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30)
“흐흐흐. 마마. 오늘 밤 이 사람의 품에 안겨 교성을 지를 준비가 되었소?”
‘!!!!!!’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 황귀비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치중 팽이문의 아우 팽석임에게서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저런 파렴치하고 상스러운 말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하!”
어찌나 당혹스러웠는지 서 황귀비조차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하북팽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자신을 지원했지만 종국에는 원하는 대로 조종하고 싶어 하는 천지회로부터 연을 끊게 만들어줄 탈출구였다.
그런데 그런 기대감을 무너뜨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파파파팍!
섭춘과 수를 나누고 있던 동창의 장 소감이 거리를 벌리더니 이내 분노를 금치 못하며 다그쳤다.
“팽석임! 네놈이 정녕 미친 것이냐? 감히 마마께 어찌 그런 무례한······”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팽석임이 광기 넘치는 웃음소리를 내며 전각을 향해 걸어갔다.
“흐흐흐.”
이 모습만 봐도 그가 얼마나 제정신이 아닌지를 알 수 있었다.
이에 전각으로 가려 하는 그를 무사들이 가로막았다.
“팽 대협. 멈추십시오!”
“더 이상 다가가려 한다면 저희도 손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스릉!
병장기를 뽑은 이들이 기수식을 취했다.
이런 그들의 모습에 팽석임이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손을 써? 네까짓 놈들이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뭐 한 번 해볼 수 있다면 해보거라. 단, 목숨은 걸어야 할 게다.”
그 말과 함께 팽석임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저벅!
한 발자국 걸었을 뿐인데 무사들이 움찔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팽석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살기와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 그들을 압박해왔기 때문이었다.
“머, 멈추시오!”
“멈추게 해봐라.”
“큭! 공격!”
-파파팟!
결국 기세에서 다소 위축되었지만 무사들이 멈추지 않는 팽석임을 막기 위해 동시에 신형을 날렸다.
합공에 능숙한지 세 무사가 제각각 팽석임의 요혈들을 노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촥!
그들이 반경에 들어오는 순간 팽석임의 검이 넓게 주변의 공간을 가르며 무사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자 팽석임을 향해 검을 찔러오던 세 사람이 동시에 멈춰 섰다.
무사들의 얼굴이 경악과 함께 공포로 물들어 있었다.
“아······아······.”
“어, 어찌······.”
-촤르륵!
이윽고 그들의 몸이 갈라지며 상반신과 하반신이 둘로 나누어지고 말았다.
-쿵!
바닥으로 떨어져 꿈틀거리는 그들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잘려진 하반신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푸슉!
단숨에 세 명의 무사들이 반 토막이 나자 이를 지켜보던 서 황귀비 측의 무사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팽석임은 서 황귀비의 측근인 팽이문의 아우였기에 그들에게 있어서 든든한 아군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자신들을 기어코 베고 말았다.
모두가 술렁이는데 몇몇의 눈이 죽은 무사들이 아닌 팽석임이 들고 있는 기묘한 문양이 새겨진 검으로 향했다.
‘악즉검?’
‘저 자가 어찌 주군의 검을?’
이는 몽무약과 섭춘이었다.
그들은 팽석임이 들고 있는 검이 악즉검임을 알아차렸다.
악즉검(惡則劍)은 대명장 구야자가 만든 희대의 요검(妖劍)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곳 후원으로 오기 전 음식점 장원 입구에서 병졸들에게 자신들의 병장기를 맡겼었다.
아무래도 그때 검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검의 요성에 사로잡힌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광기를 보일 리가 없었다.
악즉검 역시도 요검이기에 뭔가 위험할 줄은 예상했지만, 초절정의 극에 가까운 고수마저도 요성에 사로잡힌 걸 보니 그 요성이 보통이 아닌 듯했다.
‘쉽사리 건드릴 검이 아니었구나.’
이런 악즉검을 탐냈었던 몽무약이 내심 천지회에 있을 때를 떠올리며 안도했다.
저 검은 자격 없는 자가 함부로 탐낼만한 그런 물건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였다.
-팟!
무사들을 벤 후에 멈추지 않고 전각을 향해 걸어가는 팽석임의 앞을 동창의 장 소감이 가로막았다.
장 소감이 조법의 기수식을 취하고서 팽석임이 들고 있는 검을 슬며시 쳐다보았다.
초절정 고수인인 그는 한눈에 저 검이 보통 검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뭔가 요성이 느껴진다.’
사이하기 그지없었다.
이에 장 소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팽 대협. 그 검을 당장 내려놓고 물러나시오.”
그러나 이런 경고에 팽석임이 물러날 리가 만무했다.
그는 비웃음을 흘리며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이에 장 소감이 소리쳤다.
“팽석임. 당장 물러나라 했다!”
