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38)
그렇게 얼마 있지 않아 모든 생도들의 내공 측정이 끝났다.
“흠.”
합격자들과 탈락자들의 인원을 보며 육천호 채호성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옅은 신음성을 흘렸다.
총원 103명 중 탈락자들의 숫자는 37명.
합격자는 66명이었다.
작년의 선발 과정보다도 훨씬 많은 수가 내공 측정에서 합격했다.
‘예상외인데.’
그 당시는 채호성이 부사수로 참여했었다.
그때는 합격자가 48명이었는데 이번에는 그 숫자가 훨씬 늘었다.
이번 기수가 상대적으로 실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흥미롭군. 안 그렇나?”
그런 그의 말에 단상 아래 있는 육선관의 여섯 천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원래부터도 간혹 뛰어난 생도들이 나오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 기수는 유독 달랐다.
금의위에서도 천호급 이상의 무위를 지닌 생도가 둘이나 나타났다.
‘목경운, 주운향.’
느낌이 확연히 다른 두 사람이다.
둘 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놀라운 무위를 숨기고 있었다.
심지어 둘 다 내정자도 아니었기에 사실상 시위부 무시의 유력한 장원(壯元-일석), 방안(榜眼-차석) 후보군이었다.
이렇게 채호성을 비롯한 천호들은 비슷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반면에 육천호 소예린만은 누군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바로 목경운이었다.
‘······위험한 느낌이 들어.’
만약 자신이 총감독관을 맡고 있는 사수였다면 어떤 이유를 붙여서라도 합격시켜선 안 될 자라는 판단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 마음을 죽였다.
어차피 자신이 금의위에 들어온 것도 부귀영화를 누리거나 나라에 충성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하면 직접적으로 뭔가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
육천호 채호성이 내공 측정의 합격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선발 과정의 일차에서 합격한 생도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와아아아아아아!!!”
이런 그의 축하에 합격한 생도들이 환호성이 질렀다.
황제 직속의 특수 근위대인 금의위가 된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크나큰 영광이자 명예였다.
환호하는 이들에게 육천호 채호성이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했다.
그렇게 다시 장내가 조용해지자 그가 말했다.
“하나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한 달간 금의위 선발 과정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이런 그의 말에 합격자들이 집중했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한 설명이기 때문이다.
“이차 선발 과정에 앞서서 닷새간 금의위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포박술 관련 금나수 수법, 그리고 기본공인 금의위 진법 등을 전수할 것이다. 여기서는 선발 과정의 탈락자는 없다.”
그 말에 합격자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닷새 동안은 숨통이 트인다는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이런 그들의 반응에 육천호 채호성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좋아할 것 없다. 그리고 남은 한 달 동안 금의위 견습 기간을 거치면서 상시 점수를 매겨 탈락자를 선별할 것이다.”
“헛.”
“상시 탈락자라니.”
이 말에 생도들의 표정이 각양각색으로 어두워졌다.
고작 닷새를 제외하면 늘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이를 잠자코 듣고 있던 생도 중 한 명이 손을 들어 물었다.
“금의위 견습 기간을 둔다고 하셨는데 하면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는 겁니까?”
이런 생도의 질문에 모두가 웅성댔다.
그렇지 않아도 견습 기간은 처음 들어보던 참이다.
이에 육천호 채호성이 말했다.
“이번 기수는 운이 좋다고 할 수 있겠구나.”
“그게 무슨?”
“적어도 탈락하기에 앞서 황궁 내부를 돌면서 금의위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 미리 경험해볼 기회가 주어졌으니 말이다.”
그 말에 생도들이 술렁였다.
견습이라는 것이 정말로 금의위를 경험해볼 기회인 줄은 몰랐었다.
그래서인지 일부 생도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겠지. 이런 기회는 드무니까.’
이번 금의위 견습에 관한 것은 전적으로 지휘사의 의견이 들어갔다.
남진무사와 북진무사의 동의하에 통과된 과정이었다.
견습을 통해 생도들의 실무 능력을 시험한다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실무 현장에 대한 기대감에 찬 생도들과는 다른 의미로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마라현의 말대로군.’
가면의 금의위 천호 마라현이 언급한 대로였다.
그렇다는 건 그가 약조한 대로 지하 금옥으로 갈 기회가 빠르게 올지도 몰랐다.
이때가 제대로 된 기회였다.
