있군.”
심연에도 말이다.
특히 심연의 괴물들은 그림자 기사들의 출현에 극렬한 호기심을 느꼈다.
다수의 심연왕과, 심연 그 자체로 완성된 자들은 그림자 기사를 상대하며, 더 나아가 그림자 기사를 만들어낸 ‘레메게톤’에게 궁금증을 가지시 시작했다.
판게니아와 다른 ‘규칙’이 적용되고 있음을 깨달은 탓이다.
하지만 그들은 마음대로 심연을 벗어날 수 없다.
진정으로 그게 가능한 자들은, 천공에 ‘심연 구역’이 떠오른 자들뿐.
“라일리. 저 그림자들을 흡수하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개중에는, 그들도 있었다.
먼 옛날, ‘6각’이라 불리던 대영웅들이.
그리고 라일리라 불린자.
거대한 지고룡의 모습을 한 라일리는, 저 멀리 천공에 떠있는 판게니아 대륙을 바라보았다.
심연에 갇혀, 흐릿한 자아 속에서 억겁의 세월을 보낸 탓에 두 눈은 회색빛으로 물들었지만.
비록 그 영혼도 반쪽으로 쪼개졌으나.
“······란돌프.”
그 이름만은, 각인되어 있다.
사라졌던 영혼의 반쪽이, 어느 순간 그를 자극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연미궁에서 소환된 반쪽은 지고룡과 라일리의 존재를 하나로 합쳐냈다.
허나··· 심연에 갇힌 라일리의 본체는, 여전히 희미했다.
란돌프라는 이름을 제외하면, 왜인지 모를 분노만이 남아있었다.
“저 그림자 군주가 우리에게 자유를 주었다.”
“천공에 떠오른 모든 심연의 존재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거다.”
“저번처럼 이번에도 가만히 있을 생각인가?”
저주받은 6각의 영웅들이 말했다.
그림자 군주, 레메게톤.
녀석은 모든 심연 구역에 그림자 기사를 보냈다.
그 그림자 기사를 흡수하면, 더 이상 이 심연 구역에 갇혀있지 않아도 된다.
전혀 다른 세계의 규칙으로 존재하는 그림자인 탓에, 불가능이라 여겨진 일들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전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천마를 비롯한 심연왕들이 정령왕들을 사냥하고자 움직였을 때도.
그들을 움직일 모든 결정권은, 검성 라일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쿠릉.
라일리는 대륙을 향해 한 발자국, 앞서 나가며 말했다.
“······란, 돌, 프.”
*
사탄은 눈을 비볐다.
아니, 비볐지만, 만져지는 게 없었다.
“하! 어떻게 얻은 몸인데!”
두 눈이 녹아버린 탓이다.
저 강대한 룬드말 왕의 마력에.
붉은 태양을 검으로 만들어 휘두르자,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육체가 버티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건 아니다.
사탄은 눈이 없어도 볼 수 있고, 피부가 없어도 느낄 수 있다.
“끈질기구나, 사탄. 욕심이 없던 네놈을 무엇이 목숨을 걸게 만든 거지?”
“네 엄마다, 임마.”
“······.”
“실제로 난 네 엄마도 만난 적이 있는데. 나한테 널 잘 부탁한다고도 했었는데······.”
“닥쳐라.”
“그러니까 말이다. 너네 엄마가 네가 이러는 걸 보면 참 좋아하시겠다. 그치?”
“미친 거냐?”
“미친 건 너지, 이 새끼야. 대체 뭐가 부족해서. 우린 다 나름 친하지 않았나?”
“헛소리를 하는군. 우린 다 적이었다.”
“미운 정도 정이라잖아. 만 년 넘게 싸웠으면 정이 들법도 하지 않냐?”
“그 입과 혀도 녹여버려야겠군.”
“···사실 나도 너같은 친구 둔 적 없어, 자식아.”
사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룬드말은 그의 상식을 넘어설 정도로 강해져있었다.
압셀론의 룬 반쪽을 먹었다 해도 그 규격을 초월했다.
“천상이 문만 놔둔 게 아니라 너한테도 꿀을 발라놨구나. 네가 진짜 변절자다. 더러운 놈.”
퉤!
침을 뱉은 사탄이 발을 튕겼다.
순간 공간이 압축되며 룬드말의 지척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뜨겁다!’
룬드말은 태양 그 자체였다.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그의 몸이 녹을 만큼.
하지만 사탄은 전신에 마력을 돌렸다.
겹겹이 마력의 층을 쌓아, 그대로 룬드말의 목을 움켜쥐었다.
꽈아아아앙!
순간 룬드말의 목이 터졌다.
사탄은 자신과 닿는 모든 걸 터트릴 수 있다.
그 능력은 가공할 정도이나.
“쳇.”
작게 혀를 찼다.
룬드말의 날아간 목이 순식간에 재생됐기 때문이다.
스컥!
동시에 사탄의 몸이 토막났다.
반으로 쪼개진 사탄의 육체가 찰나의 순간 다시 붙었으나, 마력이 울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허나 개의치 않고 사탄은 다시 룬드말의 가슴팍을 빠르게 내리쳤다.
쾅! 쾅! 콰르르릉!
터지고, 재생되고, 터지고 재생되는 게 무한히 반복된다.
반대로 붉은 태양의 검에 의해 사탄의 몸도 끊임없이 쪼개졌다.
지극히 단순하기 그지없는 싸움.
제대로된 격식도 없는 무자비한 공격이다.
누구의 마력이, 재생력이 먼저 닳는지 시험하는 것일뿐이었다.
하지만, 사탄은 위기감을 느꼈다.
‘내 마력이 더 빨리 소모되고 있다.’
이대로면 먼저 죽는 건 자신일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시작한 이상 멈출 순 없었다.
‘정신 나간 새끼······!’
사탄은 이를 악물었다.
재생되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반면, 룬드말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그 마력이 이미 사탄의 수준을 가볍게 넘어섰다는 방증.
패배는 정해져 있었다.
재생이 느려지자 미처 회복하기도 전에 육신이 토막났다.
이제는 공격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오만 갈래로 잘려나가 머지않아 죽음을 맞이할 예정이었다.
후우우웅!
그때였다.
“음?”
여유롭게 사탄을 상대하던 룬드말이, 한 발자국 물러났다.
그의 영역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강제로 영역을 잘라냈다.
곧, 영역에 나타난 새로운 인물을 보며, 룬드말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너는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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