이런 그의 외침에 팽석임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고자 새끼 주제에 입만 나불대기는.”
-으득!
그 말에 장 소감의 인상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궁에 입궐하는 환관들은 모두가 거세를 한다.
그것은 궁의 실내로 들어갈 수 있는 남자는 오직 황족이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환관들은 거세를 통해 남자도 여자도 아닌 몸이 된다.
그러나 이들이라고 해서 이런 자신들의 현실을 마냥 좋아하거나 이것에 만족스러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고자라 놀리고 자극하면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노오오옴!”
두 번이나 자신을 고자라고 놀리자 참지 못한 장 소감이 먼저 신형을 날렸다.
팽석임의 무위가 그 형인 팽이문보다도 한 수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장 소감은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절초를 펼쳤다.
‘규화현조(葵花縣爪) 제 8초식 파혈급시(波血及屍)!’
이는 필사(必死)의 비기로 반드시 상대를 죽이기 위한 절초였다.
-파파파팍!
푸른 빛의 강기(罡氣)로 일렁이는 장 소감의 조법이 파도와 같은 기세로 수많은 조영(爪影)을 만들어내며 팽석임을 뒤덮었다.
그 기세가 어찌나 강한지 주변으로 풍압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고자 놈 주제에 제법이구나. 하나 이 검이 내게 있는 한 나를 이길 수 없다.”
-꽉!
팽석임이 검병을 세게 쥐고서 공력을 집중하였다.
그러자 예기가 집중되며 푸른 빛의 검강(劍罡)이 형성되었다.
이와 함께 팽석임이 검초를 펼쳤다.
‘혼원벽력검(混元霹靂劍)! 뇌동일화(雷動一和)!’
-쿠르르쾅!
마치 벼락이 내려치는 것과 같은 소리와 함께 팽석임이 펼치는 일검이 푸른빛의 뇌전처럼 이리저리 꺾이며 장 소감의 파도 같은 기세의 조법과 부딪쳤다.
-파파파파파팍!
두 초절정의 고수들의 절초가 부딪치자 사방으로 강기의 여파가 튀었다.
강기가 튀는 곳의 바닥이 부서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쩌저저적! 쾅! 쾅!
“헉!”
“무, 물러들 나게!”
주변에 있는 자들이 혼비백산 거리를 벌려야 할 지경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서로 호각처럼 보였다.
그러나 장 소감의 안색이 그리 좋지 않았다.
‘이게 정녕 같은 뿌리의 초식이 맞는 건가?’
본래 혼원벽력검은 도법으로 혼원벽력도였다.
그런데 이를 검초로 만든 것이 팽석임이었고, 그 위력과 변화가 오히려 원조라 할 수 있는 혼원벽력도마저 뛰어넘었다.
팽이문과의 비무를 통해 혼원벽력도의 초식을 경험한 적이 있는 장 소감으로서는 이를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강기로 보호하고 있는데 손이 찢겨나갈 것 같다.’
억지로 참아가며 버티고 있었지만 손에 상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같은 강기라고는 하나 맨손으로 초식을 펼치는 그와 달리 팽석임은 명검의 힘이 더해져 더욱 날카로움이 극대화되었다.
-촤르르르르!
점점 장 소감의 신형이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섭춘의 눈이 반짝였다.
‘지금이 기회다.’
지금 끼어든다면 힘을 들이지 않고서 주군의 악즉검을 찾아올 수 있을 듯했다.
그렇게 나서려고 하는데 귓가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버려 두세요.
‘주군?’
섭춘이 의아한 눈으로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팽석임의 손에 독문병기가 들어갔는데 어찌 그냥 내버려 두라는 거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주군의 명은 절대적이었다.
이에 섭춘은 나서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팽석임과 장 소감의 초식 대결에 결론이 났다.
-파팍! 촥!
검초의 위력을 버티지 못해 틈이 생겨나자, 이를 놓치지 않은 팽석임이 장 소감의 옆구리를 쾌속하게 베어버렸다.
다행히 장기까지 닿을 만큼 깊이 베이지는 않았지만, 날카로운 예기가 스며들자 고통을 버티지 못한 장 소감이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쿵!
“끄으으으.”
“장 소감!”
이런 그의 모습에 서 황귀비가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유일하게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최측근이 바로 동창의 장 소감이었다.
한데 그런 그가 패배해버렸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아랫사람 중에 저자를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흐흐흐. 고자 놈아. 잠시 목숨을 부지하게 해줄 터이니 거기서 잘 지켜봐라. 내 오늘 서양효 저년이 내 아래 누워 헐떡이며 애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마.”
“끄으으······. 네, 네이노오오옴.”
옆구리를 붙들고 있던 장 소감이 이를 참고서 팽석임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부상 입은 몸으로 그게 될 리가 만무했다.