어쨌거나 아직 설명을 마치지 않았기에 육천호 채호성은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앞에 왜 육선관에 각 천호가 부감독관으로 왔는지 알겠나? 그건 한 달 동안 닷새씩 각 부처를 돌아가면서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오오오!”
그 말에 생도들이 입에서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특정 부처가 아닌 각 부처 모두를 경험할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다.
황족들이나 내명부와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일선부가 모두가 가장 선호하는 육선관의 부처였다.
‘마음껏 좋아들 해라.’
‘가소로운 것들.’
‘이제부터 지옥이 시작되는 줄도 모르고.’
이런 그들의 반응에 각 부처의 천호들이 속으로 비웃음을 흘렸다.
각 부처를 경험할 기회이기는 하나 역대 선발 과정 중에 가장 탈락률이 높은 혹독한 과정이 될 수도 있었다.
견습 기간 내내 감시하듯이 점수가 매겨져서 탈락자가 속출할 테니 말이다.
“하면 닷새간의 금의위 기본 교육에 앞서서 미리 첫 견습 부처의 조를 지정해주도록 하겠다.”
“벌써?”
“완전 쫄깃한데.”
“제발 일선부!”
“나, 나는 육선부로 가고 싶어.”
육선관의 각 부처로 조가 벌써 정해진다는 말에 모두가 기대감에 가득 찼다.
가장 먼저 어떤 부처에 지정될지 궁금해질 만도 했다.
그중 가장 선호하는 부처는 당연히 내궁직을 맡고 있는 일선부와 금의위의 또 다른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정보 부처인 삼선부, 그리고 금의위의 얼음꽃이라 불리는 절세미녀 육천호 소예린이 있는 육선부였다.
‘어차피 일정 순서에 따라 교대면 어떤 식으로든 전 부처를 다 돌 테니, 조삼모사(朝三暮四)일 텐데.’
생도들의 바람에 목경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딜 먼저 배치된다고 해서 딱히 좋아하고 나빠할 일이 아니었다.
어떤 식으로든 전부 견습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결국 이차 시험은 어떤 부처에 배치되더라도 얼마큼 잘 적응하고 향후 금의위로서 얼마나 탁월한 업무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가를 판단하기 위함이었다.
‘금옥 담당이 사선부라고 했나.’
물론 가장 먼저 사선부에 배치되었으면 하긴 했다.
좀 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되도록 조가 나뉘었으면 좋겠네.’
조가 나뉘었으면 하는 대상은 바로 섭춘과 몽무약이었다.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했다고 하나 그들은 엄밀히 천지회 소속이었다.
천지회와 어긋나는 일에도 순순히 자신의 명을 따를지는 아직까지 의문이었다.
그때 총감독관 육천호 채호성이 말을 이어갔다.
“조는 내공 측정을 한 성적을 기준으로 배정했고, 각 부처로 배치되는 것은 여기 있는 천호들이 임의 배치했으니 불만은 용납하지 않는다. 알겠나?”
“넵!!!”
그렇게 조 배정 호명이 시작되었다.
일선부의 천호 화영인이 가장 먼저 나와 일 조 조원들을 호명했다.
“생도 남궁청현.”
첫 호명에 여태껏 담담하게 있던 남궁청현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그 역시도 내궁직인 일선부를 선호했던 것 같다.
어느새 섭춘과 마찬가지로 옆으로 다가와 있던 몽무약이 속삭이며 말했다.
“아마도 남궁세가 남궁청현의 누이인 남궁혜가 황제의 비(妃)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비?”
“네. 남궁세가 쪽도 오래전부터 고위 관료들과의 교분이 있었는데, 이를 통해 가주의 장녀를 일찍이 입궁시켰던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이걸 듣고 보니 남궁청현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짐작했다.
자신의 누이를 만날 기회가 일찍 다가와서 아마 저리 좋아하는 듯했다.
그렇게 남궁청현을 시작으로 일 조의 조원들이 차례로 호명되었다.
“끼얏호!”
“처음부터 일선부라니!”
“운이 좋은데.”
당연히 시작부터 일선부가 된 생도들은 환호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만큼 황제와 황족들이 있는 내궁직은 금의위가 되기를 원하는 모든 자가 배치받기를 원하는 부처인 듯했다.
‘다행히 일선부는 피해가는군.’
이런 생도들과 달리 목경운은 일선부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직 지하 금옥이 있는 사선부 하나만을 원했다.
‘성적을 바탕으로 한다 했으니 삼석인 남궁청현이 일선부에 배치되었으니 일선부에 배치될 일은 없겠군.’
이제 나머지 다섯 부처이니 2할의 확률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하지 못한 호명이 있었다.
“생도 목경운.”
‘응?’
이어서 자신을 불렀다.
이에 목경운이 내색하지 않고 손을 들었다.
“이를 마지막으로 일선부의 조별 편성을 마친다.”
‘!?’
목경운이 미간을 찡그렸다.
성적을 고려했다면 적어도 상위 여섯 명은 절대로 겹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삼석인 남궁청현과 일석인 자신이 한 조가 되었다는 것은 뭔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자신이 일곱 번째 순위였다면 몰라도 말이다.
이에 목경운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냥 이렇게 된 것은 아닌 듯한데.’
여기서 이의를 제기한다고 해서 부처가 바뀔 상황은 아니었기에 목경운은 미심쩍어하면서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일 조의 호명이 끝났다.
66명이었기에 딱 11명까지 불렀다.
“다음 이 조를 호명하겠다.”
이선부의 천호 시우량이 나와 호명을 시작했다.
이선부는 내외궁직의 감찰 및 경비를 담당하는 곳이었다.
황궁에 있는 수많은 관료와 접촉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할 수 있었다.
“생도 섭춘.”
가장 먼저 호명된 것은 섭춘이었다.
조가 나뉘자 섭춘이 목경운에게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아쉽습니다. 한 조였다면 잘하면 ‘그곳’에 더욱 빨리 가볼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그의 말에 목경운이 말없이 웃어 보였다.
금의위 견습을 한다는 말을 듣고서 좀 더 빠르게 지하 금옥에 들어갈 기회가 생겨났다는 것을 섭춘도 인지했던 모양이다.
하나, 같이 들어가면 암종주의 밀명을 행할 수가 없기에 그건 곤란하다.
오히려 이편이 나았다.
“생도 금종현.”
다음 호명된 이는 내공 측정 성적이 사석인 금종현이었다.
그를 부르자 썩 달갑지 않은 얼굴이었다.
남궁청현 역시도 자신이 호명되자 눈살을 찌푸렸었는데, 아무래도 천지회의 후기지수인 섭춘과 같은 조가 되어서 저런 반응을 보이는 듯했다.
“쯧쯧. 누군 좋은 줄 아나.”
종남파의 제자는 정의맹 소속이었기에 섭춘도 그리 달가워하진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이 조의 나머지 생도들이 호명되었다.
이 조의 호명 때는 일선부인 일 조와 달리 생도들이 딱히 환호하거나 좋아하는 기색은 별로 없었다.
“다음 삼 조를 호명하겠다.”
삼선부의 천호 오무기가 나와 호명을 시작했다.
정보부를 선호하는 생도들이 많았기에 여기서는 좋아하는 반응들이 꽤 나왔다.
삼 조에는 몽무약을 비롯한 10명의 생도가 호명되었다.
“다음은 사 조를 호명하겠다.”
사선부의 천호 막명호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를 보자마자 생도들이 움찔거렸다.
육선관의 여섯 부처 중 다섯 부처는 그럭저럭 크게 적게라도 선호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사선부는 아니었다.
‘금옥 담당.’
사선부는 황궁의 모든 금옥과 죄인을 관리한다.
특히 악명이 자자한 곳이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황궁 지하 금옥이었다.
그곳에는 대역죄인부터 시작해 중원의 수많은 흉악범이 갇혀있었는데, 이를 관리하는 것이 육선관의 사선부였기에 모두가 꺼려하는 것이었다.
‘제발 걸리지 마라.’
‘시작부터 금옥은 아니잖아.’
모두가 사선부만은 안 되길 기원했다.
그때 사선부의 천호 막명호가 입을 열었다.
“생도 주운향.”
‘됐어.’
‘좋았어!’
그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몇 명이 쾌재를 불렀다.
화산파의 제자 염경과 위부청 등이었다.
아무래도 주운향은 보기보다 주위에 적이 많은 듯했다.
‘아쉽네.’
목경운이 입맛을 다셨다.
정작 자신이 먼저 사선부에 가기를 원했는데, 주운향이라는 자가 가게 되었다.
‘별수 없군.’
이렇게 된 이상 다음 배치가 사선부이길 바랄 뿐이었다.