자신을 붙들려고 하는 장 소감의 턱을 팽석임이 차버렸다.
-퍽!
“꺽!”
턱을 맞은 장 소감이 외마디 비명과 피를 토하며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그를 쓰러뜨린 팽석임이 전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저벅저벅!
“뭣들 하는 것이냐? 당장 저자를 막아라!”
환관 유봉이 무사들에게 다그쳤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무사 중 누구도 나서서 그를 저지하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죽음이 두려운 그들이었다.
이에 안 되겠다 싶었는지 유봉이 결국 천지회 측의 선발대, 후발대를 쳐다보며 외쳤다.
“간 형. 옥 형. 제발 도와주시오. 마마께서 변을 당하시면 그대들도 임무를 속행할 수 없지 않소.”
“······.”
하나 이런 그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오랫동안 알아 왔던 간양도 옥기도 못 들은 척 가만히 있었고, 후발대인 섭춘과 몽무약 역시도 팔짱을 낀 채 자신들의 일이 아닌 것마냥 지켜만 보았다.
“현명한 선택들이구나.”
욕망과 광기에 사로잡힌 팽석임도 굳이 무리해서 이들과 싸울 마음은 없는지 그냥 지나쳤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서 황귀비를 범하는 것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그녀와 가까워지자 욕망이 이미 커질 대로 커져서 아랫도리 역시 크게 부풀어 올랐다.
-꽉!
이를 본 서 황귀비가 치욕스럽다는 듯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렇게나 믿어왔던 하북팽가였다.
한데 그런 자가 어찌 저렇게 파렴치한 색마로 돌변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에 그녀가 자신의 옆에 서있는 목경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그 물음에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군요.”
“팽 치중에 아우가 다소 행동이 경박하기는 하나, 정도 무림인인 만큼 협의를 지킬 줄 아는 자라고 했다. 그리고 본 비가 그를 처음 보았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저 모습은 평소와는 너무도 달랐다.
저 더러운 눈빛 속에는 온통 광기와 욕망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이 말에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제가 저 자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 것 같습니까?”
“하면 아니라는 것이냐?”
“네, 아닙니다.”
“하면 팽석임 저자가 어찌해서······.”
“착각하시면 곤란하군요. 저게 팽석임이라는 자의 진짜 욕망입니다.”
“뭐?”
“악즉검의 요성에 사로잡힌 자는 자신이 감추고 있던 진짜 욕망, 그 속내를 드러내죠.”
“욕망?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
“공교롭지만 업보라고 할까요?”
“업보?”
“저는 이곳에 들어올 때 병장기를 회수하는 병졸들에게 경고했습니다. 제 검은 저주받은 요검이기에 위험하니까 절대로 뽑지 말라고요.”
‘이 무슨 해괴한 소리란 말인가?’
이런 목경운의 말을 서 황귀비는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다.
어찌 검 하나를 쥐었을 뿐인데 사람이 자신의 욕망이나 속내를 드러낼 수 있단 말인가?
그때 전각 앞에 있던 유봉이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마, 마마! 저 검이 정말로 악즉검이 틀림없다면 희대의 요검이 맞사옵니다.”
“희대의 요검이 맞다고?”
그녀가 혼란스러움에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의 사람인 환관 유봉이 이를 가지고 거짓말을 할 리가 만무했다.
그는 더군다나 천지회를 배신까지 하지 않았던가.
-저벅저벅!
그때 바로 전각 앞까지 다가온 팽석임이 광기 서린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흐흐흐. 서양효. 드디어 네년을 내 품에 품는구나.”
-오싹!
이 말에 서 황귀비는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간악한 천지회와 다르게 정도 무림인들을 예를 갖춘 협객들이라 여겼다.
해서 천지회와 연을 끊고 그들로 갈아타려 했던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소위 정도인이라 자처하는 자의 감춰왔던 욕망이 자신의 육신을 탐하는 것이라면 결국 이들도 별반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두려움 이상으로 실망감에 빠진 그녀가 목경운에게 말했다.
“······도와다오.”
“도와달라고요?”
“다시는 정파인들이나 다른 자들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손을 잡지 않겠다. 하니 제발 저 자에게서 본 비를 지켜다오.”
“글쎄요.”
‘!?’
목경운의 이 말에 그녀가 어처구니가 없어하며 쳐다보았다.
그럼 여기서 대체 뭘 어쩌라는 말인가?
당혹스러워하는 그녀에게 목경운이 이죽거렸다.
“아아아. 이대로 가다간 저자의 더러운 물건에 마마의 몸이 범해지겠군요.”
“너!”
그걸 자신이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결국 두려움으로 조급해진 그녀가 애원하듯이 말했다.
“대, 대체 뭘 원하는 것이냐?”
이에 목경운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며 짧게 답했다.
“복종.”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