“풋.”
화산파의 제자 염경이 대놓고 주운향을 향해 비웃음을 흘렸다.
다른 이들은 몰랐지만 염경이 이렇게 주운향을 싫어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도가 문파의 회합에서 화산파, 공동파, 종남파의 진인들이 있는 앞에서 주운향 덕분에 망신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망할 내기.’
그때의 내기 덕분에 주운향은 무재를 인정받고 자신은 범재 취급을 받았다.
이로 인해 염경은 그를 매우 싫어했다.
그저 그가 잘 안 되기만을 바랐는데, 그런 와중에 주운향이 모두가 꺼려하는 사선부에 배치가 되자 순간 기쁜 나머지 환호성마저 지를 뻔했다.
‘금옥은 금의위들도 전부 꺼려할 만큼 힘들다던데, 시작부터 배치 운이 안 좋구나. 주운향.’
염경은 주운향을 향해 대놓고 비웃음을 흘렸다.
그러던 차에 천호 막명호가 사선부의 다음 생도를 호명했다.
“생도 염경!”
‘!?’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염경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방금 전까지 놈을 비웃고 있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어, 어째서입니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염경이 결국 손을 들고 말했다.
그러자 천호 막명호가 인상을 쓰며 언성을 높였다.
“조 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건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을 텐데.”
“하지만······.”
“생도 염경. 시작부터 감점이다.”
“넷?”
“미리 얘기해두는 편이 좋겠군. 견습 기간 중에 부감독관인 우리들의 채점에 세 번 감점이 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탈락시키고 시위부 훈련생으로 강등된다. 알겠나?”
그 말에 염경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의를 제기하자마자 감점이 되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불만 있나?”
“아······아닙니다.”
여기서 더 따지게 되면 손해를 보는 것은 그였다.
감점부터 최악의 조 배치를 겪게 된 염경은 이를 갈며 속으로 천호 막명호를 책망했다.
사 조의 호명이 끝나고 아쉬워하는 한 명이 있었다.
그는 사련맹의 육맹주 사밀검(邪謐劍) 귀사만의 제자 위부청이었다.
‘칫.’
내심 주운향과 같은 조가 되길 바랐던 그였다.
그래야 어떻게든 주운향이 금의위가 되지 못하게 방해하거나 그를 어찌해볼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이내 위부청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상관없잖아.’
굳이 같은 조일 필요가 없었다.
주운향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잠깐이지만 희미한 살기가 일렁였다.
* * *
그날 조 배치가 완료된 후 오후부터 금의위 기본 교육이 시작되었다.
기본 교육은 시위부 훈련관이 아닌 금의위 훈련관으로 옮겨져서 실시되었고, 이들 선발 과정의 합격자 66명은 임의로 그곳 숙소에 배치되었다.
훈련이 끝난 늦은 저녁,
생도들은 금의위 훈련관 내로 뿔뿔이 흩어졌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 그 이후로는 자유 시간이었다.
숙소에 가서 쉬어도 되었고 금의위 훈련관에 있는 개인 연공실을 사용해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생도는 앞으로의 무시를 위해 쉬기보다는 연공실에서의 훈련을 선택했다.
비어 있는 숙소 중 한 곳.
-슥!
등불조차 꺼져서 어두운 숙소 방안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소리가 거의 나지 않게 열린 문틈 사이로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창가로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에 비친 얼굴.
그는 다름 아닌 사련맹의 육맹주 사밀검 귀사만의 제자인 위부청이었다.
‘역시 아무도 없군.’
위부청이 입꼬리를 올렸다.
놈도 그렇고 모두가 개인 연공실에 있을 거라 짐작했는데 그것이 들어맞았다.
그렇게 들어온 위부청이 4인실 방안을 살폈다.
그러다 한 침상 옆의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짐들을 확인하더니, 이내 비릿하게 웃었다.
‘찾았다.’
원하던 자의 자리를 찾은 위부청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매우 작고 날카로운 침이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침 몇 개를 꺼내든 위부청이 탁자 옆의 침상에 있는 목침으로 다가가, 그것을 꽂아놓기 시작했다.
‘흐흐흐.’
위부청이 입을 틀어막고서 이를 즐거워했다.
이 자리의 주인이 돌아와 잠을 청하기 위해 침상에 누울 것을 떠올리니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침이 등목이나 머리로 파고들게 되면 모든 것이 만사형통이 된다.
그렇게 상상을 하며 좋아하던 위부청이 나가기 위해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런데,
“기다리던 분은 안 오고 웬 쥐새끼가 왔네요.”
-흠칫!
어느새 문 앞에 누군가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위부청이 놀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설마 목경운?”
문 앞에 있는 자는 바로 목경운이었다.
이런 그를 발견한 위부청이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방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들어왔었고, 침을 목침에 꽂아놓는 내내 인기척조차 느끼지 못했었다.
한데 이놈이 어떻게 방에 있는 거지?
그때 목경운이 코를 킁킁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길초근, 삼백초, 고비합 뿌리, 땅지네 독에 말린 양귀비라······. 재미있는 걸 준비했네요.”
‘!?’
위부청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침에 어떤 독재가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저 아는 것은,
이 정도였다.
한데 놈의 입에서 양귀비가 거론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안에 들어있는 독재를 맞췄다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걸 어떻게?’
저 작은 침에 발라져 있는 냄새를 이 거리에서 어떻게 구분한다는 거지?
직접 코를 갖다 대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데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자신이 저지르는 행동을 누군가에게 들켰다는 것 큰일이었다.
이에 위부청이 침착하게 이를 수습하려 했다.
“이봐. 진정하라고.”
“뭘 진정하라는 거죠?”
“이건 네게도 나쁜 일이 아니야. 모두가 경쟁 관계이겠지만 네게 있어서 가장 성가신 존재는 주운향 이 녀석일 거라고.”
침상의 주인은 다름 아닌 주운향이었다.
위부청은 자신이 하는 이야기에 목경운도 솔깃할 거라 여겼다.
“이 녀석만 해결하고 나면 시위부 무시에서 네게 대적할 만한 녀석들은 아무도 없을 거야.”
“호오.”
녀석이 반응을 보였다.
역시 바보가 아닌 이상 이게 얼마나 득이 되는지 알 거다.
잘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을 듯 했다.
“판은 내가 깔았으니, 다른 건 됐고 그냥 조용히 눈만 감아주면 된다.”
“모르는 척 넘어가 달라. 이거죠?”
그 말에 위부청이 씨익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 역시 네 녀석하곤 뭔가 통하는 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일단 계속 여기 있으면 좀 그러니까 나가서······.”
-스륵!
그 순간 목경운의 모습이 문에서 사라졌다.
화들짝 놀란 위부청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는데, 어느새 목경운이 주운향의 배정된 침상 옆에 서있었다.
‘언제?’
눈앞에 보고도 보이지 않았다.
당혹스러워하는데 목경운이 침상 위의 목침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러자 목침에 꽂아뒀던 침들이 빠져나와 둥둥 떠올랐다.
‘허, 허공섭물?’
일차 시험에서 내공이 보통이 아닌 줄은 알았지만, 그게 허공섭물까지 가능할 정도로 심후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그였다.
이에 뭔가 잘못되었다고 여긴 위부청이 문을 향해 신형을 날리려 했다.
그러나 미처 그러기도 전에,
-팍!
목경운이 어느새 그의 머리채를 움켜쥐고서 뒤로 잡아당겼다.
“헉!”
순간 아파서 비명이 터지려고 했는데,
“쉿. 조용히 하셔야죠.”
목경운이 그런 그에게 경고했다.
이에 당황한 위부청이 목경운에게 황급히 말했다.
“대, 대체 왜 이러는 거야?”
“글쎄요.”
“글쎄요라니? 이건 네게도 나쁘지 않은 일이잖아. 그냥 눈만 감아주면 되는 일인데 어째서······.”
-꽉!
“끕!”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목경운이 위부청의 머리채를 더욱 잡아당긴 상태로 얼굴을 가까이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이런 짓을 하든 말든 사실 저는 상관없답니다.”
“사, 상관없는데 대체 왜?”
“뭔가로 한 번 재미를 본 인간은 이런 짓을 한 번만 하고 끝내지 않는다는 게 문제랄까요.”
“아니. 그건······”
“애써 변명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저도라니 그게 무슨?”
“한 번 피 맛을 보고 나니까 계속 주체가 되지 않거든요.”
‘!?’
그 말과 함께 양 귀까지 닿는 목경운의 입꼬리.
온통 악의로만 가득한 그 얼굴을 바라보는 위부청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떨려왔다.
끝
ⓒ 한중월야